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배 고통' 견디고 3년만에 월 1억 찍은 20대 사장님

조회수 2020. 9. 24. 14: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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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주어진 시간을 행복하게 보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주어진 시간을 행복하게 보냈으면 좋겠어요”

취미를 제공하는 하비인더박스 조유진 대표
정기배송서 취미 플랫폼으로 변신 월 1억 매출

스타트업의 첫걸음은 창업 아이템을 선정하는 일이다. 아이템은 회사의 미래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 때문에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참신하고 경쟁력 있는 아이템을 찾으려고 치열하게 노력한다.


'취미'를 아이템으로 '하비인더박스(Hobby in the box)'를 창업한 조유진(29) 대표는 취미를 정기적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하비인더박스를 취미와 관련된 작가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취미 플랫폼으로 확장했고, 창업 3년 만에 월 매출 1억원이 넘는 회사로 성장시켰다. 회사를 운영해오면서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아이템에 대한 확실한 믿음이 있었다는 그를 만나봤다.

jobsN

- ‘하비인더박스’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취미로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을 박스 안에 넣어서 배송해주는 회사에요. 그래서 회사 이름도 ‘하비 인 더 박스(Hobby in the box)’입니다. 취미 활동에 필요한 재료들을 정성껏 포장해서 넣고 홈페이지에 업로드 된 동영상을 보며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어요. 수채화를 그려보거나, 핀홀 필름 카메라도 만들어 보고, 수동 오르골 뮤직 박스를 직접 제작해보는 거죠.”


- 언제부터 창업의 꿈을 꿔왔는지.


“어려서부터 뭐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걸 좋아했어요. 성균관대학교에서 의상학과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수석으로 졸업할 정도로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학생회나 학회 활동도 많이 했어요. 틈틈이 기업에서 인턴도 했습니다. 팀플레이가 있는 수업을 좋아했고 늘 조장 맡아서 차근차근 만들어가고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을 즐겼습니다. 그때부터 마음 한구석에는 창업의 꿈을 가지고 있었어요. 사업을 해서 돈을 벌고 싶은 욕심보다는 내 이름을 걸고 회사를 만들어서 사회적으로 다 함께 상생하는 건강한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 첫 직장이 교직원이었다고. 그만두고 스타트업을 시작한 동기가 있다면.


“대학교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 교직원으로 입사했어요. 당시만 해도 스타트업은 사회 경험을 쌓은 후에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학교에 대한 애정도 있었고 매일 출근하면서 캠퍼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직장 생활은 만족스러웠어요. 그런데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면서도 한편으로는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좋아하고 도전하는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점점 커져갔어요. 이 시간을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1년 만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창업을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출처: 본인제공
직접취미활동해보는중.

- 아이템이 독특하다. ‘취미’를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함께 창업을 준비하던 친구와 몇 날 며칠을 마주 앉아 아이디어 회의를 했어요. 외국의 창업 사례도 찾아보고 새로운 것은 없을까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처음 생각했던 아이템은 ‘놀거리’였어요. 데이트를 하거나 친구와 놀 때 위치기반 서비스를 통해 인근에서 재밌게 놀 수 있는 아이템을 찾아주는 서비스를 생각했죠. 플라잉 요가나 댄스 스쿨 같은 업체와 계약을 맺고 한 번 해볼 수 있는 체험 코스를 소개하는 사업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두 사람이 하기에는 기술적인 도움이 많이 필요한 사업이었어요. 네트워킹을 구축하고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에는 많은 투자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눈을 낮추고 다시 아이템을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수많은 아이템 중에 이것저것 다 지우고 났더니 ‘취미’라는 단어만 남았어요. 자기소개서를 쓸 때 취미란에 무엇을 채워 넣어야 하는데, 정작 우리는 취미를 가질만한 여유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거창하지 않더라도 소소한 취미를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박스에 담아 선물하면 멋질 것 같았어요. 취미 정기배송 서비스를 하기로 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랜덤으로 취미를 선정해서 박스에 담아 고객들에게 배송하기 시작했어요. 고객들은 캘리그라피, 동양화, 가죽공예, 티 블렌딩, 드립 커피 해보기 등을 랜덤 박스로 받게 되는 거죠.”

출처: 본인제공
박스앞에서.

- 랜덤박스를 선택했던 이유가 있었나.


“고객들에게 선물을 받는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다음 취미를 설렘으로 기다려주고 미소가 절로 나는 후기를 보는 것도 즐거웠죠. 3개월, 6개월씩 정기 구독을 하는 회원들이 많았는데, 이번 달의 취미를 공개했을 때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음 달로 건너 뛸 수도 있도록 했습니다. 랜덤박스를 2년 넘게 운영해오면서 무엇보다 서비스의 차별화와 고급스러운 느낌을 포기하기가 싫었어요. 기획해서 보낸다는 특별함을 버리면 평범한 서비스로 보일 것 같았습니다.”


