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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세·카다시안도 반한 물건, 28살 한국인이 만들었다

조회수 2020. 9. 24. 14: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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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세와 카다시안이 이 아이를 인스타서 보고 반해 사갔어요"
‘네타포르테’가 협업한 한국 주얼리 브랜드
1064 스튜디오 노소담 대표
핸드메이드로 만들어 뉴욕현대미술관 등서 판매

글로벌 패션 온라인 사이트 '네타포르테’가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와 협업한 '코리안 콜렉티브(Korean Collective)' 콜렉션을 론칭한다고 10월15일 밝혔다. ‘네타포르테’는 170개가 넘는 국가의 약 700만명이 이용하는 세계적인 온라인 패션 사이트다. 구찌, 발렌시아가, 프라다 등 유명 브랜드를 포함 800개 이상의 디자이너 브랜드가 입점해있다.


‘네타포르테’는 ‘코리안 콜렉티브’를 위해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브랜드 6개를 선정했다. 푸시버튼, 브랜드블랙 x 푸시버튼, 앤더슨 벨, 르 917, 1064 스튜디오, 구드가 참여해 네타포르테만을 위한 제품을 만들었다.


주얼리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선정된 ‘1064 스튜디오’는 2017년 사진 한 장으로 SNS에서 패션 피플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한 외국 모델이 거대한 금색 후프 귀걸이를 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사진을 본 팝스타 비욘세와 모델 킴 카다시안의 동생이자 방송인 클로이 카다시안도 관심을 보였다. 비욘세의 스타일리스트는 인스타그램 메시지를 통해 제품 협찬을 부탁했다. 클로이 카다시안도 메시지를 보내왔고, 귀걸이와 목걸이 등을 구매했다. 과감한 디자인과 핸드메이드 방식으로 세계 패션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주얼리 브랜드 ‘1064 스튜디오’의 노소담(28) 대표를 만났다.

출처: 1064 스튜디오 제공
'1064 스튜디오' 노소담 대표.

-자기소개를 해달라.


“‘1064 스튜디오’ 대표 노소담이다. 2015년 5월에 론칭해 4년째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목걸이, 귀걸이, 팔찌, 반지 등 액세서리를 디자인하고 제작한다. 제품은 모두 핸드메이드 방식으로 만든다.”


-원래 주얼리 디자이너를 꿈꿨나.


“어릴 때부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종이접기 등 미술 시간에 작품 활동하는 것을 즐겼다. 2013년 한양대 금속공예학과를 졸업했다. 큰 그릇·조각 등 대형 조형물을 주로 만들었다.


2014년 주얼리 회사에 입사해 1년 정도 일하며 주얼리 디자인 일을 배웠다. 하지만 예물 주얼리 회사여서 만들 수 있는 게 제한적이었다. 내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주얼리를 만들고 싶었다. 2015년 알음알음 모은 돈으로 서울 이태원에 ‘1064스튜디오’를 창업했다.”

출처: 1064 스튜디오 제공
1064 스튜디오의 쇼룸의 모습.

-금속공예학과에서 대형 조형물을 주로 만들다가 주얼리 디자이너로 전향한 이유는.


“사실 금속공예와 주얼리를 만드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크기의 차이다. 다만 사용하는 도구가 다르다.


대학생 시절에는 작은 것을 만드는 것보다 큰 조형물을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만들어야 하는 조형물의 부피가 크다 보니 여자 혼자 하기 힘든 작업이 많았다. 시간도 오래 걸렸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원하는 디자인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조형물이 주얼리였다. 큰 조형물을 좋아하다 보니 아무래도 다른 브랜드 제품보다 주얼리 크기가 크고 볼드하다.”


-’1064 스튜디오’ 뜻이 궁금하다.


“금의 녹는점이 1064.18℃다. 내가 만든 주얼리가 많은 사람에게 녹아들었으면 좋겠다는 뜻이다. 모두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다.”


-주로 어떤 소재 쓰는가.


“황동과 실버를 주로 쓴다.”

/1064 스튜디오(@1064_studio) 인스타그램 캡처

-핸드메이드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사실 핸드메이드 방식으로 주얼리를 만드는 것은 힘들다. 너무 힘들어서 그만두는 직원 분도 많다. 공장에서 만들면 쉽게 만들 수 있다. 적은 인력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공장에서 찍어내 쉽게 만들어내는 것보다 손으로 정성을 다해 만드는 게 더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귀걸이 한 쌍을 만드는데 3일 정도 걸린다. 직접 하나하나 모양을 잡고 만든다. 고객이 제품을 받아 보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예전에는 ‘당일 출고가 안되나’,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이 있나’ 물어보는 분이 많았다. 요즘에는 핸드메이드 방식이라고 이해해주는 고객이 많아졌다.”


-최근 ‘네타포르테’가 진행하는 '코리안 콜렉티브' 프로젝트에 선정됐다.


“‘네타포르테’는 전 세계 패션 브랜드의 집합소다. 작년 한국 주얼리 브랜드로는 처음 네타포르테에 입점했다. 당시 인스타그램에 올린 룩북(look book·패션 관련 제품에 대한 정보를 담은 책자) 사진을 보고 먼저 연락이 왔다. 


2019년 6월쯤 컬래버레이션을 해보자는 이메일이 왔다. 유일하게 주얼리 브랜드로 참여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큰 행사인지도 몰랐다. 주제를 정한 후 디자인을 스케치했다. 이후 제작에 들어갔다. 작업 과정은 2~3달 정도 걸렸다.


