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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어도 강한, 저는 귀가 안 들리는 배우입니다”

‘열정페이로 편견에 맞선다’ 국내 첫 청각장애인 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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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없이 눈빛, 표정, 몸짓만으로 감동을 전달한다. 귀가 들리지 않을 뿐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그는 청각장애인 배우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허물고 싶다는 배우 김리후(29)씨다.


그와는 말을 주고받으며 음성 인터뷰를 진행하기 어려웠다.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며 청각장애인 배우라는 쉽지 않은 길을 택한 사연을 들었다.

배우 김리후씨.

출처김리후씨 인스타그램 캡처

-자기소개를 해달라.


"배우 김리후다. 2010년 김조광수 감독의 단편영화 '사랑은 100℃'로 데뷔했다. 2014년에는 강지숙 감독의 단편영화 '미드나잇 썬'에 출연했다. 현재 한국농아방송 수어 뉴스를 진행 중이다. 한국농아청년회 국제이사를 맡고 있다. 최근 유튜브 채널 ‘리후TV’를 개설해 유튜버로도 활동 중이다.


선천적으로 청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큰 소리만 들린다. 올해 7월부터 장애등급제가 사라져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중증)과 심하지 않은 장애인(경증)으로 나뉘는데 나는 중증장애인에 속한다. 장애등급제 폐지 전에는 2급이었다. 청각장애인 2급은 두 귀의 청력 손실이 각각 90dB 이상인 경우 해당한다. 수어(手語)를 사용해 의사소통한다.


청각장애인을 농인(聾人)이라고도 한다. 관점의 차이다. 청각장애인은 의료학적 관점에서 본 말이다. 장애를 ‘고쳐야 할 치료대상’으로 본다. 농인은 사회적 관점에서 본 말이다. 장애를 환경이 규정하는 개념으로 본다. 예를 들어 이 세상에 모든 사람이 사라지고 청각장애인 한 명만 남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는 다른 사람과 대화할 일이 없다. 이 환경에서는 장애인이 아니다. 쉽게 말해 농인은 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농 사회’에서는 두 개념을 나눠서 사용한다."


-언제부터 배우라는 꿈을 꿨나.


"영화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이 멋져 보였다. 스크린 속에서는 여러 가지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사람이 배우라는 꿈을 꾸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았다.


2000년대 중후반 당시 배우 홍석천과 가수 하리수가 방송 활동을 활발하게 할 때였다. 커밍아웃을 하고 성전환을 한 사람들이 편견을 깨고 방송활동을 했던 것처럼 나도 편견과 차별의 문턱을 넘고 싶었다. 피할 수 없으면 부딪혀보자고 생각했다. 사람들 앞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 피팅 모델로 활동했다. 제품 홍보를 위한 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귀가 안 들려서 이 이상은 힘들 것 같다’는 말들을 들었다.


2009년 12월쯤 김조광수 감독님에게 연락을 받았다. 모델 활동 중 찍은 사진을 보고 연락하셨다고 하더라. 미팅 후 바로 촬영날짜를 잡았다. 믿기지 않았다. ‘저 출연하는 건가요?’ 하고 물어보니 당연하다는 듯 ‘그렇다’고 하셨다. 그렇게 영화 ‘사랑은 100℃’에 출연했다."

영화 '사랑은 100℃', 영화 '미드나잇 썬'에 출연한 김리후씨.

출처영화 '사랑은 100℃', 영화 '미드나잇 썬' 스틸컷 캡처

-국내 최초 청각장애인 배우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청각장애인이 영화 주연을 맡은 경우는 처음이라고 하더라. 이전에 배우 활동을 한 농인들은 많다. 엑스트라 등 잠깐 출연하는 역할이라서 주목을 덜 받은 것 같다. 

2010년 데뷔작 단편 영화 ‘사랑은 100℃’에서 청각장애인인 사춘기 소년 민수 역을 연기했다. 이후 2014년 강지숙 감독의 단편영화 ‘미드나잇 썬’에 주연으로 출연했다. 청각장애인 남매 중 오빠 병우 역을 맡았다. 배우 류준열씨와 함께 출연했다.


최근에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농인을 여러 가지 이미지로 표현하고 싶어서 직접 나섰다. 장애가 없는 사람들이 농인을 다양한 캐릭터로 표현하기엔 한계가 있는 것 같았다."

배우 김리후씨.

출처김리후씨 인스타그램 캡처

-배우가 되기까지 어떤 노력을 어떻게 했나.