- 올해 4월 하비인더박스를 대대적으로 개편했다고.


“랜덤박스를 지속하다 보니 고민이 생겼어요. 우선 매달 선정하는 취미에 따라 매출의 차이가 컸어요. 그리고 가격을 맞춰서 기획하다 보니 성장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을 하자고 연락이 많이 왔는데 모두 소개할 수 없어서 안타깝기도 했죠. 랜덤박스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지난 4월, 안타까운 마음에 고객들에게 눈물의 편지를 썼어요. ‘하나의 박스가 아닌 수만 개의 박스를 선물하고 싶다’는 메시지와 함께 ‘취미 정기배송 서비스’를 포기하고 ‘취미 플랫폼’으로 완전히 바꿨어요. 취미와 관련된 활동을 하는 작가들이 하비인더박스에 입점해서 다양한 취미를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작가분들과 소통해서 더 많은 취미를 만날 수 있도록 했죠. 현재는 80여명의 작가들이 300여개의 취미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매출에 놀라운 변화가 생겼어요. 랜덤박스를 보낼 때는 월 매출 3000만원을 돌파하기가 참 힘들었는데 개편한 이후로는 월 매출이 1억원을 넘었습니다. 그때 많은 걸 깨달았어요. 우리 고객은 이런 걸 좋아할 거라는 믿음이 선입견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은 다양한 것을 원한다는 생각을 그동안 못 해왔던 거죠. 사업에 있어서 내가 원한다고 고집하면 안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 고객들이 많이 찾는 인기 있는 취미는 어떤 것들인가.


“수채화 컬러링이나 동양화 그리기, 가죽 공예 등이 꾸준히 인기를 끄는 취미들이에요. 최근에는 아이와 함께하는 취미도 많이 찾으십니다. ‘아기와 공룡 비누 만들기’도 인기 아이템이에요.”

출처: 본인제공
하비인더박스.

 - 비교적 어린 나이에 창업했는데, 창업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는지.


“스물여섯의 나이에 창업했으니까 초기 자금은 1년 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모아놓은 돈이 전부였어요. 친구와 제가 절반씩 투자해서 2000만원으로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텀블벅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을 했어요. 목표액은 200만원이었는데, 펀딩액이 1200만원을 넘어서 352명에게 첫 박스를 보냈습니다. 이후로는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선도벤처연계 창업지원사업에 선정돼서 지원금도 받았어요. 그래서 인건비로 직원을 뽑아서 회사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 회사를 경영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기업을 다니는 친구들은 제가 자유로울 것 같다며 부러워해요. 저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속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손사래를 쳐요. 창업을 하면 100배 힘들고 1000배 재밌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100배 힘든 건 사실인 것 같아요. 회사가 성장할수록 경쟁 업체들이 생겨나고 견제가 점점 심해져요. 서로 경쟁하며 업계 전체의 파이가 커지는 건 좋은 일이지만, 지나친 경쟁은 간혹 소모적인 감정싸움까지 번지는 일도 생겨나더군요. 중심을 잡아가며 경쟁하는 게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회사가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곳이다 보니 사람 문제도 쉽지만은 않았어요. 직원을 관리하는데도 많은 노력이 필요했고, 갑작스러운 직원 공백으로 생기는 돌발 상황을 가까스로 해결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공동창업했던 친구가 1년 만에 공부를 하고 싶어서 유학을 떠났을 때는 큰 버팀목마저 사라진 느낌이었어요. 거친 광야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이었죠. 큰 회사에 있을 때는 큰 조직이 나를 보호해줄 때도 있는데, 사업을 하면 스스로 다 견뎌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았습니다.”

출처: 본인제공
강연하는 중,

- 바쁠 것 같다. 취미가 사업인데, 본인의 ‘취미’는 무엇인가.


“사업이 제 삶이 돼버렸어요. 슬프게도 워라밸이랑은 거리가 멀죠. 누워만 있어도 다음 날 해야 할 일들이 생각나고 고민하곤 해요. 그래도 지금의 삶이 행복하고 좋아요. 내가 키워온 회사라서 일이 내 자식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취미 사업을 하면서 정작 스스로 취미를 즐길 시간이 없는 것 같아서 요즘에는 직원들끼리 점심시간에 취미 아이템을 하나씩 즐기기도 해요. 개인적으로는 요가나 자전거 타는 걸 좋아합니다.”


- 일에 대해 이야기 하는 표정이 밝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


“처음 창업을 결심할 때부터 다짐했어요. 내 회사는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눠주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어요. 하비인더박스에는 우리 직원과 직원의 가족, 그리고 입점해있는 작가들이 있어요. 작가님들 중에는 우리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기회를 만나고 크게 성장한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을 보면 저도 행복해요. 우리 회사의 성장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친 거니까요. 사업적으로는 하비인더박스를 취미가 생각나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취미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어요. 사람들에게 주어진 시간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


글·사진 오종찬
jobarajob@naver.com
CC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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