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 주고 사서 190만원에 팔았으니 쏠쏠하죠

조회수 2019. 10. 25. 14: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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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던 신발이 5억에.."스니커테크로 돈 벌어요"
"신던 신발이 5억이라고요?”
한정판 신발로 돈버는 '스니커테크' 인기
샤넬 재테크 ‘샤테크’ 이어 매니아 재테크로 유행

9년 전 국내에 '샤테크'가 등장했다. 샤테크는 샤넬과 재테크를 합친 말로 해외에서 제품을 구입해 사용한 뒤 되파는 것을 뜻한다. 샤넬이 주기적으로 환율 변동, 국내 인건비 등을 이유 삼아 인기 상품 가격을 올리기 때문에 중고라도 구매 가격보다 비싸게 팔아 이득을 남길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샤테크 대신 다른 재테크가 유행이다. 바로 '스니커테크'다. 스니커즈(Sneakers)와 재테크를 합친 말로 신발을 되팔아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와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에게 각광 받고 있는 스니커테크에 대해 알아봤다.

출처: 맥랩의 맥너겟TV
래퍼 더콰이엇이 자신이 소장한 에어조던 시리즈를 꺼내 보이고 있다.

◇30만원이었던 신발이 190만원으로


스니커테크는 시중에서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한정판 신발을 원가보다 비싼 가격에 되팔아 수익을 얻는 것이다. 이때 원가에 붙는 가격을 프리미엄(Premium)이라고 한다. 프리미엄은 브랜드는 물론 제품 라인과 사이즈에 따라 달라진다. 스니커테크는 한정판 신발을 구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나이키나 아디다스 매장 앞으로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한정판 신발을 사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이들에겐 밤을 새우기 위한 돗자리와 담요는 필수다. 최근엔 매장 앞이 아닌 온라인에서 아바타를 줄 세우는 방법도 생겼다. 또 제품 출시 전 사전신청을 받고 발매일에 수량에 맞춰 추첨하기도 한다. 당첨자만 신발을 살 수 있다.


스니커테크로 거래가 활발한 브랜드는 대표적으로 나이키와 아디다스다. 그중에서도 나이키 에어 조던 시리즈와 아디다스의 이지부스트 시리즈가 유명하다. 나이키는 한정판 마케팅으로 에어 조던 시리즈를 소량으로 출시해왔다. 최근 국내에 출시한 '조던 6 트래비스 스콧'도 추첨을 통해 656명에게만 팔았다. 출시가는 30만9000원이었지만 현재 중고시장에서는 사이즈 men's us 5.5 기준 1609달러(약 190만원)에 팔리고 있다. 아디다스의 경우 칸예 웨스트와 협업한 신발 이지부스트에 리셀러들이 몰린다. 아디다스 이지부스트 350 V2 Black Red 출시가격은 220달러(국내 출시가 28만9000원)였다. 지금은 852~1016달러(약 101만~12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신발의 가치와 리셀 가격은 다른 브랜드와 협업했을 때 더욱 오른다. 나이키와 수프림이 협업해 출시한 ‘에어모어 업템포 수프림 레드’ 발매가는 190달러(약 22만원)였다. 이 제품은 현재 395달러~863달러(약 46만~102만원)에 팔리고 있다. 사카이와 협업한 ‘나이키 LD 와플 블루 멀티’는 155달러(국내 발매가 17만9000원)에 출시했고 현재 시장에서는 602~726달러(약 71만~86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또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오른다. 7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나이키 운동화가 5억원에 팔렸다. 바로 와플 밑창이 특징인 '문슈(moon shoe)'다. 문슈는 나이키가 1972년 뮌헨올림픽에 참가한 육상선수를 위해 12켤레만 만든 운동화다. 운동화를 낙찰받은 사람은 투자가 마일스 나달이었다. 그는 "한정판 운동화 가치는 계속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SHOEZEUM, 스톡엑스 캡처
나이키 문슈(좌), 조던 6 레트로 트레비스 스콧(우)

