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다리 잃은 청년이 사고 전 이월드에서 받았던 알바비

조회수 2019. 9. 9.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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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원에 목숨 건 청년들
대구 이월드 다리 잃은 사고 당한 아르바이트생
최저시급 처우에 정식 안전교육 못받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자 월급은 144만원
태안발전소 김용균씨는 212만원

8월16일 오후 6시50분, 이랜드 그룹이 운영하는 대구 이월드에 근무하던 20대 청년 A(22)씨가 사고로 다리를 잃었다. A씨는 롤러코스터 ‘허리케인’ 열차 뒷칸에 서서 승강장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발이 미끄러진 A씨는 승강장으로 이동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기구가 커브길을 돌자 떨어지며 다리가 끼인 채 끌려갔다. A씨는 접합수술에 실패해 오른쪽 무릎 10cm 아래를 잘라내야 했다. 경찰 조사에서 가족들은 “전임 아르바이트생에게 배운대로 열차 뒤 공간에 서서 승강장으로 이동하려던 중 사고가 났다”고 진술했다.


A씨는 올해 3월 입사했다. 5개월가량을 일했지만 한 번도 본사에서 진행하는 정식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다. 매뉴얼 없이 전임 아르바이트생이 후임에게 시범을 보여주는 식으로 인수인계를 받았다. A씨는 자체 교육과 법정교육 4시간만 받고 입사 일주일만에 곧바로 허리케인 열차 운행 업무를 맡았다. 가족들은 “한 번에 수십명의 사람들이 타는 청룡열차 놀이기구지만 작동법과 승객 안전조치에 대해 이월드 측으로부터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고 했다. 이월드 측은 아르바이트생 안전 교육과 관련한 질문에 “현재 경찰 조사 중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출처: 대구소방안전본부 제공
대구에 있는 놀이공원 이월드에서 119구조대가 직원 A씨를 구조하고 있다.

◇비정규직 늘린 이월드···알바생은 최저시급 받은 것으로 알려져


사고를 당한 A씨는 이월드 운영부문의 어트랙션 아르바이트생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부메랑·바이킹 같은 놀이시설에서 탑승 안내 및 안전점검을 하는 일이다. 이월드 인사팀에 확인한 결과, A씨를 비롯한 놀이기구 안전요원 아르바이트생들은 최저시급을 받았다. 2019년 8월 기준 최저시급은 8350원이다. 여기에 주휴수당을 받았다. 이월드에 근무하던 35명의 아르바이트생은 32대의 놀이기구를 담당했다. 문상영 이월드 홍보팀장은 “보통 아르바이트생은 주 5일, 평일 9시간 정도 근무한다”며 “상황에 따라 연장근무를 할 경우 추가 시급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놀이공원 관계자들은 “단시간 근로자가 늘어나면서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을 것”이라고 했다. 2016년 43명이었던 단시간 아르바이트생은 2019년 59명으로 27% 늘었다. 이월드 경영이 악화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고용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이월드는 2017년 매출 350억원, 영업이익 67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매출·영업이익은 각각 338억, 46억원이었다.

출처: 이월드 페이스북
대구 이월드 알바생 다리 절단 사고 이후 페이스북에 올라온 직원 교육 안내문.

김은정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경제노동팀장은 “사측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안전에 대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영난을 이유로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대거 고용했고, 사측은 이들에게 전문 안전교육을 시행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유원시설업자들은 안전 관리 종사자가 안전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안전 관리 종사자란 정규직·비정규직·아르바이트생을 포함해 시설에서 일하는 모든 근로자를 뜻한다. 결국 매뉴얼도 없고, 안전교육도 제대로 하지 않은 이월드 측의 ‘안전불감증’이 무릎 절단 사고의 원인이라 볼 수 있다.


현장에서 근무자가 산업재해를 입는 사건은 이전에도 발생한 적이 있다. 목숨을 잃을 정도로 사고를 당하는 이들은 정식 안전 교육이나 공식적인 관리 매뉴얼에서 배제당한 비정규직·단기 노동자들이었다. 20대 청년들이 목숨을 내놓고 일하면서 받는 월급은 200만원 내외였다.


