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안 된다고 했지만..빵안에 '비빔밥' 넣어 초대박

조회수 2020. 9. 24. 14: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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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비빔밥? 아니여~ 할미 손으로 만든 전주비빔빵 잡숴봐"
‘전주빵카페' 운영 천년누리푸드 장윤영 대표
월매출 350만원 늘 때마다 노인 고용
빵으로 세상을 바꾸는 소셜메이커 목표

동네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작은 빵집 앞에 손님들이 줄을 길게 서 있다. 이 작은 가게에서 파는 빵은 100여종. 모두 국내산 농산물로 만든다. 이 중 가장 인기있는 제품은 전주 특색을 담은 ‘전주비빔빵’, ‘떡갈비빵’, ‘초코파이’다. 매장뿐 아니라 온라인몰에서도 인기 있는 이곳은 천년누리푸드에서 운영하는 ‘전주빵카페’다. 4개 직영점,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데 연 매출만 25억원이다.


이곳이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직원 30명 중 40%가 노인이라는 점이다. 노인 일자리 창출을 돕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돕는 사회적기업이다. 30명의 직원과 함께 전주비빔빵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장윤영 대표다. 그는 전주빵카페를 “빵 굽는 향기로 사람을 모으고, 사람의 향기로 세상을 바꾸는 소셜 메이커”라 칭한다. 장대표에게 이들과 빵을 만드는 이유를 들었다.

출처: 천년누리푸드 제공
장윤영 대표

◇교수에서 빵집 사장으로


전산통계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생활을 하던 중 사회문제에 관심이 생겼다. 편입학 후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졸업하고는 초록 우산 어린이 재단에 들어갔다. 빈곤 아동 가정 위탁 보호, 입양, 장애인 등 사회 문제를 담당했다. 그러나 현장에 있다 보니 정책이 변하지 않으면 세상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석사, 박사 과정을 거쳐 2009년 전북과학대학교 사회복지학 교수로 교단에 섰고 사단법인 ‘나누는사람들’ 이사로도 일했다. 6년 정도 교수 생활을 하다가 천년누리푸드 전주빵카페 경영을 맡게 됐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복지 서비스만으로는 빈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당시 사회 취약 계층의 '일을 통한 자립'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또 아버지가 폐암으로 돌아가셔서 음식에도 관심을 갖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제 주위 환자들이 단팥빵 먹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당분이 많이 들어가 못 먹는 경우가 많았어요. 직접 팥을 삶아 당분을 낮추지만 재료 맛을 유지해 환자들도 먹을 수 있는 빵도 연구했죠. 제과제빵부터 식품영양학까지 공부했습니다. 먹거리 문제, 사회 복지를 위해 현장에서 뭔가 해야겠다고 결심이 섰을 때 전주빵카페 경영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전주빵카페는 사단법인 '나누는사람들'에서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작한 빵집이다. 취지는 좋았지만 지속적인 운영이 쉽지만은 않았다. 장대표가 처음 맡을 때 직원은 4명, 월매출은 500만원 정도였다. 그는 임대료가 저렴한 곳에 가게를 얻어 유동인구도 없던 빵집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2013년 지역경제 활성화와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SK이노베이션 공모사업에 선정돼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

출처: 천년누리푸드 제공
국산 밀로 만든 전주비빔빵(좌), 비빔빵, 초코파이 등이 들어간 전주빵카페 빵세트(우)

◇100번 시도 끝에 전주 대표하는 음식을 빵으로 만들어


전주 관광객은 지역 특색 음식인 비빔밥을 먹으러 식당에 들른다. 그러나 전주 초코파이처럼 선물로 사가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비빔밥을 빵으로 만들어 꼭 전주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먹을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 나누는사람들 이사로 있을 때부터 개발을 시작했지만 대표로 오고 나서부터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모두가 반대했지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으로 6개월 동안 개발에 매달렸다고 한다.


"야채가 들어가기 때문에 수분도 많고 원가도 비싸서 안 된다고 했어요. 저는 만들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빵을 잘 몰랐고 고정관념이 없었기 때문이었죠. 빵에 들어가는 재료마다 적절한 가공법을 찾았죠. 예를 들어 콩나물은 섭씨 몇 도에서 데친 후 몇 분 동안 볶았을 때 수분을 얼마나, 어떻게 유지하는지 직접 해보고 기록하는거죠. 모든 재료를 연구해서 수분조절에 성공했고 특허도 냈어요. 소스는 시골 할머니가 직접 담근 고추장으로 만들어 깊은 맛을 냅니다. 이런 식으로 요리법을 12번 바꿔 2015년 11월에 전주비빔빵을 완성했습니다."


