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인들은 싫어할까?' 이런 고민하다가 만들었죠

조회수 2020. 9. 24. 14: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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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왜 심리 상담받기 싫어할까 고민하다 시작했죠
“정신건강도 체력처럼 평소에 관리하세요”
우울증으로 상담받은 경험으로 창업
김동현(30) 휴마트컴퍼니 대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우울증 때문에 10개월 동안 상담 센터에 다녔다. 전문가와 만난 뒤 증상이 나았고, 비슷한 문제를 겪는 주변 사람에게도 센터에 가보라 권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대부분 부정적이었다. 자신이 심리 상담을 받는 게 알려질까 봐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또 높은 상담료도 부담스러워했다.


그는 방치하면 심각해질 수 있는 마음의 병을 혼자서 끙끙 앓는 사회 분위기가 문제라고 봤다. 전문 기관을 찾지 않아도 상담을 받을 수 있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2016년 직접 비대면 상담 서비스를 기획하고 ‘트로스트(trost)’를 선보였다. 지금까지 이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은 2만5000명. 김동현(30) 휴마트컴퍼니 대표의 창업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휴마트컴퍼니 제공
김동현(30) 대표.

-휴마트컴퍼니는 어떤 회사인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는 트로스트 운영사다. 고객의 고민에 맞는 상담사 세 명을 추천하고, 한 명을 정하면 연결해준다. 상담은 문자나 전화로 한다. 일반 상담센터에서는 50분에 7만~10만원을 받지만, 우리는 같은 시간에 1만~5만원만 내면 된다. 11월8일부터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챗봇 서비스도 제공한다. 24시간 마음을 관리해주는 멘탈 케어 서비스를 도입한다.”


-비대면이라면 상담사의 전문성이 관건일 것 같다.


“상담사 8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 상담·심리·임상 분야 석사 학위 취득자다. 한국상담심리학회나 한국상담학회에서 상담심리사·전문상담사 2급 이상 자격증을 딴 사람들이 활동한다. 상담 기관에서 일하면서 일정이 비는 시간에 상담하거나, 종일 근무하는 프리랜서도 있다. 이들은 건별로 상담료 일부를 받는다.”


-대면 상담이 주는 신뢰도 있지 않나.


“지금까지 상담사 대부분 대면 기반 상담을 배웠다. 몸짓·손짓·표정·시선 등 비언어적 표현에서 나오는 효과가 큰 것도 맞다. 그런데 우리는 시장 자체가 전문가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게 문제라고 봤다. 효과를 떠나 상담이 필요한 사람이 전문가를 찾지 않으면 전문가의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고객 중심 시장으로 바꾸려 했다.


비대면 상담은 익명성을 보장받을 수 있고,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 상담이 가능하다. 이런 특성이 고객과 상담사 사이의 라포(rapport·친밀감이나 신뢰관계) 형성에 유리하다는 논문이 있다. 또 불안·섭식·사회공포증 분야에선 비대면 상담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출처: 휴마트컴퍼니 제공
트로스트 서비스 화면. 챗봇 서비스도 도입한다.

-상담 기록이 남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은 없나.


“고객이 요청하면 데이터 서버에 있는 상담 기록을 지워준다. 하지만 실제로 상담 기록을 삭제하는 고객은 5% 미만이다. 오히려 문자 상담 이후 일정 시간이 흐른 뒤에 예전 상담 내용을 보고 싶어 하는 고객이 많다. 자신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눈으로 보고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대면 서비스에 없는 장점으로 받아들이는 고객이 많다.”


-챗봇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지난 2년간 챗봇 서비스를 도입하려고 자연어 처리 기술과 기계학습 모델을 연구했다. 24시간 정신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텍스트를 분석해 감정 8개로 세분화하는 감정분석 솔루션을 개발했다. 보통 우리가 어떤 상황을 마주할 때 분노·공포·슬픔 등 구체적으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잘 모른다. 이걸 제대로 아는 게 심리 치료의 핵심이다. 그래서 전문가의 개입 없이도 감정을 알려주는 솔루션을 만들었다. 또 상담 내용을 보고 고객이 어떤 심리적인 고민이 있는지 파악하는 머신러닝 상황분석 연구 모델을 개발했다.

휴마트컴퍼니 제공

이 두 가지 연구를 통해 챗봇 서비스를 만들었다. 챗봇으로 심리검사를 하거나 고객 심리 상태를 알려주는 보고서를 자동으로 쓴다. 그러면 기존에 고객이 상담사를 찾기 전에 스스로 해야 했던 자가진단이나 심리 평가를 챗봇이 대신할 수 있다. 무료로 챗봇과 상담하면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연스럽게 1대 1 상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매출은 얼마나 나오나.


“지금까지 유료 상담 2만5000건을 했다. 기업을 상대로 EAP(Employee Assistant Program·근로자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EAP는 회사가 복지 차원으로 제공하는 상담 프로그램이다. 기업에서 상담사를 고용하면 주변 사람 눈치 때문에 제대로 이용을 못 한다. EAP는 이 부분을 공략했다. 16개 기업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 중이다. LG와 KT의 복지몰에 입점했고, 근무 지역이 분산돼있거나 외국에 있는 제주항공이나 BGF리테일도 고객사다. 이뿐 아니라 2019년에는 한화생명 드림플러스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한화금융과 협업하고 심리·감정·정신건강 콘텐츠 제공 제휴를 맺었다. 앞으로 더 많은 기업에서 이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휴마트컴퍼니 제공

-사업하면서 겪는 애로사항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남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쓴다.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심리상담 서비스를 이용하기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 또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상담사의 요구도 들어야 하는데, 균형을 맞추는 게 쉽지 않다.”


-앞으로 계획은.


“누구나 한 번쯤 살면서 우울증 같은 심리적인 문제를 겪는다. 지금까지는 사회적으로 마음의 병을 방치했다. 병이 커진 뒤에야 치료하는 분위기였다. 정신건강도 운동하고 식단 짜서 체력을 관리하듯이 다뤄야 한다. 우리는 비대면 상담과 챗봇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시장 저변을 넓히겠다. 언젠가는 누구나 일상적으로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시대가 오기를 바란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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