◇1조원 규모로 성장할 스니커테크 시장


전문가들은 이런 스니커테크 시장이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회사는 세계의 스포츠화 시장 규모는 2025년 950억달러(약 113조4300억원)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은행 코언앤드컴퍼니는 2025년까지 전 세계에서 60억달러 규모의 스니커즈 리셀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렇게 스니커즈가 높은 투자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2차 시장을 형성하자 새로운 플랫폼도 등장했다. 미국에는 스니커즈 거래 플랫폼 '스톡엑스(Stock X)'가 있다. 운동화 덕후였던 조쉬 루버(Josh Luber)와 댄 길버트(Dan Gilbert) 공동창업자는 신발 중고 거래를 하다가 플랫폼의 필요성을 느꼈다. 리셀가의 기준도 없었고 정품 여부도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2015년 그렉 슈워츠(Greg Schwartz)와 함께 주식시장 시스템을 적용해 스톡엑스를 창업했다. 초창기 이들은 스톡엑스를 신발업계의 증권시장이라고 소개했다. 플랫폼에 등록한 제품이 주식 종목이고 이 제품의 마지막 거래가가 현재 주가인 셈이다.


거래방식은 어렵지 않다. 많은 리셀러들이 제품의 희망가격을 사이트에 등록한다. 구매를 원하는 사람은 사이트에서 희망 모델과 사이즈를 선택하면 리셀러들이 올려놓은 가격 중 최저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최저가격을 택해 바로 살 수도 있고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해 시세가 떨어지기를 기다릴 수도 있다. 거래가 성사되면 판매자가 제품을 스톡엑스로 보내고 회사 내 전문가가 신발을 감별해 '검증된 정품' 택을 붙여 구매자에게 배송한다. 스톡엑스는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창업 3년 만에 10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회사로 성장했다. 최근 여러 기업으로부터 1억1000만달러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한국에는 이와 비슷한 'XXBLUE(엑스엑스블루)'가 있다. 서울옥션블루가 론칭한 XXBLUE는 스톡엑스와 같은 방식으로 신발을 사고팔 수 있다. 한 달 만에 회원 1만명을 모았다. 중국에는 독앱(毒APP)이 있다. 독은 중독성이 강한 상품이라는 뜻이다. 한 달 유통액이 25억위안(약 4197억원)이 넘는다.

출처: XXBLUE 캡처
XXBLUE에서 최근시세를 그래프로 보여준다.

◇하나의 재테크vs왜 신발이 그렇게 비싸야 하나


갈수록 성장하는 리셀 시장과 높아지는 신발 가격에 부정적인 의견도 존재한다. 직장인 이모씨(27)는 리셀 시장에서 한정판 운동화를 몇 번 샀다가 계속 높아지는 가격에 구입을 멈췄다고 한다. 그는 “좋게 말해 스니커테크지 터무니없는 웃돈을 붙여 비싸게 팔아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나이키 LD 와플 추첨에서 떨어지고 리셀가를 알아보는 신씨(26)는 “리셀러들 때문에 10만원대였던 가격이 80만원대로 올랐다. 그들 때문에 피해 보는 것은 결국 나와 같은 일반 소비자”라고 말했다.


스트릿 브랜드 수프림 창업자 제임스 제비아도 리셀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는 “우리는 젊은 층이 사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리셀러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베이에 올라오는 제품을 보면 최소 두 배에 팔고 있다. 사람들이 우리 옷을 팔기 위해서가 아닌 입기 위해 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리셀러는 자신들의 돈과 시간을 투자해 더 큰 이익을 얻는 건 재테크지 잘못된 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E마케팅 회사에서 일하는 한 마케터는 “스니커테크라는 이름으로 상승세를 탄 리셀러들을 막을 방법은 따로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제품 독점을 막기 위해 추첨제를 도입하기도 했지만 가족이나 지인을 동원해 응모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이어 “브랜드 입장에서는 리셀을 통한 홍보 효과도 크기 때문에 더 이상의 규제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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