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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국제회의 동시·순차통역 담당한 최현진 한-영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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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진 한-영 통역사
주요 국제회의 동시·순차통역 담당
통역사는 정확성과 태도가 중요해

국제회의에는 정부 관계자, 산업·학계전문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석한다. 그리고 그들 옆 혹은 회의장 한 켠에 늘 존재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통역사다. 그들은 A 언어를 B언어로, 또 그 반대로 통역한다. 누군가의 입과 귀가 되는 것이다.


최현진(36) 통역사는 이러한 국제회의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편이다. 2010년 통번역 대학원 졸업 후 본격적으로 프리랜서 통역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주로 국제회의 동시통역 및 순차통역을 담당한다. 2016년 연합뉴스에서 ‘2016 미국 대선 후보 토론’을 생중계 할 때 힐러리 클린턴 후보 동시통역을 맡아 호평 받았다. 실력을 인정받으면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생중계 동시통역도 담당했다. 2018년에는 CNN 앵커 앤더슨 쿠퍼의 첫 방한 동시통역, 도산 안창호함 진수식에서 문재인 대통령 동시통역을 진행했다. 올해 6월에는 제 75차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 총회의 총괄 통역사로 일했다. IATA는 항공 업계의 유엔총회라 불릴 정도로 큰 국제 회의다. 최근 방한한 축구 선수 데이비드 베컴의 동시통역도 맡았다.

최현진 통역사.

출처최현진씨 제공

◇ ‘영어가 좋아 통역사 꿈꿔’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10년차 프리랜서 한국어-영어 국제회의 통역사 최현진입니다. 주로 국제회의 동시통역 및 순차통역을 담당합니다. 그외 VIP 통역이나 영어행사 사회자 및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통역사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영어 공부하는 걸 좋아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걸프전(1990년 8월 2일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자, 미국·영국·프랑스 등 34개 다국적군이 이라크를 상대로 벌인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TV 뉴스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하면서 동시통역을 했는데 그 기억이 참 강렬했습니다. 그때부터 막연히 통역사를 꿈꿨죠. 중학교 때 부모님께서 캐나다 유학을 추천하셨습니다. 더 넓은 세상에서 공부할 기회라고 생각해 신나서 갔죠. 그러나 생활 속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건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가르쳐주질 않으니 감으로 열심히 따라했습니다. 몇 개월 지나니 영어로 물으면 바로 영어로 대답하게 됐죠. 고등학교 3학년 초, 귀국해 국내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당시 지도교수님께서 통역대학원 출신이셨는데, 교수님과 상담할 때 무슨 자신감인지 ‘영어로 최고가 되고 싶다’고 말했죠. 그랬더니 통역대학원을 추천해주셨습니다. 졸업하고 일반 회사를 2년정도 다녔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 편에 남아있는 전문직에 대한 미련 때문에 퇴사하고 통번역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2010년 졸업 후 본격적으로 통역사로 일하게 됐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야 통역사로 일할 수 있나요. 특히, 국제회의 통역사가 되기 위해선요?


“일반 통역은 외국어 실력이 뛰어나면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소통을 돕는 개념이이죠. 그러나 국제회의 통역사는 전문 지식을 다루기 때문에 많은 공부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신약 개발 국제 회의 통역 시 신약 개발 과정, 약 성분, 병명 등을 알아야합니다. 따라서 통번역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 내내 관련 훈련을 받고 졸업시험을 통과해 국제회의 통역 석사학위를 받아야합니다. 석사 학위를 받고도 국제회의 통역사로 일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다양한 분야를 공부해야합니다.”

최 통역사는 10년차 국제회의 한-영 통역사이다.

출처최현진씨 제공

-통역 과정을 설명해주세요.


“동시통역은 콘퍼런스 생중계, 생방송 뉴스 속보 등에서 이용되고, 즉각적으로 연사의 말을 통역합니다. 동시통역은 통역사 둘이서 2인조로 번갈아 진행합니다. 대본이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다만 통역 전 연사가 준비한 자료를 제공받아 연사가 어떤 말을 할지 최대한 예측해서 준비하죠. 관련 용어를 정리하고, 회의 특징과 연사의 지난 연설 등을 꼼꼼히 살핍니다. 경력이 쌓이면 연사가 말을 시작한 뒤 어떤 흐름으로 이어갈지 예측이 됩니다. 생방송 뉴스 속보 통역은 급하게 준비해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번은 뉴스 몇 시간 전에 방송국에서 동시 통역 요청이 들어와 택시 안에서 자료를 준비했죠. 순차통역 시에는 연사가 말하는 동안 기호나 단어 형태로 노트 테이킹(Note-taking·화자의 말을 각종 기호를 이용해 수첩·종이 등에 표기하여 요약·정리하는 행위)한 뒤 연사 말이 끝나면 바로 통역합니다. 대부분 동시통역보다 순차통역이 더 쉽다고 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순차통역은 정상회담, 면담, 소규모 회의, 재판 통역 등에서 주로 사용합니다. 단어 하나 하나가 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오역하지 않도록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하죠. 물론 오역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정정하겠습니다’라며 바로 고쳐야합니다. 오역보단 실수를 인정하고 신속하게 정정하는게 중요합니다.”


◇ 통역사, 외로움과 압박감 이겨내야 해


-통역 시 어떤 부분을 가장 염두에 두시나요?


