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객들이 극찬하는 스테인리스 보온 도시락의 정체

조회수 2020. 9. 24. 14: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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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시키신 분"..지역 맛집서 국립공원 입구까지 배달해줘요
국립공원공단 ‘내도시락을부탁해’
재사용 도시락 용기에
지역 농가 반찬들 담아
배송·회수 서비스까지
등산객들 호평 이어져

“공원 입구에서 받아든 도시락 들고 무등산 소풍 갈 생각하니 마음이 설렙니다. 아이디어 내신 분 칭찬합니다.”


부안 특산물 오디를 넣은 ‘변산반도 오디제육볶음’, 계룡산 알밤을 넣은 ‘공주알밤 소불고기’, 남한강 올갱이(다슬기)로 맛을 낸 ‘단양 갱이 도시락’···. 전국 21개 국립공원의 ‘내 도시락을 부탁해’에서 판매 중인 도시락 메뉴들이다. 각 지역 특산물을 주재료로 넣었다.


주문 방법은 간편하다. 산행 하루 전날 카카오톡에서 ‘내 도시락을 부탁해’를 검색한 다음 채팅방을 통해 주문하면 된다. 당일 출발 지점에 있는 탐방지원센터에서 도시락을 배달 받는다. 도시락 용기는 스테인리스로 된 보온 도시락이다. 숟가락·젓가락까지 재사용할 수 있다. 하산하면서 입산 지점 3곳의 도시락 수거함에 빈 도시락 용기를 반납하면 된다. 이 서비스는 산에서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지역 농가를 살리는 데 도움을 줬다는 호응을 받고 있다.

출처: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소백산(왼쪽)과 무등산(오른쪽)에서 내도시락을부탁해 서비스를 이용한 등산객들이 촬영한 사진.

◇깐깐한 심사 거쳐 전국 30개 지역 업체와 협업


전국 도시락 제조 업체 30곳은 모두 국립공원공단이 직접 심사해 선정했다. 맛·청결도·서비스 등을 확인해 소백산 마늘 도시락, 속리산 대추 도시락 등과 협약을 맺었다. 윤상헌 국립공원공단 탐방정책부 차장은 “공단 직원, 외부 전문가, 군청 식품 영양관리부서 공무원 등으로 인력을 꾸려 현장을 방문해 검토했다”라고 설명했다. 가장 먼저 심사를 통과해 도시락을 선보인 업체는 충북 단양의 수수꼭다리다. 신현팔(54) 대표는 10년 가까이 단양에서 지역 농산물로 시골 반찬·장류 등을 만들어 왔다.


“갈대밭으로 유명한 단양 가곡면에서 아내와 함께 농가맛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농가 맛집은 농촌진흥청이 선정한 지역 농산물 활용한 맛집을 말합니다. 단양의 수수와 마늘 등을 넣은 건강식을 만들고 있어요. 그러나 객단가가 높은 메뉴라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작년 소백산 국립공원관리공단과 ‘내도시락을부탁해’ 서비스 협약을 맺었습니다. 2018년 9월부터 12월까지 약 600개의 도시락을 팔았습니다. 산행 도시락은 성수기와 비수기가 나뉩니다. 매일 주문량 편차가 커 하루 0개 주문이 들어올 때도 있고 20~30개씩 단체 주문이 몰릴 때도 있습니다. 주로 주말에 많은 분들이 도시락을 찾으시죠. 올해는 작년보다 주문량이 더 늘었어요.”

출처: 수수꼭다리 제공
단양 가곡면에서 아내와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수수꼭다리' 신현팔 대표(왼쪽), 수수꼭다리는 소백산 국립공원공단과 협약해 도시락을 제공하고 있다.

