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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걸리는 걸 어떻게..모두를 놀라게 한 이대 졸업생

조회수 2020. 9. 24. 11: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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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출신이 연구소 대신 동남아로 간 사연
무역아카데미 ‘베트남 글로벌마스터 과정’
한국과 현지서 10개월 교육받아 해외 취업 성공
일반 기업에선 5~10년 걸리는 중간관리자로 입사
출처: 무역협회 제공
베트남 호찌민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

취업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다는 요즘. 한국 대신 외국 취업을 택해 전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청년들이 있다. 세계적인 경제 침체 와중에도 높은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는 동남아시아는 해외 취업의 주요 무대다. 태국·베트남 등에 직접 진출하거나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한국 기업이 늘면서 일자리 수요까지 늘고 있어서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조명범(28)씨의 사례도 비슷하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화학·나노과학을 전공했지만, 졸업이 다가오면서 해외 취업에 관심이 생겼다. 2018년 10월 10개월 코스인 한국무역협회 무역아카데미 ‘제1기 베트남 글로벌마스터’ 과정을 수강했다. 지난 7월 수료를 1개월 앞두고 스포츠 의류를 만들고 전 세계로 수출하는 국내 한 회사의 베트남 지사에 중간관리자로 취업했다. 조씨에게 해외 취업 성공 스토리를 물었다.


-지금 하는 일은.


“나이키·아디다스·언더아머 등 글로벌 기업의 제품을 위탁생산(OEM)하는 회사에 다녀요. 본사는 한국이지만, 중국·미얀마·에티오피아·베트남·인도네시아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베트남 지사의 중간 관리자로 입사했는데, 업무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 9월부터 인도네시아에서 파견 근무 중입니다. 신발 생산에 필요한 자재 구매와 조달, 회계 등을 맡고 있어요.”

출처: 무역협회 제공
지난 1월 호찌민에서 베트남 글로벌마스터과정 입교식이 열렸다.

-이공계 출신인데 의류무역업종을 택했다.


“친구들의 영향이 컸어요. 졸업을 1년가량 앞두고 있을 때였는데, 친구 두 명이 의류무역업계에서 일하고 있었어요. 일은 힘들지만, 상품 개발부터 수출까지 본인의 손길이 닿아 보람차다는 말을 듣고 관심이 생겼어요. 친구 한 명이 무역협회에서 주관하는 무역아카데미 과정을 이수했는데, 베트남 취업에 특화한 베트남 글로벌마스터 과정 연수생 모집 홍보 문자를 받았어요. 문자를 저에게 전해줘 수강하게 됐고, 그 선택이 인생을 바꿨죠.”


-한국에서도 의류무역업계에서 일할 수 있는데.


“예전에는 의류무역업체들의 본사가 한국이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제조 설비가 있는 나라로 본사를 옮기는 추세입니다. 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게 힘들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아직 해외 취업에 도전할 수 있을 만큼 젊다고 생각했어요. 더 큰 무대에서 무역업으로 경력을 쌓기 시작하면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 같기도 했고요.”


-준비는 어떻게 했나.


“무역이나 의류 관련 전공자가 아니고, 관련 자격증이나 직무 경험도 없었어요. 그래서 대형 의류무역회사에서 한 달 정도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무역업이 적성에 맞다고 판단했어요. 해외무역과 관련이 있는 기업에 입사하고 싶었는데, 혼자 준비하기는 벅차서 전문 교육기관의 도움을 받기로 했죠. 무역협회에서 개설한 프로그램을 수강하고 베트남 취업에 성공했죠.”


-어떤 교육을 받았나.


“베트남어·비즈니스 영어·기초 무역실무·생산구매관리·전문가 특강 5가지 과목을 들었어요. 현지 직원들과 어울리며 일해야 해서 베트남어를 집중적으로 배웠고요. 우리나라에서 1개월, 베트남에서 9개월 동안 프로그램이 열렸는데, 현지에서 베트남어를 배운 게 도움이 됐어요. 현지에서 활약 중인 기업인 특강도 좋았고요. 프로그램의 운영 목표가 중간관리자를 양성하는 거였는데, 실무 간접경험까지 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출처: 무역협회 제공
베트남 글로벌마스터 2기 입학식에서 학생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수료하면 저절로 취업이 되나.