“정확성입니다. 통역시 사견을 담거나 임의로 해석하면 안됩니다. 쉬운 단어를 사용해 정확히 전달하는게 가장 중요하죠. 또 통역사의 태도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통역은 A언어를 B언어로 변환하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통역을 통해 회의 분위기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통역사가 유쾌한 태도나 센스있는 제스처를 활용함으로써 경직된 분위기가 풀려 의견 합의에 도움을 주기도 하죠.”


-연사마다 말하는 방식이 다르지 않나요?


“영어는 특히 더 그렇죠. 사람마다 억양, 말하는 방식, 습관 등에 따라 다양한 영어를 구사합니다. 예를 들어 힐러리 전 미국 국무부 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하기 방식은 전혀 다르죠. 힐러리 전 장관은 말을 조리 있게 하고 수준 높은 단어와 표현을 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주자로 깜짝 등장했을 때 통역사들 사이에서 ‘처음 보는 스타일’이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단어를 툭툭 던지듯이 말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 때 트럼프 대통령의 말하기 방식을 분석한 책도 나왔습니다. 2017년, 연합뉴스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사 동시 통역을 담당했는데 그 방식에 익숙해지니 오히려 통역하기 편했습니다.”

(위) 최 통역사는 연합뉴스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사 동시통역을 담당했다 (아래) 통역 업무 중인 최 통역사.

-많은 행사 통역에 참여하셨는데 인상깊은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2018년 9월 거제도에서 열린 도산 안창호함 진수식 동시 통역을 담당했습니다. 대통령이 참여하는 큰 행사였기 때문에 준비를 철저히 했죠. 그런데 그날 아침에 비가 정말 많이 내렸습니다. 행사 진행이 불가능한 거 아니냐고 걱정하던 중 행사 시작 시간이 되자 거짓말처럼 날이 개였습니다. 화창한 날씨 속에서 잘 마무리돼 기억에 남습니다. 제 연차에 대통령 참여 행사 통역을 담당하기 쉽지 않은데 영광이었죠.  

올해 6월에 참여한 IATA 연차 총회 당시에는 만삭이었습니다. 6월 2일과 3일에 동시 통역을 담당하고 4일 아침에 출산했죠.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지만, 한국에서 개최하기 위해 공을 들인 행사였고 총괄 통역사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출산 일주일만에 복귀해 FIFA U-20 월드컵 전체 기자회견 통역을 진행했습니다. 건강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죠.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통역 부스에 들어가 있으면 가끔 고독하다고 느낍니다. 통역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다뤄야 할 지식은 방대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데, 그런 애로사항을 이해주시는 분을 만날 때 참 감사합니다. 2018년 CNN 앵커 앤더슨 쿠퍼가 첫 방한했을 때 통역을 담당했습니다. 통번역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부터 선망하던 분이라 통역 제의가 들어왔을 때 ‘이번 해 운은 다 썼다’고 생각했습니다. 앤더슨 쿠퍼는 행사 전 통역사와 오랜 시간 미팅을 가지면서 함께 준비를 해주었습니다. 행사가 끝난 후 ‘내 말을 지적으로(Intelligent) 들리게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해줘서 정말 뿌듯했죠.”

(왼) 최 통역사는 도산 안창호함 진수식에서 통역을 담당했다 (오) CNN 앵커 앤더슨 쿠퍼와 최 통역사.

출처최현진씨 제공

-통역사 수입 구조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특정 조직에 속해 일하는 인 하우스(in-house) 통역사는 정해진 연봉을 받습니다. 저 같은 프리랜서 통역사는 프리랜서 통역사 표준 요율에 따라 각 행사마다 수입을 얻습니다.”


-국제 회의 통역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팁을 주신다면요.


“외국어와 모국어를 최고 수준으로 구사하는 건 기본입니다. 무엇보다 지적 호기심이 많으면 좋습니다. 국제 회의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다루기 때문에 배움이 재밌다면 국제회의 통역사로 일하는게 즐거울거예요. 또 통역사는 많은 청중 앞에서 통역을 해야합니다. 시선이 주는 압박감을 이겨내는 훈련을 꾸준히 하면 도움이 될 겁니다.”


-일반인은 어떻게 영어 공부를 하면 좋을까요?


“저도 여전히 영어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뉴스는 매일 시청하고, 쉬는 날엔 TED 영상이나 넷플릭스 등을 즐겨봅니다. 영어공부를 위해서 영어 드라마나 영화 시청시 영어 자막을 틀어놓고 영상을 보는 걸 추천하고 싶습니다. 많은 이들이 영어 공부 할 때 한국어 자막을 보거나 자막없이 시청하는데 소리만 들으면 잘 와닿지 않습니다. 영어 자막을 눈으로 읽으면서 대사를 들으면 묵음, 연음 등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보다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반복하다보면 분명 효과가 있을거예요. 어린 아이의 경우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영어로 가르쳐주세요. 예를 들어 로봇 조립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관련 영어 책을 보여주는 겁니다. 관심 분야와 접목해 영어를 배우면 재밌게 익힐 수 있습니다.”

(왼) 최 통역사는 몇 년전부터 SNS에 국제회의 통역사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오) 통역 준비 노트.

출처최현진씨 인스타그램(@_crystalchoi_)캡처, 최현진씨 제공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요?


“처음 목표한 바는 거의 이룬 것 같습니다. 생방송 동시 통역, 대통령 주재 회의 동시 통역도 담당했고 ‘오바마 대통령 최고의 순간들: 대통령의 연설’이라는 책도 집필했습니다. 또 국제회의 통역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싶어 몇 년 전부터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제 일상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새내기 엄마가 되어 통역사이자 워킹맘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글 jobsN 박한솔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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