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에 바퀴 달았더니 폭발적..일본도 반한 대박아이템

조회수 2020. 9. 24. 11: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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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개 달린 연필은 있는데 자 달린 볼펜은 왜 없지?
직선볼펜 만든 라이노바 박용광 대표
자 찾느라 불편했던 경험 살려 제품 개발
기능성 필기구 브랜드로 거듭나고파

“공대생이었던 만큼 설계 도면을 그리거나 할 때 자를 대고 직선을 그을 일이 많았어요. 그런데 자를 찾을 때마다 어디에 뒀는지 바로 생각이 나지 않아 매번 찾느라 번거로웠죠. 또 자를 대고 선을 긋는 것 자체가 불편하기도 했고요. 대학교 3학년 때 지우개가 달린 연필을 보면서 자와 펜을 결합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이 작은 호기심이 제품 개발과 스타트업 창업으로까지 이어졌다. 라이노바 박용광(29) 대표 이야기다. 박 대표는 학창 시절 자를 찾느라 고생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자 없이도 직선을 그을 수 있는 직선볼펜 ‘제트라이드’를 개발했다. 제트라이드는 현재 한 달에 2만~3만 자루가 팔릴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출처: 라이노바 제공
라이노바 박용광 대표.

◇3D 프린터로 시제품 만들어가며 개발


-언제부터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나.


“2013년, 대학교 3학년 겨울방학 때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4학년 때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개발을 시작했어요. 처음부터 창업을 목표로 한 건 아니었고, 공모전이나 발명대회 등의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 제품을 개발하고 만들어봤어요. 학교에서 3D 프린터(입력한 도면을 바탕으로 3차원의 입체 물품을 만들어내는 기계)를 이용해서 한 30번 정도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필기구는 작지만 생각보다 정밀한 제품이어서 만든 이후에 사용해보면서 많은 테스트를 거쳐야 하거든요. 그래서 3D 프린터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장 만들기 편한 방법이기도 했고요.


공모전 등에서 상을 받으면서 제품에 대한 확신을 키울 수 있었어요. 또 전시회 등을 통해서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상품화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취업이 아닌 창업을 택했고, 2015년 2월 졸업한 이후 3월에 바로 창업을 했습니다. 창업 이후에도 계속해서 제품을 보완하고 개발하는 과정을 거쳤고, 1년 정도 걸려서 2016년에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볼펜에 바퀴 달았더니 폭발적…일본도 반한 대박아이템

라이노바의 제트라이드 볼펜은 일반 볼펜과 달리 볼펜심이 위, 아래 두 군데에 있다. 아래쪽 볼펜심은 일반 볼펜처럼 평소에 사용하고, 위쪽 볼펜심은 직선을 그을 때 이용한다. 위 볼펜심 양옆에는 작은 바퀴가 달려있다. 바퀴가 자 없이 직선을 그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평소에는 볼펜심이 돌출되지 않고, 바퀴를 종이에 대고 누르면 바퀴가 올라가며 볼펜심이 나오면서 선을 그을 수 있다.

출처: 라이노바 제공, 라이노바 홈페이지 캡처
제트라이드 직선볼펜.

-어떤 원리로 직선을 그을 수 있나.


“위쪽 볼펜심 양옆에 바퀴를 사다리꼴 구조로 배치했는데요. 자동차의 바퀴 정렬 이론을 활용했습니다. 바퀴 정렬 이론에 따르면 노면과 바퀴의 각도를 의미하는 캠버 각도가 커질수록 직진으로 가는 직진도가 증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볼펜심 옆에 바퀴를 일자가 아닌 사다리꼴 구조로 배치했어요.


또 볼펜심에 쿠션을 넣어서 강하게 누르더라도 볼펜심에 일정하게 힘이 가해지도록 설계했습니다. 볼펜심에 쿠션이 없을 때는 양옆에 바퀴를 달아도 볼펜심이 누르는 힘을 다 받게 돼요. 바퀴가 굴러가면서 직선을 긋는 건데, 힘을 볼펜심이 다 받으면서 바퀴는 헛돌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저희 제품은 강하게 누르면 누를수록 바퀴에 힘이 더 가중됩니다. 이 같은 원리로 삐뚤지 않게 직선을 그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소비자 불만 수렴해 2차 제품 출시


