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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 이상 손님은 일절 안 받는다, 그런데도 잘되는 '술집'

조회수 2020. 9. 24. 11: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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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술'할 때 최고의 안주는 책이지요"
대학생 시절 속옷 액세서리인 ‘니플리스’ 만들어
대기업 입사했지만 성취감 느끼고 싶어 퇴사
좋아하던 책과 술을 결합한 공간인 ‘책바’ 창업

책과 술.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고정관념을 깨고 자신이 좋아하던 책과 술을 결합해 새로운 공간을 만든 사람이 있다. 대학 시절 이미 한 차례 창업한 경험이 있는 그는 대기업을 뛰쳐나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덕업일치'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책바(Chaeg Bar)’의 정인성(34)대표를 만났다.

출처: 본인 제공
'책바' 정인성 대표.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책바’를 운영하는 정인성입니다. ‘책바’는 책과 바(bar)를 합친 말입니다. 술을 마시면서 책을 읽는 공간입니다. 2015년 9월에 문을 열었어요. 책 ‘머물러 있는 청춘’, ‘밤에 일하고 낮에 쉽니다’, ‘소설 마시는 시간’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원래 무슨 일을 했나요.


“성균관대학교에서 사학과 통계학을 전공했습니다. 대학교 3학년 때인 2012년 속옷 액세서리 브랜드인 ‘니플리스’를 창업했습니다. 남성의 돌출된 유두를 가리는 스티커 제품입니다. 제가 필요해서 만든 제품이었어요. 소개팅을 나갈 때마다 여성분들이 자꾸 가슴 쪽을 보시더라고요. 어느 날은 너무 궁금해서 ‘왜 내 가슴 쪽을 쳐다보냐’라고 물어봤습니다. 여성분이 ‘가슴 쪽이 자꾸 신경 쓰인다’고 하더라고요. 부끄러운 마음에 그때부터 반창고를 엑스자 형태로 붙이고 다녔어요. 그런데 종일 붙이고 다니다 보니 답답했습니다. 또 뗄 때 아프기도 했어요.


그러던 중 보정속옷 브랜드인 ‘스팽스’ 사라 블레이클리 대표의 인터뷰 기사를 봤습니다. 옷을 예쁘게 입고 싶었지만 군살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고 했어요. 그래서 몸매를 보정해주는 속옷을 직접 만들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나도 직접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실리콘 소재로 만든 여성용 제품만 있었어요. 실리콘 소재인 제품을 여름철에 붙이면 답답했습니다. 반창고 소재로 제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직접 공장을 찾아서 주문 제작을 했습니다. 자본금은 100만원 정도였어요.  


저처럼 이런 제품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패션 커뮤니티인 ‘디젤매니아’에 ‘니플리스를 부착하고 티셔츠를 입었다’는 글과 사진을 올렸어요. 글을 올린 날 300개가 팔렸습니다. 한 세트에 15000원이었습니다. 하루 매출이 450만원이었던 거죠. 성취감을 느꼈습니다. 잘 쓰고 있다는 구매 리뷰를 볼 때 기뻤습니다. 많은 사람이 좋아해 주는 것을 보고 ‘내 아이디어가 세상을 더 편리하게 만들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재까지도 꾸준히 잘 팔리고 있습니다.


이후 마케팅 일을 하고 싶어서 대학 연합마케팅전략학회인 MCL에서 2년 정도 활동했습니다. 2013년 LG생활건강에 입사해 마케팅부서에서 브랜드 매니저로 일했습니다. 2년간 근무 후 2015년 5월에 퇴사했습니다.”

출처: 정씨 제공
'책바'는 책과 술을 즐기는 곳이다.

-대기업 퇴사를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가 있나요. 


“꿈꾸던 회사에 입사했지만 기대와 현실은 달랐습니다. 회사에서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어요.


그러던 중 스티브잡스의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 연설 영상을 보게 됐습니다. ‘당신의 시간은 유한합니다. 그러니 당신 자신을 위한 삶을 사세요.(Your time is limited, so don't waste it living someone else's life)’라는 말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내가 지금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를 위해 더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인생에서 목표로 세웠던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인생에서 목표로 세웠던 일이 무엇이었나요.


