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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 문과생이 만든 이 옷은 그냥 티셔츠가 아닙니다

조회수 2020. 9. 24. 14: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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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빠진 21살 청년이 3·1절 99주년을 맞아 벌인 일
이육사, 윤동주, 남승용 등 일제강점기 인물 재해석
크라우드 펀딩으로 자금 모아 티셔츠 만들어
수익금은 위안부 할머니 ‘나눔의 집’ 등 기부

1919년 3월 1일,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통치에 맞서 독립선언서를 발표하고 독립 만세 운동이 일어난 날이다. 99년이 흐른 2018년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콘셉트로 옷을 제작하는 패션 브랜드 ‘ZOEN’을 만든 21살 청년이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에 저항한 이육사 시인, 윤동주 시인의 작품이나 최초의 동메달리스트인 남승용 선수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담았다. 우리나라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되는 상품 제작하고 싶다는 ‘ZOEN’의 고경표(21) 대표를 만났다.

출처: ZOEN 제공
‘ZOEN’ 고경표 대표.

-자기소개를 해달라.


“우리나라 문화와 역사의 이야기를 의류에 담고 있는 패션 브랜드 ‘ZOEN’ 대표 고경표다. 이육사 시인, 윤동주 시인 등의 작품을 재해석해 옷에 담는다. 이들의 모습을 이미지화 해 옷에 그려 넣는다. 또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 중 현대를 살고있는 우리에게 교훈을 줄 수 있는 구절을 영문으로 번역해 적는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최초의 동메달리스트 남승용 선수의 이야기를 담기도 했다. 남승용 선수가 달리고 있는 모습을 이미지화했다. 모습을 맨투맨, 티셔츠 등 의류를 제작한다. 또 공책, 연필, 양말 등 굿즈도 만든다.”


-창업 계기가 궁금하다.


“광주 동성고등학교를 졸업해 2017년 중앙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어릴 때부터 역사를 좋아하고 관심이 많았다. 역사책과 위인전만 읽을 정도였다. 역사와 문화에는 전세대가 알아야 하는 가치 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게 역사와 문화가 담긴 굿즈를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2018년 조선의 풍속 화가인 신윤복의 ‘월하정인’을 스티커로 만들어서 중앙대학교 플리마켓에서 판매했다.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역사와 문화를 알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했다. ‘패션’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우리나라의 문화와 역사 이야기를 재해석해 옷을 디자인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2017년부터 6개월간 온라인 웹툰 사이트인 ‘배틀코믹스’에서 도전만화에 웹툰을 연재하기도 했다. 아마추어 작가로 자유게시판에 웹툰을 올렸다. 캐릭터를 그려서 이야기를 만들었다.


작년 교육부가 진행한 경진대회인 ‘도전 K-스타트업 2018 대학 창업유망팀 300’에 참가해 선발됐다.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발표했다. 이후 2018년 중소벤처기업부 기술혁신형 창업기업 지원사업에 뽑혔다. 바우처 형식으로 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옷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는 내용이 인상깊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9년 4월 패션 브랜드 ‘ZOEN’을 창업했다.”


-이야기를 선정하는 기준은.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그대로 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평소 우리가 잘 몰랐던 새로운 이야기를 찾는다. 예를 들어 이육사 시인이 독립 운동가로 활동하면서 39년간 17번이나 감옥에 갔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국내 무장투쟁을 위해 무기반입을 준비하기도 했다. 그가 독립운동가로 살았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이육사 시인의 시 ‘절정’을 활용해 젊은 세대에게 그의 투쟁 정신을 알렸다.”

출처: ZOEN 제공
이육사 시인의 실루엣과 시 '절정’을 영문으로 번역해서 담은 이육사 시인 프로젝트.
출처: ZOEN 제공
윤동주 시인의 시 '사랑스러운 추억' 중 ‘아아, 젊음은 그대로 거기 있어라’를 영어로 번역해 담았다.

-진행한 프로젝트가 궁금하다.


“지금까지 4번의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을 진행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여러 사람에게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기업인 ‘와디즈(Wadiz)’에서 펀딩을 했다. 


첫 번째 펀딩은 2018년 10월 진행한 이육사 시인 프로젝트였다. 이육사 시인의 실루엣과 시 '절정’을 영문으로 번역해서 담았다. 독립운동가로서의 모습과 내용을 담았다. 약 1300만원 펀딩에 성공했다. 수익금은 전부 위안부 할머니 후원 시설인 ‘나눔의 집’에 후원했다.


두 번째 펀딩은 2019년 4월에 진행했다. 윤동주 시인 프로젝트로 시 '사랑스러운 추억'을 담았다. 많은 사람이 모르는 시다. ‘아아, 젊음은 그대로 거기 있어라’라는 구절을 영어로 번역해 담았다. 동시대에 살았던 강제 징용 피해자분들의 이야기를 함께 담았다. 펀딩 금액은 650만원이다.

