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삼성이 선택했다, 망했던 30대 부활시킨 아이템

조회수 2020. 9. 24. 15: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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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품 앱 만들다 망하고, 이것으로 재기 했지요"
이모티콘 플랫폼 ‘플랫팜’ 이효섭 대표
크리에이터 3000명, 이모티콘만 7만개 이상
"핸드폰과 메신저 기본 기능이 목표"

“뭐 할래?” 

“나 배고파. 밥 먹으러 가자.”


메시지를 입력하자 핸드폰 화면에 배고픔과 관련된 이모티콘 여러 개가 나타난다. 사용자는 원하는 것을 골라 누르기만 하면 된다. 문자를 분석해 이모티콘을 추천하는 이 서비스는 바로 이모티콘 플랫폼 ‘플랫팜(Platfarm)에서 운영하는 ‘모히톡(Mojitok)’이다. 모히톡은 인공지능이 문자를 분석해 문맥에 알맞은 이모티콘을 추천해준다. 모히톡에는 7만여개의 이모티콘이 등록돼 있어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 10, 베트남 1위 메신저 앱 잘로(Zalo) 등에 선탑재돼있다. 플랫팜은 이효섭(36) 대표와 팀원이 함께 이끌고 있다. 서울시 중구 CKL 기업지원센터에서 이대표를 만나 창업 이야기를 들었다.

출처: jobsN
모히톡을 설명하는 이효섭 대표

◇졸업 후 겪은 창업 실패


이효섭 대표는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 서울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이후 공학적인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에도 관심이 생겨 카이스트에서 문화기술공학 석사를 취득했다.


-졸업 후에는 어떤 일을 했는지.


"한 벤처기업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HCI를 연구하고 R&D부문에서 일했다. 3년 일하니 벤처기업 경영하는 방법이 눈에 들어왔다. 이 정도면 내 사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011년 친형과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를 차렸다. 2년 동안 일하면서 다른 건 괜찮았는데 고객과의 관계가 어려웠다. 의견 대립 끝에 남는 건 결국 고객사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었다. 외주 업체의 한계를 느끼고 회사를 나와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다."


-어떤 것이었나.


"2013년 건전한 성생활을 위한 성인용 앱을 구상해 친구들과 함께 창업했다. 그러나 앱 출시도 못 하고 접어야 했다. 제품도 팔 수 있게 오프라인 매장까지 계약한 상태였는데 건물주가 본인 건물에 성인용품 매장을 들일 수 없다면서 계약을 파기해 달라고 했다.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어 앱이나 오프라인 매장도 많지만 그때만 해도 성인용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못할 때였다. 이런 일이 터지고 팀 내부에서도 확신이 없어 결국 해산했다."

출처: 페이스북 캡처
요인배 페이스북 페이지

◇‘요인배’에서 ‘모히톡’으로


-다시 창업했다고 한다.


"대중적인 아이템으로 다시 해보고 싶었다. 앱으로 레시피를 공유하는 아이템으로 정했다. 평소 요리를 자주 해서 나온 아이디어였다. 바로 전 창업으로 돈을 다 써서 페이스북으로 시작했다. 2014년 '요인배(요리를 인터넷으로 배운 사람들)'이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고 요리 과정을 사진 찍어 올렸다. 1년도 안 돼서 팔로워가 10만명으로 늘었다."


-잘 된 것 같은데 사업방향을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


"파워블로거에게 재료와 레시피를 보내주고 요인배를 알렸다. 인기가 많아지자 식료품 회사의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투자를 전혀 받지 못했다. IR을 다니다 한 VC에게 솔직한 의견을 듣고 피벗을 결정했다. 그는 '창업자가 열정도 있고 아이템도 재미있는데 창업자가 이 사업을 위해 목숨을 걸 것 같진 않아 보인다’'고 했다.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뜨끔했다. 곰곰이 생각하니 평생 이 일을 즐겁게 할 것 같지는 않았다. 넘길 수 있는 사업은 넘기고 팀원이 한데 모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역량 안에서 재밌게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회의 결과는 어땠나.


