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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지도사로 직업 바꾼 청담동 헤어디자이너 '수입은..'

조회수 2020. 9. 24. 14: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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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패션 피플' 머리 만지던 청담동 헤어디자이너가 새로 택한 이 직업은?

최근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의 영향으로 매년 사망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0년 25만5405명이었던 연간 사망자 수는 작년 29만8820명으로 늘었으며, 올해는 3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망자 수가 늘면서 장례지도사에 대한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다. 장례지도사는 상을 당해 경황이 없는 유가족들에게 장례 일정에 대해 안내하고 비용 상담, 장례식장 및 장지 예약 등을 대신해 준다. 수의나 상복은 물론 고인이 누울 관 등 장례용품의 구입이나 대여를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장례지도사는 과거 사람들이 기피하는 직업으로 꼽히기도 했으나, 가족을 잃은 슬픔을 겪는 사람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도울 수 있는 직업으로 인식되면서 점차 이를 희망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을지대학교, 보건대학교 등 일부 대학교에선 관련학과들이 개설되고 지식과 실무를 겸비한 인력들이 배출되고 있다.

출처: jobsN
장례지도사 오진석씨

30대 장례지도사 오진석(37)씨는 한 달에 보통 8건에서 10건 정도의 장례 일정을 담당하고 있다. 쉬는 날은 5일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지금은 거의 매일 유가족 곁에서 장례 일정을 챙기고 있지만, 불과 몇 년전에는 서울 청담동에서 알아주는 미용실에서 근무하는 탑 헤어디자이너 중 한사람이었다. 그에게 머리 손질을 받기 위해선 예약을 필수로 해야만 할 정도였다. ‘강남 패션 피플’의 머리를 만져주던 오씨가 장례지도사로 변신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광화문에서 그를 만났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해달라.
“상조업체 ‘온누리 뉴헤븐’에서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장례지도사 오진석이라고 합니다. 장례지도사 일은 2013년부터 하고 있습니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는 서울 홍대, 청담동에 있는 미용실에서 헤어디자이너로 오랫동안 근무했었습니다.”


-장례지도사는 어떤 직업인가?
“결혼식에 웨딩 플래너가 있듯 장례식에는 장례지도사가 있다고 보시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웨딩 플래너는 예식장 예약부터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일정을 잡아 주잖아요. 그것처럼 장례지도사는 고인이 운명하셨을 때 장례식장 섭외를 도와주는 일부터 장례가 진행되는 동안 필요한 용품이나 인력 제공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갑자기 상을 당한 유족분들은 조문객 받으랴, 지인들에게 연락하랴 정신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례절차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도 많고요. 저희는 장지가 준비 안되어 있는 분들은 납골당 등 장지를 선정하는 것도 도와드리고, 고인을 관에 모시는 염과 장지로의 이동 등 장례 예식의 끝까지 모든 일정을 옆에서 도와드리는 일을 합니다.”


-장례지도사가 되기 위해 거쳐야하는 과정이 있나.
“기본적으로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합니다. 요즘 대학에서 장례지도학과 많이 생겼지만 기본적으로 자격증은 모두 취득해야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 3개월 정도 학원에 등록해서 다녔습니다. 이후 대형 상조회사에 들어가서 수습으로 3개월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장례지도사 수습 근무는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굉장히 엄하게 군대식으로 진행되는 곳이 많아요. 수습 기간 내내 합숙을 하며 장례지도사로서 갖춰야 할 지식과 실무를 배웠습니다.”

출처: jobsN
장례지도사 오진석씨

-직업으로서 장례지도사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장점은 아무래도 일에서 느껴지는 보람이 크다는 점입니다. 고인의 마지막 세상 떠나는 길을 배웅해 드리는 거니까 장례일정을 잘 마치고 나면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다른 직업과 비교했을 때는 일하는 중간 중간 내 개인적인 업무를 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점이 장점입니다. 장례지도사는 늘 비상 대기를 하고 있지만 하루 24시간 내내 장례식장을 지키는 것은 아니거든요. 장례 개시, 염, 발인 등 중요한 포인트를 잘 챙겨드리면 시간적 여유가 나는 편입니다. 또 장례지도사 일을 하면 여러 지역을 돌아다닐 수 있고, 유족분들과도 좋은 인연을 맺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단점은 늘 비상 대기를 해야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약속은 잡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고인분들이 돌아가시는 것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으니까요. 정말 중요한 개인 약속이 있다면 다른 팀원에게 장례식을 부탁하고 갖다 올 수 있긴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친구들과 친목모임 등을 갖긴 힘든 직업입니다.”