"연기학원을 알아봤지만 수강료가 비쌌다. 금전적인 부담이 컸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도 청각장애인이라서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 혼자서 연기 연습을 했다. 드라마나 영화를 자주 보면서 감정 이입 연습을 했다. 캐릭터 분석을 많이 했다. 저 캐릭터는 왜 저렇게 행동했을까 고민했다. 자막이 있는 일본 드라마를 자주 봤다. 일본은 한국보다 농 배우가 많다. 자연스레 일본어를 독학했다. 자막이 있는 한국 영화도 많이 봤다.


얼굴이 알려지는 일을 하다보니 청각장애인을 대표하는 역할을 맡은 것 같다. 농 문화나 역사, 언어(수어)를 더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국립서울농학교 졸업 후 수어를 더 공부하고 싶어서 한국복지대학교 수어통역학과에 입학했다. 서울수어전문교육원에 다니기도 했다."


-가장 힘들었던 적은 언제인가.


"장애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을 겪을 때 힘들다. 상처받는 말을 많이 들었다. 어릴 때 일반 학교에 다닌 적이 있다. 선생님께서 친구들이 떠들 때 “리후야, 애들한테 보청기 빌려줘. 말귀 못 알아듣네”라고 말씀하시더라. 또 ”이번 시험에서 리후보다 성적 나쁜 애들은 혼난다. 귀 안 들리는 리후도 열심히 하는데 너넨 뭐하니”와 같은 말을 들은 적도 있다.


배우로 활동하면서 장애를 비하하는 악플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의연하게 넘기려고 한다. 또 촬영 당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조금은 불편했다. 감독님, 동료 배우와 어떻게 하면 소통을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서로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더 배려했다."

김리후씨는 현재 한국농아청년회 국제이사, 한국농아방송 수어 뉴스 앵커를 맡고있다.

출처김리후씨 인스타그램 캡처

-한국농아청년회 국제이사를 겸하고 있다고.


"한국농아청년회는 한국농아인협회의 산하 단체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만 18~35세의 농 청년들이 모여 권리보장 및 권익향상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올해 5대 한국농아청년회 국제이사를 맡았다. 세계농아인연맹(WFD·World Federation of the Deaf), 세계농아인연맹 청년회(WFDYS·World Federation of the Deaf Youth Camp) 관련 국제 교류·통번역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 4년마다 열리는 세계농아인대회(World Congress of the Deaf)의 다음 개최국이 대한민국으로 결정됐다. 2023년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수어 관광 홍보물을 제작하려고 한다."


-한국농아방송 수어 뉴스도 진행하고 있다고.


"2012년부터 한국농아방송 수어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수어를 모어로 쓰고 있는 농인들을 위한 일이다. 대본에 따라 금방 끝날 때도 있고 오래 걸릴 때도 있다. 관용어나 사자성어 같은 어려운 말도 농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수어로 번역한다. 충분히 연습하고 암기한 후 촬영한다.


국립장애인도서관 한국수어영상도서 촬영도 하고 있다. 농 아동, 농 청소년들을 위해 책 내용을 수어로 번안해 촬영하는 일이다. 보는 대상들의 연령대가 어리다 보니 표정 연기에 더 신경 쓰고 있다."

유튜브 채널 'LIHOO TV김리후' 영상 캡처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가 궁금하다.


"2019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다. 농 문화, 역사, 수어에 대한 영상을 주로 찍는다. 노래 ‘루돌프 사슴코’를 한국어, 영어, 일본어 가사에 맞게 수어로 표현한 영상이 가장 인기였다. 조회 수가 1만회 정도 된다. 수어가 나라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또 요즘 유튜브를 많이 하지 않나. 농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농인들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편견을 바로 잡고 싶다.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다."


-수입이 궁금하다.


"열정페이가 대부분이다. 수어영상도서나 수어 뉴스는 매년 내부 사정에 따라 다르다. 보통 1회 10만원 정도 받는다. 농인이 다양한 일을 하기에는 아직 사회적 제약이 많다."

김리후씨 인스타그램 캡처

-본인만의 습관이나 규칙이 있나.


"주변을 관찰하는 습관이 있다. 길을 지나갈 때 광고 문구를 보면 수어로 어떻게 잘 표현할지 고민한다. 또 뉴스를 꼭 챙겨본다. 영어, 일본어 뉴스도 본다. 한국농아방송을 진행할 때 도움을 받는다. 유튜브 영상을 찍을 때 좋은 소재를 찾을 수도 있다. 연기할 때에도 도움이 된다."


-앞으로의 꿈과 목표는.


"배우로서 이름을 더 알리고 싶다.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고 싶다. 사람들에게 농인의 문화를 알리고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고 싶다. 또 농 아동과 청소년이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가능성 있는 농인 후배를 발굴하고 싶다. 많은 장애인이 나를 보고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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