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뷰 본문

jobsN

“강남 학부모로 산다는 건…” 8학군 서초동 엄마의 고백

CEO로 변신한 ‘강남 엄마’ “엄숙한 미술관 ‘야놀자’로 만들래요”

203,123 읽음
댓글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남 부럽지 않게 살던 강남 8학군 엄마가 미술 만나 벌인 일

“서울 성북동에서 미술품 수집가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어요. 결혼하고 서초동에서 평범한 강남 엄마로 살았죠. 그러던 제가 지금은 비정부기구 단체 사무총장에 스타트업 대표까지 맡고 있습니다.”

임지영(48) 대표.

출처jobsN

임지영(48) 아트위드 대표는 서울 강남 8학군 학교에 다니는 딸을 키우는 학부모였다. 학교에서는 어머니회장, 가정에서는 성실한 아내, 집안에서는 믿음직한 첫째 딸이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지만, 재미가 없었다. 골프를 치러 다니는 지인의 모습에도 별 감흥을 못 느꼈다. 임 대표는 인생의 흥미를 미술에서 찾았다. 지금은 누구보다 바쁘게 인생 제2막을 살고 있다.


-학부모에서 갤러리 관장, 대학원생에서 스타트업 대표까지 됐다.


“성실한 학부모로 살았어요. 강남에서 학부모로 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아이가 강남 8학군 중에서도 교육열이 높은 학교에 다녔어요. 어머니회장까지 맡았는데,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정글이나 다름없었죠. 강남 엄마들은 자신과 아이를 동일시해요. 다른 아이가 잘되는 꼴을 못 보죠. 아이 또래가 자기 자식보다 뭘 잘해도 절대 칭찬을 안 해요. 딸이 글을 잘 썼습니다. 아이 친구 엄마가 집에 놀러 왔다가 딸이 쓴 일기를 봤어요. 그 다음 주에 딸을 빼놓고 글쓰기 팀을 짜더라고요.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2010년부터 10년 동안 갤러리를 운영했어요. 아버지가 미술품 수집가여서 어릴 때부터 집에 그림이 많았거든요. 지금은 비정부기구 단체인 서초문화네트워크에서 사무총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전국 보육원에 4년째 그림을 기증해 온 단체예요. 예산이 없어서 그림 하나 못 사는 곳이 많거든요. 지금까지 50곳이 넘는 보육원에 그림을 기증했습니다. 지난 3월에는 ‘봄 말고 그림’이라는 예술 에세이를 냈어요. 또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화예술창업학 석사과정도 밟고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하는 초기창업패키지 사업 공모전에 12대 1 경쟁률을 뚫고 뽑혔어요. 국고 5000만원을 지원받아서 지난 6월 스타트업 아트위드를 차렸죠."

임지영 대표 제공

-아트위드는 어떤 회사인가.


“아마추어 예술가를 위한 온라인 갤러리 플랫폼이에요. 예술 관련 종사자가 아니라도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잖아요. 이런 사람에게 개인 온라인 갤러리 주소(URL)를 주는 거예요. 예를 들면 제가 드로잉을 배우러 다녀요. 그런데 제 인스타그램 계정에 드로잉 작품을 올리면 ‘좋아요’ 몇 개 못 받고 금방 잊혀요. 당연히 작품을 팔 수도 없고요. SNS는 작품 전시 공간으로 쓰기엔 한계가 있죠.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아마추어 예술가라도 ‘예술’이라는 말만 꺼내면 도망치려는 사람도 많아요. 칭찬하면 ‘이거는 예술이 아니다, 그냥 취미다’라고 하죠. 하지만 이런 사람이 시장에 꾸준히 들어와야 저변이 커져요. 그래서 온라인 갤러리에 작품을 올리고 서로 피드백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겁니다.


작품을 팔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어요. 개인전 한 번 열려면 적어도 수천만원이 필요해요. 작품 가격은 몇백만원씩 하죠. 가족이나 친척이 아니면 누가 아마추어 작품을 수백만원씩 주고 사겠어요. 그림을 사라고 할까 봐 친구들도 피하죠. 아트위드에선 전시회를 안 열어도 그림 그려 단돈 몇 만원이라도 벌 수 있어요. 그림을 디지털로 변환해 판화·티셔츠·가방 등 부가 상품도 만들 수 있게 하려고 해요. 서비스는 11월 셋째 주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임지영 대표 제공

-창업한 사연이 궁금하다.


“대학원 진학이 계기였어요. 원래 예술경영을 전공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니 예술경영 전공은 공부보다 인맥을 쌓으려고 가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저는 인맥보다 미술 시장을 대중화하고 싶었어요. 예술가에게 필요한 건 먹고사는 문제예요.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미술 시장에 문제가 많다는 걸 알았어요. 예술가가 되기도 어렵지만, 예술로 먹고사는 건 더 힘듭니다. 미술 시장은 ‘그들만의 리그’라는 이미지가 강해요. 진입장벽이 높아 소수만 찾죠.