◇"지역 상권 살리기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에 도움”


도시락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음식 맛이 좋다’며 음식점을 찾는 손님도 늘었다. 신 대표는 “등산객 중 도시락을 기억하고 수수꼭다리 식당을 직접 방문하거나 주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도봉산 내도시락을부탁해를 운영하는 마이맘쿡 류진경 대표는 “산행에서 먹은 도시락이 맛있었던 고객들이 기억해줘 다음 번 잔치나 모임에서 마이맘쿡 도시락을 찾고 있다”고 했다. 지역 사업을 알리기 위해 기획된 서비스인만큼, 인근 상인들이 상생해나가는 계기가 됐다.


산에서의 일회용품 사용 역시 줄고 있다. 국립공원공단 윤상헌 차장은 “친환경 도시락 서비스를 통해 일회용 쓰레기가 많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수수꼭다리 신현팔 대표는 “이쑤시개나 은박지 등 식자재를 고정하기 위해 필요한 일회용품 사용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산에서는 등산객의 움직임이 크다 보니 음식물이 뒤섞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점을 고려해 도시락을 담고 있다”고 했다. 해마다 전국 국립공원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약 1100톤. 랩이나 호일, 플라스틱 포크 등 등산객이 버리고 간 음식 포장재가 대부분이다. 국립공원공단 경주탐방시설과 강유정 팀장은 “지난 10월 한 달 간 서비스를 시행한 결과 총 293개의 도시락을 판매했다”며 “일회용 젓가락·숟가락 사용까지 고려하면 약 600개의 플라스틱 사용을 줄였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출처: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경주의 내도시락을부탁해 카카오 채팅화면(왼쪽). 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도시락을 예약할 수 있다. 오른쪽은 내장산 '내도시락을부탁해' 도시락.

◇배송비 해결·주문 편차 해결이 가장 큰 난관


도시락 협약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배송비가 부담스럽고 주문 편차가 크게 발생한다는 문제다. 마이맘쿡 류진경 대표는 “도시락 판매 가격에는 식자재값만 포함돼 있다”고 말한다. 배송비를 따로 계산하면 1만원 이상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스러운 가격일 수밖에 없다. 수수꼭다리 신현팔 대표는 “최소 4개 수량의 도시락을 주문받아 매일 2회 자동차로 배송과 회수를 나간다”고 했다. 신 대표는 “도시락 배송과 회수 모두 자체적으로 맡고 있어 비용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배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애초에 산 초입에 위치한 식당과 협업한 곳도 있다. 월악산국립공원의 ‘내도시락을부탁해’는 산 입구에 있는 지역 식당들이 만든다. 돼지주물럭·고추무침·더덕무침 등 총 5개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월악산 등산객은 산 초입에 있는 식당에서 도시락을 받아 가 하산할 때 그곳에 반납하면 된다. 월악산 국립사무소 정연우 주임은 “월악산에 가까이 있는 식당과 협업해 배송·회수에 드는 비용을 줄였다”라고 설명했다.

출처: 왼쪽부터 마이맘쿡 제공, SBS 캡처
마이맘쿡 류진경 대표가 만든 도봉산 내도시락을부탁해 도시락(왼쪽). 한 등산객이 도봉산 국립공원사무소에서 도시락을 받아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주문량도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 경주탐방시설과 강유정 팀장은 “전국적으로 내도시락을부탁해 서비스를 시행하라는 의견에 맞춰 21개 국립공원이 운영 중이다”라고 했다. 강 팀장은 “경주 무장봉산의 경우 등산 코스가 2~3시간 내외인데다 산에 내려오면 먹을 곳이 많아 도시락 주문량이 많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지역마다 음식 상권에 차이가 있어 수익이 적게 발생하는 업체도 있었다.


국립공원공단 윤상헌 차장은 “국립공단의 내도시락을부탁해 서비스는 아직 초기 단계”라면서 “여러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차장은 “앞으로 소비자 리뷰와 상인의 의견 등을 받아들여 개선안을 마련해나갈 방침”이라고 했다. 또 등산객을 상대로 한 서비스 외에도 야영장을 찾는 관광객에게도 도시락 배송 서비스를 확장해나갈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윤 차장은 “앞으로도 국립공원공단은 지역 상인들의 수익성 개선과 환경보호 방안을 함께 고민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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