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대왕이 쓴 유아 화장품, 이제 중국 소황제들이 쓰죠

조회수 2020. 9. 24. 11: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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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주의 유아스킨케어 브랜드 궁중비책
조선 왕실 육아 처방 현대화시킨 ‘궁중비책’
올해 중국 광군제 때 티몰서 10위 올라
홍콩서는 올해 유아동 화장품 분야 1위 기염
조선 시대 왕실에선 피부가 약한 갓난아이의 목욕물에 약재를 넣었어요. 여기에서 영감을 받아 화장품 성분을 만들었는데, 이게 소비자한테 먹혔죠.

궁중비책은 제로투세븐의 자연주의 유아스킨케어 브랜드다. 선조의 지혜를 재해석한 콘셉트로 2008년부터 유·아동 화장품을 만들고 있다. 2017년 리뉴얼 이후 매출이 오르기 시작해 중국과 홍콩에서도 활약 중이다. 중국 티몰에서는 2019년 선케어 카테고리 매출 1위까지 올랐다.


11년 차 화장품 브랜드를 일약 스타로 만든 건 2017년 제로투세븐에 합류한 이성주(47) 코스메틱사업부 상무다. 브랜드·채널·제품·운영 등을 총괄하는 이 상무에게 궁중비책을 키운 비결을 들었다.

출처: 궁중비책 제공
이성주(47) 상무.

-이력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대학 졸업 후 1995년 의류와 액세서리를 만들던 외국계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화장품 업계로 이직해 외국계 회사에서 오래 일했다.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에스티로더 컴퍼니즈에서 일하다 2016~2017년 LF 코스메틱 사업부 사업부장을 맡았다. 2017년 12월부터 제로투세븐 코스메틱사업부를 이끌고 있다.”


-제로투세븐엔 어떻게 합류했나.


“외국계 회사에서 오래 일했지만, 한국 화장품 브랜드를 전 세계에 알리는 게 꿈이다. 그래야 은퇴 이후에도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외국에 사는 지인들이 궁중비책 제품을 사서 보내달라는 부탁을 자주 해 알게 됐다. 수요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브랜드였다. 한국 회사에서 경력을 이어가려던 중 지인에게 구인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2017년 12월 제로투세븐에 합류했다.”

영화 '사도'에서 영조로 분한 송강호와 궁중비책 베스트셀러 모이스처 크림./(왼)사도 스틸컷, (오)궁중비책 캡처

-조선 시대 왕실 비법을 참고했다고.


“왕실이 원자(元子·아직 왕세자에 책봉되지 않은 임금의 맏아들)에게 썼던 처방을 과학적으로 재해석했다. 조선 왕조 숙빈 최씨가 영조를 출산할 당시 기록인 ‘호산청일기’와 왕실 출산 지침서 ‘임산예지법’ 등을 참고해 오지탕을 개발했다. 오지탕은 복숭아나무와 뽕나무 잎, 회화나무 뿌리, 매화나무 열매, 버드나무 껍질 등 5개 나무의 유익한 성분을 추출해 만든 혼합물이다. 아기 피부 온도를 낮추고 수분을 높이는 데 효과적인데, 특허도 냈다. 말하자면 영조대왕이 썼던 유아용품을 중국 소황제들이 쓰는 셈이다. 산아제한 정책으로 아이를 적게 낳기 때문에 중국 어린이들은 소황제라 부른다.”


-어떤 제품을 만드나.


“샴푸&바스·모이스처 크림·모이스처 로션 등 베이비 케어, 키즈 메어와 선 케어 제품 등을 만든다. 국내외 시장을 통틀어 유아용 세정 제품인 샴푸&바스 점유율이 가장 높다. 모이스처 크림도 대표 상품이다. 2018년에는 임산부와 성인 여성 대상 우먼 라인도 선보였다.”

궁중비책 제공

-처음 합류할 때 브랜드가 수요만큼 안 알려진 이유가 뭐라고 봤나.


“제품은 좋은데, 입소문에만 마케팅을 의존하는 등 브랜드를 알리는 데 소극적이었다. 유·아동 화장품은 성인용과 달리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제품을 쓸 명분이 없어진다. 그래서 새로운 고객 유치가 중요한데, 그에 맞는 전략은 없었다. 제품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브랜드를 알리려 노력했다. 광고만 내는 게 아니라, 고객의 제품 체험 기회를 늘리고 매장 수를 과감히 조정하는 등 전반적으로 재정비를 거쳤다. 그래서 2018년 세 자릿수 성장을 했고, 2019년에도 상반기에만 140%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과 동남아에서도 반응이 좋다고.


“2018년부터 외국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작년 말부터 면세점 쪽에서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고, 올해부터 성과가 났다. 이뿐 아니라 홍콩에서 가장 규모가 큰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사사(SASA)의 유·아동 화장품 분야에서 2019년 1~9월 누적 매출 1위를 했다. 미얀마 시장과 베트남 면세점에도 진출했고, 말레이시아 진출까지 앞두고 있다.”


-매출은 얼마나 나오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작년 상반기보다 140%, 3분기 매출은 2018년 3분기보다 152% 올랐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성장률은 5~8%대였지만, 2017년 이후 세 자릿수로 올랐다. 또 2018년 4분기부터 2019년 3분기 외국 채널 연평균 성장률은 2016년 4분기부터 2017년 3분기 대비 219.2% 올랐다."

궁중비책 제공

-궁중비책의 경쟁력은 뭔가.


“유·아동 화장품 시장은 파이가 작아서 뛰어드는 대형 브랜드가 적었다. 틈새시장을 공략한 전략이 통했다고 본다. 한국 밖에서 일본·프랑스·이탈리아의 유수 브랜드와 경쟁하면서 꾸준히 성장하는 비결은 연속성이라고 본다. 화장품 업계는 유행이 시시각각 변하는데, 어떤 회사들은 유행에 편승해 브랜드 전략을 바꾸거나 품질 관리를 게을리하면서 마케팅에 돈을 쏟아붓는다. 대세와 상관없이 제 위치를 지키며 브랜드를 유지한 게 성과로 이어진 것 같다.”


-브랜드를 운영하며 겪는 어려움은 없나.


“유·아동 화장품 시장에 관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보고 싶은데, 관련 자료를 확인할 방법이 많지 않다. LG생활건강이나 아모레퍼시픽처럼 대형 브랜드에선 이 분야가 주력 사업이 아니라 데이터베이스가 없다. 트렌드를 전망하고 감에 의지해야 해서 답답할 때가 있다. 시장 상황을 틈틈이 지켜보면서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으려 애쓴다.”


-앞으로 계획은.


“유·아동 화장품 분야에서는 대표적인 판매 채널이 한국에선 쿠팡, 외국에선 티몰이다. 쿠팡에서는 4위, 지난 광군제 때 티몰에서는 10위권에 진입했다. 국내외 채널에서 톱3 브랜드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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