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등장한 '이마트' 스티커 붙은 수입차, 뭔가했더니

조회수 2020. 9. 24. 14: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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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서 장만 보세요, 자율주행차가 집까지 배송해 드립니다

이마트가 서울 여의도점에서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 ‘일라이고(eli-go)’를 시범 운영한다고 10월15일 밝혔다. 고객이 매장에서 장을 보고 키오스크를 통해 서비스를 신청하면 자율주행차가 집 앞까지 물건을 가져다준다. 매장 근처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2주간 진행하는 서비스다.


이마트와 손잡고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를 선보인 곳은 자율주행 기술 스타트업 토르드라이브다. 서울대학교 자율주행차 기술 연구진이 2015년 12월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다. 한국과 미국 도심에서 자율주행 무사고 8만km 기록을 달성했다. 미국에서는 영업과 연구개발(R&D) 일부, 한국에서는 R&D를 전담한다. 대학원 재학 중 연구소에 들어가 직원 17명과 함께 자율주행 기술 시장의 최전방에서 뛰고 있는 계동경(32) 대표를 만났다.

출처: 토르드라이브 제공
계동경(32) 대표.

-이력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서울대학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다. 10년 이상 자율주행 기술을 연구해온 지능형자동차연구실에서 서울대학교 자율주행 콜택시 ‘스누버(SNUVER)’ 개발 총책임을 맡았다. 대학원에 진학할 때만 해도 창업할 생각은 없었다. 남들처럼 취직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스누버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면서 희열을 느꼈다. 연구 성과를 논문으로만 남기려니 아쉬웠다. 사업화해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었다. 우리의 기술에도 자부심이 있었다. 당시 미국에선 구글이 자율주행 기술로 사업화를 막 시작하고 있었다. 자율주행 시장의 태동기였다. 그래서 2015년 12월 서승우 교수 등과 공동창업했다.”


-토르드라이브는 어떤 회사인가.


“흔히 4차 산업혁명의 선두 주자라고 하는 자율주행과 인공지능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곳이다. 한국과 미국에서 주행 테스트를 거쳐 4단계 이상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했다. 자율주행 기술은 0~5단계로 구분한다. 4단계는 차선이 분명하지 않은 도심 골목길이나 이면도로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한 단계다. 5단계가 운전석이 필요 없는 궁극적인 자율주행 수준이다. 우리는 4단계를 거의 달성했다.


2018년 11월 캘리포니아에서 자율주행 배송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술만으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테스트를 거쳐 소비자에게 뭐가 필요한지 알아내야 한다. 우리는 실생활에 쓸 수 있는 의미 있는 기술을 만든다.”


-수익 모델은 뭔가.


“배달의민족처럼 직접 배송 서비스를 하는 건 아니다. 자율주행 기술이 필요한 곳, 예를 들면 자동차 제조사나 승차공유 서비스업체, 물류회사 등에 기술을 라이센싱해 수익을 낸다.”


-여러 서비스 가운데 배송을 택한 이유가 있나.


“자율주행 기술은 버스·화물차 등 적용 분야가 다양하다. 승객 수송 시장은 구글 자율주행 사업부 웨이모나 GM 자회사 크루즈 등 규모가 큰 회사가 진출해 경쟁이 치열하다. 반면 배송 시장은 경쟁자가 적다. 또 사람을 태우는 것과 물건을 싣는 것의 위험 부담을 비교하면 후자가 훨씬 낮다. 그래서 배송 시장을 골랐다.”

출처: 토르드라이브 제공
토르드라이브의 기술이 들어간 자율주행차. 오른쪽이 일라이고.

-현대차도 자율주행 시장에 조 단위 투자를 한다. 자동차 제조사와 진행하는 프로젝트도 있나.


“아직 유의미한 협력 관계를 맺은 곳은 없다. 이들은 하드웨어에, 우리는 소프트웨어에 강하다. 서로 보완할 수 있는 관계다. 우리가 다양한 시범 운영을 거쳐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고 실증한다면 제조·부품사와 협력할 기회는 충분히 있을 것으로 본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도 자율주행차 산업에 뛰어들었다. 토르드라이브의 경쟁력은.


