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앞에서 기죽지 않게 만들었더니 120억 찍고 150억 초읽기

조회수 2020. 9. 24. 13: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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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로 연주하던 제가 가방을 만들게 됐습니다
국내 최초 디자이너 가방 브랜드
로사케이 김유정 대표
국내 가방 브랜드 글로벌 가능성 보여줄 것

어린 나이부터 첼로를 시작했다. 예술중학교·예술고등학교를 거쳐 한국예술종합대학교까지 소위 ‘음악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그러나 마음 한 켠에는 늘 디자인 공부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첼로에는 재능이 있었다면, 디자인은 그의 꿈이었다. 16년간 연주한 첼로 대신 디자인 공부를 시작하겠다고 결심하기 위해 큰 용기가 필요했다. 대학 졸업연주회를 끝낸 후 부모님께 ‘전공을 바꾸겠다’고 선언했고, 곧 프랑스 파리 3대 패션 학교인 스튜디오베르소로 유학 갔다. 국내 최초 디자이너 가방 브랜드 ‘로사케이(ROSA.K)’ 김유정(42) 대표의 이야기다.


일찍이 패션 산업이 발달한 유럽이나 미국은 디자이너 브랜드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샤넬, 구찌 등 해외 명품 브랜드 역시 디자이너 브랜드로 시작해 패션 브랜드로 성장했다. 그러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시장은 규모를 측정할 수 없을 만큼 불모지에 가깝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은 해외 브랜드 제품보다 질 떨어진다’는 편견이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기 브랜드를 꿈꾸는 많은 국내 디자이너들이 안정성을 위해 패션 회사에 근무한다. 김 대표는 해외 패션 브랜드 디자이너, 국내 의류회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브랜드의 디자인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를 거쳐 2011년 가방 브랜드를 만들었다. 국내에서 디자이너 가방 브랜드가 살아남기 힘들다는 만류에도 도전했고, 현재 로사케이는 태국·일본·중국 등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또 서울 패션위크(SFW·국내에서 열리는 가장 큰 패션쇼)뿐 아니라 유럽 패션쇼 등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출처: 로사케이 제공
로사케이 김유정 대표.

-소개 부탁드립니다.


“가방 브랜드 로사케이의 대표이자 가방 디자이너 김유정입니다. 로사케이는 자신있게 들 수 있는 가방을 만들기 위해 시작된 브랜드입니다.”


◇ 16년간 연주한 첼로 대신 디자인 공부 시작해


-가방 디자이너가 되기 전에는 첼로를 전공하셨어요. 


“16년동안 첼로를 공부했죠. 그러나 사실 디자인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첼로 연습을 할 때도 악보에다가 그림을 그리면서 연주했습니다. 예술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도 늘 디자인과 친구들을 부러워했어요. 대학 진학 후 더 늦어지면 영영 도전할 수 없을거란 생각이 들어 졸업연주회가 끝나고 스튜디오베르소로 유학 갔습니다. 스튜디오베르소는 틀에 갇힌 교육 방식이 아닌 학생의 재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옷, 양말, 속옷, 가방 등 디자인 전 분야를 배우면서 어떤 디자인을 지향할지 정립하는 시간이었죠. ”


-디자인 분야 중에서도 왜 가방이었나요?


“첼로를 배울 때 음악회에 가는게 일상이었습니다. 그때 부모님께서 늘 손가방을 쥐어주셨어요. 남들은 책가방 매고 학교 다닐 때 저는 첼로 케이스와 미니백을 들고 다닌거죠. 자연스럽게 가방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가방 디자이너가 되기 전까지 오랜 시간 쇼퍼(Shopper·물건을 사러 백화점이나 상점에 온 사람)였습니다. 마음에 드는 가방이라면 명품 브랜드, 디자이너 브랜드, SPA, 보세 등 가리지 않고 사용했습니다. 다양한 가방을 경험해보니 '비싼가방 = 좋은가방'이라는 공식에 의문이 들었습니다. '느낌있지만 질좋고 합리적인 가격의 가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국내는 해외와 달리 디자이너의 철학과 생각이 담긴 가방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졸업 후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이자벨 마랑(Isabel Marant), 마틴 싯봉(Martine Sitbon)과 영국 패션 브랜드인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에서 디자이너로 일했습니다. 이자벨 마랑, 마틴 싯봉, 비비안 웨스트우드 모두 개인 디자이너 브랜드가 패션 브랜드로 성장한 경우죠. 국내에서도 디자이너 브랜드가 성공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2005년 국내로 돌아가겠다고 결심했죠. 귀국 후 패션 회사 한섬이 운영하는 브랜드인 ‘마임’의 패션컨설팅팀, 의류 브랜드 미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팀에서 일했습니다. 2010년쯤 디자이너 컨템 시장이 커지면서 가방 브랜드 또한 지금이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011년부터 로사케이를 인큐베이팅(Incubating)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가방 브랜드를 만들기까지 망설이지 않았나요?