“베트남 글로벌마스터 과정을 수료한다고 저절로 취업이 되지는 않습니다. 무역협회뿐 아니라 다른 여러 기관에서도 베트남 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기관마다 교육 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이 지원자가 어떤 기관에서 무슨 과정을 이수했는지 꼼꼼히 봐요. 베트남에 관한 애정이나 취업 의지, 업종에 관한 관심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하는 것 같아요.”


-기업에선 어떤 지원자를 선호하나.


“외국에서 일할 근무자를 뽑는 거라 오래 일할 직원을 선호해요. 기본적으로 3~4년 이상은 근무하기를 원합니다. 베트남어 실력도 중요하게 보는데, 원어민이 면접을 봐요. 현지인 수준까지는 아니라도, 베트남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으면 합격점인 것 같아요. 잠재 성장률이 높은 베트남에 기회가 많은 건 맞지만, 그 기회를 잡으려면 스스로 베트남에 관해 관심을 두고 많이 공부해야 해요.”


-지금 일하는 곳에 지원한 이유는.


“직무·기업 현황·인지도·급여 수준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했어요. 무역업과 관련한 직무라는 점과 나이키·아디다스 등 글로벌 기업의 협력 파트너로서 구매·회계·인력관리 등 다양한 일을 배울 수 있다는 점도 끌렸습니다. 베트남 외 동남아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서, 나중에는 동남아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고요.”


-현지 생활에는 어떻게 적응했나.


“현지 생활에 빨리 적응하려면 역시 언어가 가장 중요합니다. 교육 과정 중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매일 공부한 게 도움이 됐어요. 베트남에 오기 전 다양한 어휘·문법책, 역사·문학책 등을 틈틈이 읽었어요. 한국에 있는 베트남 친구를 사귀어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요.”

출처: 무역협회 제공
지난 9월 베트남 글로벌마스터 2기생들이 베트남에서 교육을 받는 모습.

-해외 근무에 어려움은 없나.


“회사의 근무환경 자체는 만족스러워요. 다만 회사가 호찌민 시내에서 떨어진 산업공단에 있어서 문화생활을 즐기기 어려운 점은 아쉬워요. 기후·교통·편의시설 등 생활 여건은 분명 한국보다 열악한 점이 있죠. 연중 무더운 날씨가 이어져서 기후에 적응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원래 더위를 잘 못 견디거든요.


종종 한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가 그립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같이 해외 취업을 준비한 연수 동기생들과 연락하면서 고민을 나누고 힘도 얻어요. 각자 직장 생활하며 느낀 점을 공유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서로 조언도 하고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베트남에서 시작했지만, 앞으로 동남아시아라는 무대에서 더 다양한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할 때 잠재 성장률이 높은 편이고, 중산층이 늘면서 구매력도 커졌거든요. 인도네시아 파견 근무를 자원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역내 모든 국가에서 적어도 한 번씩 근무하면서 동남아 무역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해외 취업을 생각하는 청년에게 조언한다면.


“한국에서 취업하기 어려우니 해외 취업을 준비하겠다는 안일한 생각은 금물입니다. 막연한 기대와 동경심만 갖고 해외 취업에 뛰어들다가 낭패를 볼 수 있어요. 한국에서 취업 준비를 하는 것 이상으로 노력해야 해요. 현지어 학습과 낯선 타지 생활이 가장 힘든데, 이런 장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굳건한 의지가 필요합니다. 한국에서 배경지식을 쌓고 관련 업무를 경험해보는 것도 좋고요. 모든 부분에서 확신이 설 때 해외 취업에 도전하기를 권합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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