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키 작아 안될거라 했지만 전 이렇게 승무원 됐습니다

조회수 2020. 9. 24. 11: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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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항공사 인턴으로 시작해 6개월만에 정규직 됐지요
에어아시아 객실 승무원 조연지씨
파마·염색 가능한 항공사
해외취업 도와주는 ‘인플루언서’ 목표

외국항공사는 항공사 취업을 희망하는 승무원 취업 준비생에게는 ‘꿈의 직장’이다. 한국 항공사보다 지원자격이 자유롭고 근무환경도 낫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에어아시아에 근무 중인 조연지(27)씨도 꿈의 직장에 취업한 한국인 중 한 명이다. 그는 비행 3년 차 승무원이다.


에어아시아는 말레이시아에 본사를 둔 아시아 최대 저비용항공사(LCC)다. 연간 탑승객은 8000만명 이상이다. 2018년 기준 매출은 2조95000억원으로 전년보다 9% 증가했다. 또 2009부터 올해까지 항공 서비스 조사 기관 스카이트랙스(Skytrax)가 주는 ‘세계 최고 저비용항공사 상’을 연속 수상했다.


조연지씨는 에어아시아 본사에서 6개월 동안 사무직 인턴으로 일하다가 2017년에 부서이동을 통해 승무원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조씨에게 외항사 근무 환경, 복지, 취업비결 등을 물었다.

출처: 조연지씨 제공
조연지씨

◇항상 품고 있던 승무원의 꿈, 에어아시아 지원


조연지씨는 어렸을 때부터 승무원을 동경했다. 그러나 승무원은 키도 크고 외모도 예뻐야지만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대신 언어에 관심이 있던 그는 부산외국어대학교에서 영어와 베트남어를 전공했다. 학교에 다니면서 코이카, 배드민턴 협회 등에서 통·번역을 하면서 대외활동을 주로 했는데, 졸업을 앞두고 발견한 인턴 공고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에어아시아 인턴 공고가 올라왔습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인턴을 뽑는 것이었죠. 처음 해외여행 갔을 때 이용한 항공사였고 승무원이 모두 친절하고 밝아서 기억에 남았던 회사였어요. 당시 친구들은 하나둘씩 취업을 하고 있었는데 저는 아직 취준생 신분이라 마음이 조급할 때였어요. 대학원과 취업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도전해볼 겸 지원했습니다. 항공직은 아니고 사무직 인턴이었습니다."


채용 절차는 서류심사와 면접이었다. 조씨는 영문 커버레터(Cover letter)와 레쥬메(resume)를 냈다. 주로 대외활동한 것을 녹였고 통역 관련 직무를 구체적으로 적었다. 서류 합격 후 서울에서 면접을 봤다. 서류 심사에 기술했던 이력을 보여주기 위해 그동안 활동했던 사진을 정리한 포트폴리오를 준비해갔다. 에어아시아 대표와 마케팅 담당자 2명이 면접관으로 들어왔다. 면접은 한국어로 진행했고 마지막에 영어 질문을 받았다.


"그중 '4~6월 승객이 적은 데 어떤 식으로 프로모션을 할 건지 설명하라'는 질문이 기억에 남아요. 아직 관련 직무를 잘 모를 때라 여행사를 상대로 얼리버드 프로모션을 한다고 답했습니다. 망했다고 생각했는데 2016년 5월에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시 지원자의 아이디어를 판단하기보다는 영어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본 것 같아요."

출처: 유민준씨 제공
인턴 동기와 함께 찍은 사진. 맨 오른 쪽이 조연지씨다.

◇에어아시아에서 근무시작


비자 등 필요한 서류 준비 후 한국인 인턴 합격자 10명과 함께 같은 해 11월 말레이시아로 떠났다. 에어아시아 본사는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있다.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지만 출퇴근이 자유롭다. 언제든 자기 일을 한다면 출근이 늦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조연지씨는 에어아시아 마케팅 부서로 배치받아 일을 시작했다. 2~3주 동안 근무하다가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담당 상사와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있습니다. 그때 솔직하게 말씀드렸어요. 제 얘길 듣고 인종도 더 다양하고 공식적으로 영어를 사용하는 브랜딩 부서를 추천해주셨어요. 그렇게 마케팅 부서에서 브랜딩 부서로 옮겼습니다. 처음엔 사수 옆에서 일을 배웠고 일주일 뒤부터 본격적인 일을 시작했습니다."


통·번역 일을 했어도 영어 소통이 쉽지만은 않았다. 어려운 전문 용어도 많고 같은 영어지만 억양과 발음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미팅을 요약하는 업무를 맡았을 땐 30%밖에 이해하지 못했다. 오기가 생겨서 24시간 녹음을 했고 집에 가서는 녹음한 것을 반복해서 들었다. 의사소통 실수를 줄이기 위해 중요한 내용은 메일로 주고받았다. 이걸 반복하자 1~2개월 뒤 의사소통에는 문제 없을 만큼 적응할 수 있었다.

출처: 에어아시아 제공
예비승무원 훈련 모습.

