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누구니?' 박진영이 궁금해하던 사람이 접니다

조회수 2020. 9. 24. 15: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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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팀 아우라 단장 주희씨
댄스팀 아우라 단장 주희씨
댄서로 약 10여년간 일해
춤출 수 있을 때까지 무대 오르고 싶어

가수 박진영씨가 무대 위에서 ‘이렇게 아름다운데 어머님이 도대체 누구냐’며 질문을 던지던 사람이 있다. 바로 댄스팀 ‘아우라(Aura)’의 단장 장주희(35)씨다. 장씨는 노래 ‘어머님이 누구니’의 뮤직비디오와 공연에서 박진영씨의 댄스 파트너 역할을 맡아 그와 함께 춤을 췄다. 이런 장씨의 직업은 댄서다. 가수들이 공연을 할 때면 그는 백업 댄서로 무대에 서 춤과 표정 연기로 무대의 빈자리를 메워나간다

출처: '어머님이 누구니'MV 캡처
가수 박진영씨 '어머님이 누구니' 뮤직비디오에 등장한 장주희씨. 박진영씨의 댄스파트너로 출연했다.

무대 전면에 나서기보단 가수 뒤에서 춤을 추는 장주희씨는 K팝 팬들 사이에서 가수 못지 않은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그를 찍은 직캠 영상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직캠은 주로 팬들이 아티스트의 모습과 공연의 생동감을 담기 위해 가수를 찍는 것이지만 이번엔 백업 댄서인 장씨가 영상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지난 9월 장씨는 가수 선미씨의 신곡 ‘날라리’ 무대에 백업 댄서로 참여했는데 이 모습이 담긴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120만회를 넘겼다. 댓글도 2000여개가 달렸다.

출처: 인스타그램 캡처
댄서 장주희씨.

◇ '백댄서' 아닌 '백업댄서'


-주희씨 ‘직캠’ 영상이 조회수 120만을 넘겼네요. 느낌이 어떠세요?


“처음엔 저를 찍은 영상이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신기했어요. 보통 가수 팬분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무대에 올라왔을 때 직캠을 찍기 때문이에요. 저는 가수 뒤에서 무대를 꾸미는 백업 댄서입니다. 가수가 아닌데도 직캠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더라고요.


그런데 조회수가 점점 높아지면서 저는 영상이 가수 선미씨한테 피해를 주진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선미씨가 오랜만에 신곡을 들고 나온 건데 직캠 때문에 가수나 노래한테 가야 할 관심이 오히려 분산되진 않을까 불안했죠. 다행히도 선미씨는 ‘사람들이 우리 안무팀한테 관심 가져서 기쁘다’고 말했어요.

출처: 'SBS KPOP PLAY' 유튜브 캡처
가수 선미씨 '날라리' 무대에 선 장주희씨를 찍은 직캠.

선미씨 이야기를 듣고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읽어봤는데 정말 많은 분께서 댄서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져 주셨습니다. 가수가 돋보일 수 있도록 춤으로 무대를 꾸미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이전에 백업댄서들은 ‘백댄서’라고 불리면서 가수 뒤에서 춤만 춘다는 인식이 강했는데 사람들 생각이 변하는 걸 보니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백댄서와 백업 댄서가 다른 건가요?


“뉘앙스 차이가 있어요. 단어 ‘백댄서’는 말 그대로 뒤(back)에서 춤만 추는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반면 '백업댄서'는 무대에서 가수를 뒷받침(back-up)한다는 뜻을 가지죠. 사실 대다수의 분들이 이 차이를 모르고 두 단어를 혼용해서 쓰시곤 해요. 예전엔 몇몇 분이 백업 댄서를 ‘백댄서’라고 부르면서 무시했어요. ‘가수 뒤에서 춤만 추는 백댄서 주제에 무슨 직업인 행세하냐’라고 말하던 사람도 있었죠. 어떤 단어로 불리는지에 따라서 직업의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댄서들은 단어 쓰임에 유독 더 예민했던 것 같아요.”


-무시를 당했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나요?


“아무래도 춤을 춘다고 하면 재밌게 논다는 인식이 강하잖아요. 과거엔 댄서가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했어요. 예전엔 방송국에서도 이런 대우를 많이 받았습니다. 과거 음악방송에 출연했을 때는 앉아서 쉴 수 있는 대기실도 없었어요. 댄서도 가수와 함께 무대에 서는 사람인데 처우는 달랐던 거죠. 그래서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바닥에 돗자리를 깔아놓거나 맨 바닥에서 대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이런 인식이 덜하고 처우도 개선 돼서 상황이 많이 나아진 편입니다.”


◇눈빛, 시선, 표정... 춤 외에도 신경쓸 부분 많아


-지금까지 어떤 안무 작업들을 맡아서 했나요?


