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돌아가신 후에..' 상사의 이 말에 충격받았죠

조회수 2020. 9. 24. 11: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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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생신은 돌아가신 후에 챙기라고요?"
폭언일기 ‘조자까’ 작가
직장생활 4년 차에 살기 위해 시작한 웹툰
귀에서 피 나는 연출로 직장인 공감 이끌어

“세상에 김대리 바지핏 좀 봐. 옷이라도 잘 입어야 하는데…큰일이야.”

“팀장님, 이거 성희롱입니다~”


“어이구, 남자가 쪼잔하긴…”

-… 


상사와 대화를 마친 주인공은 귀에서 피를 흘린다. 귀를 지나 마음을 때리는 폭언을 듣고 상처받은 직장인을 대변하는 상징적 표현이다. 사회생활에서 겪는 폭언을 해학적으로 그린 웹툰 ‘폭언일기’다. 조자까(33·필명)가 일주일에 두 번씩 본인 SNS와 피키툰에 연재하고 있다. 조 작가는 자신의 경험뿐 아니라 독자 제보를 블랙코미디로 승화해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이에 공감한 6만3000여명이 그의 계정을 팔로우한다. 웹툰 속 주인공은 조자까기도 하고 우리 모두이기도 한 것이다. 서울 한남동 한 카페에서 주간에는 일하고 저녁에는 그림을 그리는 조 작가를 만났다.

출처: jobsN
조자까. 아직 얼굴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한다.

◇직장생활 4년 차에 시작한 '폭언일기'


-본업은 무엇인가.


"디자인을 전공했고 졸업 후 한 회사에 디자이너로 입사했다. 어느덧 6년차 대리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그림을 그린다. 조자까로 활동한 지는 2년 정도 됐다. 직장인뿐 아니라 주변에서 폭언을 듣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웹툰을 그리기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다들 공감할 텐데 직장 3~4년 차가 가장 힘든 시기다. 당시 예전처럼 열정만으로 회사에 다니기 버거웠다. 또 선배나 상사에게 듣는 조언이나 꾸지람이 상처였다. 신입 때와는 다르게 함께 지낸 시간도 많고 관계에 무뎌지다 보니 그들은 아무 생각 없이 툭 던진 말이 나에겐 크게 다가왔다. 회사에서는 '사회생활이니까 참아야 해' 하는 마음으로 견뎠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다른 활동을 찾았다. 운동을 해보고 취미활동을 가져봤지만 해소되지 않았다. 그때 우연히 인스타그램에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길 들었고 나도 한 번 해보자 하는 마음에 시작했다."

출처: 조자까 제공
처음 올린 폭언일기 에피소드. 조 작가가 직접 경험한 일이다.

◇'폭투 운동' 독자 제보도 웹툰으로


-가장 처음 올린 에피소드는 무엇인가.


"처음에는 그림일기처럼 한 컷으로 올렸다. 2017년 8월부터 폭언일기라는 이름을 걸고 정식 업로드를 시작했다. 내 얘기를 만화로 그렸다. 나는 집에 TV가 없다. 상사가 집에 TV가 있냐고 물었다. 없다고 답하니 '그래서 네 아이디어가 그렇구나'라고 말한 것이다. 지금은 웃고 넘기지만 그땐 내가 무슨 말을 들은 건가 싶었다. 나중에 인스타그램에 올린 걸 상사에게 들켰다. 활동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알려졌다. 본인도 기억하고 있었고 그냥 웃으면서 넘어갔다."


-독자 반응은 어땠는지.


"그땐 댓글이 많이 달릴 때가 아니었다. '진짜 들은 말이냐', '귀에서 피 나는 연출이 재밌다'와 같은 반응이 많았다. 꾸준히 업로드 하다 보니 과분하게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늘었다. '자신의 이야기 같다'며 공감해주시는 분도 많았다. 이런 반응을 보면서 나만 겪는 일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내가 큰 위안을 받았다."


-본인 이야기 뿐 아니라 제보도 받는다.


