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jobsN

초등생 ‘먹방’ 보다 무릎 탁, 그게 세계최초 시작이었죠

‘초딩 유튜버’에게 영감 얻어 세계최초로 이것 개발했습니다

14,931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LG전자 MC선행하드웨어(HW)플랫폼팀
별도 마이크 없이 ‘원샷’에 ASMR 촬영 기술 개발
삼성, 애플 제치고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에 적용
‘먹방 유튜버’ 등 크리에이터 사이에 인기 예감

임순례 감독의 2018년 작품인 ‘리틀 포레스트’에는 온갖 맛있는 소리가 나온다. 탁탁탁 도마에서 예쁘게 잘려 나가는 채소들, 자글자글 기름이 튀며 익어가는 부침개, 또르르 떨어지는 막걸리… 이 맛깔스러운 소리는 보통 별도의 마이크로 녹음한다. 이른바 ASMR(자율감각쾌락반응·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방식으로 녹음됐다. ASMR은 요즘 먹방 유튜버들이 식감을 돋구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ASMR로 녹음하려면 핀 마이크나 녹음용 마이크를 따로 써서 영상과 별도로 소리를 따로 녹음하고 동영상 편집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영상과 소리를 합쳐야 한다. 그만큼 불편하다. 그런데 최근 LG전자에서 나온 스마트폰(LG V50S 씽큐)이 이런 불편을 해소했다. 일반 스마트폰 마이크보다 3배가량 성능이 향상된 고감도 마이크와 반사판 기능을 하는 듀얼 스크린을 이용하면 미세한 소리도 깨끗하게 잡힌다. 소리와 영상을 합쳐야 하는 불편도 없다. 마이크와 카메라 등 세팅 없이 스마트폰 하나로 동영상 편집 같은 후반 작업 없이 ASMR이 가능하다. 편리함 때문에 ‘먹방’ 유튜버에게 호평받고 있다.

LG전자 직원이 ASMR과 반사판 기능이 적용된 LG V50S 씽큐로 콜라캔을 따는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출처LG전자 제공

◇스마트폰 영상이 대세...수개월간 유튜브 뒤져


소리와 영상 동시 촬영이 가능한 세계 최초의 ASMR 스마트폰은 LG전자 MC사업부의 선행하드웨어(HW)플랫폼팀 작품이다. 이 팀은 미국 컬럼비아대 전기전자 박사 출신인 이건섭 파트장과 20여명이 LG전자 스마트폰에 적용될 선행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스마트폰 트렌드가 고화질 사진에서 영상으로 변하고 있다고 팀 내부에서 다들 공감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문제는 영상에서 어떤 기술적 차별점을 만들어야 하냐는 거였죠. 고음질 마이크 이런 건 뻔하잖아요.”

LG전자 MC선행하드웨어(HW)플랫폼팀 유주현(오른쪽) 선임연구원과 송호성 선임연구원이 녹음 환경을 바꿔가며 ASMR 테스트를 하고 있다.

출처LG전자 제공

이건섭 파트장은 “영상을 갖고 무엇을 할수 있을까”를 주제로 올해 초부터 매일 아침 티타임을 빙자한 아이디어 회의를 열었다고 한다. 주 1회 하던 회의를 매일 연 것이다. 뭐라도 서로 얘기를 해야 그럴 듯 한 것이 나올 것이란 생각에서다. 그러나 몇 달이 지나도 “이거다” 싶은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았다.


“촬영 기능이 스마트폰의 미래라는 것은 다들 인정했어요. 우리 팀은 오디오 관련 선행기술을 연구하는 터라 일단 잘 들리게 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습니다. 고음질, 깨끗한 소리, 잡음 없이 녹음하는 기능 이런 걸 가능하게 해주는 ‘고음질 녹음 시스템’을 개발해보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이게 그나마 그럴듯한 아이디어인데 다른 경쟁사들도 다 생각하는 거라...”


팀원들은 일단 “영상이 대세면 영상을 보자”며 유튜브를 뒤지기 시작했다. 어떤 장르가 유행하고 인기를 끄는 콘텐츠는 어떤 식으로 촬영됐는지 분석했다. 스마트폰에 적용 가능한 트렌드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유튜브를 조사하다 보니 ‘먹방’과 음질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러다 한 초등학생 유튜버를 발견했다.