“가수 보아, 지코, 동방신기, 태연, 에일리씨 등 여러 가수들과 작업을 했어요. 뮤직비디오 ‘어머님이 누구니’에서는 가수 박진영씨 메인 파트너로 춤을 췄습니다. 가수 선미씨와도 작업을 했어요. 선미씨의 노래 ‘사이렌’, ‘주인공’ 등에는 안무가로 참여했습니다. 원래는 타 댄스팀에 소속돼 있다가 팀을 나온 뒤에 프리랜서로 활동했어요. 2017년에는 ‘아우라’라는 팀을 만들어서 지금까지 여기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출처: (위)동방신기 '수리수리', (아래)태연'WHY' 뮤비 캡처
백업 댄서로 가수들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장주희씨. 가수 태연씨 오른쪽에 위치한 댄서가 장씨다.

-백업 댄서로서 가수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방법이 있나요?


“사람들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고 가수한테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연기해요. 백업 댄서들이 각자 자리에서 정면만 보는 게 아니라 카메라를 응시하거나 가수한테 시선을 몰아줄 때 이런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번 선미씨 ‘날라리’ 무대에서는 백업 댄서들이 가수를 쳐다봄과 동시에 선미씨는 정면을 응시하는 부분이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을 보고서는 선미씨한테 저절로 눈이 간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즉 저희는 단순히 음악에 맞춰서 춤만 추는 게 아니라 음악 분위기나 무대 흐름에 맞춰서 눈빛 연기도 하는 셈입니다.”


-반대로 ‘이런 건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있을까요?


“카메라에 더 잘 잡히기 위해서 동작을 마음대로 바꾸는 사람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서 원래는 우측 얼굴을 보여주는 동작인데 좌측 얼굴이 더 잘 나오기 때문에 얼굴 방향을 반대로 트는 경우죠. 기본적으로 댄서들은 원래 동작이나 동선에 맞춰서 춤을 정확히 춰야 해요.


또 머리 손질이나 메이크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댄서들도 가수와 함께 무대에 오르는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치장은 기본입니다. 물론 백업 댄서는 가수와 다르게 이런 것들을 직접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미용실이나 메이크업 샵에 들리는 대신 1~2시간에 걸쳐서 손수 화장을 하고 머리도 손질해야 된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렇게 하다 보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귀찮을 때도 있죠. 하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이런 부분을 소홀히 하면 무대 완성도가 떨어져요. 그렇기 때문에 사소한 것들까지 다 챙기려고 노력합니다.”

출처: '아우라' 인스타그램 캡처
댄스팀 '아우라(Aura)'. 현재 13명 댄서들이 팀 '아우라'에 소속돼 있다.

◇ 가수 ‘시에나’에서 댄서 ‘주희’로


-원래 백업 댄서로 일을 시작했나요?


“아니요, 원래 10년 동안 연습생, 가수 생활을 했어요. 2007년에 ‘시에나’라는 그룹으로 앨범을 냈어요. 미디엄 템포의 발라드 곡을 불렀죠. 그런데 일이 잘 안 풀렸어요. 무대에 설 수가 없었기 때문에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다른 길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알고 지내던 댄서 언니께서 저한테 백업 댄서로 일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해주셨어요. 26살에 가수 써니힐의 ‘베짱이 찬가’라는 곡을 시작으로 백업 댄서 일을 했습니다.”


-가수로 일하다가 춤을 추기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연습생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까 춤 기본기가 탄탄한 편이었어요. 17살에 우연한 기회로 소속사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어머니께서 노래방을 운영하셨는데 매일 그곳에 가서 노래를 부르곤 했죠. 그러다가 소속사에 캐스팅이 됐어요. 이후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거의 하루 종일 춤과 노래를 연습했어요. 아침 8시에 소속사로 출근하고 밤 11시까지 연습한 다음에 퇴근하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그리고 원래도 춤 추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백업 댄서로 일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중학생이었을 때 춤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서 학원을 알아봤는데 생각보다 비용이 비싸더라고요. 그래서 학원을 가는 대신 녹화한 영상 테이프를 돌려 보면서 춤을 췄습니다. 가수들의 안무를 외워서 친구들한테 알려줬고 장기자랑에 나가서는 상을 받았을 정도로 춤을 좋아했어요.”

출처: 장주희씨 인스타그램 캡처
장주희씨는 댄서로 일하기 전 발라드 그룹 '시에나' 멤버로 활동한 적이 있다.

-더 이상 가수로 일하지 않는데 여기서 오는 아쉬움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연습생, 가수로 생활했던 지난 10년 동안 많이 힘들었어요. 월 수입이 없던 때도 있었고 미래도 불확실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 미련은 없어요. 오히려 지금 생활에 만족합니다.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좋아요.”