“많은 사람이 ‘자율주행’ 하면 구글을 떠올린다. 그런데 구글은 애리조나 등 교통량이 적고 도로가 널찍한 도시에서 주로 시험 주행한다. 우리는 미국뿐 아니라 돌발 변수가 많은 서울 여의도의 번잡한 도로나 사무실 밀집 지역에서 테스트한다. 돌발상황에 대한 대응력이나 복잡한 도로 환경을 정확히 인지하는 인공지능 솔루션에 경쟁력이 있다.”


-규제는 어떤가. 우리나라와 미국의 자율주행차 규제를 비교한다면.


“자율주행 기술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와 미국의 규제에 큰 차이가 없다. 규제보다는 투자 규모가 문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자율주행 시장에 대한 투자가 소극적이었다. 최근 정부가 2030년까지 미래 자동차 세계 1위 국가로 만들겠다고 발표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니 기대하고 있다. 투자가 활성화되면 미국과 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역량은 이미 갖추고 있다.”


-선진국과 기술 격차가 큰 편인가.


“정량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다만 자본력이 있는 구글이나 GM이 유리한 건 맞다. 중국도 자율주행차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실리콘밸리에도 중국계 스타트업이 많다. 텐센트 등 자국 거대 기업에서 투자도 많이 한다. 중국에서는 이미 택시뿐 아니라 버스나 거리의 청소차가 자율주행차다. 성장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이런 추세라면 미국도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사고 소식도 종종 들리는데.


“자율주행차가 사람이 운전하는 차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을 예측하지 못할 때가 있다. 오히려 자율주행차만 달리는 도로에서는 사고 위험이 적다. 5G 자율주행으로 차나 사물 간 통신을 활용하면 옆에 있는 차가 어떻게 움직이려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자율주행 기술과 인프라를 함께 개발해야 한다. 자율주행차의 장점은 분명하다. 사람이 운전할 때는 사각지대가 있지만, 센서로 차량 주변을 탐지하는 자율주행차는 사각지대가 없다. 돌발상황도 사람보다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밤에 잘 눈에 띄지 않는 보행자도 라이다(LiDAR)로 탐지가 가능하다. 이 장점을 살리려면 도로 인프라도 개선해야 한다.”

토르드라이브 제공

-사업 성과가 궁금하다.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사 가운데 매출을 내는 곳은 전 세계에서도 드물다. 구글 웨이모나 크루즈도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운영하는 회사지, 실제로 매출을 내는 곳은 아니다. 우리는 고객사는 밝힐 수는 없지만 2017년 실리콘밸리의 배송 스타트업에 기술을 라이센싱해 15억원의 매출을 냈다. 지금도 이마트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추진하고 있는 여러 프로젝트가 있다. 많은 사람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으면서 수익도 내는 서비스를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애로사항은 없나.


“직원을 구하기 힘들다. 기술 개발에는 특히 직원의 역량이 중요하다. 하지만 자율주행이나 인공지능 분야에선 인력 풀이 한정적이다. 최근에서야 대학에서 관련 학과를 만들고 있지만, 그동안 인력 양성 체계가 없었다. 실리콘밸리에는 유능한 인재가 있지만, 인건비가 한국보다 2~3배가량 높다. 또 우리나라에는 아직 대기업을 선호하는 문화가 남아 있다. 능력 있는 인재를 모아 전 세계에서 쓰일 기술을 함께 개발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앞으로 계획은.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달리는 시대가 먼 미래의 얘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완전 자율주행(5단계) 기술은 5~10년 안에 완성할 거라고 본다. 문제는 기술보다 법규나 사회 통념 등 사람에 관한 부분이다. 우리는 배송 서비스와 같은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누구나 자율주행 기술을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노력하겠다. 또 ‘자율주행’ 하면 구글이 아닌 토르드라이브를 떠올릴 수 있는 회사로 키워 직원에게 자부심을 줄 수 있는 회사로 만들겠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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