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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 매출만 3000만원"..요즘 국내서 주목받는 직업입니다

조회수 2020. 9. 25. 10: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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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온라인 인생을 삭제해드립니다'
개인이나 기업 온라인 기록 삭제해
온라인 인생을 지워주기 때문에 디지털장의사라 불려
국내에선 디지털 성범죄 증가로 주목받기 시작

과거에 쓴 댓글들을 지우고 싶다. 온라인에 동의없이 퍼진 내 사진을 삭제하고 싶다. 그러나 방법을 모르거나 그 수가 많다. 어떻게 해야할까?


디지털장의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미국에서 디지털장의사는 사망자가 남긴 온라인 기록을 삭제하는 온라인 상조회사에 가까웠다. 국내에선 디지털 성범죄 증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국내 디지털장의사는 불법 게시글 삭제에 주력한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줄이는 게 숙명이라는’ 디지털장의사 청년컴퍼니 김범수 대표(25)를 만났다.


-본인 소개를 해달라.


“디지털장의사 청년컴퍼니를 운영하고 있는 김범수다. 우리회사에는 나 포함 디지털장의사 3명, 영업직원 2명이 근무한다.”

출처: 김범수 대표 제공
디지털장의사 청년컴퍼니 김범수 대표.

-디지털장의사에 대해 소개해달라.


“의뢰를 받고 온라인 기록을 삭제해주는 직업이다. 주로 불법 게시물이나 동의없이 퍼진 개인정보로 피해받은 사람이 찾아온다. 디지털장의사로 많이 알지만 온라인평판관리사라는 명칭이 더 정확한 것 같다.”


◇ “디지털장의사, 재미보다 뿌듯함이 더 큰 직업”


-디지털장의사란 직업을 가진 계기는.


“고등학교 졸업 후 지인 세명과 온라인 광고 제작 사업을 시작했다. 그때까지 디지털장의사란 직업이 있는지 몰랐다. 지인 중 한명이 불법 게시물로 피해를 입었다. 도움을 주고자 불법 게시물 삭제 방법을 수소문해 배웠다. 그리고 직접 게시물을 삭제했다. 당사자가 감사 인사를 하는데 참 뿌듯했다. 그 일을 계기로 관련 직업을 찾아보니 디지털장의사라고 부르더라. 이후 사업을 접고 2017년 디지털장의사 청년컴퍼니를 개업했다.”


-어떤 과정을 거쳐야 디지털장의사로 일할 수 있나.


“필수는 아니지만 디지털장의사 1급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으면 좋다. 디지털장의사 1급 자격증은 한국평생교육진흥협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주관한다. 나도 취득했다. 디지털장의사 대부분이 디지털장의사 1급을 소지하고 있다.”


-어떤 소양을 갖추면 좋을까.


“컴퓨터를 잘 다뤄야한다. 컴퓨터로 모든 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내가 개업 전 디지털장의사 업무를 혼자 공부할 수 있었던 것도 컴퓨터에 능숙했기 때문이다. 또 꼼꼼해야 한다. 인터넷 사이트마다 특징을 잘 파악해야하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삭제 작업은 사이트 관리자에게 삭제 요청하는 게 기본이다. 일반 사람은 고객센터에 연락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이런 사소한 부분을 잘 알아야 한다.  

인터넷 관련 법률 지식을 갖고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인터넷 사이트에 온라인 기록 삭제를 요청할 때 권리 침해 등 내용을 작성하기 때문이다. 나도 꾸준히 법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


-온라인 기록은 어떻게 삭제하는가.


“업체마다 작업 방식이 다르다. 작업방식이 곧 업체 경쟁력이다. 우리는 자체 개발한 웹사이트 검색 프로그램을 통해 기간을 설정하고 의뢰인이 요청한 게시물들을 찾아낸다. 정확성을 위해 수작업으로 한번 더 확인한다. 그 다음 해당 인터넷 사이트 고객센터에 삭제 요청한다. 삭제 요청할 게시물이 많을 경우에는 자동 삭제 요청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인터넷 정보 위치(URL·Uniform Resource Locator)를 넣으면 사이트 관리자에게 자동으로 삭제 요청이 들어간다. URL 입력시 해당 사이트 관리자에게 연락가도록 자료를 모아놨기 때문이다. 여기서 URL은 의뢰인이 삭제 요청한 게시물 URL 또는 우리가 검색을 통해 추후 발견한 게시물 URL을 의미한다. 자체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사이트는 바로 삭제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사이트는 고객센터 연결이 어렵다. 일일이 삭제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 아카이브같은 박제 사이트를 제외하고는 국내·외 인터넷 사이트는 삭제 요청시 지워준다.”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비용은.


