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연예인이 아니다" 50살 유명 쇼호스트의 조언

조회수 2020. 9. 24. 14: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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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쇼호스트가 후배들에게 한 말 "우린 연예인 아니거든!"
24년째 현역으로 활동하는 최현우 쇼호스트
95년도 39쇼핑 입사해 ‘자기관리의 신’으로 불려
“매 순간 긴장감이 나를 깨있게 해”

“홈쇼핑을 보는 분들이요, 대부분 혼자 집에 계시잖아요. 혼자 있으면 어둡고 우울해지기 쉽잖아요. 그런 집 안에 팔딱팔딱 활어회같이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를 불러 넣어주고 싶어요.”


최현우(49)씨는 24년 경력의 쇼호스트다. 치열한 쇼호스트의 세계에서 최정상의 자리를 20년 넘게 지켜냈다는 사실보다 놀라운 것은 그녀의 나이다. 50세에 가까운 나이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피부·몸매·머릿결 등 건강 관리를 잘 해왔다. 24년간 그녀가 방송을 쉰 기간은 딱 한 번뿐. 1999년 아이를 출산했던 해였다. 최현우 쇼호스트를 만나 일에 최선을 다해 매진하면서도 건강관리를 놓치지 않을 수 있는 비법에 대해 물었다.

출처: jobsN
현대홈쇼핑 본사에서 만난 최현우 쇼호스트.

-올해 초,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공개한 나이가 화제였다. ‘자기 관리의 신’으로 불렸다.


“섭외될 때 아들이 ‘엄마 노잼(재미 없다)이니까 출연하지 말라’고 말렸다. 남편도 시청률 떨어지면 민폐라고 할 정도였다. 방송 이후 틈틈이 바른다는 그 수분크림이 도대체 뭐냐면서 문의가 쏟아졌다. 특정 상품명을 밝히긴 어렵다. 자신에게 맞는 수분크림이면 된다. 손바닥에 고르게 발라 눈가에 수시로 톡톡 두들겨주면 피부가 건조해지는 걸 막을 수 있다. 또 홈 케어 피부 관리 기기를 애용한다. 오늘따라 쳐져 보인다는 시청자 피드백을 읽으면 집에 돌아가 얼굴 마사지를 5분 더 하는 식이다. 머리숱이나 결 관리는 비오틴 영양제를 추천한다. 나도 20대 때보단 숱이 많이 빠졌다. 비오틴 영양제를 꾸준히 먹으면 따로 비싼 돈 들이지 않고도 관리할 수 있다. 피부과는 시간이 많지 않아 자주 가진 못한다.”


-하루 일과와 식단을 소개해달라.


“그때그때 방송 스케줄에 따라 일과가 매번 변동적이다. 오전 8시15분에 방송이 있는 날엔 새벽 5시에 일어난다. 아침에 일어나 얼굴 근육 마사지(눈썹근육 꼬집기·턱 근육 이완 경락)를 한 다음 간단한 아침을 먹는다. 방송을 해야 하니 허기를 면할 수 있을 정도로 채운다. 고구마나 미숫가루 같은 음식이다. 최근에는 빈혈이 있어 고기가 섞인 음식을 가끔 먹는다. 30대 초반에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의사의 권유로 고기를 완전히 끊었다. 채식 위주의 식단을 한다. 밀가루도 거의 먹지 않는다. 특별한 일과가 없으면 집에 와서 저녁을 차린다. 아들과 함께 식사를 하려고 한다.”

출처: 최현우 쇼호스트 제공
고구마, 우유 등으로 구성된 식단. 최현우 쇼호스트는 20년 넘도록 한결같은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운동을 따로 하는지.


“운동을 따로 하진 않는다. 엘리베이터를 탈 때나 촬영 중간중간에 하는 스트레칭 정도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 체중을 잰다. 24년째 같은 몸무게다. 몸매가 유지되는 이유는 술을 먹지 않기 때문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술을 먹어본 적이 없다. 술을 안 먹으니 저녁 6시 이후로 안주나 주전부리를 할 일이 없다. 산책을 좋아한다. 저녁을 많이 먹었다 싶은 날엔 집 주변을 걷는다. 5000~1만보 정도 걷고 몸을 가볍게 만든다.”


-스트레스를 받진 않나.


“친구들은 내게 ‘넌 대체 무슨 낙으로 사니’라고 묻기도 한다. 일이 가장 재밌고 아들과 남편과 지낼 때 행복하다. 20대 때도 그랬다. 천성적으로 술 먹고 시간을 보내는 게 피곤하다. 또 매 순간 긴장감 속에서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건강을 가장 우선시하는 생활습관이 굳어졌다. 쇼호스트는 원래 계약직이다. 오늘의 성과에 따라 내일의 운명이 결정지어진다. 경력이 얼마 안 된 쇼호스트들은 압박감을 크게 느낄 수 있다. 입사 후 2~3년은 원형탈모에 시달리는 후배들도 있다. 난 쇼호스트 일이 정말 좋다. 일을 계속하기 위해 스스로를 계속해서 단련할 수밖에 없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과정이자 습관이니 이마저도 행복한 거다. ”

출처: 최현우(@hyunwoo_showhost) 쇼호스트 인스타그램 캡처, MBC '공복자들' 공식 홈페이지
30대 시절의 최현우 쇼호스트의 모습과 현재.

