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문 잠그고 공부하던 독종 해병은 이렇게 됐습니다

조회수 2020. 9. 24. 11: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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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 졸업 후 10년, 대한민국 최연소, 최다 기능장 보유자 됐습니다"
법무부 인천출입국 신은배 주무관
용접, 판금 등 국가공인 4개 기능장 자격 취득
고교 땐 망치질 실습에 손가락 힘줄 끊어지기도
화장실·연병장 가리지 않고 공부했던 해병

“슬럼프가 찾아오면 새벽에 나가 동네를 뛰었습니다. 그때 새벽 3시 빵가게에선 반죽을 빚는 제빵사를 봤어요. 새벽 4시에는 거리를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이 계셨죠. 새벽 5시 이후로는 직장인들이 첫 차를 타러 집을 나섰습니다.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부지런히 살고 있더라고요.”


신은배(29) 주무관의 지인들은 그를 ‘독종’이라 부른다. 30세 이전에 4개의 기능장을 취득하기까지 그는 단 한순간도 헛되게 보낸 시간이 없었다. 기능장이란 국가기술자격의 최상위 등급으로 기술 자격증의 최고봉이다. 우리나라엔 총 27종류의 자격증이 있다. 그중 신 주무관이 보유한 기능장은 4가지(용접·판금제관·에너지관리·배관)다.

출처: jobsN
법무부 인천출입국에서 만난 신은배 주무관.

기능장을 따려면 일정 기간 이상의 경력과 기능사와 산업기사 자격증이 필요하다. 신 주무관은 용접 기능장을 제외하고 기능사(1년 경력)→산업기사(5년)→기능장 순으로 단계를 밟았다. 공업고등학교·폴리텍 전문대 졸업 후 군대에서도 쉬지 않고 공부했다. 군에서는 화장실 문을 걸어 잠그고 공부에 매진했다. 2012년 군 전역 후 한 달 뒤 치른 기술직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우정관리본부를 거친 신 주무관은 올해 9월부터 법무부 인천출입국 외국인청 관리과에서 일하고 있다. 맡은 일은 기계설비와 물품관리다. 대한민국 기술 명장의 꿈을 이루기 위해 10년 기간 동안 4시간 이상 자본 기억이 없다는 신 주무관을 만났다.


-어떻게 처음 기술을 배우게 됐나.


“고향이 경기도 연천이다. 아버지께서 보일러 설비 가게를 운영하셨다. 중학교 때부터 아버지 일을 도와드리며 자연스럽게 접했다. 다행히 손재주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일을 하다 아버지께서 다치시는 모습을 볼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술자로 크게 성공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30살 전에 기능장을 취득하는 게 목표였다.”

출처: 본인 제공
해병1사단 기술병 복무 당시 보일러·배관 등을 관리하는 모습.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노력을 했을 것 같다.


“2008년 의정부공업고등학교 재학 중 지방기능경기대회 판금분야에서 은메달을 수상했다. 근처 판금덕트 가게에서 기술을 배웠다. 저녁때 학교로 돌아오면 실습실에서 새벽까지 훈련했다. 집에서 학교까지 3시간이 걸렸다. 1년 내내 집에 가지 않고 교무실에서 먹고 잤다. 매일 망치질을 하다 오른쪽 손가락 힘줄이 끊어지기도 했다. 방학엔 실무 경험을 하기 위해 보일러·철공소·주물 공장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집에 가는 날이 한 해에 설과 추석 명절 5일밖에 없었다. 나머지는 미친 듯이 배웠다.”


-군에서는 어떻게 기술 자격증을 취득했나.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해병대 1사단 정비대대에 있었다. 당시 해병대에선 상병 이하로는 자기 시간을 갖지 못하게 했다. 모두 잠든 시간에 화장실에 책을 갖고 들어가 문 뒤에서 공부했다. 연병장 흙바닥에다 판금제관 전개도를 그려가면서 연습했다. 머리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수십 번도 넘게 했다. 주위에선 ‘그게 되겠나’고 핀잔을 줬다. 다들 부정적으로 말했지만 그럴수록 군에서도 내가 보여주겠다 다짐했다. 결국 판금제관·보일러 산업기사를 취득했고 가스산업·용접기사 필기에 합격했다.”

출처: 본인 제공
퇴근 후 공부를 하는 모습.

◇군 전역 한달 후 치른 공무원 시험 합격···직장 다니며 기능장 취득


신 주무관이 목표를 이루고 나니 군부대 전체에는 자기계발 열풍이 불었다. 상병 이하로는 공부를 금지했던 해병 1사단이었다. 그가 전역할 때쯤 다들 자격증 취득에 관심을 쏟아 모범 분대에 선정될 정도로 학구열이 높았다. 2012년 10월 제대 후 11월에 기술직 공무원 시험을 치렀다. 그해 우정국 기술직 9급 공무원으로 입사했다.


