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마트에서 버려지는 영수증으로 대박 났어요

조회수 2020. 9. 24. 17: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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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쉽게 버리는 영수증, 이곳에선 보물
슈퍼마켓판 배달의 민족 ‘슈퍼갈땐슈퍼맨’
식료품 모바일 주문 배달 서비스
‘슈퍼고’ 프로그램이 영수증 정보 분석해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영수증을 쓰레기라고 생각한다. 아예 필요 없다고 받지 않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영수증을 이용해 돈을 벌고, 나아가 세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사업가가 있다. 바로 슈퍼갈땐슈퍼맨 조성호(43) 대표다.

출처: 슈퍼갈땐슈퍼맨 제공
슈퍼갈땐슈퍼맨 조성호 대표.

조성호 대표는 슈퍼마켓판 배달의 민족 같은 서비스를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업체마다 다른 수천 심지어 수만개의 상품 가격을 수작업으로 입력하다가 지쳐 사업을 포기할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는 이 문제를 영수증으로 풀었다. 영수증에 찍힌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인공지능(AI)을 개발했다. 마트에서 계산을 끝내고 영수증을 발행하면 AI가 자동으로 영수증에 담긴 정보를 서버에 보낸다. 서버에서 영수증에 찍힌 텍스트를 분석하고, 저장한다. 저장한 정보는 바로 슈퍼갈땐슈퍼맨 앱에 반영한다.


◇인공지능 기술로 영수증 자동 분석하는 ‘슈퍼고’ 프로그램


-슈퍼갈땐슈퍼맨은 어떤 기업인가.


“슈퍼갈땐슈퍼맨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에서 동네 슈퍼 식료품을 주문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회사입니다. 주문 배달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가격 정보가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격과 상품 정보가 써 있는 영수증을 이용하고 있어요. AI 기술을 활용해 영수증에 나온 상품 정보를 자동으로 분석하는 프로그램인 ‘슈퍼고’를 개발했습니다.”


-자세히 설명해달라.


“계산대에 슈퍼고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결제가 이뤄질 때마다 슈퍼고가 영수증 데이터를 자동으로 분석합니다. 매장에서 결제가 이뤄지면, 슈퍼고가 영수증을 자동으로 슈퍼고 서버에 전송합니다. 서버에서는 영수증에 나온 텍스트를 수집해요. 수집한 텍스트를 알고리즘을 이용해 상품명, 가격, 마트이름, 마트주소 등으로 분석합니다. 분석한 정보는 데이터베이스(DB)화 합니다. 예를 들어 A매장에서 B상품 가격이 얼마인지 파악해서 데이터베이스(DB)화하죠.


DB화 한 정보는 슈퍼갈땐슈퍼맨 앱에서 해당 마트에 실시간으로 반영해요. B상품 가격이 원래 1000원인데 오늘 행사를 해서 500원이라고 치면, 고객이 B상품을 구매하면 영수증에 가격이 500원이라고 찍히잖아요. 그러면 슈퍼고가 그걸 포착해서 DB화하고, 앱에 상품 가격을 500원으로 수정합니다. 그리고 내일 행사가 끝날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영수증에 다시 B상품 가격이 1000원으로 찍히니까, 슈퍼고가 영수증 정보를 바탕으로 앱 가격을 자동으로 고쳐요.


영수증 정보로 가격을 자동화하기 때문에 행사 상품을 처음 구매할 경우에는 가격이 차이날 가능성은 있어요. 그럴 때는 슈퍼 사장님이 매장 전용 앱인 ‘사장님의 슈퍼맨’에서 해당 상품에 대해 가격 조정을 하고, 배송을 합니다. 행사 상품은 매장 오픈 직후부터 많은 분들이 구매를 해 대부분 1시간 이내로 가격이 고쳐져요.”

출처: 슈퍼갈땐슈퍼맨 제공
슈퍼고 작동 과정.

슈퍼갈땐슈퍼맨은 슈퍼고 프로그램을 활용해 2018년 7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울 강남, 서초, 송파, 강동, 하남, 미사 일대를 중심으로 서비스하고 있다. 75개 매장과 제휴를 맺었다. 슈퍼갈땐슈퍼맨은 슈퍼고 프로그램 설치와 배송 주문 건별 수수료로 수익을 내고 있다. 2019년 3월까지 누적 매출은 약 5500만원이다.


슈퍼갈땐슈퍼맨과 제휴를 맺은 슈퍼마켓 매출도 늘어났다. 2019년 1분기 기준으로 작은 매장은 월 300만원, 큰 매장은 월 1000만원 가까이 매출이 증가했다.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 앱에서 편리하게 주문할 수 있고, 배송이 빨라 앱에서 주문을 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대형 마트보다 배송 시간 빨라


-슈퍼갈땐슈퍼맨을 설립한 계기는.