“빠르면 당일 삭제도 가능하다. 해외사이트는 10일정도 걸린다. 비용은 고객마다 삭제 요청 게시물 수가 달라 천차만별이다. 5만원에서 월 200만원 정기 결제까지. 유명인은 악플을 매달 관리하기 때문이다. 실명을 밝힐 순 없지만 연예인, 아프리카 방송 BJ, 유튜버 등 얼굴이 알려진 사람들이 의뢰한다. 악플은 한달 기준 1000~2000개 정도다.”

출처: '디지털장의사 청년컴퍼니 홈페이지' 캡처
디지털장의사 청년컴퍼니 온라인 상담게시판에는 온라인 기록 삭제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의뢰받은 기록물을 삭제 후 결과를 게재한다.

-매출은 어느정도 나오나.


“2017년 개업 초기에는 월 20~30만원정도 벌었다. 2년 새 의뢰가 많아졌다. 2019년 상반기 월 매출은 2000~3000만원 정도다.”


◇ “디지털장의사 사칭 사례 증가…조심해야”


-어떤 고객이 의뢰하는가?


“개업 초기에는 주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이 찾아왔다. 불법 게시글을 삭제해달라고. 최근 여성가족부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삭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에는 기업 브랜드 평판관리 의뢰가 늘었다. 기업과 계약해 주기적으로 브랜드 평판 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고객 비밀보장을 위해 정확한 기업명을 밝힐 순 없지만, 해당 기업에 대한 무분별한 비방글 등을 관리한다. 다만 글 내용 진위여부를 판단했을 때 사실이면 삭제 요청을 거절한다. 과거 온라인에 작성한 글을 삭제해달라는 개인 의뢰는 꾸준히 들어온다. 취업 등을 위해 온라인 기록을 정리하는 것이다. 어떤 고객은 1500여개 글을 삭제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의뢰는.


“아버지가 자녀 명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계정을 삭제해달라고 의뢰한 적 있다. 자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나 온라인 기록을 지우고 싶은데 계정 탈퇴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소셜네트워킹서비스 대부분이 해외 기반이기 때문에 계정주 핸드폰 번호나 메일 주소를 모르면 찾기 어렵다. 계정 삭제 후 연락드렸는데 ‘정말 감사하다’면서 우셨다. 뉴스에 나올만큼 큰 사고여서 기억에 남는다.”

출처: '채널 A 뉴스' 유튜브 캡처
채널 A 뉴스에 출연한 김 대표.

-디지털 장의사에게 필요한 직업윤리는 무엇인가.


“디지털장의사는 고객 의뢰에 대한 비밀보장을 반드시 지켜야한다. 또 의뢰받은 온라인 기록을 완전히 삭제하는 정확성과 책임감도 필수다. 업계 특성 상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많이 찾아온다. 그들에 대한 공감 능력도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줄이는게 디지털장의사로서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온라인 기록을 삭제하지 않고 보관한 뒤 고객에게 돈을 요구한 디지털장의사 사례를 봤다. 그런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 이용 시 주의해야 한다. 웬만하면 계정은 친구공개나 비공개가 좋다. 전체 공개 시 포털에 아이디만 검색해도 본인 사진이 뜬다. 요즘 중고거래를 많이 한다. 거래를 할때 본인 전화번호 대신 포털에서 공유하는 안심 번호를 사용하는게 좋다. 안심번호는 중고제품 판매자에게 부여하는 가상 임시 전화번호다. 개인정보 노출 피해를 예방하는 서비스다. 작은 실천을 통해 개인정보 상당수를 보호할 수 있다. 온라인 활동을 통해 알게모르게 개인 정보가 많이 퍼진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


“최근 디지털장의사 사칭 피해가 늘고있다. 온라인 기록을 삭제해준다고 한 뒤 돈만 받고 잠적하는 것이다. 우리업체는 위임장과 계약서를 작성한 뒤 비용을 청구한다. 위임장에는 온라인 기록 삭제 업무를 대행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아주 간단한 업무라도 위임장은 필수다. 위임장과 계약서를 작성했는지 꼭 확인해야한다.”


글 jobsN 박한솔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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