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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안하고 왜 힘들게 벨트 파냐고요? 나라 구하려고요

“허리띠만 만드나요? 블록버스터급 신약 디지털로 만들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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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차세대 블록버스터 신약, 제가 만들겠습니다.

민사고→연대 의대→삼성전자→스타트업 대표

스마트 벨트 만들다 디지털 치료제 개발까지

강성지(33) 웰트 대표


웰트는 스마트 벨트를 만드는 헬스케어 웨어러블 스타트업이다. 삼성전자 사내 벤처로 시작해 2016년 7월 분사했다. 강성지(33) 대표는 연세대 의대 출신으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최연소 과장직을 그만두고 나와 웰트를 이끌고 있다. 강 대표는 3년 만에 웰트를 연 매출 6600만원에서 10억원 규모 회사로 키웠다. 이런 그가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만들겠다며 또 한 번 출사표를 던졌다. 그가 주목하는 디지털 치료제(DTx·Digital therapeutics) 시장의 정체가 궁금했다.

강성지(33) 웰트 대표.

출처jobsN

-그간의 성과는 어땠나요.


“2019년 초까지는 스마트 벨트 사업에 집중했어요. 프랑스 명품 S.T. 듀퐁과 협업한 제품을 선보였고, 국내 주요 백화점에도 입점했어요. 지금은 2020년을 목표로 유럽 백화점 진출을 추진하고 있어요. 파리 쁘렝땅·봉마르셰 백화점, 런던 셀프리지 백화점, 베를린 카데바 백화점 등 주요 도시의 유서 깊은 백화점에 들어가려고 준비 중이에요. 국빈 만찬 때 만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인연 덕분에 유럽에서 어느 정도 입지가 생겼죠. 지금은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역량을 쏟아붓고 있어요.”


-디지털 치료제가 뭔지 궁금합니다.


“소프트웨어로 병을 치료하는 약이에요. 쉽게 말해 환자에게 애플리케이션을 처방하는 거죠. 우리는 스마트 벨트로 고객의 보행 습관을 감지할 수 있어요. 그래서 관련 질환인 근감소증 치료제를 첫 번째 목표로 골랐어요. 근감소증은 근육의 양이 줄고 근력이나 근 기능이 떨어지는 병입니다. 앱에 기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처방하면 보행 습관을 고치고 근육 기능 강화에 필요한 맞춤형 운동을 상황에 맞게 제공할 수 있어요. 환자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병의 경과도 확인할 수 있죠. 근감소증뿐 아니라 고령 환자에게 찾아오는 여러 질병 치료제를 개발할 예정입니다.”


-왜 하필 디지털 치료제인가요.


“스마트 벨트로 성과는 분명히 냈어요. 그런데 우리는 패션 회사가 아닙니다. IT와 헬스케어를 융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예요. 지금까지는 벨트라는 하드웨어로 입지를 다지려고 노력했어요. 이제는 헬스케어로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어요. 디지털 치료제는 먹는 약보다 개발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요. 그런데 개발 비용은 훨씬 저렴하죠. 아직 먹는 약으로 치료할 수 없는 질환도 디지털 치료제를 이용해 극복할 수 있어요. 근감소증도 마찬가지고요. 잠재력이 큰 시장입니다.”


-디지털 치료제 시장 현황이 궁금한데요.


“2~3년 전부터 제약업계에서 디지털 치료제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노바티스·머크·사노피 등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이미 디지털 치료제 전담 부서장을 뽑고 투자하고 있어요. 미국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지금은 디지털 치료제의 효능이 있다는 걸 입증하는 단계입니다. 의사가 먹는 약과 디지털 치료제를 함께 처방하고 있어요. 보조 치료제 역할도 하거든요.


디지털 치료제 처방은 환자에게 경험을 파는 거예요. 지금까지 제약산업의 주인공은 의사나 제약회사였어요. 오히려 환자들이 가장 소외당했죠. 그런데 디지털 치료제를 도입하면 이 환경을 바꿀 수 있습니다. 앱을 통해 환자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데이터를 모을 수 있잖아요. 의사와 환자 간 소통이 활발해지고, 먹는 약이 떨어지면 바로 주문도 해줄 수 있죠.”

강 대표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출처웰트 제공

-한국의 위치는 어떤가요.


“우리나라 제약회사들은 지금껏 제네릭(generic·복제약)을 주로 만들었어요. 의사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나 피로해소제 등으로 매출을 내는 곳도 많죠.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시장 분위기를 보면 조금 안타까워요. 아직 미국 다음으로 디지털 치료제 분야에 발 벗고 뛰어든 나라가 없거든요. 우리나라는 건강보험이 국가보험이잖아요. 정부와 제약업계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얼마든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봐요. 우리나라는 인재들이 의대에 가잖아요. IT 강국이기도 하고요. 이런 강점을 살리면 디지털 치료제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텐데, 아직 그런 움직임이 부족해요. 만일 제약업계의 힘만으로 부족하다면, IT업계와 협업할 수도 있겠죠.”


-근감소증 치료제는 언제 선보이나요.


