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매일 아침 숙취에 시달리던 증권사 직원이었습니다

조회수 2020. 9. 24. 13:26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숙취에 시달리던 제가 이걸로 연매출 50억 찍었습니다
미디어 커머스 업체 ‘아샤그룹’ 이은영 대표
페북, 인스타 이용자 데이터 분석한 e커머스로
숙취해소제, 각질제거제, 어성초 비누 등 잇달아 히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타임라인에는 종종 광고가 등장한다. 대부분 미디어 커머스 기법을 사용한 광고다. 영상이나 사진 같은 콘텐츠를 통해 고객들과 소통하고 동시에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미디어 커머스라고 한다. 스마트폰이 활성화되고 SNS가 발달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평소 브랜드의 충성도를 높이는 마케팅에 관심이 많던 이은영(39)씨는 증권회사에서 일하다 2017년도에 미디어 커머스 회사 ‘아샤그룹’을 창업했다. 제품 제작부터 마케팅 홍보까지 치밀한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한 그는 현재 숙취해소 음료 '네버다이'를 앞세워 연 매출 50억원 이상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본인의 직업을 브랜드 마케터로 소개한 그를 만나봤다.

jobsN

- 회사 이름이 ‘아샤 그룹’이다. 스타트업인데 이름만 보면 대기업 같다.


“아샤(achats)는 프랑스어인데 쇼핑이라는 뜻이에요. 2년 전에 창업할 때 지은 이름이죠. 사람들이 우리 회사를 이용할 때 좋은 쇼핑의 기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마음에 그렇게 지었어요. 창업할 당시 함께 시작한 6명이 모여서 아샤 뒤에 컴퍼니를 붙일지 티브이를 붙일지 고민하다가, 이왕 시작하는 거 미래에 그룹으로 만들어보자는 야심찬 꿈을 가지고 회사 이름을 아샤 그룹이라고 지었습니다. 현재는 22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어요.”


- 미디어 커머스가 무엇인가. 쉽게 설명 부탁드린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같이 밀레니얼 세대들이 가장 많이 머물고 활동하는 플랫폼인 ‘뉴미디어’와 전자상거래를 뜻하는 ‘e 커머스’를 합친 단어에요. 플랫폼 안에서 영상이나 카드 뉴스 같은 다양한 광고 콘텐츠를 보여줘서 바로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미디어 커머스입니다. 플랫폼 이용자들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적재적소에 광고할 수 있어서 저비용 고효율의 마케팅이 가능해요. 미디어 커머스 시장이 확장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평소 마케팅에 관심이 많았나.


“첫 직장은 방송국이었어요. 시사제작국에서 3년 정도 일하다가 사업을 하고 싶어서 친구들과 함께 레저 사업을 시작했어요. 회원을 모집해서 월별로 레저와 먹거리를 함께 제공하는 아이템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7월에는 래프팅과 삼겹살 먹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이었죠.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그런데 회사가 성장하자 동업했던 친구들 간에 지분을 놓고 갈등이 생겼어요. 어린 마음에 상처를 입고 첫 사업을 그만뒀습니다. 당시 회사의 시스템이나 운영 방식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면 슬기롭게 해결할 수도 있었을 거라는 후회가 생기더군요. 그래서 더 공부해서 다시 사업에 도전해보자는 생각에 대학원을 진학했어요.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을 전공했습니다. 특히 제가 관심 있었던 브랜드 로열티에 대해 공부했어요. 하나의 브랜드에 몰입했을 때 얼마나 충성할 수 있는가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예를 들면 애플을 좋아하는 ‘앱등이’에 대해 연구하는 거죠. 브랜드에 충성하면 어떤 시너지 효과가 생기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마케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출처: 본인제공
회의하는 중.

- 창업을 하겠다는 생각은 언제쯤 하게 됐는지. 창업 과정도 궁금하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증권사에 입사했어요. 창업의 꿈은 가지고 있었지만 우선 창업 자금을 위한 돈을 모아야 했고, 사회 경험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증권사에서는 해외 트레이딩을 담당했어요. 나중에는 홍보 마케팅 업무를 맡았는데 결과적으로는 창업에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트레이딩과 마케팅을 통해 숫자와 타이밍에 대한 감각을 배울 수 있었거든요.