-원래 기술직 공무원을 할 생각이었나.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진로를 설계할 당시 여러가지 안을 생각했다. 일반계고등학교를 갈 경우와 공업고등학교를 갈 경우, 대기업을 간다면 혹은 공무원 시험을 치른다면, 해병대를 갈 경우, 육군에 갈 경우 등 수많은 선택지마다 계획을 세웠다. 공무원으로 목표를 잡은 것은 부모님 때문이었다. 사기업에 간다면 포항으로 갈 확률이 높은데 집안에 일이 있을 때 찾아뵙기 너무 멀 것 같았다. 공무원은 집 근처로 발령이 나니 언제든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또 꾸준히 자기계발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고졸 출신이라는 한계도 고려했다. 공무원이 된다면 일반 기업에서 겪는 4년제 대학 졸업자와의 차별도 없을 거라 생각했다.”

출처: jobsN
내외국인의 출입국 관리와 국내체류 외국인에 대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무부 인천 출입국 외국인청 소속 직원들. 인천 외국인청에는 하루 평균 약 500명 정도의 인원이 방문한다.

신 주무관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목표대로 4개의 기능장을 취득했다. 우체국에 입사한지 2~3년이 지나자 업무가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곧바로 공부에 매진했다. 4시간 이상 자본 날이 없었다고 한다. 퇴근 후엔 공구 상가에 들러 질문하면서 현장 기술을 익혔다. 25세에 판금제관기능장에 합격했다. 이후 용접·에너지관리·배관기능장을 취득했다. 2018년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대한민국 최연소·최다 기능장으로 선정됐다. 2019년 9월 우정관리본부에서 법무부로 경력 특채 선발됐다. 법무부 인천출입국 외국인청은 내외국인의 출입국 심사에 관한 사무를 보는 법무부 산하 행정기관이다. 당시 경력 특채 경쟁률은 48:1이었다고 한다.


◇목표를 이루기까지 흔들리지 않는 방법 세 가지


-하루 일과는 어떤지.


”새벽 4시30분에 일어난다. 6시30분에 출근한다. 아내가 출산을 앞두고 있어 야근하지 않기 위해 일찍 출근하는 것이다. 퇴근 후 집안일을 돕다 9시30분부터 새벽 1시까지 공부를 하거나 기술서적(수험서)을 쓰는데 시간을 보낸다. 용접·에너지관리·배관·공조냉동 등 기술 분야의 기술서적을 무료로 집필하고 있다. 지금까지 공조냉동기계기능사 실기, 배관기능장 기출문제 해설집을 냈고 앞으로 용접기능장, 공조냉동산업기사 실기 등을 출판할 예정이다.


주말엔 주민자치센터 설비 정비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한국가스기술인협회에서 국가기술자격증 실기 시험을 대비한 무료 스터디를 열어 기술을 전수한다. 또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국가기술자격증 실기시험 감독관으로도 봉사하고 있다. 기능장 시험은 주로 50대 넘은 기술자분들이 치르신다. 어린 내가 기능장 시험장을 감독하면 응시자들이 불편할 것 같아 산업기사 시험장을 주로 맡는다.”

출처: 본인 제공
신 주무관이 한국가스기술인협회 소속 기술재능 봉사(왼쪽)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국방부 기술검정 실기 시험감독을 맡은 모습.

-다음 목표는 무엇인지.


“가정을 이루고 나서는 목표가 좋은 남편, 능력 있는 아빠가 되는 것이 됐다. 간단한 것 같은데 정말 힘든 과제다. 다음달 태어나는 아기를 위해 이유식 만들기도 틈틈이 공부중이다. 공적으로는 앞으로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책이나 봉사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내가 해왔던 학습 방법과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다. 대한민국 기술이 발전하려면 기술자들이 보다 좋은 대우와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판금제관 분야로 특허를 내면 기업들에게 더 많은 일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


-주변의 냉소와 슬럼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는 방법을 알려준다면.


“가끔 ‘나만 이렇게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세가지 방법으로 이겨낸다. 첫째로 마라톤에 도전한다. 마라톤을 연습하기 위해 새벽에 동네를 뛴다. 뛰다 보면 모두들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새벽 세시 빵가게 조명을 보면서, 다섯시 직장인들이 첫차를 타는 모습을 보면서 깨닫는다. 나만 힘든게 아니라고 되새길 때가 많다. 또 EBS 프로그램 중 ‘극한직업’을 자주 본다.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을 해내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동기부여를 한다. 마지막 방법은 사랑하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가족만 있으면 그 어떤 불행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다. 앞으로도 이 방법으로 목표를 이뤄나갈것이다. ‘그게 되겠어?’라고 냉소하는 사람들에게 ‘그걸 했다’고 보여주고 싶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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