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만에 5000만원..결국 '세종대왕'으로 5억 달성했죠

조회수 2020. 9. 24. 15: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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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마니아가 세종대왕으로 5억 펀딩 받은 사연

최근 SNS에서 2030세대가 주목하는 젊은 디자이너가 있다. 지난 8월 한국의 전통을 담은 여권 케이스로 펀딩 누적 금액 5억원을 달성했다. 한국적인 요소를 담은 디자인으로 우리나라 전통을 지켜나가고 싶다는 박종원 디자이너(24)를 만났다.

출처: 본인 제공
박종원 디자이너.

-자기소개를 해달라.


“제품 디자이너이자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박종원이다. 콘텐츠 커머스 회사인 블랭크K에서 콘텐츠 기획 및 제작 일을 하고 있다. 또 ‘다이노코리아’라는 개인 디자인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다이노 필름’이라는 사진 필터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현재 스타트업 협업사인 업드림코리아, 하플리, 디자인스킨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 ‘다이노(Dyno)’라는 닉네임 뜻이 궁금하다.


“중고등학교 때 댄서로 활동하면서 예명을 썼다. 얼굴이 공룡상이다. 공룡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Dinosaur’를 줄여서 ‘다이노(Dyno)’라고 지었다.


팝핀, 비보잉 등 스트리트댄스를 췄다. 어머니가 라인댄스 강사다. 라인댄스란 여러 사람이 줄지어 추는 춤을 말한다. 자연스레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세계적인 댄서를 꿈꿨다.”

출처: 본인 제공
학창시절 댄서로 활동한 박종원 디자이너.

-댄서로 활동하다가 디자이너를 꿈 꾼 계기가 있나.


“소속 댄서팀에서 진행하는 춤 행사 포스터, 팸플릿을 디자인하는 일을 맡았다. 당시 포토샵이 취미였다. 진주시 스트리트 댄스 페스티벌 등 행사 포스터와 팸플릿을 만들었다. 내가 만든 포스터가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는 점이 흥미롭더라.


본격적으로 디자인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2014년 한국국제대학교 산업디자인과에 진학했다.”

출처: 본인 제공
박종원 디자이너

-콘텐츠 크리에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해 SNS에 올리고 있다. 2013년 페이스북에 ‘응답하라 1995’라는 페이지를 개설했다. 동갑내기인 1995년생들을 대상으로 했다. 1995년생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만들었다. 어린 시절 즐겨보던 애니메이션 O.S.T 등을 모아 직접 편집했다. 팔로워가 5만8000명까지 늘었다.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단순히 흥미 위주가 아닌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짜 정보를 담은 ‘여행’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대학생 때부터 여행 커뮤니티인 ‘여행에 미치다’에 콘텐츠를 만들어 올렸다. 약 200만명의 팔로워가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다. 인터넷에 있는 여행 정보를 나라별로 정리해 콘텐츠를 만들었다. 50개가 넘는 여행 관련 블로그를 찾아보며 정보를 모았다. 그 중 20개국의 랜드마크를 원 안에 그려 넣은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다. 여행 프로그램인 KBS ‘배틀트립’ 측이 이 게시물을 보고 연락을 해왔고, 스탬프 디자이너로 채용됐다. 방송에 나오는 스탬프 디자인을 담당했다.”


-‘다이노 필름’이라는 이름으로 사진 보정 필터를 배포하고 있다고.


“2017년 초 ‘여행에 미치다’측이 진행한 행사에 참석했다. 경주 한옥 마을에 여행을 가는 일정이었다. 행사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포토샵으로 보정했다. SNS에 올렸는데 누리꾼의 반응이 좋았다. ‘색감이 예쁘다’ ‘어떤 필터로 보정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포토샵에서 채도, 밝기, 명도 등 보정한 값을 저장해서 사람들에게 공유했다. 

2017년 1월 ‘다이노 필름’이라는 이름으로 사진 보정 필터를 본격적으로 배포했다. 지금까지 100개 이상의 필터를 만들었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필터는 ‘일본 여행 필터’였다. 공유한 사람 수만 1만명이 넘었다. 페이스북 팔로워 숫자도 1년 새 3만 명 이상 늘었다.


2018년에는 그간 무료로 배포했던 필터들을 모아 사진 필터 앱을 출시했다. 그해 9월 IOS 유료 앱 순위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출처: 박종원 디자이너 인스타그램 캡처
박씨가 디자인한 세종 여권 케이스.

