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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0만명 중 30등' 중국인이 한국에 살며 가장 힘든 점

조회수 2020. 9. 24. 15: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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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대 나온 중국인이 한국에서 워킹맘으로 살아가기

국내 기업들이 거대해진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인 인력을 직접 채용하기 시작한 지도 약 10년이 흘렀다. 이제는 어디서나 중국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한국에 10년 이상 뿌리 내리며 정착해 사는 경우는 많지 않다. 상당수는 가정을 꾸리기 위해, 또는 고향이 그리워 본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기업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길러낸 인재가 유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출처: 한화자산운용 제공
가오정지 한화자산운용 차이나에쿼티 팀장과 그의 아들

한화자산운용에서 중국펀드 운용을 맡고 있는 가오정지(高正姬·33) 차이나에쿼티 팀장은 한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금융인으로 꼽힌다. 중국 지린성 출신인 그는 베이징대에서 경제학과 정보관리학을 복수전공한 수재다. 2008년 한화그룹이 그룹 전체 차원에서 처음 실시한 해외 공채에 선발돼 한국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회사 안에서 만난 한국인 남성과 결혼해 지금은 아들과 딸을 둔 워킹맘이 됐다. 서울 광화문에서 가오 팀장을 만나 한국에서의 직장 생활에 대해 들어봤다.


-간단히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한화자산운용에서 중국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가오정지입니다. 한화에서 근무한 지는 올해가 햇수로 12년째입니다.”


-베이징대 출신이다. 중국인이 베이징대에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았을텐데 지린성에서 몇 등 정도 한 것인가.


“고등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한 편입니다. 제가 자란 지린성 인구가 2700만명 정도 되는데 이중 제가 베이징대에 입학하던 당시엔 지린성 출신이 30명 정도됐습니다. 중국에선 베이징대와 칭화대를 최고로 평가하는데 두 대학을 합해 50명 정도 간 것으로 기억합니다.”


-2008년 해외공채 1기로 한화자산운용 입사했다. 왜 한국 근무를 택했나.


“어릴 때부터 해외에서 근무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중국은 금융 시장이 비교적 최근에 발전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당시만 해도 한국보다 상당히 뒤처져 있었습니다. 지금도 투자기법이나 투자철학 측면에서 한국은 상당히 선진적인 금융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의 금융 업무를 경험해보고 싶었기 때문에 한국 회사에 입사했고, 업무가 재밌고 적성에도 맞아 계속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같은 회사 선배와 결혼해 한국에 완전히 정착했습니다.

출처: 한화자산운용 제공
가오정지 한화자산운용 차이나에쿼티 팀장

-당시 해외 공채로 한국에서 근무를 시작한 동기들도 지금까지 한국에 남아있나.


“당시 5~6명 정도 채용됐는데 중국인은 저 한 명 뿐이었습니다. 대부분 다시 본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간이 오래되기도 했도, 저처럼 결혼해서 정착하지 않으면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에서 근무하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워킹맘으로서 아이들을 돌보는 문제가 가장 힘든 점입니다. 7살 먹은 아들과 4살 배기 딸이 있는데, 퇴근해서 집에 가면 애들이랑 놀아 줄 수 있는 시간이 적은 편입니다. 친정 엄마가 한국에 들어오셔서 아이들을 돌봐주고 계신데,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하원도 도맡아 해주세요. 엄마한테 많이 미안하죠. 여의도 한화증권 빌딩에 회사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있긴 하지만 집이 김포라 집 앞에 있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보내고 있어요. 아기들과 함께 아침 일찍 출근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니까요.


내년이면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육아가 더욱 걱정입니다. 중국은 아이들이 오전 7시에 등교해 오후 4~5시까지 학교에 있기 때문에 워킹맘의 육아 부담이 한결 적은 편이지만, 한국은 오후 1시면 하교를 합니다. 한국에서는 방과후 교실이 있긴 하지만 다른 엄마들 이야기 들어보면 ‘방과후 교실보다는 학원을 보내야한다’는 이야기도 많고 해서 아직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요. 이것저것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는 중국이 워킹맘들이 일하기 훨씬 좋은 환경인 게 사실이예요.”


-퇴근 시간이 많이 늦나.


