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Q 177 옥스퍼드대생 인생을 바꾼 17년전 한국의 모습

조회수 2020. 9. 24. 15: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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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 177의 외국인 뇌섹남이 혜민 스님과 한국에서 벌인 일

IQ 177의 멘사 회원,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 두 번의 스타트업 창업까지···. 독특한 이력을 가진 그는 파란 눈의 외국인이다. 이번에는 스님과 함께 명상심리 앱을 만들었다. 그는 가정사로 힘들었던 시절 혜민 스님을 통해 명상을 처음 접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명상의 효과를 경험했으면 한다는 앱 ‘코끼리’ 대표 다니엘 튜더(37)를 만났다.

출처: '코끼리' 제공
앱 '코끼리'의 다니엘 튜더 대표.

-자기소개를 해달라.


“명상심리 앱 ‘코끼리’ 대표 다니엘 튜더다. 앱 ‘코끼리’는 명상을 배우거나 심리 수업 강좌를 들을 수 있는 모바일 앱 서비스다. 책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저자인 혜민 스님과 함께 만들었다.”


-한국에 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났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한국에 처음 왔다. 당시 축구를 정말 좋아하던 대학생이었다. 경기를 직접 보고 싶었다. 축구 때문에 우연히 왔지만, 한국의 정(情)문화에 푹 빠졌다. 한국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고 따뜻했다. 처음 느껴보는 문화였다.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길거리 응원도 인상 깊었다.”


-한국어가 유창하다.


“한국에 정착한 지 10년 정도 됐다. 처음에는 한국어를 익히기 어려웠다. 기본 대화만 하는 정도였다. 2010년 서강대학교 한국어교육원에 다녔다. 또 과외를 받기도 했다. 한국인 친구들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출처: '코끼리' 제공
명상 중인 혜민 스님과 다니엘 튜더 대표.

-원래 무슨 일을 했나.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Oxford University)에서 정치학·경제학·철학을 전공했다. 한국에서의 기억을 잊지 못해 졸업 후 다시 한국에 왔다. 2003년 서울 강남구의 한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했다. 이후 투자회사인 미래에셋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당시에는 뱅커를 꿈꿨다.


학업을 위해 2007년 영국으로 다시 돌아갔다. 2009년 영국 맨체스터대학교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다. 졸업 후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헤지펀드 회사에서 6개월 간 근무했다. 하지만 생각했던 업무와 달랐다. 금융업이 아닌 다른 일에 도전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웹사이트에서 우연히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채용 글을 봤다.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동경도 있었다. ‘일단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지원했다. 북한 문화와 관련된 테스트 기사를 써서 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2010년 한국 특파원으로 다시 한국에 왔다. 기자로 3년 6개월 정도 일했다. 책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조선자본주의공화국' 등을 발간하기도 했다. 2017년에는 청와대 해외언론비서관(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미 두 차례 창업 경험이 있다고.


“2013년 지인과 수제 맥주 더 부스 브루잉 컴퍼니를 만들었다. 수제 맥주 전문점이다. 이후 2015년 영국 대안매체 '바이라인'을 공동창업했다. 지금은 다른 분이 경영하고 있다.” 

출처: '코끼리' 제공
명상 중인 다니엘 튜더 대표와 명상 심리 앱 '코끼리'의 메인 화면.

-‘코끼리’ 앱 창업 계기가 궁금하다.


“2016년 아버지의 건강이 갑자기 안 좋아지셨다. 영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외동아들이라서 책임감이 더 느껴졌다. 어머니도 많이 힘들어하셨다. 가족 모두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때 친분이 있던 혜민 스님이 명상을 해보라고 권했다. 혜민 스님과는 과거 한 언론사에서 칼럼니스트로 만나 알고 지냈다.


힘든 시기에 명상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많은 사람이 명상의 효과를 직접 느꼈으면 했다. 명상은 종교를 초월한다. 누구나 할 수 있다. 비종교적이면서 좋은 명상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최근 명상에 대한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팀은 명상하면 행복감을 느끼는 전두엽이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명상이 스트레스와 우울감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직 한국에는 대중화된 명상 앱이 없다. 2018년 8월부터 앱 ‘코끼리’ 창업을 준비했다. 2019년 8월 혜민 스님과 함께 ‘코끼리’를 만들었다.”

