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분 먹방 도둑' 이후..월 매출 3배 늘어 5000만원"

조회수 2020. 9. 25. 10: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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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은 입에 대지도 못하는 빵집 사장입니다"

“저는 글루텐 민감증을 앓고 있어서 밀가루 빵을 먹지 못해요. 친구들과 카페에 가도 음료만 마실 수 있었을 뿐 케이크나 머핀 같은 디저트에는 손을 못 댔어요. 저도 함께 나눠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빵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찾는 ‘특별한 빵집’이 있다. 글루텐 프리 전문 베이커리 써니브레드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이 가게는 밀가루 대신 쌀이나 현미가루로 빵을 만든다. 밀가루에 예민한 사람들도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채식주의자인 비건(Vegan)들과 당뇨 환자들을 위한 빵도 굽는다. 우유, 달걀 등 동물성 재료가 아닌 코코넛 밀크 등 식물성 재료를 넣는다. 아몬드 가루를 주재료로 넣어 탄수화물 함량을 낮췄다. 보통 사장님들은 경쟁 업체가 생기는 걸 꺼린다. 그러나 예외는 늘 있다. “경쟁업체를 많이 만드는 게 목표”라는 송성례 써니브레드 사장(27)을 만났다.


◇비건, 아토피·당뇨 환자들도 먹을 수 있는 빵


-‘글루텐 프리’에 대해서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글루텐은 곡류에 들어있는 단백질이에요. 보리나 밀을 갈아서 만든 밀가루에도 이 성분이 들어있죠. 위나 대장이 약한 사람들은 이 성분을 잘 소화시키지 못해서 밀가루 음식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다고 말해요. 이런 사람들도 마음 놓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출처: 송성례씨 제공
써니브레드의 송성례 사장.

-주로 어떤 손님들이 써니브레드를 찾나요?


“전체 손님들 중 약 60%는 외국인이에요. 우리나라에 글루텐 프리 음식을 파는 데가 아직까지 많지 않아요. 외국에선 글루텐 민감증을 많이들 진단 받기 때문에 식이를 조심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병을 앓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분들이 주로 오세요. 한국인 손님들 중에선 두 부류가 있어요. 밀가루를 먹어도 되지만 비건이기 때문에 동물성 재료를 뺀 빵을 먹으러 오시는 분들과 글루텐 민감증, 당뇨 등을 앓고 있어서 글루텐 프리 빵을 찾으러 오시는 분들이 각각 절반을 차지해요.”


-이런 빵을 만들기 시작한 계기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글루텐 민감증을 앓고 있어요. 글루텐이 들어간 음식을 먹으면 배가 심하게 아팠어요. 빵을 포함한 거의 모든 밀가루 음식을 피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직접 빵을 구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못 먹을 걸 알지만 직접 베이킹을 하면서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중학생일 때부터 하루에 5~6시간씩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책을 읽으면서 제빵 실력을 쌓았어요. 머핀, 케이크 등 다양한 밀가루 빵을 만들었죠. 빵에 대한 기초를 쌓은 뒤엔 ‘내가 먹을 수 있는 빵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재료로 만들어야 밀가루 빵과 비슷한 맛을 내면서도 먹었을 때 속이 편할지 고민했어요.


직접 연구를 해가면서 계속 빵을 구웠어요. 밀가루, 통밀, 호밀, 보리를 넣지 않고 쌀과 현미가루만으로 케이크, 머핀 등 여러 종류의 빵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이 계셨어요. 한 분은 아들이 곧 생일인데 아토피를 심하게 앓고 있어서 케익을 못 사준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들한테 맛있는 케익을 사주지 못해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씀하셨어요. 또 원래는 빵을 좋아했지만 채식을 하기 시작해서 달걀과 버터가 들어간 빵은 더이상 먹지 못한다는 분도 계셨고요. 이런 분들을 위해서 레시피 개수를 점차 늘려갔습니다.”

출처: 써니브레드 제공
써니브레드 빵에는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는다. 대신 쌀, 현미가루 등으로 만들어진다.

-맛은 어떤가요? 밀가루 빵과 차이가 있을지 궁금하네요.


“사실 밀가루가 안 들어갔다고 말씀드리기 전까지는 많은 분들이 그걸 모를 정도로 밀가루 빵과 큰 차이가 없어요. ‘정말 밀가루가 안 들어간 게 맞냐’고 되묻는 분들도 꽤 계세요. 그렇지만 애초에 주재료가 다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글루텐 프리 빵을 밀가루 빵과 비교하기보다는 ‘써니브레드만의 맛이 있구나’하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게끔 저희 빵만의 맛을 계속해서 찾고 있습니다.”


◇원래는 가수 꿈 꿔...인디밴드 보컬 출신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젊은 나이에 창업을 시작하신 거네요. 


“네, 원래는 창업에 큰 뜻이 없었어요. 인디밴드 보컬 경험을 살려서 가수를 하고 싶었습니다. 2013년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달달공작소’라는 이름으로 밴드 활동을 반년 정도 했어요. 그런데 당시 스폰서 제의를 받았죠. 밴드 공연을 본 어떤 분이 연습 공간을 공짜로 임대해 줄 테니까 같이 술 한잔 하러 가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비정상적인 관계를 맺고 물질적인 지원을 해주겠다는 뜻이었죠. 어린 나이에 충격을 받아서 당시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후 노래를 부르기가 싫더라고요. 원래도 인디밴드 활동으로 과연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확신이 없었는데 그 일이 있고 나서는 꿈을 아예 접었습니다.


