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하듯 이것저것 섞어 만든 음식이 갑자기 뜨는 이유

조회수 2020. 9. 24. 17: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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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국내 피자 브랜드는 '레몬 두부 피자'를 만들었나

"오늘은 레몬 두부 피자를 먹어보려 해요. 피자 위에 레몬이 올려져 있어요. 음..."


유튜버 쏘영(Ssoyoung)이 지난 7월29일 업로드한 레몬두부피자 ‘먹방(먹는 방송의 줄임말)’ 영상 중 일부다. 그는 아프리카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먹방 유튜버다. 음식을 먹는 영상을 주로 올린다. 평범한 음식 먹방보다 주로 이색적인 음식 메뉴를 리뷰한다. 메뉴가 특이할수록 시청자들의 관심도 올라간다. 레몬두부피자 먹방 영상의 댓글에는 “맛있어 보인다”, “레몬과 두부와 피자라니...못먹을 것 같다” 등의 의견이 나뉘었다.

출처: 유튜브 쏘영(@Ssoyoung) 채널 캡처
주로 특이한 음식 먹방을 선보이는 유튜버 쏘영(@Ssoyoung)의 레몬두부피자 먹방.

레몬두부피자 이외에도 쏘영은 다양한 이색 음식을 소개해왔다. 세계 3대 악취 음식 취두부 먹방 영상은 조회수 97만회, 살아있는 미꾸라지를 요리하는 영상은 59만회, 자라탕 요리 영상은 28만회를 기록했다. 새카맣게 태워먹는 대파의 맛 후기를 남긴 영상을 본 이도 39만명에 달한다. 영상을 본 시청자들의 의견은 다양하다. 지난 4월엔 개불·생간 등을 먹는 영상이 지나치게 자극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영상만 보는데도 속이 좋지 않다는 댓글과 요리는 창작물이므로 먹어보지도 않고 비난하지 말라는 댓글 등이 있었다. 선정성 논란이 생길 정도로 '이색 먹방'에 시청자들의 많은 관심이 쏠린다. 


◇‘섞어먹기’ 열풍에 편의점도 가세


최근 먹방 영상이 인기를 끌며 젊은층 사이에 새롭게 생긴 문화가 있다. 음식을 장난감처럼 이것저것 섞어 요리하는 것이다. 지난 6월 화제를 모았던 예능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의 2019 편의점 특집에서 소개한 감자칩으로 만든 ‘매쉬드 포테이토’가 대표적이다. 제작진은 시청자에게 약 1200개 이상 편의점 꿀조합 메뉴를 추천받았다. MC들은 방송에서 몇가지 메뉴를 직접 만들어 보였다. 그중 ‘민기네 젖은 감자’라는 이름의 메뉴가 화제였다. 오리온 감자칩 예감을 종이컵에 넣고 그 위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매쉬드 포테이토(감자 샐러드)를 만드는 요리였다. 출연자들은 “금방 삶은 감자처럼 포슬포슬하다”는 평을 남겼다. 시청자들도 뜨거운 반응이었다. 다음날 소셜미디어에는 감자칩으로 만든 매쉬포테이토 인증샷이 다수 올라왔다.

출처: 코미디tv 캡처
예능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이 소개한 감자칩을 물에 불린 매쉬드 포테이토.

이밖에도 편의점에서 파는 음식을 갖고 이것저것 섞어먹는 메뉴가 많다. 컵라면에 삼각김밥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데우기, 식빵에 스파게티 면 넣기 등이 있다. 기존 제품의 예상 밖 ‘변신’이 식품업계 화두다. 누군가는 젊은층이 만들어낸 ‘괴식(怪食·기이한 식습관)’ 문화라고 보기도 한다. 


이 트렌드에 발맞춰 기업들도 이색 신제품을 출시하고 나섰다. 편의점 CU는 과자 ‘짱구’맛이 나는 컵라면인 ‘짱구 허니시나몬 볶음면’을 내놓았다. GS25는 달면서 매운 ‘미니언즈 핫치킨맛 초코스틱’을 출시해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 반응은 나쁘지 않다. BGF리테일 홍보팀 유억권 차장은 “익숙한 제품끼리 혼합한 신메뉴를 출시하면 소비자들은 재밌어 한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홍보로 이어지기도 한다. 먹방을 컨텐츠로 하는 유튜버들에게 이색음식은 좋은 방송 재료다. 유명 먹방 유튜버가 이색 식품을 먹는 영상을 찍어 올리면 TV광고 못지 않은 효과를 본다. 기이한 메뉴를 출시할수록 화제성이 커지는 이유다. 기업 입장에선 소비자가 알아서 입소문 낼 수 있는 소셜미디어 마케팅 전략을 적극 활용하는데, 특이한 제품으로 노이즈마케팅을 할 수 있다.

출처: 밴쯔 유튜브 캡처
짱구 허니시나몬 볶음면을 리뷰하는 유명 먹방 유튜버 밴쯔.

◇레드오션 시장인 치킨·피자 ‘튀어야 산다’


멕시카나는 치킨 애호가 사이에서 ‘실험 정신 강한 브랜드’로 꼽힌다. 2015년 7월 출시한 신호등 치킨(후르츠 치킨)이 대표적 사례다. 딸기·바나나·멜론맛을 치킨 양념으로 얹은 치킨이다. 과일맛 향이 너무 강해 치킨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많은 비난을 받은 이 메뉴는 결국 단종됐다. 그렇지만 최근까지도 멕시카나는 이색 메뉴를 계속 내놓고 있다. 대상·농심 등 기업과 협업해 치토스치킨(치토스 양념), 김치킨(김치 양념), 오징어짬뽕치킨을 연달아 내놓았다. 치킨 프랜차이즈간에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멕시카나의 ‘튀어야 산다’는 전략은 10·20대에게 먹혀들었다. 2018년 매출은 642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4.6% 증가했다.


피자 업계도 이상한 메뉴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토종 피자 프랜차이즈 피자마루는 피자와 떡볶이를 같이 먹는 메뉴를 출시했다. 피자 위에 떡볶이를 부어먹거나 피자를 떡볶이 소스에 찍어먹는 식이다. ‘레몬두부피자’라는 것도 있다. 국내 피자 브랜드 수피자가 출시한 메뉴로 토핑에 두부를 올렸다. 소스로 레몬청을 뿌렸다. 수피자는 레몬두부 피자를 ‘코리안 고르곤졸라! 상큼한 레몬과 담백한 두부의 웰빙 건강식 피자’라고 홈페이지에 소개해 놨다. 레몬두부 피자는 홈페이지 이외에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네티즌 사이에 소문이 났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레몬두부피자의 이미지가 올라와 있다. 네티즌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논란의 레몬두부피자'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

오리온 홍보팀 정수영 차장은 “다양한 제품끼리 협업한 이색식품은 트렌드에 민감한 10·20대 소비자에게 입소문이 빠르게 난다”고 설명했다. 정 차장은 “이색 제품출시로 소비자 입소문과 브랜드 환기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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