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중·예고·이대..평생 무용만 할줄 알았는데 이렇게 됐어요

조회수 2020. 9. 24. 17: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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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만 바라보던 무용수, 지금은 예술가 위해 무대 기획하고 있습니다

중학생 때부터 10년간 무용을 배웠어요. 평생 무용수로 살 줄 알았죠. 그런데 지금은 예술가를 위해 무대의 ‘판’을 짜고 있어요. 무대 기획이 이렇게 즐거운 줄 몰랐죠.


필더필은 2016년 문을 연 문화기획·컨설팅 업체다. 이제 막 경력을 쌓기 시작한 새내기나, 실력은 있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예술가를 섭외해 축제·공연을 연다. 또 GS칼텍스·광동제약·현대모비스 등 사기업의 사회공헌사업을 대행하기도 한다. 2018년 매출은 10억원. 학생 신분으로 문화기획 사업을 시작해 창업 2년 만에 매출 10억원 규모 회사로 키운 신다혜(28) 대표를 만났다.

출처: 필더필 제공
신다혜(28) 대표.

-이력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선화예술중·고등학교에서 무용을 배웠다. 이화여대에서도 무용을 전공했다. 한 마디로 무용만 바라보고 학창 시절을 보냈다. 대학에서 문득 주변을 둘러보니 실력이 있는데도 꿈을 포기하는 동기가 많았다. 진로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예술가가 제대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무대가 턱없이 부족했다. 이들을 위해 무대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재학 중 비영리 단체를 만들어 1년 반 정도 운영했다. 예술가들이 비어 있는 가게에서 임시로 전시나 공연을 열게 도왔다. 여러 행사와 축제를 기획하면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어느 날 서울 동대문구청에서 연락이 왔다. 용역비 500만원을 주면서 구청 로비를 전시 공간으로 꾸며달라고 했다. 전시해본 적이 없는 신진 작가들에게 첫 경력을 만들어주자는 취지로 ‘청춘걸다’ 프로젝트를 했다. 학생 신분으로 첫 사업을 따낸 것이다.


동대문구청이 발주한 용역 사업을 두어 번 더 했다. 알고 지내던 분이 고용노동부가 주최하는 소셜벤처 경연대회에 나가 보라고 했다. 소셜벤처 경연대회란 창의적인 소셜벤처(사회적 기업) 아이디어를 발굴해 사업화를 지원하는 대회다. 예선 심사와 권역 대회를 통과해야 전국 대회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운 좋게 전국 대회까지 나가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장상을 탔다. 2015년 11월이었다. 수상 경력을 바탕으로 이듬해인 2016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주관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창업팀으로 뽑혔다. 창업 자금 5000만원을 지원받아 2016년 11월 창업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회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건가.


“예술가들이 돈을 못 버는 환경 자체가 문제라고 봤다. 그래서 여러 행사나 축제를 기획하고 용역 사업을 하면서 신진 예술가들을 무대에 올렸다. 거리 공연을 찾아다니면서 실력이 뛰어난데도 주목받지 못하는 팀을 섭외했다. 축제 홍보 포스터를 만들 때도 디자인 업체가 아닌 개인 디자이너에게 일감을 맡겼다.


사업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기부 사업이다. 우리나라에선 기부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다. 기부금을 횡령하거나 사적으로 유용한 사건이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어도 망설이는 사람이 많다. 우리는 기부 문화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고 봤다. 외국에선 ‘퍼네이션(funation)’이 유행이다. 퍼네이션이란 재미(fun)와 기부(donation)를 합친 말이다. 재미있게 기부를 해보자는 운동이다.

출처: 조선DB
2018년 열린 이색 기부 마라톤 산타런.

2017년부터 퍼네이션 활동으로 이색 기부 마라톤 축제 산타런을 열고 있다. 산타런은 참가자들이 산타복을 입고 서울 도심을 함께 달리는 마라톤 행사다. 참가비 일부를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에 기부한다. 지난 2년간 2000만원을 기부했다.


두 번째로 기업들의 사회공헌사업을 맡고 있다. 올해 2월부터 GS칼텍스의 사회공헌사업 ‘취준 동고동락’ 캠프를 운영한다. 취준 동고동락은 취업 준비로 힘들어하는 청년을 돕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많은 취준생이 취업 준비 과정에서 우울증을 앓는다. 또 자존감이 떨어져 힘들어하는 청년도 많다. 우리는 현직자를 초대해 멘토링 프로그램을 연다. 또 그림 그리기나 연극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올해 캠프를 3번 열었다. 400여명이 취준 동고동락 행사에 참가했다. 이중 절반은 저소득층 청년이었다.”


-필더필을 만나 유명해진 예술가도 있나.


“지금까지 개인과 그룹을 포함 228개 팀과 함께 했다. 이들에게 지급한 돈은 총 9500만원이다. 한 팀당 평균 42만원을 준 셈이다. ‘어디든 프로젝트’라는 인디밴드가 있다. 우리가 사업을 시작할 때 신촌에서 거리 공연을 하던 팀이다. 우연히 공연을 봤는데 실력이 정말 뛰어났다. 보통 인디밴드는 행사 무대에 오르면 50만원을 받기 힘들다. 우리는 첫 행사 때 50만원을 줬다. 공연 영상이 퍼지면서 다른 곳에서도 이들을 불러주기 시작했다. 지금은 인디밴드인데도 한 행사에 200만~300만원 정도 받는다. 지금도 1년에 4~5번 정도 우리가 기획하는 행사 무대에 선다. 매년 고맙다는 연락이 온다.”


-매출은 어느 정도 나오나.


“2018년 매출은 10억원이었다. 매출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주한 행사 용역에서 나온다. 우리가 기획한 콘텐츠로 내는 매출 비중은 10~15%다. 앞으로 단순 행사 용역 비중을 줄이고 자체 콘텐츠로 승부하려 한다. 올해엔 질적 성장에 집중하려 한다. 매출은 작년과 비슷할 것 같다.”

필더필 제공

-본인만의 성공 습관이 있다면.


“스트레스를 푸는 유일한 수단이 ‘잠’이다. 최소 7시간 이상 잔다. 잠을 자면 고민이나 스트레스가 사라진다. 충분히 자고 일어나면 차분한 마음으로 다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보다 스트레스 지수가 낮은 편이다. 사업하면서 한 번도 남에게 언성을 높여 화를 내본 적이 없다.”


-사업하면서 겪는 애로사항은.


“직장 생활 경험 없이 바로 창업했다. 모든 일이 낯설고 어려웠다. 회계 지식은 물론 사업계획서를 쓰는 법도 몰랐다. 처음엔 주먹구구식으로 일했다. 업무 효율성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같은 실수를 여러 번 되풀이한 적도 많았다. 청년 창업가로서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판로 개척도 쉽지 않았다. 문화예술 분야 사업은 회사나 브랜드 인지도에 따라 수주액이 천차만별이다. 사업 초기부터 브랜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앞으로는 행사 용역을 줄이고 자체 콘텐츠 생산에 집중하려고 한다.”

문화와 예술로 도시를 채우는 문화기획

-앞으로 계획은.


“12월 열리는 산타런 행사의 규모를 키워보려 한다. 작년까지는 산타런을 이색적인 마라톤 정도로 여겼다. 올해엔 12월 한 달 동안 산타를 주제로 다양한 행사를 열 생각이다. 예를 들면 기업이 협찬한 제품을 자원봉사자들이 어려운 이웃에게 직접 전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를 늘리면 우리를 찾는 곳도 많아질 거라고 본다. 2025년까지 100억원대 매출을 내는 문화벤처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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