저는 붓·물감 대신 박스 테이프·칼로 그림 그립니다

조회수 2020. 9. 24. 11: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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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대신 손에 쥔 테이프, 이게 아트가 됐습니다
테이프 아티스트 조윤진
가지각색의 테이프로 작품 만들어
아디다스, 현대카드 등 다양하게 콜라보

그림의 재료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붓과 물감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와 다르게 독특한 도구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다. 바로 ‘테이프 아티스트’ 조윤진 작가다. 조 작가는 붓과 물감이 아닌 ‘테이프’와 ‘칼’로 작품을 만들어 낸다. 그가 다양한 색깔의 테이프로 만들어내는 것들은 다름 아닌 인물화. 유명 연예인에서부터 기업인, 정치인까지 많은 인물이 그의 손을 통해 개성 넘치는 작품으로 탄생했다.


작품이 유명세를 타면서 그를 향한 기업들의 러브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아디다스부터 배틀그라운드까지 다양한 곳과 협업해왔다. 특히 이번 연도 초에는 ‘어서 와, 봄’이라는 주제로 청와대와 협업해 청와대 사랑채에서 전시를 진행했다. 조 작가는 ‘올해의 인물’을 주제로 남북미 정상의 대형 초상화를 테이프로 그려 큰 주목을 받았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작업실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출처: jobsN
조윤진 작가.

◇ 테이프로 그림 그려


-본인 소개를 해달라.


“테이프로 그림을 그리는 테이프 아티스트 조윤진이다. 그림을 잘 그리고 좋아해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렸다. 대학에서는 서양화를 전공했다.”

출처: 조윤진 작가 제공
조윤진 작가.

-어떻게 ‘테이프’로 그림을 그리게 됐나.


“요즘에 ‘관종(관심종자)’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나는 어렸을 때부터 관종이었다. 관심받는 걸 좋아해 옷도 특이하게 입고 모자도 남들이 안 쓰는 걸 썼다. 이런 성격이 그림에도 반영된 것 같다. 유화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내가 원하는 유화를 하게 되면 돈도 많이 들고 어떻게 보면 너무 흔했다. 그래서 물감 같은 일반적인 재료는 싫어 새로운 걸 찾으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신문도 잘라 붙이고 종이도 잘라 붙였다. 그런데 잘라서 붙이는 건 풀 바르는 게 힘들었다. 그러다가 풀을 안 발라도 되는 테이프로 하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테이프로 그림을 그리게 됐다. 그래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테이프 아트를 시작하게 됐다.”


-그림 그리는 과정이 궁금하다.


“먼저 내가 좋아하는 인물을 선정한다. 인물을 선정하고 스케치를 한다. 스케치 선이 테이프로 가려져 많은 분이 스케치를 안 하는 줄 안다. 그런데 처음에 다 스케치를 하고 테이프를 붙이는 거다.”

출처: 조윤진 작가 제공
조 작가가 테이프로 그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그루트.
출처: 조윤진 작가 제공
조 작가가 테이프로 그린 스티브 잡스(왼), 프리다 칼로(오).

-주로 인물 그림을 그리는 건가.


“그렇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했던 작업이 인물에 관련된 거였고 인물화를 제일 자신 있어 했다. 그래서 주로 인물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인물 선정 기준도 다양하다. 내가 좋아하는 인물을 그리기도 하지만 개성 있는 인물을 그리는 걸 좋아해 다양한 인물들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사실은 인물을 그리는 것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하고 있다. 남의 얼굴만 계속 그리는 건 도태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많이 했고 다른 그림들을 뭘 그리면 좋을지 계속 생각하고 있다. 나는 테이프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아우르고 싶다. 인물화로 시작했지만 거기서 발전해 풍경화도 그리고 추상화도 그리고 싶다. 다양한 그림을 그려 사람들에게 나의 가능성을 보이고 싶다.”


-작품 보관은 어떻게 하나. 떨어지지는 않는지.


“지금도 떨어진 것들이 있다. 테이프를 일반 종이에 붙이면 지금 당장은 괜찮지만 나중에는 종이가 테이프의 접착성을 먹는다. 그래서 작업을 하고 후처리를 해야 한다. 코팅 같은 걸 해서 액자에 걸어놓고 있다.”

출처: jobsN
조 작가의 작업실에서 그림을 액자에 넣어 보관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테이프 종류마다 특색이 있어


-테이프 아트는 모자이크(여러 가지 색깔의 종이, 유리, 타일 등을 조각조각 붙여 무늬를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는 회화기법)의 일부인가.


“그렇다. 모자이크의 일부고 모자이크, 콜라주와 같은 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신문이나 잡지를 오려 붙이면 우리는 보통 그걸 모자이크 혹은 콜라주라 부른다. 테이프 아트도 이와 마찬가지다. 그림에 맞는 색깔의 테이프를 잘라서 붙인다. 그런데 모자이크는 작은 색 점들을 찍어 표현하는 점묘법이랑 비슷하지만 테이프 아트는 점이 아닌 면으로 표현한다는 것에서 차이가 있다.”


