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 빠져 KAIST 자퇴하고 중앙대 들어간 남성, 지금은

조회수 2020. 9. 24. 11: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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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따라 예지동 시계골목 갔다가..카이스트 중퇴생의 인생을 바꾼 이것
옛날 시계를 보고 호기심 생겨
오래되어도 가치 있는 빈티지 물건에 관심
옛날 시계, 라디오, 선글라스 등 사모아 판매

최근 ‘레트로(Retro)’ 열풍이 불고 있다. 레트로는 ‘추억’이라는 뜻인 영어 'Retrospect'의 준말이다. 1990년대 음악 방송을 실시간으로 재생해주는 일명 ‘온라인 탑골공원’ 온라인 콘텐츠부터 ‘진로이즈백’, ‘델몬트 레트로 선물세트’ 등 추억을 소환하는 소비재까지 인기다. 그 시대를 직접 겪지 않은 젊은 세대도 옛날 물건을 보고 낯설면서도 정겨운 감정을 느낀다.


20여년간 빈티지 제품에 빠져 ‘레트로’한 인생을 사는 사람이 있다. 종로 서촌마을, 삼청동, 이태원 우사단길 등 서울의 옛 정취가 스며든 일대를 구석구석을 누비며 가게 겸 작업실을 운영하고 있다. 오래되어도 가치 있는 빈티지의 애호가 남승민(43)씨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났다. 그는 1960년대에 만들어졌다는 검은색 레이밴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출처: jobsN
남승민 씨.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1960~1980년대 만들어진 옛날 제품을 좋아하는 남승민입니다. 필름 카메라, 시계, 라디오, 턴테이블, 헌책, 레코드 판, 선글라스 등 빈티지 제품을 사모아 판매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디스 레트로 라이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책 ‘디스 레트로 라이프’를 출간하기도 했어요.”


남씨의 이력은 다소 특이하다. 카이스트에 다니다가 시인이 되고 싶어 2년 만에 자퇴했다고 한다.


“1995년 카이스트 수리과학과에 입학했어요. 그러던 중 책에 빠졌어요. 시인을 꿈꾸며 2년 만에 자퇴했습니다. 특히 시집을 좋아했어요. 황지우, 이성복 시인의 작품을 많이 읽었습니다. 독서에 빠져 헌책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더 전문적으로 글을 배우고 싶어서 1998년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들어갔어요.”

출처: 본인 제공
남씨는 옛날 시계의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언제부터 빈티지 제품에 빠졌나요.


“대학생 때 학교 선배를 따라 서울 종로4가에 있는 예지동 시계골목에 간 적이 있어요. 옛날 시계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수십년이 흘렀는데 시계 초침이 움직인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이 시계는 어디에서 만들어져서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걸까’ ‘누군가의 손목에서 어떤 시간을 함께 보냈나’라는 상상을 하게 되더라고요. 과거 그 순간을 소유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인터넷과 책을 보며 시계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오래된 물건을 보면 궁금증이 생겼어요. 수십년간 많은 사람을 거쳐온 물건은 저마다의 사연을 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가게 겸 작업실인 '디스 레트로 라이프'.

-언제부터 어떤 제품을 사 모으고 판매하셨나요.


“필름 카메라, 시계, 옛날 라디오, 턴테이블, 헌책, 레코드판 등 1960~1980년대에 만들어진 제품을 사 모으고 팔았습니다.


옛날 시계가 가장 많습니다. 다양한 기능이 있는 시계가 많아요. 1980년대 카시오에서 나온 게임 시계(조그만 액정화면에서 간단한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계), 계산이 가능한 계산기 시계, 거리 환산이나 간단한 계산이 가능한 시계, 선박용 시계도 있습니다.