박 대표의 아이디어는 반짝였지만, 처음부터 사업이 잘 풀렸던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에 대한 호응도는 높았지만, 제품의 가격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는 반응이 많았다. 현재는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반영하고, 단가도 낮춘 2차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현재 판매하고 있는 직선 볼펜은 소비자들의 후기를 바탕으로 다시 출시한 2차 제품입니다. 1차 제품을 출시하고 나서 판매를 하다 보니 가격 대비 품질이나 성능이 떨어진다는 후기가 많았어요. 충분한 준비를 하고 제품을 출시했다고 생각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초기에 기능 중심으로 다른 제품과 차별화하면 될 거라고만 생각했던 게 잘못이었던 것 같아요. 소비자 반응을 수렴해서 미흡한 부분들을 개선했습니다. 1차 제품보다 필기감도 좋아졌고, 튼튼해졌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달라졌나.


“우선 제품 가격을 낮췄습니다. 현재 제품 가격이 3500원인데 이전에는 개당 8000원이었어요. 제조단가를 낮추기 위해서 제품을 만들어내는 틀인 금형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기존에는 한 번 찍어내면 제품 2개를 만들 수 있었는데, 한 번에 20개를 만들 수 있어요. 덕분에 한 개를 만드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었죠.


또 해외 유명 필기구 브랜드들의 제품을 만드는 국내 공장으로 생산 공장을 바꿨습니다. 기조에는 볼펜이나 필기구를 전문적으로 만든 제조업체가 아닌 소규모 제조업체에 제품 생산 외주를 맡겼어요. 그래서 필기감이 좋지 않고, 마감 처리가 꼼꼼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었죠. 공장을 바꾼 이후에 제품 품질이 많이 높아질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필기감이 인기 있는 브랜드 제품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한국·중국·일본·미국에 특허 등록 마쳐


라이노바는 2019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4YFN(4 Yeras From Now)에도 참여했다. 4 YFN은 세계 최대 규모의 이동통신 산업 전시회인 MWC(Mobile World Congress)의 부대 행사로, 4년 뒤에 MWC에 참가할 수 있을 만큼 잠재력이 있는 스타트업이 모이는 박람회다.


-4YFN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2018년 전국 창업경진대회인 ‘도전 K 스타트업’에서 결선에 진출했습니다. 당시 경진대회를 TV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JTBC에서 ‘스타트업 빅뱅’이라는 이름으로 방영을 하기도 했는데요. 결선 진출 특전으로 약 15개 스타트업과 함께 이번 4YFN에 참여했습니다.”

출처: 라이노바 인스타그램 캡처
4YFN 당시 모습.

-당시 현장 반응은 어땠나.


“참여하기 전까지는 사실 제품이 유럽에서도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국내는 교육열도 높고, 필기구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또 해외는 환경이 다르니까요. 하지만 우려와 달리 많은 분들이 신기해하고, 관심을 가져 주셨어요.”


-해외에서도 제품을 팔고 있나.


“일본, 스페인, 대만 등 일부 해외 국가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후에 더 많은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 특허를 등록한 상태입니다. 한국에서도 물론 특허 출원을 했고요. 제품에 대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고 보호받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특허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특허 등록을 먼저 진행했습니다. 현재까지는 국내 유통망 확대를 우선시해서 국내 사업에 더 집중해 왔는데, 적절한 시기에 더 많은 국가에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출처: 라이노바 제공
특허 등록증과 각종 수상 기록.

-직선볼펜 외 다른 제품도 출시할 예정인가.


“현재는 직선볼펜과 직선샤프를 판매하고 있고, 2020년 새 제품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터치펜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기존 터치펜 같은 경우에는 아래는 볼펜이고, 위쪽 부분이 터치펜인 경우가 많아요. 펜으로 쓰다가 터치로 변경하려면 제품을 돌려서 다시 고쳐 잡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죠. 그래서 여러 가지 색 볼펜처럼 제품 옆면 버튼을 누르면 펜에서 터치펜으로 바꿀 수 있는 펜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출처: 라이노바 인스타그램 캡처
직선볼펜과 함께 판매 중인 직선샤프.

-앞으로의 목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라이노바라는 기능성 필기구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여러 나라에 저희 제품을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또 2020년 상반기 중으로 새 제품을 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내 유통망을 확실하게 다지고 싶습니다.”


글 jobsN 박아름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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