“세상을 더 아름답고 편리하게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책을 쓰고, 제품을 만들고, 공간을 만들어 목표를 이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29살 때 책 ‘머물러 있는 청춘’을 출간했습니다. 또 대학생 시절에 ‘니플리스’라는 제품을 만들었고요. 사람들이 위안을 얻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마지막 목표가 남아 있었습니다. 술을 마시며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인 ‘책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출처: 정씨 제공
'책바'에는 손님이 직접 참여하는 백일장인 '빌보드 차트'가 있다.

-책과 술이라는 조합이 특이합니다. 


“책과 술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시간이 생길 때마다 글을 읽거나 쓰고, 술을 마시거나 만들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책을 읽고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 잘 남지 않더라고요. 개인 홈페이지인 ‘인성정 닷컴(insungjung.com)’을 만들어 인상 깊었던 문장이나 감상문을 남기기 시작했습니다. 현재까지 쓴 글은 300~400개 정도 됩니다.


가장 좋아하는 책과 술을 결합한 공간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책바를 열기 전 술에 대한 전문적인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조주기능사 자격증을 땄어요. 2015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책바’를 창업했습니다.”


현재 ‘책바’의 공식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1만명이 넘는다. 손님들이 직접 글을 쓰고 참여하는 백일장 이벤트가 있다. 또 수상작들을 모아 일 년에 한 번 책으로 만든다.


-손님들이 직접 글을 쓸 수 있도록 이벤트를 여는 이유가 있나요.


“혼자 술을 마시면서 책을 보면 더 몰입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사람과 시끌벅적 술을 마시는 자리보다 혼자 조용히 술 마시는 것을 좋아했어요. 저와 같은 손님들을 위해 술을 마시고 창의성과 감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이벤트를 열면 좋을 것 같았어요. 손님들이 직접 참여하는 백일장인 '빌보드 차트'를 만들었습니다. 한 달마다 주제가 바뀝니다. 주제에 맞게 글을 쓰면 ‘빌보드 차트’에 게시합니다. 다른 손님들이 가장 인상 깊은 글을 뽑습니다. 매년 수상작들을 모아 ‘우리가 술을 마시며 쓴 글’이라는 책으로 제작해 출간합니다.”


-어떤 손님이 주로 찾나요.


“혼자 오셔서 조용히 술을 마시며 책을 읽거나 글을 쓰시는 분이 많습니다. 친구와 작게 이야기를 나누시거나 음악을 듣는 분도 있어요. 4명 이상의 단체 손님은 받지 않습니다.”

출처: 정씨 제공
'책바'의 내부 모습.

-최근 책 ‘밤에 일하고 낮에 쉽니다’를 출간했다고요.


29살 때 책 ‘머물러 있는 청춘’을 썼습니다. 30살이 되기 전에 20대를 마무리하는 책을 쓰고 싶었어요. 20대에 영향을 끼친 책 15권에 대한 느낀 점을 적었습니다. 2016년에는 ‘소설 마시는 시간’을 썼습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술에 관해 쓴 책입니다.


최근 세 번째 책인 ‘밤에 일하고 낮에 쉽니다’를 출간했습니다. 퇴사하고 창업을 하기까지 어떤 고민과 과정을 거쳤는지 적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어떻게 인생을 살아갈지 방향성을 잡는 데에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글을 통해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정인성 대표.

-수입이 궁금합니다. 직장인일 때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직장에 다닐 때보다 1.5배 이상은 더 벌고 있습니다. ‘책바’와 ‘니플리스’ 수익, 책 인세, 강연 등에서 수입이 생깁니다. 직장인 교육 학교인 ‘퇴사학교’와 손미나 전 아나운서가 교장인 ‘인생학교’에서 약 1년간 강연을 했습니다. 삼성전자, 아모레퍼시픽, 에어비앤비 등에서 특강을 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의 꿈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좋은 책, 제품,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이 세상을 더 아름답고 낭만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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