“요즘에는 아침 8시에 출근해서 6시 조금 넘어 퇴근합니다. PC오프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6시 15분이면 컴퓨터가 꺼져요. 하지만 펀드매니저 업무가 사실 밤낮이 없거든요. 밤에 무슨 사건이 터져 기업 가치가 변동될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집에 와서도 스마트폰으로 보고서 보고 틈틈히 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아기들을 돌보는게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훨씬 시간적 여유는 많아진 편이예요. 예전에는 밤 늦게까지 사무실에서 야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에는 가급적 야근을 지양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휴가도 다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엔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휴가 가는 것을 권하는 편이라 눈치안보고 휴가를 쓸 수 있습니다. 1년에 20일 연차를 쓸 수 있습니다."

출처: 한화자산운용 제공
가오정지 한화자산운용 차이나에쿼티 팀장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생활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나.

“제가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했다면 불편한 점이 많았겠죠. 하지만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기 때문에 외국인으로서 불편한 점은 거의 없어요. 회사 내에선 국적에 따라 업무가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일상 생활에서도 제가 중국인인 것을 다른 사람이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오히려 한국에서 생활하는게 편리할 때가 있습니다. 관공서에서 일을 볼 때 일처리가 엄청 신속히 진행되는 점은 중국보다 훨씬 낫습니다. 일반적인 서비스업종도 중국보다 훨씬 친절한 것 같아요.”


-한화자산운용의 중국펀드 대표 상품은 무엇인가. 성과는 어느 정도인가.


“‘한화중국본토펀드’입니다. 10월16일 기준 최근 1년간 수익률은 15.7% 정도이며, 3년 수익률은 22.5%, 5년 수익률은 97.3%를 기록할 정도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해외펀드 매니저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국내 펀드매니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투자의 기본은 사업을 잘하는 기업을 찾아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투자 금액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저희 팀의 장기적인 투자철학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찾아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시기에 주식을 매입하는 것입니다. 일반 펀드매니저가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분석을 하는 것처럼 해외 펀드매니저는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같은 분석을 할 뿐입니다. 중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워낙 땅이 넓어 베이징에서 근무하나 서울에서 근무하나 큰 차이는 없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상하이에 있는 기업을 방문할 일이 있다고 했을 때 베이징에서 가나 서울에서 가나 시간적으로 별 차이가 없습니다.”


-올해 초 2465.29였던 상하이종합지수가 지금은 3000언저리 수준까지 올랐다. 지금 중국펀드에 투자하기엔 늦은 것 아닌가.


“중국 주식시장이 올해들어 많이 오르긴 했지만 다른 글로벌 시장에 비해서는 여전히 저평가 된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 주식시장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저평가 되어 있긴합니다만, 중국 시장은 한국보다 더 저평가되어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미국과의 무역 분쟁이라는 악재가 있긴 하지만 이미 시장에선 이를 감안해 가격 조정이 들어간 상태입니다. 과거 강세를 보였던 방직 산업이 지금은 동남아로 많이 이전하긴 했지만 중국 제조업은 여전히 높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 중국은 지난 10년간 해마다 평균 700만명의 대졸자가 나왔습니다. 다 합하면 7000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인재 풀이 생긴겁니다.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계속 성장할 가능성이 높으며, 지금도 투자에 뛰어들기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한화자산운용 제공
가오정지 한화자산운용 차이나에쿼티 팀장

-투자 유망한 중국 업종은 무엇인가. 


“중국 소비재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많은 인구 덕분입니다. 또 인구가 점차 고령화되어 감에 따라 헬스케어 분야도 성장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헬스케어 분야를 지원하면서 신약 개발에 대한 인센티브도 높아지고, 무엇보다 이 분야에 훌륭한 인재들이 많이 모이고 있습니다.”


-지금은 중국도 금융 시스템이 잘 발달하고 규모도 엄청 커졌는데 중국 회사에 취직하지 않은 걸 후회하진 않는지. 

“지금 하고 있는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저는 좋아하는 일, 좋은 동료, 충분한 보수 등 3가지 조건 중 2개만 충족해도 좋은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어디서 일하는가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제가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기 때문에 중국 회사에 취직하지 않을 것을 후회하진 않습니다. 그리고 중국시장은 숏텀(단기간)에 치우친 투자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주간, 월간 단위로 랭킹에서 밀리면 바로 도태되어 버리기 때문에 주식 매매가 자주 발생하고 일희일비하는 투자가 많습니다. 그런 것보다는 지금처럼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한국 시장이 더욱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은 제가 하고 있는 일을 더욱 충실히 하고 싶습니다. 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30대는 직장에서 성과를 내야할 때 입니다. 중국인은 한국인 보다 훨씬 돈에 민감하고,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혁신하는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잘 해서 이들이 내는 수혜를 고객들과 나눠가질 수 있도록 펀드를 잘 관리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준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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