-어떤 종류의 테이프를 쓰나. 테이프별로 차이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테이프도 투명한 게 있고 그렇지 않은 게 있다. 불투명한 테이프 같은 경우엔 색이 겹치는 게 보이지 않아 처음에는 투명한 박스 테이프를 썼다. 그런데 지금은 셀로판테이프(셀로판 위에 점착제가 칠해져 있는 테이프)를 쓰고 있다. 셀로판테이프를 겹쳐 붙이면 물감처럼 색깔이 섞이는 게 보인다. 겹쳐 붙이면 색이 달라지고 또 다른 색이 만들어진다. 또 이외에도 기업의 이름이 프린팅된 테이프를 쓰기도 한다. 요즘은 테이프가 종류가 많고 예쁜 것도 많아서 종류를 가리지 않고 쓰고 활용하고 있는 편이다. 테이프별로 차이도 물론 있다. 회사마다 점도나 접착성이 다르고 같은 회사에서 만들어내는 건데도 불구하고 색깔이 다 다르다. 그래서 처음에 잘 몰랐을 때는 테이프를 인터넷으로 주문했는데 이제는 직접 시장조사를 나가 테이프를 보고 구매하고 있다.”

출처: jobsN
조 작가가 쓰고 있는 다양한 테이프들.

-어려운 점은 없나.


“테이프가 붙이는 게 쉬워 보이지만 붙일 때 공기가 들어가면 안 된다. 공기가 들어가게 되면 그게 나중에 퍼져 테이프가 다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또 사람들은 늘 테이프 작품을 보면 ‘이거 얼마나 오래가냐’고 물어본다. 아무래도 테이프다 보니 다른 그림에 비해 열이나 주변 환경에 더 취약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늘 마감처리에 대한 고민이 있다.”


◇ ‘조윤진’만의 그림을 만들어 가


-앨범 커버, 청와대 전시 등 다양하게 콜라보 활동을 했다. 어떤 작업들을 했나.


“맨 처음에 하게 된 콜라보가 아디다스와 한 콜라보였고 CJ 오쇼핑,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현대카드와도 콜라보를 했다. 주류회사 예거마이스터와도 콜라보를 했고 2018년에는 청와대와 콜라보레이션을 해 청와대 사랑채에서 전시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게임 배틀그라운드와도 콜라보 했다. 평균적으로 1년에 2개 정도 콜라보를 하는 것 같다.”

출처: 조윤진 인스타그램(@artistyoonjinjo) 캡처
아디다스 콜라보 때 그린 가수 공민지와 CL.
출처: 조윤진 인스타그램(@artistyoonjinjo) 캡처
청와대와의 콜라보에서 조 작가가 테이프로 그린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다른 테이프 아티스트들과 비교해 본인 그림만의 특색이 있다면 무엇인가.


“특색이라기보다 내 그림엔 내가 투영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림에 작가의 감정을 넣으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그림을 그리는데 어떻게 내 감정을 배제할 수 있겠는가. 내 그림 안엔 나의 그날의 감정이 담겨있다. 마치 일기와 같은 거다. 그래서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


-작업할 때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나.


“생동감이다. 인물을 그리다 보니 생동감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사람의 눈이나 표정에 신경을 쓰고 또 생동감을 나타내려면 색이 중요하다. 그래서 사람의 색을 나타내는 것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수입은 주로 어디서 얻나.


“작품을 팔거나 다양한 협업 활동을 통해 얻는다. 평소에는 화실을 운영하면서 취미 미술로 사람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있다.”


◇ 최근 ‘LIKE ME’ 라는 전시회 열어


-최근 전시회를 열었다고 들었다. 어떤 전시인가.


“‘LIKE ME’라는 주제로 내가 그린 인물 그림들을 보여주는 전시다. LIKE ME는 ‘나답게’라는 의미와 ‘나를 좋아해줘’라는 중의적 의미를 나타낸다. 몇몇 사람들은 내가 인물만 그린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면 그게 제일 나다운 거다. 내가 인물을 좋아해서 그렸고, 나답게 또 인물을 그렸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서 나를 좋아해 줘, 내 그림을 봐줘 이런 의미들이 담겨 있다.”


-어떤 작품들이 있나.


“평소에 닮고 싶다고 생각했던 인물 혹은 이미지 자체가 좋은 인물을 그렸다. 가수 비틀스도 있고 최근 개봉한 영화 ‘조커’의 주인공인 조커의 그림도 있다. 이외에도 화가, 영화배우 등 다양한 대상의 그림이 있다. 이번에는 새롭게 추상적인 그림도 하나 전시했다.”

출처: 조윤진 작가 제공
조 작가가 테이프로 그린 영국의 4인조 록 그룹 비틀스.
출처: 조윤진 작가 제공
왼쪽은 영화를 보기 전에 그린 조커, 오른쪽은 영화를 보고난 후 다시 그린 조커다.

-본인에게 ‘테이프’란 어떤 의미인가.


“나에게 테이프는 ‘생명’과 같다. 2013년에 온전히 나 자신을 마주한 적이 있었다. 주목받으며 그림 그리는 삶을 살고 싶었는데 대학 때도 주목받지 못하고 내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봐주지 않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림을 아주 잘 그리는 것도 아니고 뭘 해야 할지 몰라 방황했었다. 우울증을 앓았다. 그런데 그때 생각을 바꾸면서 시작하게 된 게 테이프였다. 테이프가 나를 있게 만들었고 이렇게 인터뷰도 하게 만들어줬기 때문에 결국은 나를 잡아준 생명과 같은 거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계속 그림을 그리면서 많은 사람한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어렸을 때 성실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너는 끈기가 없어”라는 말이 너무 지긋지긋했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것 하나로, ‘테이프’ 하나로 사람이 성실해지고 부지런해졌다. 즉흥적이기만 했던 내가, 절대 끝을 못 볼 것 같았던 내가 지금처럼 누군가가 좋아해 주는 작품을 만들고 있지 않나. 그래서 나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고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글 jobsN 장유하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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