-세종여권케이스가 화제였다.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여행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행용품에도 관심이 생겼다. 그러던 중 항공사에서 일하고 있는 지인이 미국 여권 디자인으로 여권케이스 하나를 만들어달라고 하더라. 왜 한국인이 미국 여권 디자인을 쓰고 싶어 하는지 안타까웠다. 한국의 전통을 담은 여권 케이스를 직접 디자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경복궁 여권 케이스, 단청 여권 케이스, 호랑이 여권 케이스를 디자인했다. 가장 화제가 된 건 2017년에 만든 세종 여권 케이스다. 가장 존경하는 왕인 세종대왕이 떠올랐다. 왕이 입는 곤룡포의 오조룡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저작권 문제가 생기지 않게 문화재청에 연락해 승인을 받았다.  

처음에는 사업자금이 하나도 없었다. 친분이 있던 업드림코리아의 이지웅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제의를 받았다. 크라우드 펀딩은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여러 사람에게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뜻한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기업인 ‘와디즈(Wadiz)’에서 펀딩을 했다. 처음 목표는 2000만원이었다. 1차 펀딩 3일 만에 5000만원을 달성했다. 총 1억1000만원을 달성했다. 현재 4차 펀딩까지 진행해 누적 금액 5억원 펀딩에 성공했다. 누적 인원은 약8600명이다. 세종 여권 케이스는 인천국제공항,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에 있는 팝업몰 ‘GAZESHOP’에 입점하기도 했다.”

출처: 본인 제공
박씨가 디자인 한 '조선 호랑이 재킷'.

-여권 케이스 외 또 다른 제품이 있나.


“2019년 초 하플리라는 생활한복 브랜드와 함께 남성 재킷인 ‘조선 호랑이 재킷’을 만들었다. 호랑이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호랑이를 한반도 지도 모양으로 새겼다. 9천만원 펀딩에 성공했다.


현재 액세서리 브랜드인 디자인스킨과 핸드폰 케이스 디자인을 하고 있다. 이번에도 우리나라의 전통 이미지를 담을 예정이다.”


-한국 전통을 콘셉트로 디자인하는 이유가 있나.


“사극 마니아다. 어릴 때부터 사극을 좋아했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대조영’ ‘선덕여왕’ ‘태왕사신기’ 등 각종 사극은 빠짐없이 챙겨봤다. 드라마에 나오는 전통 문양 디자인에 관심이 가더라. 집 근처에 있는 진주성에 자주 갔다. 단청 문양 등을 관찰하는 게 재밌었다. 어떻게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보통 한국적인 요소가 들어간 디자인은 ‘촌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그래도 한국인이니까 결국 한국적인 것에 끌린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디자인과 현대적인 요소를 잘 버무리면 트렌디한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또 우리나라 전통을 지켜나가는데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세종 여권 케이스의 수익금 일부를 무형문화재 단청장 이수자에게 기부하고 있다. 2019년 문화재재단과 기부 협약식을 했다.”

출처: 박종원 디자이너 인스타그램 캡처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 핀 배지(좌), 선물 받은 핀배지를 들고 있는 유튜버 박막례 씨(우).

-취미나 스트레스 해소법은.


“개인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준비한다.”


-개인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기획하고 준비하는 프로젝트다. 핀 배지 제작 프로젝트, 국악바 오프라인 행사를 기획했다.


2018년 핀 배지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핀 배지란 금속으로 만든 핀이다. 의류·가방·모자에 달아 장식하거나 수집하는 아이템이다.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다녀온 이후 핀 배지에 빠졌다. 당시 평창 올림픽 현장에서는 핀 트레이드(Pin Trade)문화가 유행이었다. 올림픽 때 만들어진 배지나 국가 등 소속이 담긴 배지를 교환하는 문화를 말한다.


트위터에 핀 배지 관련 계정을 만들었다. 평창올림픽에서 금메달 받은 선수들의 모습을 담은 배지를 디자인해서 올렸다. 그러던 중 평소 팬이었던 김연아 전 피겨스케이팅 선수에게 핀 배지를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연아 선수가 출전했던 그랑프리 파이널, 세계선수권대회, 올림픽 때 모습을 담은 배지 17개를 제작했다. 디자인 과정을 트위터에 올렸다. 많은 누리꾼이 관심을 가지더라. 팔로워 수가 9000명까지 늘었다. 김연아 선수의 생일 때 소속사를 통해 선물했다.


유명 유튜버인 박막례 할머니에게도 선물해드렸다. 감동이라고 기뻐하시더라.


또 최근 국악 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해외 라이브 바처럼 국악을 들으면서 막걸리나 수제 맥주를 마시는 행사다. 10월말에 열린다.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이벤트를 기획하는 게 재밌다.”


-수입이 궁금하다.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니 고정적이진 않다. 작년 순수익은 7000만원이다. 제품 펀딩 수익과 외주작업, 강연으로 번다. 이화여자대학교·한성대학교 등에서 주최한 직업 특강을 했다.”


-앞으로의 꿈과 목표는.


“한국 전통 문양을 새긴 제품을 더 다양하게 만들고 싶다. 또 한국의 고유한 멋을 담은 제품들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으면 한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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