증권사에서 7년 일하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의 길로 나섰어요. 2013년에 클라우드 브로커리지 서비스와 마케팅을 대행해주는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기업에서 이벤트를 진행할 때 가상 서버를 제공하면서 마케팅을 해주는 일과 광고를 했을 때 얼마만큼 홍보 효과가 있는지를 추적할 수 있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주로 했어요. 이 사업을 2년 정도 했었는데, 영업 인력과 서버 운영을 위해서는 개발자가 많이 필요했어요. 직원 4명의 작은 회사로 한계가 느껴졌습니다. 아쉽지만 문을 닫았어요. 쓰라린 경험이었죠.


그때 마침 콘텐츠 제작 업체 메이크어스에서 커뮤니케이션팀 이사로 일해달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앞으로의 미래는 미디어와 관련된 사업이 발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어요. 홍보 마케팅 업무를 맡았는데, 영상 콘텐츠에 광고를 실었을 때 그 광고가 누구에게 어디까지 도달하고 소비자가 어떻게 반응 하는지에 대한 트래킹을 보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미디어와 전자상거래의 결합이 향후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거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래서 미디어 커머스로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jobsN

- 미디어 커머스로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우선 제품을 기획하고 개발해요. 그리고 제품을 브랜드화 시켜서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 마케팅을 전개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트래킹을 하죠. 브랜드 제품을 만들고 홍보하고 판매하고 추적하는 것까지 하나의 팀이 맡아서 진행합니다.”


- 제품을 만드는 것부터 홍보와 판매까지 적은 인원으로 가능한 일인가.


“최근에는 제조 단계부터 소량으로 제품을 주문할 수 있을 정도로 분업화돼있는 업체들이 많이 있어요. 제품 개발 단계부터 전문 업체와 협업을 합니다. 생산이나 유통도 모두 외주 업체를 이용해요. 덕분에 우리 직원들은 적은 인력으로 상품 기획이나 영상 콘텐츠 제작,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대신에 제품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위해서 제품을 만들 때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쳐요. 숙취 해소 음료 ‘네버다이’의 경우 제약 업계에서 숙취 해소제만 25년 연구하신 제약회사의 전문가와 협업을 했어요. 여러 단계의 테스트를 거치고 정부에서 주는 인증도 받아서 출시했습니다.”


- 출시했던 브랜드 중 어떤 제품들이 반응이 좋았나.


“작년에 출시했던 셀로몬(Cellomon) 발각질제거제는 론칭 5개월 만에 20만개 이상이 판매됐고, 매월 1만개 이상이 판매되고 있어요. 셀로몬 어성초 비누도 누적 60만개 이상이 판매됐습니다. 숙취해소음료 ‘네버다이’도 반응이 좋아요. 출시 1년 만에 50만병 이상이 판매됐고, 편의점과 약국, 마트에도 입점했습니다.”


- ‘네버다이’의 아이템은 어떻게 나왔는지.


“사실 제가 필요해서 만든 음료에요. 술자리를 좋아합니다. 창업하기 전에 증권사에서 법인 영업을 하다 보니 회식도 많았어요. 그런데 증권사 특성상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하려다 보니 늘 숙취 해소가 절실했어요. 그래서 내가 제일 필요한 걸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기획했습니다. 네버다이를 기획할 때 콘셉트가 제품 이름처럼 ‘끝까지 죽지 말자’ 였어요. 음주를 마치는 순간까지 ‘멀쩡하게’, 그리고 다음날에도 ‘멀쩡하게’ 출근할 수 있는 숙취해소 음료를 만들고 싶었죠. 그래서 숙취해소와 함께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아르기닌이나 마카 성분도 첨가했습니다.”

출처: 본인제공
술 마시는 걸 즐긴다.

- 아샤 그룹 마케팅의 비법은 무엇인가.


“소비자들의 반응을 철저하게 분석해서 적은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해요. 네버다이의 경우 페이스북 코리아와 함께 2달간 광고를 본 사람들을 분석하는 실험을 하고 있어요. 광고를 본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은 어떻게 다른지, 구매할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 연예인을 통해 홍보할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어떻게 효과가 달라지는지를 분석합니다. 브랜드 충성도를 강하게 만들 방법을 찾는 거죠.