“임상시험을 거쳐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심사를 받아야 해요. 심사 기간만 1년입니다. 문제가 없다면 3년 정도 뒤에는 출시할 수 있겠네요. 임상시험을 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듭니다. 이 과정을 함께 할 투자자들과 만나고 있어요.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시작하면서 출장이 늘었어요. 만나는 사람들도 달라졌죠. 예전에는 미국 출장을 가면 뉴욕에 갔는데, 지금은 출장지가 하버드 의대와 식품의약국이에요. 미국 지사를 차릴 생각도 있어요.”


-매출은 얼마나 나오나요.


“연 매출은 10억원 정도입니다. 2018년보다 3배가량 늘었어요. 사실 매출을 늘리려면 더 늘릴 수도 있습니다. 가격을 내리거나 아마존에 입점하면 단기적으로 매출이 오르겠죠. 그런데 저는 매출을 키우려고 브랜드를 희생하고 싶지 않아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에 투자하는 셈이죠. 그래서 매출 대비 이익률이 높은 편입니다. 이익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니 선순환이에요. 매출만 외치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회사가 많아요. 스마트밴드를 만들었던 조본(Jawbone)을 봐요. 2014년 기업 가치가 30억달러(약 3조4700억원)였는데, 2017년 망했습니다. 브랜드를 못 지켜서 그래요. 저희는 앞으로도 브랜드만 보고 갈 겁니다.”


-사업하면서 겪는 애로사항이 있나요.


“‘웰트’ 하면 벨트부터 떠올리는 분이 많아요. 사실 웰트는 ‘웰빙 벨트’가 아니라 웰니스(wellness·웰빙과 피트니스를 합친 말) 테크놀로지의 줄임말입니다. 디지털 치료제 개발이 전혀 다른 사업을 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름 때문에 간혹 오해하는 분이 있죠. ‘벨트 하다가 왜 갑자기 다른 걸 하느냐’, ‘사업이 잘 안 되니까 벨트 사업을 접는 거 아니냐’라고 말해요. 벨트는 잘 팔고 있습니다. 벨트 팔아서 나온 매출로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투자해요. 웰니스 테크놀로지 관점에서 우리를 정확하게 이해해주면 좋겠죠.”

jobsN

-규제에 관해 할 말도 있다고요.


“지금도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규제는 있어요. 하지만 디테일이 부족해요. 정부에서 전향적으로 움직여주면 좋겠어요.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이후 정부에서 인공지능 산업을 중점적으로 키우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아직도 알파고 이야기만 하고 있어서 문제예요. 미국은 하루하루 잠재력을 키워나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규제에 관한 논의조차 안 하고 있어요. 제약·바이오 협회나 정부 기관 담당자들이 모여서 공청회를 열어야 해요. 국제적인 디지털 치료제 콘퍼런스를 한국에 유치하려는 노력도 필요하고요. 미국과 우리나라의 제도는 어떻게 다른지, 의료 수가는 어떻게 정할지 등 논의할 게 산더미입니다.”


-꽃길을 두고 가시밭길을 선택했습니다. 미련은 없나요. 


“선택지가 많았어요. 의사를 할 수도 있었고, 삼성에 남았을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의사 출신이니, 최연소 과장이니 하는 수식어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제가 삼성에서 꿈을 이룰 수 있었다면 남았을 거예요. 회사에서 헬스케어 웨어러블 사업을 키울 수도 있었겠죠. 다만 사업이 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한 것뿐입니다. 저에게 사업은 수단이에요. 천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뭐가 필요할까 항상 고민해요. 그러다 보니 자꾸만 남과 다른 선택을 하는 것 같아요. 후회는 없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뭔가요.


“우습게 들릴 지도 모르지만, 제 꿈은 나라를 구하는 거예요. 우리가 전쟁을 겪은 지 70년도 안 지났어요. 전쟁이 끝났을 땐 폐허였는데, 지금 우리를 봐요. 정말 잘 살잖아요. 이걸 꼭 지키고 싶은 사명감이 있어요. 오늘이나 내일이 아닌, 100년 앞을 내다보고 삽니다. 당장 10년 뒤가 중요했으면 그냥 의사로 일하면서 잘 먹고 잘살았을 거예요. 삼성이나 현대가 무너져도 그다음에 우리나라의 버팀목이 될 무언가를 제 손으로 찾고 싶어요. 의대를 나왔으니 헬스케어 분야에서 방법을 찾는 거고요. 그 과정에서 의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면 더 좋죠.


모교인 민족사관학교도 돕고 싶어요. 가끔 ‘의사로 편하게 살 수도 있었을 텐데, 왜 이렇게 치열하게 고생하며 살까’ 스스로 물어요. 그런데 저는 행복해요. 이유를 생각해보니 고등학교 때 받은 교육 덕분인 것 같아요. 그때 민족과 나라를 먼저 생각하라고 배웠거든요. 고(故) 이병철과 정주영 회장의 사업보국(사업으로 나라에 기여한다) 정신이 스티브 잡스의 세련된 발표보다 더 마음을 울렸어요. 그래서 후배들이 저와 같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돕고 싶어요. 힘들어도 항상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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