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기만 하면 대박, '제2의 백종원'이라 불리는 남자입니다

조회수 2020. 9. 24. 16: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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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의 신'이 된 일도씨
일도씨패밀리 김일도 대표

사장 경력 10년째인 지난 6월, 그는 책 한 권을 냈다. 제목은 《사장의 마음》. 틈날 때마다 사업장에서 보고 느낀 걸 차곡차곡 기록해둔 김일도 사장의 ‘사장 일기장’이다. 책을 낸 지 한 달 만에 3쇄를 찍었다. 그의 시선은 내내 ‘직원’을 향해 있다. ‘손님’이 아니라. 책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손님은 왕이 아니다. 손님은 손님이다. 우리 마음을 좀먹는 검은 손님 정도는 기꺼이 잃어주자. 직원들을 지켜주고 보호할 수 있는 힘을 갖추자.”


‘손님은 잃어도 직원은 잃을 수 없다’는 사장의 마음을 읽은 직원들은 스스로 진화해갔다. 일일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입꼬리에 미소를 달고, 숟가락 젓가락을 가지런히 배열하고, 까다로운 고객을 대하는 감정 노동에 익숙해져간다. 김일도 대표를 만나기 전날, 그는 한 매장을 방문하고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한 명 한 명 오너십이 넘쳐서 나조차도 손님처럼 느끼게 만드는 매장이다. 손님 한 분 한 분 기억해주고, 단골손님의 취향까지 맞춰주며… 잘되는 매장의 온기가 바로 이 매장에 있다.”


자신의 이름을 단 ‘일도씨’는 이제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그에게 ‘자신을 브랜드로 내세운 이유’를 먼저 물었다.


“처음에는 ‘일도씨’ 브랜드가 아니었어요. ‘소문난 곱창’이었죠. 스물여덟 살에 창업했으니 ‘사장님’ 호칭이 어색하고 오글거려서 그냥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했어요. 직원이든 손님이든 편하게 ‘일도씨~ 일도씨~’ 하고 불렀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일도씨네 곱창’이 됐어요. 제가 의도를 갖고 만든 브랜드라기보다, 손님들과 직원들이 만들어준 브랜드예요.”


그가 직원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별일 없냐’는 안부 인사라고. 시도 때도 없이 심드렁하게 ‘별일 없냐’고 묻고 지나간다. 안부를 묻는 표현이자, 직원 개개인의 삶에 애정과 관심이 담긴 표현이다. 사장 초창기 시절에는 그 역시 ‘주입식 교육’을 했다. 매뉴얼을 가지고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를 강요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게 아니다’ 싶었다.


“주입식 교육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어요. 사람은 안 바뀌잖아요. 돌이켜보면 제가 지속 가능성을 갖고 실천한 것들은 저 스스로 부딪히고 깨져가면서 깨친 것들이에요. 나는 실수하면서 배웠는데, 직원들은 실수하지 말라고 하는 게 말이 안 됐죠. 어느 시점에선가 내려놨어요. 지금은 아예 직원들한테 전적으로 맡겨뒀습니다. 바라되, 강요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장사란, 한 명의 누군가와 진심을 나누는 일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손님의 컴플레인은 생기게 마련이고, 말도 안 되는 직원의 실수에 화가 나기도 한다. 그럴 때 그는 ‘자존감’을 생각한다. 그는 외식업 종사자들의 서비스의 질과 자존감은 직결돼 있다고 본다.


“외식업 하는 분들 중에는 자존감이 낮은 분들이 많아요. 불친절한 서비스와 낮은 자존감은 연관돼 있죠. 매장에 컴플레인이 생기면 다 오픈합니다. 이래라저래라 않고 오픈만 해요. ‘이런 취급을 당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생기도록 하려 합니다. 그래야 서비스의 질이 본질적으로 달라지더라고요. 서비스를 잘할 때 오히려 스스로의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걸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가 ‘장사의 신 일도씨’가 된 데에는 어머니의 힘이 크다. 장사하는 어머니를 도우면서 어깨너머로 장사의 기본을 배웠다. 장사란, 경영이란, 결국 한 명의 누군가와 진심을 나누는 일이라는 걸 그때 깨달았다.