출처: ZOEN 제공
이육사 시인 후속 프로젝트.
출처: ZOEN 제공
지난 7월에 진행한 남승용 선수 프로젝트.

세 번째는 지난 5월 이육사 시인 프로젝트의 후속으로 진행했다. 시 ‘절정’을 담은 반팔 티셔츠를 만들었다. 시 ‘청포도’를 담은 마스킹테이프도 굿즈로 만들었다. 약 670만원 펀딩에 성공했다.


네 번째 펀딩은 지난 7월에 진행한 남승용 선수 프로젝트였다. 남승용 선수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최초의 동메달리스트다. 함께 경기에 나선 손기정 선수는 금메달을 땄다. 많은 사람이 손기정 선수는 알아도 남승용 선수는 잘 모르더라. 프로젝트에는 메달리스트가 아닌 동행자로서의 모습을 담았다. 남승용 선수는 후배 양성에 힘썼다. 1947년 보스턴 마라톤에 나간 서윤복 선수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했다. 36세라는 나이임에도 직접 미국에 가서 태극기를 달고 서윤복 선수와 함께 뛰었다. 서윤복 선수는 세계 신기록을 세우고 우승했다. 티셔츠에는 남승용 선수가 달리는 모습을 그려 넣었다. 또 ‘동행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독일어 ‘Begleitung’을 새겼다. 또 남승룡 선수와 손기정 선수의 베를린 행 기차표를 엽서로 제작하기도 했다. 펀딩 금액은 100만원 정도였다.


현재 다섯 번째 펀딩을 준비 중이다. 백석 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재해석했다. 또 이중섭 화백의 이야기를 담은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주로 일제강점기 때 인물을 다루는 이유가 있나.


“인물 선정은 내부 공모를 통해 진행한다. 일제강점기 때 인물과 이야기를 많이 담으려고 한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아픈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생체실험을 했다는 이야기가 가장 충격적이었다. 이 시기의 인물과 내용을 다뤄야겠다고 생각한 결정적인 이유다. 옷을 구매한 고객이 인물을 추천하기도 한다. 유관순 열사나 한용운 시인 등 더 다양한 인물을 담아달라고 한다. 독립운동가의 모습이 새겨진 옷을 입고 역사와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고 하더라. 뿌듯했다.”


-매출이 궁금하다.


“4차 프로젝트까지 총 약 2700만원 펀딩에 성공했다. 수익금 일부를 위안부 할머니 후원 시설인 ‘나눔의 집’,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한국근육장애인협회에 기부했다. 동행의 의미를 나누고 싶었다.


직원은 총 3명이다. 펀딩 프로젝트를 같이 준비하는 크루는 20여 명이다.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모인다. 대학교 커뮤니티나 외부 공고 등을 통해 함께 일할 사람을 찾았다. 노하우를 공유하고 함께 옷을 만든다.”

출처: ZOEN 제공
'ZOEN'은 현재 다섯 번째 펀딩을 준비 중이다. 백석 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재해석했다.

- 2019년 드림플러스 라이프스타일 액셀러레이팅 크리에이터로 뽑혔다고.


“브랜드를 키워나가고 싶었다. 함께 일하고 있는 멤버가 모두 20대 초반이다. 실무 경험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더 큰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고있던 중 2019년 4월 ‘드림플러스 크리에이터 육성 프로그램 공모전’에 지원했다.


열심히 준비한 만큼 패션앤굿즈 크리에이터로 뽑혔다. 약 6개월간 아카데미 수업을 무료로 들을 수 있었다. 브랜드 론칭, 촬영 방법 등을 배웠다. 룩북 촬영을 지원받고, 전문 멘토의 서포트를 받는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


-셰어하우스인 ’드림하우스’에 최종 합격했다고.


“한화드림플러스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지내는 셰어하우스다. 현재 22명 정도 입주해있다. 각자 1인실을 쓴다. 거실과 주방만 함께 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나누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다.


또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매주 수요일마다 ‘수요심야토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난 8월에는 김영하 작가가 강연자로 나섰다. 9월에는 밴드 아도이의 보컬 오주환씨가 강연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


역사 속 숨은 이야기를 찾는 것을 좋아한다는 고 대표. 현재 ‘리에이크’라는 새로운 브랜드의 정식 론칭을 앞두고 있다. 스토리(story)와 메이크(make)를 합친 말로 ‘스토리를 만들어나간다’는 뜻이다. 기존에 판매하던 맨투맨, 티셔츠 등 의류 외에도 폴라티, 니트, 아우터 등 더 다양한 종류의 옷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문화와 역사 이야기를 옷에 담고 싶습니다. 소중한 우리나라의 가치가 해외에 전달될 수 있도록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싶어요. 옛날 이야기가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재에도 살아 숨쉬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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