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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배우들이 먹고, 걷고, 볼일 보는 소리까지 다 만들죠

조회수 2020. 9. 24. 17: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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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씨 X싸는 소리 제가 만들었습니다'
영화·드라마·게임 속 소리 책임
발소리, 먹는 소리, 대변 누는 소리 등
사람이 낼 수 있는 모든 소리 만들어

공포영화 ‘퇴마 무녀굴’의 한 장면을 떠올려보자. 귀신들린 아이가 등 돌린 채 살아있는 쥐를 뜯어먹고 있다. 주인공은 뒤에서 다가간다. 등장인물들은 대사없이 고기 뜯어먹는 소리, 옷깃 스치는 소리, 발 소리로 상황을 설명해야한다. 그러나 촬영 현장에서는 온전한 소리를 담기 힘들다. 이때 폴리 아티스트가 후속 작업으로 영화관에서 듣는 정제된 소리를 책임진다. 그들은 자신의 몸과 온갖 물건을 사용해 소리를 만든다. 정지수(37) 폴리 아티스트는 ‘퇴마 무녀굴’ 속 쥐 먹는 소리를 만들기 위해 등장인물 움직임에 맞춰 족발을 뜯었다. ‘영화 감독과 관객이 납득하는 소리를 만들때 희열을 느낀다는’ 정지수 폴리 아티스트를 만났다.


-본인소개를 해달라.


“C 47-Post Studio 소속 폴리 아티스트 정지수다. 영화계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다.”

출처: 방송통신위원회 유튜브 캡처
정지수 폴리 아티스트.

-폴리아티스트에 대해 소개해달라


“폴리 아티스트는 사운드를 이루는 여러 요소 중 하나를 담당한다. 대사, 공간음, 효과음(Sound Effect·주로 큰소리), 음악, 폴리 영역으로 나뉜다. 폴리(Foley)는 사람이 낼 수 있는 소리를 가리킨다. 할리우드 효과음계 전설인 잭 폴리(Jack Foley) 이름에서 따왔다. 다만 큰 소리라도 사람이 녹음할 수 있는 소리는 폴리로 분류하기 때문에 효과음과 명확히 구분지을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총 소리는 효과음이지만 사람이 총을 만지는 소리, 탄창을 가는 소리, 총알이 떨어지는 소리는 폴리로 분류한다.”

출처: YTN SCIENCE 유튜브 캡처
할리우드 효과음계 전설 잭 폴리(Jack Foley).

 ◇ “영화 사운드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폴리 아티스트 일 시작”


-이 일을 시작한 계기는.


“고등학생 때 캐나다로 유학가 대학까지 다녔다. 음악을 공부하고 싶어 컴퓨터 음악을 전공했다. 공부하다보니 사운드 레코딩(Sound Recording) 분야에 흥미가 생겼다. 관련 분야를 깊게 배워보고자 캐나다 벤쿠버 영화학교 사운드 디자인과에 진학했다. 그 곳에서 자연스레 영화 사운드를 배웠다. 그전까지 영화는 보는 것만 좋아했는데 ‘이걸 직업으로 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입대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감을 잃지않기 위해 군대도 군악대를 지원했다.  

제대 전부터 취업 걱정이 많았다. 휴가 때마다 같은 영화학교를 졸업 후 국내 사운드 스튜디오에 취업한 선배에게 조언을 구했다. 현재 스튜디오 실장님을 그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아르바이트를 소개받으면서 안면을 텄다. 제대 후 실장님이 ‘새로운 스튜디오로 옮겼는데 그 곳에서 폴리 아티스트로 일하자’고 제안했다. 영화 사운드 분야에서 일할 기회가 있다면 무조건 잡아야겠다는 마음에 수락했다.”


-작업과정에 대해 말해달라. 


“폴리 아티스트는 주로 영상 제작 후반부에 활동한다. 시나리오를 미리 받을 때도 있지만 대부분 촬영이 끝난 상태에서 영상을 본다. 스튜디오에서 영상을 틀어놓고 영화 감독님과 회의를 한다. 시나리오상 드러나지 않지만 강조하고픈 소리 등을 논의한다. 회의 후 영상을 잘라 스튜디오 내 스텝끼리 분담한다. 2시간 작품 기준으로 2주 정도 각자 맡은 부분 소리를 만든다. 직접 만들기도 하고, 저장해논 소리에서 발전시키기도 한다. 그 다음 2주동안은 완성된 소리들을 이어붙이는 믹싱 작업을 진행한다. 이후 감독님이 스튜디오를 방문해 수정·추가·삭제할 게 있는지 확인한다. 매 작품마다 시간이 넉넉했던 적은 없다”


-작업시 가장 염두에 두는 사항은.


“‘나만 마음에 드는 소리’여서는 안된다. 작게는 감독님이 원하는 소리여야한다. 궁극적으로는 관객이 납득할만한 소리여야 한다. 관객이 영화를 관람할 때 그 소리를 자연스럽게 넘기면 성공적인 소리다. 또 장르도 중요하다. 비슷한 장면일지라도 장르에 따라 소리 강약이 다르다. 예를 들어 로맨스장르에서 등장인물이 칼에 찔릴 때는 칼로 살 뚫리는 소리를 작게 낸다. 액션을 강조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액션 장르에서는 더 극적인 소리를 넣는다.”

