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려면 무조건 장사' 이 말 듣고 시작해 3년만에 45억

조회수 2020. 9. 24. 15: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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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회사 그만두고 동네 마트 차린 이 남자 연매출 45억 달성
우리들마트 김경욱 대표
"돈답게 벌어서 돈답게 쓰고 싶어"

"스타트업 시작할 거야." 

"아직 계획 없어. 여행 갈 거야."

"카페 차릴 거야."

퇴사하는 20대에 이유를 묻는다면 돌아오는 다양한 답이다. 2016년 퇴사를 결심한 29살 청년은 이중 어느 것도 아닌 뜻밖의 대답을 해 주변 사람을 놀라게 했다. "마트 차릴 거야." 김경욱(32)씨가 3년간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눈을 돌린 곳은 동네 마트였다. 퇴사한 해 9월 그는 군산시 산북동에 '우리들마트'를 차렸다. 3년 만에 하루 평균 손님 800여명, 실 고객 수 4000여명, 영업이익률 7%를 달성해 지역 거점 마트로 자리 잡았다. 서울시 강남구 패스트파이브에서 퇴사 후 지방에서 마트를 차린 김경욱 대표를 만났다.

출처: jobsN
우리들마트 김경욱 대표

◇회사 그만두고 마트 차리러


대학교에서 미국문화와 경영을 전공한 김대표는 졸업 후 국내 유명 정유회사에 입사했다. 비즈니스석에서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고 해외 지사에서 영어로 발표하는 해외 비즈니스맨의 모습을 꿈꿨다. 처음엔 생각했던 해외 영업이 아닌 기획팀에서 일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상상했던 일들을 할 수 있었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도 좋고 월급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퇴사를 결심한 계기가 생겼다. 

"갈수록 회사에서의 삶이 제가 원하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입사 전에는 해외를 다니며 히치하이킹, 카우치 서핑 등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좋은 대학 가서 좋은 회사 다니면서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 외에도 다양한 삶이 존재한다는 걸 느꼈죠. 그러나 점점 안정적인 길을 찾기 위해서 달리고 있는 저를 봤습니다. 또 회사에서는 엑셀, PPT를 다루는데 과연 회사 밖에서 비즈니스맨으로 발휘해야 할 역량이 엑셀과 PPT를 다루는 능력인가 하는 의문도 들었죠. 직장 생활 3년 차에 그만둬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도 계획도 없었다. 다만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스타트업도 생각했었다. '스타트업으로는 돈 못 번다. 돈 벌려면 장사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생각을 접었다. 문과생이 할 수 있는 장사는 흔치 않았다. 그러다 업무와 실제 성과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소비자를 직접 만나는 유통업에 관심이 생겼다. 전자 공시시스템에 들어가 중소 마트 12군데의 재무제표를 보고 매출, 매출원가, 판매관리비, 영업이익 등을 정리했다. 회사에서 쌓은 엑셀 능력을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이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였다. 최소한 먹고 살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마트를 차리기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출처: 본인 제공
회사원 시절의 김 대표

◇군산으로 내려가 300평대 마트 개업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마트는 입지가 중요했다. 상담도 받아봤지만 아무래도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디가 좋은 곳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평소 동네 마트를 잘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마트를 잘 아는 사람의 조언이 필요했다. 바로 김 대표의 어머니였다. 마트 소비자의 심리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마트를 즐겨 찾는 어머니라면 아예 부모님이 사시는 군산에서 마트를 차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군산으로 내려갔습니다. 그중 산북동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공단 배후지역이기도 하고 먹자골목이 형성돼있기도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아파트 단지가 바로 앞에 있고 시내버스가 지나는 곳으로 택했어요. 시장조사도 했습니다. 어머니뿐 아니라 대부분 주민이 근처 마트에 비슷한 불만이 있었습니다. 크게 세 가지였죠. '첫째 채소와 과일의 신선도가 떨어진다. 둘째 수산물 코너까지 제대로 갖춘 곳이 없다. 셋째 불친절하다'였습니다. 이런 불편함을 보완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최소·최대 인건비, 매출 등 추정손익계산서도 만들었죠. 마지막 관문이 남았습니다. 자본금이 필요했어요. 투자를 받기 가장 좋은 순서는 FBI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족(Family)·동업자(Business partner)·투자자(Investor)예요."


집안 사정이 이번 사업이 망해도 끄떡없을 정도로 넉넉하진 않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어머니는 굳이 좋은 직장 놔두고 위험을 감수해야겠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부모님께서도 동네마트 문제점을 잘 알고 있고 전략적으로 해결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느꼈다고 한다. 고민 끝에 같이 해보자고 결론을 내렸고 가족과 함께하는 만큼 책임감도 커졌다. 그렇게 2016년 9월 우리들 마트가 문을 열었다.

출처: 우리들마트 제공
군산 산북동에 위치한 우리들마트(좌). 마트 안에 수산과 정육 코너를 마련해 원스톱 쇼핑을 가능하게 만들었다(우).

◇3주 만에 회원 수 1000명 돌파


후발주자기도 하고 동네 토박이가 아닌 외지사람이기 때문에 초반에 고객들의 눈길을 끄는 것이 중요했다.