◇회사 독려에 힘입어 사무직에서 승무원으로


6개월 뒤 좋은 평가를 받아 정직원으로 전환할 기회가 찾아왔다. 인턴을 마치고 부서장이 한국 지사에 있는 디지털 부서를 추천해줬다. 그러나 당시 한국으로 돌아가기는 싫었다. 더 다양한 사람과 일하고 싶었고 더 도전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주변에서 승무원을 추천해줬어요. 평소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작은 키지만 승무원도 해보고 싶다 말했는데, 지원해보라고 했습니다. 잊고 있던 꿈이기도 하고 한 번 도전해보자 하는 생각에 이력서를 냈습니다."


실제 에어아시아에서는 직원의 부서이동이나 새로운 도전을 격려하고 지원한다. 한 승무원은 회사의 지원을 받고 미스 태국(Miss Thailand)에 참가했다. 당시 해당 직원이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고 말하자 흔쾌히 지원해주겠다고 하면서 대신 승무원 모델로 쓸 수 있게 해달라는 조건을 걸었다. 또 다른 승무원은 회사 지원을 받아 시험을 보고 조종사로 일하고 있다. 에어아시아 직원은 이런 희망 사항을 페르난데스 회장에게 말한다. 페르난데스는 실제로 직원의 꿈을 격려하고 지원해준다.


조씨는 당시 지원했던 부서에서 모두 합격 통보를 받았고 객실 승무원을 선택했다. 필기시험과 1대 3 부서장 면접을 거쳐 에어아시아 승무원으로 합격했다. 이후 2개월 동안 예비승무원 훈련을 받았다. 훈련이 끝나면 30문제 정도 되는 최종시험을 본다. 3개 이상 틀리면 불합격이다. 잠도 덜 자면서 훈련 교재를 공부해 합격할 수 있었다. “전에는 승무원을 단순히 서비스직이라고 생각했지만 합격 후에는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는 걸 크게 느껴 책임감이 커졌습니다. 또 사무실에선 만날 수 없던 회사의 실제 고객을 만나는 거라 설레기도 했습니다.”


첫 비행은 2017년 7월이었다. 정식 승무원 되기 전 세 번 정도 나가는 트레이닝 비행이다. 배운 대로만 하면 되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다만 한 사람이 담당하는 업무가 많기 때문에 적응하기까지 6개월 정도 걸렸다고 한다. 어느덧 조씨가 승무원이 된 지 2년이 넘었다. 비행을 마친 승객에게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고 한다.

출처: 조연지씨 제공
에어아시아 크루와 함께.

◇저렴한 월세는 물론 회사 지원금까지


조연지씨는 한 달에 70~80시간 비행을 나가고 월 10일 정도 쉰다. 비행 스케줄은 원하면 동료끼리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급여는 비행시간에 따라 다르지만 국내 중소기업 평균 급여와 비슷하다고 한다. 급여의 20~30%를 거주비와 식비로 사용한다. 조씨는 말레이시아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사이버자야(Cyberjaya)’에 산다. 시내와 공항의 중간 지점이다. 수영장은 물론 다양한 편의시설을 이용하면서 그가 부담하는 월세는 37만원이다. 한국보다 저렴해 부담이 적은 데 입사 2년 후부터는 이것마저도 대부분 회사에서 지원 해준다고 한다.


또 에어아시아에선 모든 직원이 EPF(Employees Provident Fund)에 가입한다. 일종의 사회보장제도다. 외국인 근로자는 의무가 아니지만 회사에서 지원이 나온다. 직원이 급여의 11%, 회사에서 15%를 부담한다. 회사를 그만둘 때 돌려받을 수 있어서 큰 부담은 아니다. 단 외국인 근로자는 근무 첫 달부터 6개월까지 소득세를 내야 한다. 이 기간엔 외국인 근로자를 ‘비거주자’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비거주자’에게 소득세로 급여의 28%를 떼 간다. 이후에는 소득세율이 낮아진다.

출처: 조연지씨 제공
쉬는 날이면 동기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항공사 복지 중 최고라 불리는 항공권 혜택도 있다. 단거리는 1년 최대 16장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나머지는 90% 할인 가격에 살 수 있다. 조씨는 쉬는 날이면 이 혜택을 이용해 동기와 함께 여행을 다니기도 한다. 좋은 혜택을 누리면서 근무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타지에서 일하면서 느끼는 단점도 있다. “해외 취업하신 분들은 공감할 텐데 가족, 지인과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하는 점이 아쉽습니다. 저는 매일 부모님, 친구들과 영상통화로 안부를 주고받고 있습니다. 또 한국 비행이 있을 때 하루 정도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있어 가끔 찾아갈 수 있고 타국에서 생활하는 동기가 있어 큰 힘이 됩니다.”


조연지씨의 목표는 취준생을 위한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다양한 스토리와 경험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해외 취업을 꿈꾸는 사람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해외 취업 과정이 익숙하지 않을 뿐, 어렵지 않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 방법이 많습니다. 상시채용뿐 아니라 저처럼 회사에 인턴으로 입사하는 방법도 있죠.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본인이 정말로 원하는 곳에 지원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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