“제대로 사업화하면 확실한 수요가 있겠다 생각했어요. 물론 대형 마트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앱을 개발해서 서비스하고 있었죠. 하지만 대형 마트는 워낙 규모가 크고, 배송 서비스를 담당하는 지역이 넓다 보니까 오전에 주문하면 오후에 갖다주는 식이에요. 주문을 한 뒤에 배송을 받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죠.


그래서 동네 슈퍼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면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동네 슈퍼도 대형마트와 파는 상품은 비슷해요. 배송에 걸리는 시간은 동네 슈퍼가 더 적게 들어요. 고객이 매장에서 장을 봐서 배송을 요청하면, 집까지 걸어가는 사이에 물건이 먼저 집 앞에 도착할 정도로 빨라요. 배송 지역이 좁으니까 빠른 서비스가 가능하죠. 빨리빨리 하는 걸 선호하는 한국 특성상 배송이 빠른 동네 슈퍼가 제대로 서비스하면 성공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어요.”


슈퍼가 슈퍼갈땐슈퍼맨과 제휴를 맺으면 앱에 해당 매장 정보가 뜬다. 소비자는 최소 주문 금액과 취급 품목, 상품 가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마트에서 장을 보듯이 물건을 골라 장바구니에 담고, 원하는 시간에 맞춰 배송을 요청한다.

출처: 슈퍼갈땐슈퍼맨 앱 캡처
앱에서 원하는 배송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

-서비스를 시작하기까지 시행착오를 많이 겪으셨다고.


“저희 서비스를 슈퍼마켓 판 배달의 민족이라고 볼 수 있는데, 배달 음식하고는 상품 단위 자체가 다릅니다. 배달음식은 가격이 자주 바뀌지 않고, 음식 종류도 정해져있어요. 하지만 슈퍼마켓은 기본적으로 상품 개수가 많아요. 적게는 3000개, 많게는 2만개 있는 슈퍼도 있어요. 게다가 할인행사를 하면 가격이 계속 바뀌죠. 그래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플랫폼을 만들고 상품 정보를 입력하려다 보니까 도저히 사람이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어요. 매장 하나 제휴할 때마다 3~4명이 붙어서 가격과 상품 정보 다 확인하고 올렸어요. 진열대 한 줄을 지나가는 데만 3시간이 넘게 걸리기도 했죠. 그런데 다음 날이면 몇몇 상품 가격이 바뀌었어요. 바뀐 정보를 일일이 찾아 다시 수정해야 하는거죠.


자동화를 하지 않으면 도저히 서비스를 할 수 없겠다 생각했어요. 마지막으로 자동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보자 했죠. 못하면 그만둘 생각이었어요. 어떻게 자동화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영수증을 떠올렸어요. 영수증에는 가격을 포함한 상품 정보가 다 들어있으니까요.”


-슈퍼갈땐슈퍼맨 앱과 AI개발에 직접 참여했나.


“개발팀과 함께 만들었어요. 코어 프로그램이나 알고리즘을 만드는 건 제가 담당했습니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웹 사이트나 앱을 만들고 운영하는 프로젝트를 계속 해왔습니다. 삼성전자 smartTV 빅데이터 분석 프로젝트에 프로젝트 매니저(PM)로 참여하기도 했고, 고용노동부 청년취업아카데미 웹을 구축하기도 했어요.”


-고객 특성에 맞춰 행사를 알려주는 기능은.


“아직은 고객의 구매 활동 데이터를 수집 및 저장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수집·저장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주 사는 상품 할인 행사를 알려주는 등의 개인화 서비스를 2020년 3분기 출시 목표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매장에서 할인 행사를 할 경우 행사 상품의 정보와 가격을 제공하는 ‘슈르륵’ 섹션만 운영하고 있습니다.”

출처: 슈퍼갈땐슈퍼맨 앱 캡처
할인 상품을 알려주는 슈르륵 섹션.

◇개발만 하면 성공한다는 확신으로 버텨


-비슷한 서비스하는 다른 업체들과 차별점은.


“상품정보를 자동으로 관리할 수 있는게 저희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슈퍼고 프로그램만 깔면 자동으로 영수증 정보를 분석하기 때문에 사람 손을 거칠 필요가 없거든요. 슈퍼뿐 아니라 다른 업종으로 확대해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슈퍼고 프로그램의 장점이죠.”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


“슈퍼갈땐슈퍼맨 서비스가 성공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는 신념때문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상품 정보를 자동화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정말 어려웠지만, 개발만 하면 성공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사업을 끌고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전국적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슈퍼고는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어디서든 설치만 하면 사용할 수 있어요. 슈퍼뿐 아니라 다른 업종에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도 서비스를 수출할 계획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글 jobsN 박아름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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