-헤어디자이너 당시와 비교했을 때 수입은 나아졌나?
“청담동에 있는 헤어샵에서 일하더라도 헤어디자이너의 수입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닙니다. 헤어디자이너로 일할 당시에는 한달 수입이 인센티브 합쳐서 400만~500만원 수준이었어요. 지금은 500만~600만원 정도 됩니다. 한달에 장례 일정을 8건에서 10건정도 소화하며 쉬는 날은 5일 정도 됩니다.”


-10년 정도 헤어디자이너로 일했는데.
“2003년부터 2012년까지 햇수로 10년간 근무했습니다. 어렸을 때 어머니가 신촌에서 미용실을 하셨어요. 자연스럽게 미용 쪽으로 관심을 갖게 됐고, 대학에서도 미용을 전공했습니다. 군대 가기 전에는 미용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관련 자격증을 따는데 집중했고, 군대 다녀와서 본격적으로 헤어샵에 취직해 일했습니다. 제가 근무했던 미용실은 굉장히 핫하고 트렌디한 컨셉의 헤어스타일을 지향하는 곳이었어요. 모델들도 많이 왔고, 예약을 하지 않으면 다음에 다시 와야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습니다. 헤어디자이너가 총 5명 정도 됐는데 일을 그만두기 전에는 수석 디자이너 직책을 맡았었어요.

출처: 오진석씨 제공
헤어디자이너로 일하던 시절(위쪽 사진 오른쪽이 오진석씨)

-헤어디자이너에서 장례지도사로 변신한 이유는?
“미용일은 제 첫 직업이었지만 오랫동안 이 일만 하다보니 다른 직업에 대한 궁금증이 늘 있었어요. 그러다 2012년쯤 미용일에 대한 회의감과 함께 슬럼프가 찾아왔고, 다른 일을 하고 싶어 헤어샵을 그만 뒀습니다. 그렇게 몇 달 정도 휴식을 취했죠. 그러다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 장례일을 하시는 분이 ‘이런 일도 있으니 한번 체험해보라’고 권유하셔서 한 장례식의 입관식을 참관한 적이 있어요. 뭔가 느낌이 오더라고요. 남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일일 뿐더러 별로 거부감도 안 생기고, 보람있고 특별한 일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고민끝에 진로를 바꾸기로 했어요.”


-장례지도사 일을 하며 가장 보람있는 순간은?
“저희 회사는 유족들의 경제 형편이 좋지 않을 경우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는 편이예요. 독거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분들은 봉사하는 마음으로 거의 이윤을 남기지 않고 있어요. 그렇게 어려우신 분을 잘 보내 드렸을 때, 유족들이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주실 때가 가장 보람있는 순간 같습니다.”


-반대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
“어린아이가 사고로 죽거나, 청소년이 자살하거나, 행방불명된 사람이 변사체로 발견돼 장례를 치르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보통 두달에 한 번씩은 이런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어린 청소년들이 죽어 제가 입관식(염)을 해야하는 경우는 상당히 마음이 무거워요. 저도 두 자녀를 둔 아버지로서 가족들의 슬픔이 더욱 아프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장례지도사는 이런 경우에도 스스로 마인트컨트롤을 잘 해야해요. 장례식이 잘 끝날 때까지는 중심을 잡고 있어야합니다.”


-장례지도사로서 일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고인과 가족을 섬기려는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장례지도사도 결국 서비스업입니다. 유족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들의 슬픔을 달래주는 것도 장례지도사의 몫입니다. 예전에는 장례지도사를 하찮은 직업으로 여기던 풍조가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장의사’ 혹은 ‘염쟁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죠. 지금은 시설좋은 장례식장도 많이 생기고 전문적인 상조업체가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이런 인식이 많이 사라졌지만, 장례지도사들은 늘 행동가짐을 바르게 해야합니다. 고인과 유족에 대한 예우를 항상 잊어서는 안됩니다.”


글 jobsN 이준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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