기존의 미디어 커머스 광고 방식은 브랜드 충성도를 쌓는 데 단점이 있어요. 고객들이 브랜드를 인지하지 못하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물건을 샀는데, 그 물건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셈이죠. 그렇다 보니 후발주자 업체에서 비슷한 제품을 만들면 쉽게 고객을 뺏기게 됩니다. 정확한 분석을 통해 어떻게 브랜드의 인지도를 쌓고 점점 브랜드에 몰입시킬 수 있는지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네버다이는 그래서 세 가지 광고를 순차적으로 노출시키고 있어요. 일반인을 모델로 하는 광고, 모델 없는 강렬한 이미지 광고, 연예인 하하를 모델로 하는 광고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제작했어요. 그리고 세 가지를 순차적으로 노출시켜서 테스트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광고를 본 소비자들의 반응을 분석하고 있는데, 지난 한 달간 실험 결과를 보니 소비자의 반응이 전보다 4배 이상 좋아졌어요.”


- 여러 브랜드를 동시에 런칭해서 사업을 진행하려면 사업 자금이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


“시작할 때는 벌어놓은 돈과 퇴직금을 합쳐 5000만원으로 시작했어요. 법인을 설립하고 3개월 만에 5억원의 엔젤 투자를 받았어요. 회사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전문 투자자와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벤처캐피털에서 투자 제의가 왔어요. 총 70억원을 투자 받았습니다. 아샤 그룹의 미래를 보고 투자해준거죠. 회사는 현재 연매출 50억원 수준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jobsN

-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다면.


“창업 한 첫 해에 문 닫을 뻔한 적이 있어요. 초기에 5억원의 투자를 받고 야심차게 시작했는데, 어느 직원이 문제를 일으켜서 큰 손해를 입혔어요. 투자금을 일부를 많이 까먹은 거죠. 사람 문제로 휘청였습니다. 그때 정말 힘들었어요. 돈 쓸 곳은 많고 회사 잔고는 줄어가고, 나중에는 제 통장에 있던 예금 3000만원을 털어서 직원들 월급을 준 적도 있어요. 위기를 극복하고 회사가 성장하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그 기억 때문인지 짠돌이가 됐어요. 철두철미하게 분석해보고 계산해서 지출하고 있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파일첩만 수십 권이 됩니다.”


- 바쁠 것 같다. 회사를 경영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사업을 시작하면서 하루에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어요. 아마 스타트업을 하는 분들이라면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실 것 같아요. 25일에 직원들 월급을 다 줄 수 있을까 늘 고민하니까요. 어떤 땐 잠이 오지 않아요. 대표들은 주말이 없는 것 같아요. 주말에 회사에 나와서 일하다가 최근에 아예 회사 근처로 이사해서 주말에는 집에서 일하기 시작했어요. 좋아하던 술자리도 줄였어요. 지속적으로 실무를 봐야 하기 때문에 술을 많이 먹으면 지장이 생길 것 같더군요. 요즘은 집에서 가끔 혼술을 즐기곤 합니다.”


- 취미가 무엇인가.


“콘텐츠를 보고 분석하는 게 일이다 보니 취미도 그쪽으로 변했어요. 예술 작품 보는 걸 좋아해요. 웹툰을 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주말에 100여 편을 몰아서 보기도 해요. 웹툰에서 읽은 좋은 대사들은 나중에 아이디어로 활용할 수 있어서 틈틈이 적어 두기도 합니다.”


- 꿈이 있다면.


“소비자들이 정말 좋아하는 브랜드를 만들어보는 게 꿈이에요. 당장의 매출보다는 제가 만드는 브랜드의 인지도와 충성도를 높이고 싶어요. 브랜딩에 성공하면 매출은 꾸준히 성장하거든요.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사업이 성공 궤도에 오르면 마케팅과 컨설팅 기법으로 교육 사업을 하고 싶어요. 많은 굴곡을 겪으며 가지게 된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가르쳐주고 싶습니다.”


글·사진 오종찬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