“초등학생 유튜버가 ASMR 콘텐츠를 만들어 올렸는데 구독자가 수십만이더라고요. 귀여운 여자 어린이가 이어폰을 끼고 입 근처에 마이크를 붙이고 떡볶이 등을 먹는 ‘먹방’이었어요. ASMR 마이크 없이 영상이랑 소리를 따로 녹음해 편집했더라고요. 전문가들이 전용 장비로 만든 ASMR 콘텐츠와 비교하면 굉장히 열악하게 만든 영상인데도 인기더라고요. 스마트폰으로 이것보다는 더 좋게 쉽게 ASMR을 만들 수 있게 하면 되겠다 싶었지요.”


송호성 선임은 “초등학생 유튜버를 보고서 지금은 ASMR 콘텐츠를 유튜버나 만들지만 앞으로는 일반인 제작자도 늘어나겠다 생각했다”면서 “차기 기술로 ASMR을 스마트폰에 적용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사무실, 공원, 식당서 수천번 실험 끝에 원음과 잡음 구분기술 개발


플랫폼팀은 일단 방향이 서자 바로 개발에 들어갔다. 선행연구소라는 특성상 경영진 보고는 나중으로 미뤘다.

이건섭 파트장과 팀원들은 유튜브에서 ASMR 인기 100대 콘텐츠를 추려 소리의 발생 형태에 따라 속삭임, 마찰, 두드리기, 먹기, 요리 등으로 분류했다. 워낙 ASMR 소재들이 다양한 데다 소비자가 어떤 환경에서 소리를 녹음할지 몰라 음식, 슬라임, 수세미, 종 등 수백개의 소재를 가지고 사무실, 공원, 식당 등 장소를 바꿔가며 테스트했다. 콜라캔 따는 소리를 잡으려 콜라만 한 번에 10캔을 먹는 날도 있었다. 입맛도는 소리를 찾느라 '먹방'을 하느라 '인격'이 두둑하게 나온 연구원 마저 생겼다. 소재와 환경에 따라 녹음할 때 잡히는 잡음이 달라지기 때문에 최적화된 주파수를 찾아 스마트폰이 인식하게 만드는 게 과제였다.

“소재와 환경에 따라 잡음의 주파수 형태와 크기가 달라져요. 예를 들면 수세미 마찰 소리를 녹음한다고 쳐요. 기존 스마트폰은 수세미 마찰 소리를 잡음으로 인식하고 없애거든요. 종소리도 비슷해요. 타종 직후의 소리는 잘 녹음되지만 뒤에 이어지는 종의 울림소리는 잡음으로 보고 없애요. 그래서 노이즈(잡음)와 원래 소리를 소프트웨어적으로 구분할 수 있도록 수천번 실험을 했습니다.”


유주현 선임은 “원음과 잡음을 구분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ASMR은 사실 비싼 마이크만 쓰면 스마트폰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데, 기존의 폰에 들어가는 마이크로 최대한 추가 비용을 안 들이고 소프트웨어적으로 해결하려니 쉽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시제품을 만들어 기술개발 시연회를 열었다. 기존에 잡음으로 취급해 없앴던 소리가 들리니 ‘윗선’에서 호기심을 가졌다. 그런데 바로 OK가 나지 않았다. “가능성은 있지만 대기업이 진입하기엔 시장이 미성숙했다”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었다.


유주현 선임은 “가능성이 있지만 이 정도 성능으로 ASMR이라 할만한 지 전문 유튜버들에게 인정을 받으라”는 말이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만난 전문 유튜버들은 스마트폰에 장착된 지향성 마이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카메라 줌으로 영상을 확대하면 영상과 녹음되는 소리가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커다란 스피커를 양옆에 두고 노래하는 사람을 줌인하면 노랫소리는 스피커에서 나오는데 지향성 마이크는 노래하는 사람에게 맞춰서 소리가 잘 안 들린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난제를 해결하고 근거리에서 ASMR 기능이 작동하도록 했다. 전문 유튜버들이 사용하는 30만원 상당의 전문 마이크와 유사한 성능을 내게 된 것이다.


“핵폭탄급 영향력을 가진 기술은 아니지만 유튜브 동영상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이 전문 장비를 사지 않고도 가볍게 스마트폰으로 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비용 덜 쓰고 유튜브 등 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것이지요. 동영상 대중화를 앞당기고 싶다고 할까요?”

세계 최초로 ASMR 기능이 적용된 LG전자의 LG V50S 씽큐.

출처LG전자 제공

이건섭 파트장은 “LG V50S 씽큐에 적용된 ASMR은 소프트웨어로 구현한 것이라 차기작에서 하드웨어적으로 보완되면 성능이 더 좋아질 것”이라며 “신개념 음향기술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글 jobsN 김주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작성자 정보

jobsN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