도자기를 콘셉트로 잡았다. 한국적인 요소를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국 도자의 중후하고 우아한 선을 담고 싶었다. 14K 골드 도금과 수지가 주 소재다.”

출처: 1064 스튜디오 제공
10번째 컬렉션인 ‘딥 인 글래스랜드(Deep in Grassland)’ 룩북 사진.

-최근 선보인 디자인이 궁금하다.


“올해 9월 10번째 컬렉션인 ‘딥 인 글래스랜드(Deep in Grassland)’를 선보였다.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져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콘셉트였다. 유리를 주 재료로 썼다. 투명한 유리를 열매처럼 보이게 했다. 보통 주얼리를 만들 때 유리를 재료로 잘 안 쓴다. 만드는 과정이 어려웠다.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대학 시절부터 특이한 소재로 조형물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레진으로 큰 그릇을 만들기도 했다. 매 시즌 새로운 소재를 쓰려고 한다. 도전을 많이 하려고 한다.


현재까지 총 10개의 컬렉션을 출시했다. 한 컬렉션당 16~20개 정도의 제품을 선보였다. 컬렉션마다 새로운 소재를 사용하려고 한다. 레진(합성수지), 유리, 아크릴 등 여러 가지 소재를 썼다. 다른 주얼리 브랜드와 차별화 하고 싶었다.”


-해외에서도 판매 중이라고.


“2017년부터 미국·일본의 ‘모마’(MOMA·뉴욕 현대 미술관)가 운영하는 아트숍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당시 모마 측에서 인스타그램에 올린 룩북 사진을 보고 메시지가 왔다.”

출처: 1064 스튜디오 제공
2017년 SNS에서 화제를 모은 룩북 사진.

-팝스타 비욘세, 카다시안도 직접 구매했다고.


“2017년 FW 시즌 때 룩북 사진 한 장이 SNS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모델이 얼굴 크기만 한 금색 후프 귀걸이를 착용한 사진이다. 오래된 조각상과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팝스타 비욘세와 모델 킴 카다시안의 동생이자 미국의 유명 방송인인 클로이 카다시안도 사진을 보고 관심을 보였다.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연락을 해왔다. 비욘세의 스타일리스트는 협찬을 부탁했다. 클로이 카다시안은 직접 구매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귀걸이뿐 아니라 목걸이, 팔찌 등을 샀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착용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주로 SNS를 통해 홍보되는 것 같다.


“그렇다. 주로 인스타그램에 올린 룩북 사진을 보고 연락해온다. SNS의 힘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파급력이 엄청나다. 유명 패션 인플루언서들이 SNS에 제품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


“나무, 꽃 같은 자연물보다 사람이 만든 조형물이나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는다. 특히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나 과정을 들을 때 영감을 받는다. 스토리가 인상 깊게 남는다.”

/1064 스튜디오 제공

-룩북 사진은 어떻게 찍나.


“룩북 사진에 신경을 가장 많이 쓴다. 모델, 의상, 장소, 콘셉트까지 모든 것을 직접 정한다.


고객이 구매를 결정하는 데에 룩북이 큰 영향을 준다. 고객은 주얼리를 주로 매장 진열대에서 본다. 그것보다 누군가 직접 착용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다른 브랜드가 시도하지 않은 콘셉트로 찍으려고 노력한다. 한 달 반 정도 기획한다. 일 년에 2~3번 정도 룩북을 낸다.”


-매출이 궁금하다.


“구체적으로 밝히긴 어렵지만 2017년 ‘금빛 후프 귀걸이’ 사진이 화제가 된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그때보다 매출이 5~6배 정도 늘었다.


2017년부터 신세계백화점에 있는 편집샵인 ‘마이분(My Boon)’에 들어가 있다. 2019년 초 롯데백화점 본점에도 입점했다.


처음에는 혼자 시작했지만 지금은 4명의 직원이 있다. 가격은 10만~20만원대다.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하려고 한다.”

/1064 스튜디오 제공

-주얼리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본인만의 디자인을 꾸준히 해나갔으면 좋겠다. 디자인의 기준은 주관적이다. 내 눈에는 예뻐 보여도 다른 사람은 안 예쁘다고 할 수 있다. 사업 초반에는 이 부분이 힘들었다. 내 눈에는 정말 예쁜데 안 팔리더라. 내 눈이 잘못됐나 싶었다. ‘잘 팔리는 것에 맞춰서 디자인을 해야 하나’라는 고민도 했다. 나중에는 잘 팔리는 게 예뻐 보였다. 좌절도 많이 했다.


그래도 나만의 콘셉트를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변 사람에게 조언을 구했다. 사업성이 있는 제품도 있어야 하고, 나만의 색이 있는 제품도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 지금은 두 가지를 나눠서 하려고 한다.”


모든 제품을 핸드메이드 방식으로 만들다 보니 노 대표의 손목은 온전치 못하다. 인대가 끊어져 손목 보호대를 착용하지 않으면 작업을 하지 못할 정도다. 그래도 주얼리 만드는 일을 멈출 수 없다고 한다. 노 대표는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고 싶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핸드메이드 주얼리 제품을 전세계에 알리고 싶다는 꿈이 있다.


“‘네타포르테’의 ‘코리안 콜렉티브’ 선정 이후 해외에서 더 주목받을 기회가 생긴 것 같아요. 해외에도 쇼룸을 오픈하고 사업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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