하지만 그가 탄탄대로만 걸어온 건 아니다. 청년 창업 4년 차,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성공 가도를 달리며 두 달 사이에 세 개의 매장을 오픈한 때였다. 몸은 분주하고, 마음엔 성공을 향한 욕망이 꽉 차 직원이 보이지 않았다. 그즈음, 가족처럼 아끼던 직원들이 하나둘 떠나갔다.


“제가 어설펐어요. 성공을 위해 제 영혼을 갈아 넣다시피 했죠. 직원들이 떠나면서 매출도 떨어졌고, 저 역시 번아웃이 왔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노미 상태로 있었죠. 그런데 놀라운 일이 생기더군요. 매장이 망해갈 줄 알았는데, 어느 시점엔가 오히려 매출이 서서히 상승하는 거예요. 들여다봤죠. 직원들이 보였어요. 매장을 지키는 직원들, 공격적이거나 성공 지향적이지 않은 사람들, 꼬물거리며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보였어요.”


그때부터 매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과거엔 젊은이들이 하는 분위기였다면, 서서히 잔잔하고 묵묵한 이모님들이 자리를 메워갔다. 여전히 그를 ‘일도씨’ ‘일도야’라고 부르는 50~60대 이모님들.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 ‘직원 위주의 경영’으로 선회한 것도 이즈음이다.


매일 20매씩 사장일기


그는 자신을 “사장보다 기록자에 가깝다”고 말한다. 10년간 승승장구한 비결 중 하나다. 그는 매일 기록한다. 매장 곳곳을 찾아다니면서 ‘잘된 것’과 ‘안 된 것’을 구분해 빼곡히 써나간다. ‘잘된 것’은 다음에 또 적용하고, ‘안 된 것’은 개선해간다. 임대료와 주방 동선, 원가 비용의 효율성, 매장의 조도까지 분야도 세세하다. 매일 그렇게 메모하는 양이 200자 원고지 20매 정도다.


《사장의 마음》에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흔적이 가득하다. 한 독자는 “그의 글에선 《칼의 노래》 이순신 장군의 칼 내음이 났다”고 서평에 적었다. 전쟁을 치르기 전날 장군의 일기처럼 끊임없이 고뇌하고 반성하고 개선해나간다는 얘기다.


그에게 최근 ‘제2의 백종원’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손대기만 하면 성공시키는, 대중음식 분야 미다스의 손이라는 칭찬의 표현이다. 그 역시 일도씨패밀리를 ‘대중음식 브랜드’로 정착시켜나가려 한다.


“닭갈비나 곱창, 보리밥 등 저평가된 우리 음식을 제대로 풀어내보고 싶어요. ‘싼 음식’이 아니라 1만 원대에서 풀어내면서 ‘제대로 된 대중음식’을 선보이려 합니다. 그래서 ‘아주 특별한 외식’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죠. 손님이 웃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손님의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괜히 서비스를 넣어준 적도 많아요.”


그는 자신의 이름을 넣은 새로운 브랜드를 하나 더 선보인다. ‘내일도두부’라는 즉석 두부다.


“앞으로의 트렌드는 제철 식재료와 로컬이에요. 내일도두부는 여기에 맞닿아 있죠. 제가 어린 시절에 살았던 마천시장에서 먹어본 즉석 두부를 살려내고 싶어요. 즉석 두부는 대량 생산 두부와 다르거든요. 캔커피와 원두커피의 차이라고 할까요.”


이 역시 저평가된 우리 음식을 알리는 걸음이다. 그의 이름 일도씨는 ‘제대로 된 우리 대중음식’을 상징하는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


글 톱클래스 김민희
사진 톱클래스 서경리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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