출처: '코끼리' 앱 화면 캡처
앱 '코끼리'는 다양한 명상·심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앱에 관해 설명해달라.


“명상 음원, 심리 수업, 힐링 음악 콘텐츠가 있다. 혜민 스님이 헤드 티쳐로 참여해 명상 콘텐츠 100여 편을 직접 제작했다. 분야별로 다양한 전문가가 진행하는 심리 수업 60여편이 있다. 이해인 수녀, 곽정은 작가, 자아실현 학교 하이어셀프의 알렉스 룽구 대표, 청춘상담소의 장재열 소장 등이 참여했다. 또 아티스트들의 힐링 음악도 들을 수 있다. 최근 영국 뮤지션인 에시 제인(Essi Jain)의 명상 음악을 올렸는데 반응이 좋았다. 사용자 30%가 동시 접속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명상 입문자를 위한 '혜민 스님의 매일 영상' 음성 콘텐츠는 하루에 한 개씩 업데이트하고 있다. 명상을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서 좋다는 후기가 많다. 스트레스가 줄고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말을 들을 때 뿌듯하다.”


-명상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담은 이유가 궁금하다.


“한국인이 겪고 있는 다양한 심리 문제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자체 조사 결과 1위는 숙면, 2위는 스트레스더라. 숙면과 스트레스 카테고리에 집중했다. 동시에 많은 사람이 겪고 있는 연애 문제, 가족 문제 등에도 도움을 주고 싶었다. 맞춤형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추천하는 명상법이 있나.


“보디스캔(Body Scan)을 추천한다. 몸의 감각을 느끼는 것이다. 자리에 편하게 눕고 양발은 어깨너비로 벌린다. 팔은 자연스럽게 벌려 몸 옆에 둔다. 손바닥은 천장을 향하게 한다. 깊게 호흡한다. 몸의 모든 관절과 근육에 집중한다. 발부터 머리까지 모든 신체 감각을 느낀다. 호흡에 따른 복부, 가슴의 미세한 움직임도 느낀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바라보는 명상법이다. 자존감이 높아진다. 명상이 끝나면 머릿속이 깨끗해지고 마음이 편해진다.”


-매출이 궁금하다.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론칭 한 달 만에 약 8만5000명이 앱을 다운로드했다. 가입자 중 약 4%가 유료로 앱을 이용하고 있다. 생각보다 유료 전환율이 높다. 국내 구글스토어 건강 및 피트니스 분야 인기 순위에서 1위 기록했다. 수익 부분에서는 3위를 기록했다.


앱 가입자는 일주일간 무료로 앱을 사용할 수 있다. 일주일이 지나도 일부 콘텐츠는 무료다. 더 많은 콘텐츠를 이용하고 싶다면 유료 구독을 해야 한다. 1개월 정기구독권은 월 4900원이다. 12개월 정기구독을 하면 1년에 한 번 2만9000원을 내면 된다.”

출처: '코끼리' 제공
다니엘 튜더 대표.

-왜 한국에서 창업하게 됐나.


“사업을 하기 위해 한국에 온 게 아니다. 17년 전 우연히 한국에 왔고, 한국이 좋아서 계속 살고 있다. 한국 사람과 문화를 좋아한다. 사람들이 ‘한국이 제2의 고향 같겠다’고 한다. 사실 그냥 고향 같다. 오히려 요즘 영국에 가면 낯설다. 오랜 기간 한국에 머물며, 한국인들의 정서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한국 사람에게 도움 되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었다.”


-사업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가족과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다. 부모님에 대한 걱정이 크다. 가족 곁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크다. 아버지께서 아프셨을 때 가족에게 힘이 되어주지 못해 괴로웠다.”


-본인만의 습관이나 고집이 있나.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산책하는 습관이 있다. 걸으면서 생각한다. 머릿속을 비울 수 있다. 일정한 속도로 걸으면서 생각하면 집중이 더 잘 된다. 문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의 꿈과 목표는.


“‘코끼리’ 앱 가입자 수가 100만명이 넘을 수 있도록 더 좋은 콘텐츠를 개발하고 싶다. 많은 사람이 명상의 효과를 직접 느꼈으면 좋겠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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