◇국내 홈쇼핑 역사와 함께 성장한 쇼호스트 1세대


최현우 쇼호스트는 1995년 39쇼핑(CJ오쇼핑의 전신)에 입사했다. 쇼호스트라는 직업이 생소했던 때였다. 소개팅에 나가 직업이 쇼호스트라고 말하면 대다수가 이해하지 못했다. 처음부터 과감하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도전했던 것은 아니다. 사범대를 나와 임용고시를 치렀다. 낙방한 뒤 MBC 충주 방송국에 전문 MC로 입사했다. 안정적으로 방송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이대로 멈춰있기엔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 아나운서는 나이가 들면 방송 횟수가 줄어든다는 점도 안타까웠다. 그러던 중 신문에 난 쇼호스트 채용 공고를 발견했다.


-쇼호스트의 매력은 무엇인가.


“내 경험을 방송에 녹여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가 이만큼 먹을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멋진 일 같다. 경험을 쌓으면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공감할 수 있으니까. 아이를 낳고 나서 삶을 이해하는 방식이 훨씬 달라졌다. 직업병인지 아이의 기저귀를 갈면서도 생각했다. ‘하기스 기저귀는 아기 엉덩이에 이렇게 맞는구나’, ‘보송이는 수분을 흡수하는데 이 정도의 시간이 걸리네’ 하는 분석을 했다. 이런 관찰과 경험 후에 다음에 판매하는 상품이 기저귀라고 하면 또 다른 콘텐츠가 나오는 셈이다. 나의 경험과 이야기를 시청자에게 건넬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끝없이 공부하고 관찰하는 것 같다.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이 입은 옷의 원단이 어떤 종류인지, 디자이너가 어떤 기법으로 제작했는지 한눈에 안다. 제품을 하도 연구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입사 초기부터 지금까지 백화점에 자주 드나든다. 물건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기 위해서 간다. 제품을 만져보고 경험해 보면서 사랑에 빠지는 기분이 든다. 요새는 어깨가 더 무겁다. 방송을 할 때 브랜드 하나에 걸린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의 표정이 떠오른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제품의 본질에 다다를 수 있을지 깊이 생각하고 고민한다.”

출처: 최현우(@hyunwoo_showhost) 쇼호스트 인스타그램 캡처
방송 중 뷰티 제품을 소개하고 있는 최현우 쇼호스트 .

-기억에 남는 방송이 있다면.


“50대에 가까워지면서 건망증이 심해진다. 지난 24년간 방송에서 위기 상황도 자주 있었다. 최근에는 방송 마감까지 30분 남았는데 1분 남은 줄 알고 급히 종료 멘트를 했다. ‘자 이제 아쉽지만 저희는 이만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말까지 남겼다. 함께 방송을 진행하던 후배가 30분 남았다는 눈빛을 보내줘서 알았다. 등에서 식은땀이 났는데 입은 ‘아이고 제가 또 시간을 잘못 보고 마무리 지으려 했네요’ 하면서 넉살을 떨었다. 실수는 신입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저지른다. 달라진 건 수습하는 방식이 좀 더 여유로워졌다는 데 있다.”


-연봉은 어떻게 되나.


“쇼호스트는 처음부터 연봉선이 높진 않다. 일반 대기업과 연봉 시스템이 다르다. 1년차가 기본 3000만원을 받으면 다음 해에 계약조건에 따라 올라가는 폭이 크다. 방송 횟수가 많을수록 크게 상승한다고 보면 된다. 나는 2016년 9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최현우의 초이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누적 매출 1400억원을 기록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게 쇼호스트는 매출의 몇 퍼센트를 수수료로 보상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는 않다. 계약서 비밀 조항이 있어 연봉을 말하긴 어렵다. 현대홈쇼핑에서 받는 금액은 대기업 임원 정도다.”

출처: 최현우 쇼호스트(@hyunwoo_showhost) 인스타그램 캡처
최현우 쇼호스트의 일상.

-후배들에게는 해주는 조언이 있나.


“최근엔 ‘우린 연예인 아니거든?’이라고 해줬다. 방송에서 내가 예쁘게 보이는 것보다 제품이 앞서야 한다. 그러려면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하고 더욱더 시청자 눈높이에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쇼호스트는 숟가락 하나만 올려놓으면 끝나는 업이다. 우리의 목적은 오로지 방송에서 제품을 잘 파는 것뿐이다. 그래야 사업하는 분들도 숨통을 트고 시청자들도 믿고 다음번 구매를 할 거다. 그 책임감과 사명감을 잊지 않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최근에 지나가는 할머니들을 보면서 ‘할머니는 왜 모자를 쓸까’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단순히 패션용이 아니었다. 나이가 들면 머리숱이 준다. 속이 줄어드니 당연히 추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모자는 뭐가 있을까 생각하면서 MD들과 회의하면서 모자 브랜드를 쭉 훑었다. 내 일은 24년간 이렇게 끝없이 이어져왔다. 미쳐서 했다는 말이 정확할 거다. 우리나라 쇼핑몰 시스템은 이제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수준까지 올라갔다. 호주·태국·베트남 등에 수출되는 산업이다. 쇼호스트 1세대로서, 국내 초창기 홈쇼핑 방송을 만들어갔던 스텝과 제작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나라 홈쇼핑 시스템이 전 세계로 뻗어나간다는 사실에 큰 긍지를 느낀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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