출처: 아홉시(ahopsi) 유튜브 캡처
정지수 폴리 아티스트 작업 모습.

-지금까지 참여한 작품은.


“상업·독립영화 합쳐 60~70개 정도다. ‘악녀’, ‘악의 연대기’, ‘피 끓는 청춘’, ‘목숨 건 연애’ 등 참여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은 이재한 감독님의 ‘사요나라 이츠카’다. 이 감독님은 ‘내 머리 속 지우개’로 유명하다. 감독님 팬으로서 작업에 참여했다는게 영광이다. ‘사요나라 이츠카’에서는 남녀 주인공이 키스하는 장면이 많았다. 팔에 입술을 붙여 소리를 만들었다.”


-많은 작품에 참여했다. 만들기 쉬운 소리와 어려운 소리가 있다면.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 주지훈씨가 대변 누는 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처음 의뢰받고 많이 고민했다. 이 소리는 실제 녹음할 수도 없지 않나. 이것 저것 시도하느라 이틀은 걸린 것 같다. 바나나, 식빵, 헤어젤, 케찹을 섞어 손으로 짰다. 감독님도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셔서 뿌듯했다. 지금 들어도 매우 생생한 소리 중 하나다. 쉬운 소리는 없다. 그나마 시간이 덜 드는 것은 먹는 소리나 마시는 소리다. 등장인물과 같이 먹고 마신다. 그러나 이조차 쉽지 않다. 등장인물이 입을 벌렸다가 닫는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다. 그래서 먹거나 마시는 소리를 만들 때 실제로는 음식을 삼키지 않고 뱉는다. 실제로 먹으면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다.”


◇ “폴리 아티스트, 경제적 이득 기대하기는 힘든 직업”


-이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은.


“필수 전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운드 제작 프로그램인 프로툴스(PROTOOLS)를 다룰 줄 알아야한다. 영화·드라마·게임·광고분야 모두 이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사설 학원에서도 배울 수 있다.”


-폴리 아티스트에게 필요한 소양은.


“창의성이 뛰어나면 좋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물건으로 소리를 만들어내야 하니까. 그러나 필수조건은 아니다. 나도 창의적인 사람이 아니라 초창기에 어려웠다. 한번 소리를 만들면 그게 곧 자신만의 노하우가 된다. 무엇보다 체력이 좋아야한다. 등장인물이 넘어지거나 뛸 때 나는 소리를 삽입하기 위해 직접 넘어지고 뛰어야한다. 이때 숨소리가 들어가지 않도록 숨도 참아야한다. 게다가 액션 장르는 때리는 소리, 옷 스치는 소리 등 많은 소리가 필요해 한 장면당 오래 작업한다. 또 집중력도 있어야한다. 작업때 보는 영상은 미완성본이다. 영화관에서 보는 것처럼 집중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영상을 보면서 ‘어떤 소리를 어떻게 만들까’를 생각해야한다.”

출처: jobsN
정지수 폴리 아티스트 작업실에는 온갖 물건이 쌓여있다, 그는 자신의 몸과 물건을 이용해 소리를 만든다.

-폴리 아티스트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엔딩 크레딧에 내 이름이 뜰 때 가장 행복하다. 물론 그 작품이 흥행하면 더 좋지만.”


-폴리 아티스트 처우는 어떤가.


“스튜디오 소속 폴리 아티스트는 대부분 연봉제다. 입사 당시 협의한 금액을 받는다. 어떤 스튜디오는 작품 수로 측정하기도 한다. 요즘은 체감상 프리랜서로 많이 전향하는 것 같다. 스튜디오에서 일하면서 경력이 쌓인 폴리 아티스트가 주로 전향한다. 프리랜서 폴리 아티스트는 영화 제작사와 계약시 금액을 협상한다고 알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폴리 아티스트는 경제적으로 이득을 얻기엔 힘든 직업이다. 영화 산업 전반이 스텝에 대한 대우가 열악하다.”


-버릇이나 습관이 있나. 


“소리를 만들만한 물건이 있는지 살피면서 걷는 건 오랜 습관이다. 또 출·퇴근할 때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한다. 한때 발 소리를 표현하는게 어렵다고 느낀적이 있었다.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 소리를 들었다. 발소리에만 집중하니까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그 소리만 들리더라. 그때 ‘이렇게 발 소리를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습관이 쌓여 작업에 도움된다.”


-앞으로 목표는.


“연차가 쌓이면서 스튜디오를 통해 들어오는 작품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의뢰받는 일도 하고 있다. 한번은 미술가와 협업해 전시활동을 했다. 가구업체인 IKEA와 광고 촬영을 한 적도 있다. 가구로 소리를 만드는 광고였다. 영화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와 협업해 폴리 아티스트로서 활동할 수 있다는게 즐겁다. 앞으로도 다른 장르와 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꾸준히 참여할 계획이다.”


글 jobsN 박한솔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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