“‘사람들이 이렇게 팔아서 남겠냐’고 물을 정도로 6개월 동안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펼쳤죠. 또 동네마트로는 파격적인 경품행사도 진행했어요. 대부분 모닝을 1등 경품으로 내놓을 때 아반떼로 하고 꼭 경품행사 날이 아니더라도 구매 가격별 사은품을 항상 제공했습니다. 이렇게 하니 회원 수가 3주 차에 1000명을 돌파했고 12주 차 2000명, 24주 3000명으로 계속 늘었습니다.”


가격정책뿐 아니라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전략도 사용했다. 직원들이 고객 이름을 외우고 안부를 건네는 것은 물론 마트 곳곳 생화를 걸어 놓거나 할인 안내 문자를 보내더라도 정성스레 보냈다. 가격 안내 밑에 날씨, 시, 위로 등 좋은 말을 편지를 보내듯 고객과 함께 나눴다. 꽃보다 반응이 좋았다. 어느 순간부터는 단체 문자에 ‘힘이 납니다’, ‘좋은 글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와 같은 답장이 오기 시작했다. 거창한 홍보나 행사보다는 작지만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전략을 계속 실행하면서 성공적인 사례만 뽑아서 하고 있다.


1년 반 정도 지나자 마트가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새로운 프로젝트 ‘십시일반’과 ‘고사리 희망장터’를 시작했다. 십시일반은 일정 기간에 정해진 제품 10개를 팔았을 때 1개를 기부하는 기부 프로젝트다. 지금까지 인근 양로원과 지역아동센터 등에 제품을 산 고객의 이름으로 기부를 했다. 고사리 희망장터는 십시일반 프로젝트로 기부를 받은 지역 어린이 센터 아이들이 마트 앞에서 장터를 여는 것이다. 직접 만든 액세서리 등을 팔아 여기서 생긴 수익으로 지역 어르신들에게 기부하는 장이다.


“군산에서 장사를 하면서 느꼈던 건 단순히 마트는 상거래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이라는 점이에요. 객단가 2만5000원짜리 A라는 손님한테 돈을 받는 게 아니라 현서라는 손녀와 매일 마트를 찾는 김옥주 할머니에게 돈을 받는 거예요. 이분은 수세미를 직접 떠서 우리에게 나눠주시는 분입니다. 처음엔 돈 버느라 자각을 못 했습니다. ‘갈수록 이렇게 돈 벌어서 뭐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렇게 장사를 할 수 있었던 건 동네 사람들이 우리들마트를 선택해줬기 때문입니다. 저도 동네 사람을 위해 무엇인가 하고 싶었죠. 또 지역에서 받은 감사함을 우리가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해 시작했고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출처: 우리들마트 제공
고객에게 할인 안내 문자를 보낼 때 하단에 좋은 글을 함께 보낸다(좌). 고객에게 받은 답장(가운데). 직접 고객을 마주하고 장사를 하는 것도 비결이다.(우)

◇“그렇게 살아도 괜찮던데요”


우리들마트의 실 고객 수 4000여명, 연 매출은 45억원이다. 사업을 성장시키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시작 후 3개월 동안은 가만히 밥을 먹다가도 힘들어서 눈물을 흘릴 정도였다. 한 번은 출근하다가 차가 달려오는데 뛰어들고도 싶었다고 한다. 병원에 입원하면 조금이라도 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당연히 힘들겠지’라는 생각이었는데 무게를 가늠하지 못했습니다. 그중 마음 맞는 사람을 찾는 게 가장 힘들었죠. 직원이 아침에 출근해서 일을 잘하다가도 중간에 도망을 갑니다. 유일한 해결책은 다른 사람을 구할 때까지 그 부분을 제가 메우는 겁니다. 그렇게 하루 18시간 이상을 일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정상화하기까지 1년이 걸렸습니다. 지금은 우리와 추구하는 방향과 색깔이 맞는 20여명 직원 모두 잘해주고 계십니다.”


김대표는 그의 이야기를 책으로도 출간했다. 낮에는 마트를 운영하고 밤에 꾸준히 쓴 글을 모아 '이렇게 된 이상 마트로 간다'를 출간했다. 이제 그의 목표는 처음과 달라졌다. 처음엔 돈을 벌고 싶어 장사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돈을 돈답게 벌고 돈답게 쓰는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퇴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회사가 아닌 다른 삶을 택해도 ‘그렇게 살아도 괜찮던데요’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퇴사하고자 하는 자신만의 중요한 이유가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우리들마트 제공
고사리 희망 장터에 참여한 사람들

◇자영업을 준비하는 사람을 위한 TIP


김경욱 대표는 부족하지만 3년 동안 마트를 경영해 본 입장에서 자영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팁’ 세 가지를 알려줬다.


①시장의 크기를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자영업은 과포화 시장입니다. 과포화 시장에서는 누군가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선 치밀한 조사를 통해 최대한의 니치마켓(niche market·수요가 비어있는 시장)을 찾아야 하죠. 저는 군산이라는 지역 니치마켓을 찾았고 이에 맞는 전략을 세워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②죽을 듯이 해야 한다.


“고객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돈을 벌 수 없습니다. 취미로 하는 게 아닙니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고 지속 가능한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 자신을 갈아 넣는 정도의 노동이 필요합니다. 초반 손해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죠. 그 과정을 버틸 수 있어야 합니다.”


③본인만의 가치 가져라. 


“분명 어려운 길인 건 맞지만 그 속에서도 한 가지 희망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스타트업도 자영업도 마찬가지예요. 사업을 잘 이끄는 사람을 보면 돈 욕심, 승부욕, 사명감 등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가치가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원동력이 있어야 합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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