“회사에 소속돼 해외 경험을 토대로 국내 패션시장에서 컨설팅하는 과정은 힘들기도 했지만 재밌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러나 패션 특히, 가방 브랜드는 대기업의 시각보다는 디자이너의 철학이 담길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디자이너 경험, 컨설팅 경험, 다양한 가방을 사용했던 소비자의 입장 등을 토대로 직접 가방 브랜드를 만들었습니다. ‘해외 명품 브랜드 못지 않은 가방’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2011년에 1인 회사 체제로 시작해 디자인, 마케팅팀 등 파트너가 증가했죠.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제시카, 최강창민 등 연예인과 해외 에디터·바이어들이 문의해왔습니다. 2014년부터 본격적인 브랜드 확장이 시작돼 생산이 증가하고 회사 규모도 커졌습니다.”

출처: 로사케이 제공
로사케이 가방을 착용한 연예인들.

첼로 연주하던 제가 가방을 만들게 됐습니다

◇ 국내 가방 브랜드 힘을 보여주고 싶어


-로사케이는 어떤 가방을 만드나요?


“로사케이는 ‘명품 앞에서 자신감 있게 들 수 있는 가방’을 목표로 합니다. 기본적인 컨셉은 뉴에이지 클래식입니다. 무엇보다 질 좋은 가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아무리 멋져도 잘 만들어지지 않은 가방은 몇 번 사용하고나면 손이 가지 않아요. 그래서 트렌드와 질 그리고 합리적 가격 이 셋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늘 노력합니다. 평균 20만~50만원정도의 가격선을 유지합니다. 또 디자이너 브랜드이기 때문에 커스터마이징 제품 제작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국내외 VIP나 특정 바이어가 원하는 제품을 특별 제작하고 있습니다. 제품 소재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데 이런 가방은 대부분 개별 고객에게 의뢰 받아 진행합니다.”

출처: 로사케이 제공
로사케이 카바스 백.

-어떤 제품이 사랑받나요?


“로사케이 인지도를 높이는데 일조한 가방은 ‘푸키백’입니다. 푸키백은 어린 시절 음악회를 다닐 때 부모님이 주셨던 가방에 영감을 받았습니다. 복 주머니 형태에 손잡이 끈이 한 개만 달려있는 게 특징이죠. 2012년에 처음 선보였을 때 많은 여자 연예인들이 구매해 착용했고, 유명세를 타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후 미러리스 소재에 로사케이가 직접 제작한 웃는 이모티콘을 그려 ‘푸키 스마일백’을 출시했습니다. 중국 면세점 입점 당시 매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을 만큼 여전히 인기가 많습니다”

출처: 로사케이 제공
로사케이는 다양한 디자인의 가방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로사케이의 위치는 어떤가요?


“태국 백화점, 일본 비아 버스 스톱(Via Bus Stop) 등에 입점해있습니다. 비아 버스 스톱은 일본 대표 편집샷으로, 가장 인기있는 스타일이나 유행할 패션이 궁금하다면 꼭 들려야 할 장소로 불립니다. 일본에서 특히 로사케이 가방을 많이 찾으세요. 또 뉴욕 박람회와 유럽 패션쇼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패션쇼를 진행하면서 중동 국가로부터 입점 문의를 받아 조율 중입니다.”


-매출도 많이 증가했겠어요.


“2017년 매출은 68억원이었고, 작년은 약 2배 증가한 120억원 정도였습니다. 해외 백화점 및 면세점 입점 후 반응이 좋은 덕에 2018년에 매출이 급상승했습니다. 더불어 2018년 MBC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에 협찬 제의를 받고 가방 제품을 제공했는데 드라마 방영 중 로사케이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로 관심받았습니다. 그 덕에 국내 인지도가 많이 상승했습니다. 올해 매출은 15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출처: MBC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 캡처
드라마에 등장한 로사케이 제품.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요?


“국내 디자이너 가방 브랜드로서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로사케이 가방을 자신 있게 들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이자 숙제입니다.”


글 jobsN 박한솔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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