빵을 완성하고 직원 4명과 펑펑 울었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판로 마련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공모 사업에 지원했지만 서류에서 탈락하기 일쑤였고 서류통과 하더라도 빵을 입에 대지 않는 심사위원도 많았다. 그러던 중 비빔빵을 먼저 알아본 건 소비자였다. 아이를 위해 건강한 먹거리를 찾던 엄마들이 빵을 찾아내 공동구매를 하기 시작했다. 입소문이 퍼졌고 월매출이 5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늘었다. SNS에서도 주목을 받으면서 매장으로 찾아오는 고객이 생겼다.

출처: 천년누리푸드 제공
소비자들이 전주비빔빵을 먹고 남긴 리뷰

◇국내산 농산물로 빵 생산


장윤영 대표는 고객이 먼저 찾는 이유로 빵의 품질을 꼽았다. 대표 제품인 비빔빵, 떡갈비빵, 팥빵 뿐 아니라 100여가지의 빵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는 100% 우리 밀부터 직접 담근 고추장, 팥 등 모두 국내산이다. 매장에서 100㎞ 내에 있는 농장에서 수확한 밀을 사용한다.


"국내산 밀은 시중에 있는 밀가루와 다릅니다. 동의보감에 배가 아플 때 밀가루를 물에 타서 먹었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독성이 없고 글루텐 함량도 낮습니다. 100% 국내산 밀로 빵을 만들고 다른 재료도 우리 농부가 재배한 농산물도 쓰죠. 산골에서 나는 팥을 직접 삶아서 설탕 사용을 줄이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립니다. 원재료가 좋기 때문에 가능해요. 재료비가 많이 나가지만 재료 본연의 맛으로 신선한 빵을 만들려면 국내산 농산물로 만든다는 원칙을 바꿀 수 없습니다."


2017년 떡갈비빵도 만들었다. 전주는 떡갈비로도 유명하다. 전주 정체성을 녹인 대표 제품을 하나 더 만들고 싶었다. 또 야채 위주인 비빔빵과 같이 먹을 때 한 끼 든든히 챙길 수 있는 빵을 개발하고 싶었다고 한다. 지금은 비빔빵과 함께 전주빵카페의 인기 메뉴로 자리 잡았다.

출처: 천년누리푸드 제공
전주빵카페 직원들. 40%는 노인 및 취약계층이다. 고용부분에서는 물론 꿈을 위해 노력하는 지역 청년도 후원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탁구부를 만들고 우승까지 한 임실중학교 탁구부, 전주 비보이 크루 '라스트 포 원' 등에 빵을 보내준다.

◇빵으로 세상을 바꾸는 소셜메이커


천년누리푸드는 2016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고 2017년 12월 한국 사회적기업 성장상, 2019년 7월 사회적경제 우수기업 시상식에서 본상을 받았다. 이곳 직원 30여명 중 40%는 노인이다. 재료 손질은 물론 소스 제작, 판매까지 맡아서 한다. 조금 느리지만 업`무 처리에는 문제없다. 장대표는 앞으로 노인 고용률을 늘릴 생각이다. 그는 월매출 350만원이 늘 때마다 직원을 채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회적기업 생존율이 굉장히 낮아요. 10개 중에 1~2곳만 매출을 내고 보조금 지원이 없으면 자립을 못 합니다. 국내 사회적기업도 밑바닥부터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죠. 그러나 실제로 해보니 힘들더군요. 우리의 가치를 악용하는 사람도 있었고 직원 관리도 어려웠습니다. 흔히 말하는 무임승차 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복무 규정을 만들었어요. 성과 내는 사람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고 실수를 최소화했습니다. 지금은 가치에 공감하고 열심히 해주시는 분들이 남았습니다. 이외에도 제품 개발, 판로마련, 투자 등을 위해 일하는 하루하루가 전쟁터였죠."


전주빵카페는 7년 동안 한결 같은 기준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 노력했다. 그 결과 전주 내 직영점 4개를 열었고 연 25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장대표는 이렇게 성장할 수 있던 이유는 바로 고객 덕분이라고 한다. 맛과 건강을 위한 제품의 질은 기본이고 이를 알아주는 고객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런 그의 목표는 한가지다.


"최고의 지역 브랜드가 될 것입니다. 전주하면 비빔빵이 생각나도록 지역의 정체성과 전통을 담을 거예요. 전주빵카페가 전주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에게 사랑받는 공간으로 거듭나도록 만들겠습니다. 그러려면 대기업의 관심도 필요합니다. IT나 기술 업계에서는 소셜벤처 지원이 활발한데 식품 쪽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먹거리를 개발하고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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