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서 난리난 이 광고, 국책은행 다녔던 제가 만들었죠

조회수 2020. 9. 24. 15: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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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만 틀면 나오던 그 광고, 바로 제가 만들었습니다"
잘 나가던 기업은행 인사팀 직원
콘텐츠 제작사 차리고 ‘인싸춤’ 광고 찍어
BTS 광고 두 편은 조회수 3000만 달성
정주헌(38) RMSID 대표
출처: RMSID 제공
2018년 SNS에서 화제를 모은 인싸춤 '메이크썸틱톡' 광고.

2018년 SNS에선 ‘인싸춤’이 유행이었다. 인싸춤이란 인싸(인사이더)들이 추는 춤으로, ‘에브리바디 메이크 썸 틱톡(Everybody Make Some TikTok)’, ‘오나나나’ 춤 등이 있다. 이 춤은 유튜브·틱톡(TikTok) 등 영상 플랫폼을 통해 인기를 모았다. 영상 플랫폼이 홍보 영상에서 인싸춤을 내세우는가 하면, 인싸춤을 추는 법을 찍은 콘텐츠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틱톡의 인싸춤 광고를 찍은 사람이 있다. 광고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일 것 같지만, 아니다. 신의 직장이라 부르는 기업은행 인사팀에서 5년간 일하고 퇴사해 콘텐츠 제작 기업을 차렸다. 정주헌(38) RMSID 대표를 만나 은행을 나와 콘텐츠 업계에 뛰어든 이유를 물었다.

정주헌 대표. /KBS1 '강연 100℃' 캡처

-흔히 말하는 ‘신의 직장’을 관뒀다.


“2008년 기업은행에 입사해 2013년 퇴사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욕망이 컸다.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영상을 만드는 게 꿈이었다. 부모님의 뜻에 따라 법대로 진학했지만, 영상 관련 공모전에 나가 상을 타는 등 관심을 꾸준히 이어갔다. 졸업할 때는 남들처럼 취업을 선택해 은행에 입사했다. 회사 생활은 열심히 했지만, 한편으로는 콘텐츠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세상에 없던 것을 창조하는 게 즐거워 보였다. 나도 틀 안에 갇혀 있지 말고 새로운 걸 만들고 싶었다. 또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직장에 다니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퇴사했다.”


-RMSID는 어떤 회사인가. 


"RMSID는 ‘그냥’을 영어 타자로 친 말이다. 평소 누구나 즐기고 싶어 하는 것들을 소재로 영상 콘텐츠를 만든다. 2018년 5월 창업했다. 주력 사업은 콘텐츠 기획·제작이다. 유튜브 영상이나 광고도 찍는다. 마이스(MICE·Meeting, Incentive trip, Convention, Exhibition&Event) 사업도 한다. 취업과 관련이 있는 여러 전시·행사·박람회 등을 기획한다. 또 서울 종로3가의 한 상가건물에서 취업준비생을 위한 스터디카페 더빅스터디를 운영한다. 취업 교육과 멘토링을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 더빅스쿨도 운영한다. 지금껏 취준생 4000여명이 우리를 거쳐 갔다.”


-주로 어떤 콘텐츠를 만드나.


“취업뿐 아니라 청년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는 모두 다룬다. 유튜브에선 93만 구독자를 보유한 영화 유튜버 ‘고몽’, 31만이 구독하는 ‘책그림’ 등과 함께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한다. 또 광고도 만든다. 누구나 알 만한 작품으로는 작년 중독성 있는 광고로 화제를 모았던 유튜브 틱톡 광고를 찍었다. 틱톡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친 탓에 반강제로 이 광고를 본 사람들도 있다. ‘이 노래만 나오면 토할 것 같다’는 사람도 있었다.

출처: RMSID 제공
빅히트의 글로벌 오디션 홍보 영상은 조회수 3000만을 기록했다.

2018년에는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의 글로벌 오디션 홍보 영상 두 편을 제작했다. 방시혁 대표는 깐깐하기로 유명한데, 우리가 찍은 광고는 두 편 모두 한 번에 오케이 사인을 냈다. 두 광고를 합해 조회수가 3000만 정도 나왔다. BTS 콘텐츠를 만들면서 이름을 알리게 됐다.”


-인싸춤 광고는 어떻게 찍었나.


“RMSID과 함께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팀이 있다. 작년 초 그 팀에 틱톡 광고 제작 의뢰가 들어왔다. 안무는 CF감독으로 활동 중인 쿨케이가 짜고, 우리는 기획과 연출을 맡았다. 총 여덟 편을 찍었다.”


-청년을 콘셉트로 잡은 이유가 있나.


“기업은행 인사팀 재직 시절 ‘좋은 직장’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많이 고민했다. 당연히 취업 시장에도 관심이 많았다. 지금은 취준생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유튜버가 많다. 규모가 큰 취업 컨설팅 학원도 여럿 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취업 강사가 취준생을 상대로 1대 1 과외를 많이 했다. 본명을 쓰지 않고 활동하는 강사가 많았다. 또 내세우는 이력이 진짜인지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취업 시장 자체가 불투명한 탓에 상처를 받는 청년이 많았다. 잘못된 정보와 취업 방법을 진짜라고 믿는 사람도 갈수록 늘었다. 이런 시장 환경을 바꾸고 싶었다. 또 청년들이 즐겁게 취업 준비를 할 수 있게 돕고 싶었다. 더빅스터디 운영을 시작한 이유다.”

출처: RMSID 제공
취준생을 상대로 강의하는 정 대표.

-상대적으로 늦게 콘텐츠 업계에 뛰어들었는데.


“유명한 광고기획자와 1대 1로 겨루면 못 이긴다. 다른 사람보다 ‘예술가 정신’은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취업 전선에서 취준생과 함께 고민하고 공감한 경험이 있다. 평범한 청년의 눈높이에서 생각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장점이다. 곧 마흔 살이지만, 여전히 젊은 층의 생각과 언어로 콘텐츠를 만든다. 이런 장점으로 충분히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퇴사를 후회한 적은 없나.


“사업하는 게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지만, 퇴사를 후회하지는 않는다. 수입은 회사에 다닐 때보다 3분의 1 정도 줄었다. 하지만 먹고 사는 데는 지장 없다. 친구에게 밥 살 수 있을 정도로만 벌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수입보다는 여러 사람을 만나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나가는 걸 더 중요하게 여긴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바쁘게 일한다. 출장이 잦은 탓에 출근하면 직원들이 결재받으려고 줄을 선다. 그래도 고된 작업 끝에 결과물이 나오면 기쁘다. 직원과 함께 성장한다는 보람도 있다. 다시 회사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RMSID 제공

-매출은 얼마나 나오나.


“직원 수는 27명, 연 매출은 40억원 정도다. 취업과 비취업 분야 매출이 있다. 영상 제작이나 박람회 기획 등으로 매출의 70%를 번다. 나머지 30%는 취업 강의 등에서 나온다.” 


-앞으로 계획은.


"지금은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인 취업이 주요 관심사다. 그래서 더빅스쿨에서 취준생들이 무료로 취업 관련 정보를 얻고 서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앞으로 이곳을 기반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나갈 생각이다.


청년을 행복하게 해주는 콘텐츠도 만들고 싶다. 취준생이 죄인은 아니다. 공부할 때는 열심히 해야 하지만, 놀 때는 잘 놀아야 한다. 2020년에는 청춘을 주제로 웹드라마를 제작하려 한다. 또 청년들을 위해 대규모 콘서트도 열 예정이다. 우리가 만든 콘텐츠가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최종 목표는 회사를 종합 콘텐츠 기획사로 키우는 거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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