"디자인과 IT를 접목한 아이템으로 시작하고 싶었다. 자동으로 로고를 만들어 주는 툴, 정보를 입력하면 명함을 디자인해 주는 솔루션 등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중 소비자들이 이미 돈을 쓰고 있는 시장에서 시작하고 싶었다. 그렇게 나온 아이디어가 이모티콘이었다. 2016년 이모티콘을 제공하는 B2B 솔루션 기업으로 피벗(Pivot·사업 방향을 전환하는 것)했다. 당시 한국콘텐츠진흥원 Idea-cel 융복합 프로젝트에 선정돼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2017년 최우정 CTO가 합류한 후부터 본격적인 플랫폼 구축을 시작했고 이후 창업 경진 대회 등에 지원해 수상하면서 상금도 받고 시드 머니 투자도 받을 수 있었다."

출처: 모히톡 제공
문자를 입력하면 해당 문맥과 관련된 이모티콘을 추천해준다(좌). 인기 이모티콘 중 하나로 지금까지 898달러를 적립했다. 액수가 높을 수록 이용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이모티콘이다(우).

◇3000여명의 크리에이터가 활동하는 서비스


-모히톡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사용자가 메시지를 입력할 때 7만개가 넘는 콘텐츠 중 문맥에 알맞은 이모티콘을 추천한다. 모히톡에는 3000여명의 크리에이터가 활동 중이다. 이들이 이모티콘을 만들어 올리면서 정보를 입력한다. 예를 들어 한글이 들어가면 국가 정보를 한국이라고 입력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정보를 모두 입력하고 나면 이모티콘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데이터로 재탄생한다. 인공지능이 이 정보 중에서 사용자에게 어울릴만한 이모티콘을 추천하는 원리다.”


-크리에이터도 별도의 수익을 얻나?


“수입 일부를 크리에이터에게 배분한다. 노출 빈도, 챌린지 참여도에 따라 받는 액수는 다르다. 챌린지는 우리가 특정 단어를 제시하면 이에 맞는 이모티콘을 올리는 일종의 작은 미션이다. 크리에이터는 꼭 세트로 이모티콘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 한 개의 이모티콘이라도 가이드만 지킨다면 언제든 등록할 수 있다. CJ ENM도 파트너 크리에이터로 등록돼있어 11월부터 ‘기묘한’ 캐릭터도 모히톡을 통해 배포한다.”


-모히톡을 사용하고 있는 곳은 어디인가.


“2018년 초 프로토타입이 나온 상태에서 해외 영업을 먼저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1억명이 사용하는 베트남 메신저 Zalo와 첫 계약을 맺었다. 이어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스타트업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인 C랩 아웃사이드에 선정되면서 기술을 다듬었다. 이후 삼성전자와 계약을 맺고 갤럭시노트10 키보드에 기본 탑재했다. 이 밖에도 세종 텔레콤 등에서 사용 중이다.”

◇모든 휴대폰과 메신저 기본 기능 탑재 목표


모히톡은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Austin)에서 열리는 음악, 영화, IT를 아우르는 융복합 축제 ‘SXSW 2019’에 참가해 기술을 선보였다. 오는 17일에는 콘텐츠 스타트업 콘퍼런스 및 피칭이 열리는 ‘스타트업콘’에도 참가해 대기업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한다. “B2B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이 많다. 우리도 그중 하나고 대기업과 협업을 한 스타트업으로서 이와 관련한 인사이트를 나누고 싶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은 함께할 때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창업 후 가장 뿌듯했던 때는 언제인가.


“아직 없다. 자생할 수 있을 정도로 커야 한다. 어떤 고객을 만나든 우리 서비스가 필요하게끔 계속해서 개발해야 하는 단계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모지처럼 모히톡이 핸드폰과 메신저 기본 기능으로 탑재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미래의 비주얼 커뮤케이션을 한발 앞서 연구하는 회사가 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지금 우리가 쓰는 이모티콘이 영구적이진 않을 거다. 대화하는 형태가 달라지면서 지금의 이모티콘이 하는 역할을 하는 콘텐츠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창업을 꿈꾸는 사람에게 조언해주자면.


“자본을 넉넉하게 갖고 시작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좋은 조건에서 창업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살아오면서 쌓은 경력이 사업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창업하려는 사람이 쌓아온 것들이 다르기 때문에 내 창업스토리가 표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자신의 장점 하나하나를 살려 무엇인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창업은 해볼 만하다. 창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그 사업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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