요즘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유행이잖아요. 전업 작가가 아니라도 미술을 배우거나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요. 이들을 타겟으로 사업을 해보자 한거죠. 원래 스타트업까지 차릴 생각은 없었어요. 국고 5000만원을 지원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고요. 정말 뿌듯하죠.”


-한 차례 앓고 나서 인생이 바뀌었다고.


“모범생이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어요. 학부모·아내·딸 역할을 다 제대로 해야 한다고 믿었죠. 모든 일을 다 잘할 수는 없다는 걸 몰랐어요. 갤러리까지 운영하고 있었으니 정말 바빴죠. 스트레스 때문에 몸이 아주 아팠어요. 병원에 가니 헤모글로빈 수치가 3밖에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성인 여성이면 적어도 12가 넘어야 하거든요. 의사 선생님 말로는 남보다 심장이 두 배 빠르게 뛰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여섯 시간 동안 대수술을 했죠. 


그때서야 깨달았어요. 내가 나를 가장 아껴야 한다는 걸요. 의사 선생님도 스트레스는 최대한 피하라고 하더라고요. 가장 먼저 도서관에 찾아갔습니다. 원래 글 쓰고 읽는 걸 좋아했거든요. 문화예술 관련 수업을 듣다가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비정부기구 단체인 서초문화네트워크를 만들었어요. 그 뒤로 보육원에 그림을 기증하기 시작한 거죠.”

 

-사업가로서 인생 제2막을 시작했다. 힘들지는 않나. 


“대학원에서 회계, 마케팅 등 회사 운영에 필요한 여러 지식을 가르쳐줘요. 현업 전문가를 초청해 멘토링도 하고요. 플랫폼 참여자를 늘려야 하는데, 데이터베이스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에요. 우선 여러 미술대학을 찾아다니며 학생들을 만나 설득할 생각입니다. 또 문화센터나 평생교육원에서 영업을 뛸 거예요. 일대일로 만나 제가 가진 에너지를 보여주고 싶어요. 사람 사이에 흐르는 선한 기운을 믿거든요. 진정성을 보여준다면 상대방의 마음도 움직일 거로 생각해요.”

임지영 대표 제공

 -아트위드를 통해 하고 싶은 일이 뭔가.


“예술로 재미있는 일, 좋은 일을 하는 거예요. 예술은 본인이 좋아서 하는 거예요. 그러면 보는 사람도 즐겁죠. 또 예술에 재능이 있는 사람은 재능을 나눌 수도 있어요. 원본을 기증하지 않더라도, 프린트해서 보육원이나 교정 시설에도 걸 수 있는 거잖아요. 말하자면 예술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거죠.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게 쉽지 않은데, 저는 미술에 답이 있다고 봐요. 아직 갈 길은 멀어요. 종잣돈은 투자받았지만, 2차 투자가 필요해요. 사비 2000만원 정도를 썼어요. 운영 자금이 필요하니까요. 투자 유치를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나중에는 미술관 버전의 야놀자 서비스도 추가할 생각이에요. 쉽게 말해 내가 있는 곳에서 어떤 갤러리나 미술관이 가장 가까운지 알려주는 거예요. 나아가 작가들의 작업실까지 대중과 연결해주려 합니다. 보통 작가의 작업실은 서울 근교에 있어요. 작가들은 누가 방문한다고 하면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그러니 작업실도 갤러리처럼 만들면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끼리 네트워킹할 수 있고, 나아가 ‘미술 판’ 자체도 키울 수 있겠죠.”


-곳곳에 숨어 있는 예술가를 위해 하고 싶은 말.


“쫄지 말라고, 기죽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나라 미술관은 공기가 무거워요. 나도 모르게 압도당할 때가 많죠. 물론 관람 에티켓은 지켜야 하지만, 왠지 모르게 권위가 느껴집니다. 올해 동유럽에 다녀왔어요. 미술관이 시끌벅적하고 분위기가 자유로웠어요. 이런 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림을 몰라도 괜찮고, 모든 작품을 다 봐야 하는 것도 아니에요. 마음에 드는 작품 한 점만 발견해도 성공한 거죠. 감상하는 사람은 남이 아니라 나니까요.


작품도 과감히 내놓으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누가 봐도 잘 그린 그림인데, 작품을 내보라 하면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 치죠. 피드백하는 문화가 없어서 그래요. 작품을 두고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지 않죠. 우리나라는 상대방을 공격해야 내가 인정받는다는 분위기가 있어요. 이야기를 나누며 다름을 인정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러면 예술이 조금 더 편하게 다가올 거예요. 일상에서 예술을 향유하는 문화도 자연스럽게 퍼질 거고요.”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작성자 정보

jobsN

    실시간 인기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Please try again in a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