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에 팔렸다, 모두가 놀란 정량 30g 통조림 안에는..

조회수 2020. 9. 24. 11: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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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똥' 담은 통조림, 4억원 입니다

‘정량 30g, 신선하게 보존, 1961년 5월 제작’


이탈리아 예술가 피에로 만초니(Piero Manzoni)가 만든 작품 ‘예술가의 똥(Artist's Shit)’에 적힌 문구다. 작은 통조림 안에 만초니의 대변이 들어있다. 이 작품은 1961년 당시 30g의 금 시세와 같은 가격인 37달러(한화 약 4만원)로 시장에 나왔다. ‘저속하다’, ‘예술이 아니다’ 등의 반응으로 사는 사람은 없었다. 56년이 흐른 2016년 8월, 밀라노 미술 경매에서 37만2000달러(한화 약 4억원)에 팔렸다.


예술품의 가치와 가격은 예측 불가능하다. 쓰레기 취급 받던 작품이 시대가 변하면 명작 반열에 오르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외면 받았지만 지금은칭송받는 작가와 그 작품을 알아봤다.

출처: 테이드미술관 홈페이지
피에로 만초니의 작품 ‘예술가의 똥’.

◇낙서같은 복잡한 그림이 1246억원


미국의 작가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1980년 스프레이 낙서로 그림을 시작했다. 뉴욕 현대미술관 앞에서 엽서 위에 그림을 그려 팔았다. 사람들은 그의 그림을 지저분한 낙서로 여겼다. 하지만 팝 아트의 거장 앤디워홀(Andy Warhol)은 바스키아의 천재성을 알아봤다. 워홀은 그의 스튜디오에 바스키아를 드나들게 했다. 워홀의 조력으로 바스키아는 그래피티 아트(graffiti art) 선구자로 발돋움했다. 그래피티 아트는 스프레이 페인트로 낙서처럼 표현하는 그림이다. 그는 1983년 뉴욕 국제 미술 전시회 ‘휘트니비엔날레’에 최연소 화가로 참가했다. 1984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앤디 워홀과 공동 전시회도 열었다.


바스키아가 1982년 공개한 작품 ‘무제(Untitled)’의 첫 거래가는 1만9000달러(한화 약 2000만 원)였다. 이 작품은 2017년 5월 뉴욕 소더비 경매장에서 1억1050만달러(한화 약 1246억원)에 팔렸다. 35년만에 약 6000배나 가격이 올랐다. 1980년대 이후 그려진 작품 중 최고가다. 낙찰자는 일본 기업가 겸 미술품 수집가인 마에자와 유사쿠(前澤友作)다. 바스키아는 1988년 8월 12일 뉴욕에서 헤로인 중독으로 사망했다.

출처: pinterest
(왼)미국의 작가 장 미셸 바스키아,(오)장 미셸 바스키아의 '무제'.

◇36억원짜리 뒤집어진 소변기


1917년 프랑스 작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은 철물점에서 구입한 소변기를 뒤집어 ‘샘’이라 이름 붙였다. 이 작품은 돈만 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한 전시회에서도 거절당했다. 예술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기성품이라는 이유였다. 뒤샹은 굴하지 않고 자전거 바퀴, 삽 등을 작품으로 선보였다. 이를 계기로 예술계에선 창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쉽게말해 ‘뒤샹처럼 작가가 물건에 의미만 부여해도 창작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뒤샹의 이런 시도는 ‘레디메이드’ 개념을 만들었다. 레디메이드란 기성품의 기능적 쓸모를 예술로 보는 미술 사조다.


‘샘’은 1964년 약 2000달러(한화 약 231만원)에 팔렸다. 하지만 2002년 필립스 경매에서는 100만달러(한화 약 11억1800만원)를 기록했다. 2004년에는 경매가가 36억원에 달했다. 같은 해 영국 미술가 500명이 뽑은 ‘지난 20세기 100년간 후대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20세기 작품’ 1위에도 올랐다. 2018년 12월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마르셀 뒤샹 회고전이 열렸다.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왼)마르셀 뒤샹의 '샘',(오)국립현대미술관 마르셀 뒤샹 회고전 포스터.

◇아무것도 그린게 없는데… 200억 넘는 그림


캔버스에 아무것도 그리지 않고 파란 칠만 해 놓은 그림. 프랑스 태생의 작가 이브 클랭(Yves Klein)의 작품이다. 클랭은 부모가 모두 화가였지만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다. 1948년 영국, 스페인 등지를 떠돌다가 1949년 첫 회화를 세상에 내놓았다. 1955년에는 파리에 정착해 한 색만 사용하는 ‘모노크롬(단색화)’을 선보였다. 그는 유독 파란색에 집착했다. 다른 색도 시도했지만 1957년부터는 파란색으로만 작업했다. 1960년 자신만의 파란색 물감을 개발해 ‘IKB(International Klein Blue)’라는 이름으로 특허까지 받았다. 이후 ‘IKB’ 단색화 200장을 그렸다.


클랭의 ‘IKB’ 단색화는 2006년 6월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180만달러(한화 약 20억원)에 팔렸다. 2008년 5월 뉴욕 소더비에서는 경매가 약 1740만달러(한화 약 200억원)를 넘겼다.

출처: pinterest
이브 클랭의 IKB.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만초니의 똥과 뒤샹의 변기는 뒤늦게 인정 받았다. 시대 정신이 변하면서 예술품의 의미도 달라진 것이다. 그렇다고해도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을 들으면 의문이 든다.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가?’


순천향대학교 공연영상미디어학부 오세곤 교수는 “일반 물건과 예술품의 가격 체계가 다른 건 예술의 속성”이라고 했다. “대체재가 없는 희소성, 작품의 역사, 작가가 부여한 의미가 더해져 시간이 흐를수록 가격이 오른다”고 말했다. 2006년 무렵 금융 전문가들은 예술품을 새로운 자산 유형으로 보고 적극 투자하라고 권했다.


전문 투자자들도 미술을 투자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헤지펀드 SAC 캐피털 어드바이저스 회장 ‘스티브 코헨(Steve Cohen)’은 ‘피카소’의 ‘꿈’을 한화 약 1769억원에 샀다. 또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회장 리언 블랙(Leon Black)도 ‘에드바르트 뭉크(Edvard Munch)’의 ‘절규’를 한화 약 1353억원에 샀다.


오 교수는 “가난한 예술가와 예술산업의 발전을 생각하면 거액의 거래는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단 예술적 의미를 생각하지 않고 투자 목적으로 분별없이 사들이는 것은 오히려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글 jobsN 안수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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