2013년 서울시 종로4가 지하상가에 처음 가게를 냈습니다. 예지동 시계골목과 가까웠거든요. 6개월 후 2014년도 이태원 우사단길로 가게를 옮겼습니다. 3년 정도 이태원에서 빈티지 제품을 사모으고 팔았죠. 2017년에는 종로 서촌마을로 갔습니다. 내년 초에는 삼청동으로 가게를 옮길 예정입니다. 서울 곳곳의 옛날 정취가 묻은 곳을 좋아합니다.”

출처: 본인 제공
남씨는 옛날 라디오, 필름 카메라 등을 사모으고 판매한다.

-주로 어떤 손님이 많이 찾나요.


“이태원 우사단길에 가게가 있을 때는 동네 주민들이 자주 찾았습니다. 동네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왔어요. 파키스탄, 인도,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몽골, 카자흐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이민자들이 주로 찾았습니다. 빈티지 제품에 관심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실제로 사용하려고 주로 사 갔습니다.


종로 서촌마을로 가게를 옮긴 이후로는 20~30대 젊은 층이 많이 찾아옵니다. 필름 카메라를 주로 사갑니다. 필름 카메라를 보고 옛날 감성을 느끼고 신기해해요. 캠코더도 많이 찾습니다.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보고 오기도 합니다.”


-가장 비싼 물건은 무엇이었나요.


“독일의 전자 기업인 ‘텔레풍켄’에서 만든 1960년대 라디오였습니다. 가격은 100만원 정도였어요. 희소성이 있는 제품이었습니다. 또 상태가 좋았어요. 빈티지 제품은 외관이 깨끗하고 보존 상태가 좋을수록 가격이 높습니다.”


-가장 오래된 물건은 무엇이었나요.


“1940년대에 만들어진 스위스 에터나(Eterna) 헌터 케이스 포켓 워치였습니다. 포켓워치는 양복의 포켓 등 품속에 넣고 휴대하는 작은 회중시계를 말합니다. 헌터 케이스 시계란 시계 전면이나 후면에 커버가 있는 시계를 뜻해요. 14K 금박을 입힌 케이스가 이중으로 다이얼과 무브먼트를 감싸고 있었습니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기만 해도 행복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물건은 무엇인가요.


“2007년에 산 오메가 컨스틸레이션 시계가 기억에 남아요. 1970년대 초반에 나왔던 시계였습니다. 45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큰 마음을 먹고 산 시계였어요. 당시에는 큰 돈이였죠. 오메가 빈티지 시계를 수집한다고 하면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 아이템이었습니다.”

/남승민 씨 인스타그램(@Thisretrolife) 캡처

-책 ‘디스 레트로 라이프’를 발간했다고요.


“가게와 작업실에 있던 물건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시계 이야기가 많습니다. 저를 거쳐 갔던 빈티지 제품의 사진과 사연을 담았습니다.”


-취미는 무엇입니까.


“필름 카메라를 사 모으고 판매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진 찍는 게 취미가 됐습니다. 사진이 잘 찍히는지 확인해야 하다 보니 매일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또 유튜브 채널 ‘디스 레트로 라이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카메라마다 사용법이 다릅니다. 필름 카메라에 관심이 많거나 구매해서 쓰시는 분을 위해 사용법을 찍어서 올리기 시작했어요.”

출처: 레드벨벳 슬기 인스타그램(@hi_sseulgi) 캡처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는 레드벨벳 슬기.

-매출이 궁금합니다.


“요즘 필름카메라가 인기가 많습니다. 마니아층이 있어요. 한 달에 50개 이상 팔립니다. 재구매율도 높습니다. 필름 카메라의 매력에 빠지면 또 다른 기종이나 새로운 브랜드의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싶어합니다.


필름 카메라는 보통 5만~10만원, 안경이나 시계는 5만원 이하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가격대가 높지 않아 빈티지 제품을 사 모으는 것을 취미로 즐기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꿈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필름 카메라를 사 모으고 팔았던 지식과 경험으로 다양한 사진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카메라마다 찍히는 사진의 느낌이 다릅니다. 또 빈티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살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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