-백업 댄서들의 평균 수입이 얼마인가요?


“무대에 얼마나 자주 서는지, 안무를 직접 만드는지 여부에 따라서 편차가 커요. 작업 요청이 자주 들어오지 않는 댄서들 같은 경우엔 한 달에 30만원도 못 벌어요. 작업에 꾸준히 참여하는 친구들 같은 경우엔 평균적으로 월 150만~200만원 법니다.


안무를 창작해서 가수들이나 소속사한테 넘기는 댄서들은 일반 댄서들보다 돈을 더 많이 받습니다. 한 곡당 500만원~1000만원, 유명 안무가는 2000만원까지도 받는 걸로 알고 있어요. 액수만 들으면 안무가들이 돈을 많이 버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왜냐하면 안무에 대해서는 저작권료가 지급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작곡가들은 음악이 많이 쓰일수록 높은 저작권료를 받지만 안무가들은 그렇지 않아요. 자신이 만든 춤이 유명해졌어도 지급이 끝난 경우엔 별도의 수익금이나 저작권료가 받지 못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야 돼요.”

출처: 유튜브 캡처
춤을 연습 중인 장주희씨.

◇오래오래 무대에서 춤추는 사람 되고 싶어


-일하면서 힘들 때,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힘듭니다. 가수가 앨범을 내고 활동을 시작할 때면 소속사 측은 저희한테 안무 작업 요청을 보내요. 이 때 기간을 넉넉하게 주지 않아서 시간이 촉박한 경우가 많습니다. 길면 일주일, 짧게는 2~3일 안에 안무를 다 만들어야 합니다. 밤새서 작업을 하죠. 일을 다 마친 뒤엔 뮤직비디오 촬영에 투입돼요. 주로 새벽 5~6시에 현장에 가서 영상을 찍는데 촬영하는 데만 12시간~24시간 정도 걸립니다. 이후엔 바로 방송활동을 시작해요. 이런 식으로 불규칙적인 삶을 살다 보면 생활패턴이 완전히 뒤엉켜버립니다. 춤 출 때 허리 디스크가 터지거나 무릎이 다치는 경우도 있는데 쉬지 못하고 바로 일을 나가야 할 때는 몸도 마음도 다 힘들더라고요.


하지만 같이 작업했던 가수가 음악방송에서 1위를 할 때면 보람을 느껴요. 오랜 시간 같이 땀 흘렸던 가수가 상을 받는 순간엔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쁘죠. 작업하는 과정이 아무리 힘들었어도 이 순간으로 다 보상받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사람들이 백업 댄서에 대해서 어떤 인식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나요?


“하나의 완전한 직업으로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댄서라고 소개할 때마다 ‘춤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몸을 쓰는 일이다니까 나이 들어서는 생계를 어떻게 유지할 거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다 먹고 살 길이 있어요. 후배들을 양성할 수도 있고 안무팀 사업을 확장시킬 수도 있어요. 직접 무대에 오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거죠. 그러니 많은 분들께서 댄서를 온전한 직업인으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출처: 장주희씨 인스타그램 캡처
장주희씨는 댄서로 오래오래 춤 추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어떤 댄서가 되고 싶으세요?


“춤을 잘 추는 댄서가 되고 싶죠. 같은 댄서가 봤을 때도 ‘와 저 사람 춤 정말 멋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춤을 잘 추고 싶어요. 이런 댄서로는 SM 엔터테인먼트에서 안무 디렉터로 일하고 있는 심재원씨, 백구영씨 등이 있습니다. 제가 주로 만드는 방송댄스는 ‘대중성’을 중요하게 여겨야 해요. 많은 사람들이 따라할 수 있고 기억할 수 있게끔 춤을 쉽게 만들어야 한다는 걸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동작들 위주로 안무를 짜야 해요. 방송댄스뿐 아니라 동작이 더 어렵고 정교한 춤도 잘 출 수 있는 댄서가 되고 싶어요.”


-최종 목표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최종 목표는 없어요. 별다른 목표 없이 지금 상태를 유지하면서 오래오래 춤추고 싶습니다. 사실 여성 댄서들은 일할 수 있는 시간이 굉장히 짧아요. 나이가 들면 방송가에서 불러주지를 않습니다. 지금 제 나이도 여성 댄서들 중에서 많은 축에 속해요. 주위에선 몸 상하니까 이제 일을 그만하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저는 제 몸이 따라주지 않을 때까지 춤을 추고 싶어요. 나이가 들어도 춤 출 수 있고 일할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런 식으로 본보기를 만들어 놔야 후배 댄서들도 미래 걱정에 불안해 하지 않고 더 즐기면서 춤을 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어떤 목표를 정해 놓고 그걸 이루기보다는 그저 오래오래 춤을 즐기고 싶습니다.”


글 jobsN 신재현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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