◇2016년 사망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공 김모군의 한달 월급


2016년 5월, 97년생 김모군이 서울 구의역 내선순환 승강장을 고치던 중 사망했다. 그는 고장난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홀로 고치다 들어오는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세상을 떠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든 김군이었다. 그가 받던 한달 월급은 144만원. 김군의 이모는 “아이 월급은 세금 떼고 144만6000원이었다”고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출처: 조선DB
2018년 5월27일 서울 광진구 구의역 '9-4' 승강장 앞에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로 숨진 김군을 추모하는 메세지.

서울메트로는 승강장 작업 통제규정으로 ‘2인1조 작업·열차 감시원 배치 및 안전관리교육 강화’ 등을 관리 매뉴얼로 마련해놓고 있었다. 안전 수칙대로라면 김군 역시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을 2인1조로 해야 했다. 그러나 김군은 사고 당시 홀로 작업하고 있었다. 그는 용역업체 은성PSD 직원이었다. 용역업체 은성 PSD는 실제 작업 현장에 근무자 1명을 투입하고 2인1조로 작업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기도 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하철 1~4호선 스크린도어 정비 업무를 담당하는 용역업체 은성PSD가 허위보고를 했다고 2016년 6월1일 밝혔다. 이들은 현장에 작업자 1명을 투입하고 서울메트로에 보고하는 작업 일지에는 2명이 작업했다고 서류를 꾸며 작성했다. 원래 2명이 해야 할 일을 1명이 한 이유에 대해 은성PSD 관계자는 ‘인력부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은성PSD 정비공들은 주간 A·B반으로 나뉘어 업무를 맡았다. 근로자 14명이 전체 98개 역의 스크린도어 정비·관리 업무를 맡은 것으로 밝혀졌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작업지침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출처: 유가족 제공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중 사망한 김군이 갖고 있던 물품. 컵라면과 작업 공구 등이다.

◇태안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급 212만원


2018년 12월 태안발전소에서 혼자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의 낙탄 제거 작업을 하다 기계에 몸이 끼여 숨진 김용균(24)씨도 유사한 사례다. 낙탄이란 석탄을 이송하는 과정에서 컨베이어 벨트에서 낙하하는 석탄이다. 사건 직후 발전소 측은 김씨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원청업체인 태안화력발전소 측은 “설비 정비 시 작업자에게 컨베이어 벨트 가동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노동자들은 “컨베이어 벨트의 롤러가 잘 작동하는지 점검하기 위해서는 기계 마찰음을 들을 수 있는 위치까지 작업자가 접근해야 했다”고 진술했다. 김용균씨를 비롯해 하청업체 근무자들이 받은 지시는 ‘(컨베이어 벨트)가 정지하지 않도록 낙탄을 처리하라’는 것이었다. 


사건 이후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특조위)’가 꾸려졌다. 특조위 간사인 권영국 변호사는 “김용균씨는 작업지시와 근무 수칙을 준수했다”고 했다. 문제는 작업지시와 근무 수칙을 너무 잘 지켰기 때문에 사망했다는 것이다. 한국발전기술은 업무지침에 컨베이어 벨트를 가동할 때 낙탄 처리작업을 하도록 명시해뒀다. 업무지침에는 이상이 의심가는 현장·기계를 촬영해 보고하는 절차도 있었다. 작동중인 컨베이어 벨트에 붙어 작업하고 고장이 의심될 땐 근접해 촬영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출처: 조선DB
2019년 2월9일 충남 태안화력에서 사고로 숨진 김용균씨의 영결식에서 고인의 유족이 눈물을 닦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제5조)을 보면 사업주는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유지·증진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한국발전기술은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대한 정보를 근로자에게 잘못 제공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


한국발전기술은 ‘2인1조 근무 규정’도 어겨 근무하도록 지시했다. 신대원 한국발전기술 노조지부장은 작년 12월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오래전부터 근로자들이 2인1조로 근무할 수 있게 개선해달라고 수차례 요구해왔다”고 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발전사가 하청업체에 지급한 노무비 중 노동자가 실제로 받은 금액은 47~61%에 불과했다. 특조위는 “협력사가 노무비로 받은 금액의 39~53%는 노동자에게 지급하고 중간 착복(남의 금품을 부당하게 자기 것으로 함)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노무비를 정상 지급했다면 김용균씨의 월급은 446만원이어야 했다. 그러나 실제로 그가 받은 월급은 212만원뿐이었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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