꿈이 없어져버렸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폭식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죠. 밀가루 음식도 마구 먹어서 건강이 안 좋아졌어요. 꿈도 잃었는데 건강까지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니까 억울하더라고요. 이런 현실을 잊기 위해서 취미 생활에 몰두하기 시작했죠. 글루텐 프리 베이킹에 대한 레시피와 사진을 블로그에 올렸어요. 제가 만든 빵은 사람들한테 무료로 나눠줬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빵을 찾으셨어요. 이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에 창업 관련 대회들에 참가했어요. 상금 800만원, 자취방 보증금 500만원까지 더해서 총 1300만원을 모았죠. 이 자금으로 2017년 경기도 구리에 8평짜리 공방을 차렸어요.”

출처: jobsN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써니브레드' 외관, 내부 사진.

-언제 이태원으로 가게를 이전하신 거예요?


“가게를 옮긴 지 1년 반 정도 지났어요. 공방 문을 열자마자 주문이 약 300여건 들어왔어요. 예상보다 주문량이 많았죠. 6개월이 지났을 때는 더 넓은 공간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지금 자리인 서울 이태원으로 가게를 확장 이전했습니다.” 


-최근엔 써니브레드에 도둑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지난 6월에 있었던 일이에요. 하루는 새벽에 도둑이 들었어요.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습니다. 빵집 매니저 분이 가게에 물건을 두고 가서 퇴근 후에 빵집에 다시 들렸어요. 그런데 나가는 길에 깜빡 잊고 문을 안 잠갔던 거죠. 가게 그늘막에 비를 피하러 오신 분은 문이 열려 있는 걸 보고 안에 들어왔어요. 빵 8인분을 4시간 동안 혼자 드시고 가셨어요. 소주 한 병도 곁들이셨더라고요. 나중에는 현금 30만원을 들고 케이크 두 개까지 챙겨서 나갔습니다. 이 모습이 CCTV에 다 잡혔어요. 경찰에 신고해서 지금은 범인을 잡은 상태입니다.”

출처: 유튜브 캡처
지난 6월 7일 새벽, 써니브레드에 도둑이 들었다. 도둑은 약 4시간 동안 다양한 종류의 빵들을 먹고 마지막엔 케이크와 현금을 들고 현장을 떠났다.

-당시 많이 놀라셨겠어요.


“놀랐다기보다는 이런 일을 살면서 처음 겪어봐서 신기했어요. 어차피 전날에 팔고 남은 케이크라 그렇게 화가 나거나 속상하지는 않았습니다. 이후 이 영상을 써니브레드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어요. 그랬더니 ‘도둑이 맛있게 먹은 빵이 뭔지 궁금하다’면서 문의하시는 분들이 꽤 계셨어요.”


-이후 매출은 늘었나요? 원래 매출은 어느 정도인가요?


“저희 매장이 오르막길에 있다 보니까 맘 먹고 찾아오지 않는 이상 들르기 힘든 장소에 있어요. 그런데 이 일이 알려지고 나서는 밀가루 빵을 먹어도 되는 분들까지 오셨어요. 직후엔 월매출이 2~3배 정도 늘었어요. 최근 평균 월매출은 5000만원 정도입니다.”


◇써니브레드 없어도 되는 세상 꿈 꿔


-일하면서 언제 보람을 느끼세요? 힘든 때는 언제인지 말씀해주세요.


“손님들이 접시를 깨끗하게 비울 때면 보람을 느껴요. 항상 걱정하는 부분이 있어요. 제가 만드는 음식은 한국에서 파는 99% 음식과는 다르잖아요.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빵이기 때문에 손님들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매번 조심스럽습니다. 손님이 조금이라도 남기고 간 빵이 있으면 그 빵을 꼭 다시 먹어봐요. 그렇기 때문에 접시를 깨끗하게 비우거나 남더라도 싸가는 분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제가 젊다 보니까 협업하러 오는 몇몇 기업체 관계자 분들은 저를 회사 대표로 보기보단 아랫사람처럼 대하세요. 또 가게를 뺏으려고 한 사람도 있었죠. 써니브레드를 법인으로 만들어줄 테니까 자기한테 지분을 60% 넘겨라, 그럼 자기가 더 큰 회사로 키워주겠다는 식으로 말을 했어요. 작년엔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혼란스러웠어요. 그래도 지금은 이런 일들을 잘 처리한 상태예요. ‘써니브레드가 잘 되니까 이런 일들도 일어나는 거겠지’라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출처: 써니브레도 제공
송성례 사장은 자사의 경쟁업체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갖고 있다.

-삶의 원동력이나 자신만의 습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상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자기 전에 꼭 하는 생각이 있어요. ‘내일은 또 어떤 일을 어떻게 할까’ 이런 식으로 1년, 5년, 10년 후 미래까지 상상하는 거죠. 원래 열정이라는 불이 꺼지면 사람이 무기력해지고 슬럼프를 겪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매일 목표를 상기시키면 무언가에 계속해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또 저를 믿고 따라와주는 직원분들 수가 늘어나는 걸 보면 책임감이 생겨요. 내가 잘하지 않으면 이 사람들이 힘들어진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면 좀 늘어진다 싶을 때도 다시 긴장을 하게 되더라고요. 원래 저 포함해서 직원이 두 명이었는데 지금은 총 10명이 써니브레드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최종 목표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경쟁업체를 만드는 게 목표예요. 써니브레드가 열심히 일하면 이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글루텐 프리를 콘셉트로 하는 식당이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저희 빵집이 없어져도 저처럼 식이 제한이 있는 사람들이 맘 놓고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글 jobsN 신재현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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