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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두목의 삶부터 구별법까지..범죄학습장으로 전락

조회수 2020. 9. 24. 11: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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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도어락', '자동차 문' 검색했더니 나온 영상은..
드라마 보고 감기약으로 만든 필로폰
폭력조직 경험담·도어락 여는 법
자극적 콘텐츠 만드는 조폭 출신 유튜버

지난 10월 31일 호주 시드니 공항 경찰이 핫소스로 위장한 마약을 발견했다. 자그마치 400kg으로 한화 약 2300억원이 넘는 양이다. 범인은 필로폰 덩어리를 핫소스에 섞었다. 미국에서 택배로 보낸 이 핫소스는 호주 공항 통관 검사에 걸렸다. 경찰은 배송지를 추적해 용의자 4명을 체포했다.

출처: BBC News 트위터 캡처
필로폰 덩어리를 숨긴 핫소스.

핫소스에 버무린 마약. 2013년 종영한 미국 AMC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가 떠오른다. 생계를 위해 마약을 제조하고 운반하는 남자 이야기다. 주인공은 치킨 소스에 마약을 숨겼다. 드라마에는 감기약을 이용한 필로폰 제조 방법과 운반 과정이 상세하게 나온다.


2017년 11월에는 한국판 브레이킹 배드 사건이 있었다. 서울 청담동의 한 다세대주택 화재 현장에서 1회용 주사기, 비커, 여과기 등 마약 제조에 쓰이는 물건들이 대량으로 나왔다. 마약을 만든 이들은 1통에 500정이 들어 있는 감기약을 수십 통 샀다. 그리고 드라마를 통해 익힌 제조법으로 필로폰을 만들었다.

영화 '조커' 예고편 캡처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넘어선 이들


지난 10월 개봉한 영화 ‘조커’. 영화 개봉을 앞두고 미국 사회는 긴장했다. 불행한 과거를 떠올린 것이다. 지난 2012년 콜로라도 주 오로라 지역의 한 영화관에서 24살 청년 제임스 이건 홈즈가 관람객들에게 총기를 난사했다. 12명이 사망하고 59명이 크게 다쳤다. 당시 영화관에서는 ‘조커’가 나온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상영 중이었다. 경찰에 잡힌 홈즈가 “나는 조커다”라고 소리쳤다는 말이 돌자 모방 범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런 이유로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경찰은 최근 개봉한 영화 ‘조커’ 상영관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SNS에 올라오는 조커 관련 글도 철저하게 모니터링했다.


2011년 1월에는 미국 플로리다 해변의 ‘아메리카 은행’에서 영화 ‘타운’을 따라한 범죄가 일어났다. 할로윈 마스크를 착용하고 무장한 세 명의 남자가 고객들을 위협해 6만7000달러(한화 약 7800만원)를 강탈했다. 경찰은 헬리콥터를 동원해 범인을 붙잡았다. 이들은 영화 ‘타운’ 속 강도단이 수녀 복장에 마스크를 쓰고 은행을 터는 장면을 보고 이를 따라했다고 자백했다.

출처: (왼)MBN 뉴스 캡처,(오)dailymail
(왼)영화 관람객들에게 총기를 난사한 제임스 이건 홈즈,(오)미국 플로리다 '아메리카 은행' 강도로 붙잡힌 범인들.

지난 6월 제주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바다에 유기한 피의자 고유정. 그의 범행 수법은 지난 2월 종영한 드라마 ‘SKY 캐슬’과 거의 같다. 드라마 속 주인공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카레에 약을 뿌린다. 고유정의 전 남편과 의붓아들은 사망 전날 고유정이 만든 카레를 먹었다. 실제로 고유정은 지난 2월 TV 다시보기 서비스로 해당 드라마를 시청했다. 고유정이 싸이코패스가 나오는 영국 범죄 드라마도 자주 시청했다고 현재 남편은 말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따라하는 모방범죄는 오래 전부터 사회문제였다. 유튜브가 득세하면서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 실제 범죄자의 이야기를 유튜브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조폭 출신 유튜버는 자신의 과거 범죄 행위를 소재로 영상을 만든다. 폭행, 교도소 등 범죄를 묘사하는 동영상이 인기다. 이런 영상들은 범죄를 미화하고, 모방 심리를 부추긴다는 우려가 있다.

(왼)MBN 뉴스 캡처,(오)드라마 SKY캐슬 캡처

◇범죄학습 장으로 전락한 유튜브


인천 ‘주안식구파’ 부두목 출신이라는 어느 유튜버의 구독자 수는 약 7만명이다. 그가 올린 ‘진짜 조폭과 가짜 조폭 구별하는법’은 좋아요 약 7만회를 받았다. 해당 채널 누적 조회수는 약 1400만회를 넘겼다. 네티즌은 자극적인 콘텐츠에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신세계다’, ‘재미있다' 등의 호응 댓글들이 주를 이뤘다.

유튜브 캡처

범죄에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도 있다. ‘디지털 도어락 3개 여는 데 소요시간?’이라는 제목의 영상은 조회수 8만회가 넘었다. 영상에 등장하는 남성은 1분 53초만에 도어락 세 개를 연다. 자동차 문도 가능하다. ‘잠긴 자동차 문 10초만에 여는 방법 6가지’ 영상을 보면 초등학생도 쉽게 잠긴 문을 열 수 있다. 이 영상은 조회수 20만회가 넘었다. 이런 주제의 영상은 대부분 조회수가 수십만회에 달한다.


영화나 드라마는 각종 규제와 심의를 통과해야 관객, 시청자와 만날 수 있다. 시청연령을 제한한다. 또 과도한 폭력이나 막말이 방송에 나가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유튜브는 이런 제한이 상대적으로 적다. 사실상 없다해도 지나치지 않다.

유튜브 캡처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영화나 드라마, 유튜브 모두 대중의 관심으로 먹고 산다. 그러니 점점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묘사로 다른 매체에서 보여주기 어려운 것을 담으려고 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특히 유튜브는 자체 규제가 있지만 기준이 모호하다. 그래서 자극적인 영상들이 쏟아진다.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사회적 개입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글 jobsN 안수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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