"두 가지 이유로 제보를 받기 시작했다. 첫 번째는 소재다. 매일 폭언만 듣고 회사에 다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소재가 넉넉하지 않다. 만약 그런 환경에 노출돼있는 분들이라면 회사를 그만두는 게 맞다. 두 번째는 누구든 이런 스트레스를 소소하게 해소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였다. 이렇게 독자 사연을 받은지 1년 정도 됐다. 일주일에 10건 정도 받는데, 콘텐츠로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라이브 방송이나 다른 방법으로 소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도 있다. 부모님 생신이어서 가봐야 한다고 했더니 상사가 '부모님 생신은 돌아가신 후에 챙기도록 해요'라고 답한 것이다. 충격이었다. 이렇게 직장에서 겪은 폭언을 알리고 직장 내 폭언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폭언과 미투(me too)운동을 합친 폭투 운동도 했었다."

출처: 조자까 제공
폭투운동을 시작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연을 계정을 통해 보내줬고 지금도 많은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좌). 제보 받아 그린 에피소드(우).

◇사이다보다는 해학 담으려 노력


-작업 과정을 설명해달라.


"제보받은 걸 그리면 먼저 각색을 하겠다고 양해를 구한다. 이후 핵심 내용을 한 문단으로 추린다. 10컷으로 나눠 작업을 시작한다. 핵심 내용을 뽑는 게 가장 힘들다. 뼈대를 완성하면 2~3일 안에 끝나고 이 작업이 안 나오면 10일 정도 걸린다. 또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마무리다. 폭언일기는 후련함을 선사하는 사이다툰이 아니다. 폭언을 한 사람에게 큰 한 방을 날리며 끝내고도 싶지만 그건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상처가 되는 말을 들어도 참는 우리 모습이 하나의 블랙 코미디다."


-그럼 에피소드는 어떻게 마무리를 하나.


"소심한 복수를 넣는다. 예를 들면 주인공이 드럼을 배웠다고 말하니 부장이 드럼 배웠으니까 안마 좀 해보라고 한다. 이때 주인공이 안마를 하긴 하는데 표정을 시합에 나가는 비장한 권투선수처럼 표현했다. 이렇게 작은 포인트를 넣어 해학적으로 그리려고 한다."


-2년 동안 그림을 그리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

 

"사실 매일 힘들다. 폭언일기를 시작하고 주말에 쉬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래도 좋아하는 일이니까 계속하게 된다. 콘텐츠를 올렸는데 반응이 별로 없을 때 기운이 빠지기도 한다. 그럴 땐 그림을 계속 그린다. 새로운 편을 계속 그리고 올려서 재미없는 건 뒤로 밀어버리는 거다."

◇'민간 사찰' 댓글 가장 뿌듯


-최근에 책도 냈다.


"감사하게도 출판사에서 먼저 제안을 해주셨다. 가장 공감해 준 이야기와 인스타그램, 피키툰에 없는 새로운 내용도 들어있다. 총 3부로 1, 2부에는 신입사원 시절부터 대리 연차까지 겪은 에피소드, 3부에는 상사나 선배 입장의 에피소드를 실었다. 앞으로는 상사가 주인공으로 그들이 듣는 폭언에 대해 다뤄보고 싶다. 요즘에는 뭐만 하면 꼰대라고 한다. 나이가 많고 선배라는 이유로 그들의 진심 어린 조언도 '꼰대 짓'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주로 후배들의 상황을 다뤘다면 반대의 입장을 그려보고싶다."


-연재하면서 가장 뿌듯했을때는 언제인가.


"사람들의 좋은 반응을 보면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중에서도 '민간사찰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그만큼 내 콘텐츠에 공감하고 내가 조금이나마 위로를 해준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또 댓글에 자신의 이야기를 올리면서 나도 이런 일로 힘들다고 하면 다른 분들이 위로를 해주기도 한다. 이런 걸 볼 때 뿌듯하다.”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하고 싶은지…


"앞서 말했듯이 상사나 선배 입장에서 듣는 폭언을 그려보고 싶다. 아직 직접 경험한 일이 아니라 준비가 많이 필요하다. 저번 주 주말부터 팟캐스트 ‘시시콜콜 시詩알콜’에 출연한다. 폭언 사연 하나에 위로가 될 수 있는 시를 함께 소개해준다. 이걸 시작으로 폭언일기에서 연장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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