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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사귄 애인과 헤어지고 싶은데…” 10만원 들고 간 곳은?

“회사 그만둔다 말하기 불편하다구요? 30만원에 사표 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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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껄끄러운 일로 직접 전화를 걸거나 받아야 하는 경우 대신 전화를 걸거나 받아드리는 서비스입니다.”


국내 한 역할대행 전문 업체 사이트. 돈만 지불하면 단 5분 안에 없던 친구와 새 부모도 구할 수 있는 곳이다. ‘무엇이든 대신한다’는 역할대행 서비스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2000년대부터 우후죽순 생겨난 역할 대행업체는 2006년 공식적으로 30개에 달했다. 지금은 영업 중인 역할대행 전문 사이트·인터넷카페가 수백 곳에 이른다.


시간이 흐르면서 다양한 형태의 역할 전문 사이트가 나타나고 있다. 역할 대행 서비스 중에서도 최근 많은 사람들이 찾는 분야가 있다. 바로 사용자의 ‘감정’을 대신 느껴주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헤어지려는 연인에게 대신 이별의 메시지를 전하는 전화 대행 서비스가 있다. 또 다니던 회사에 대신 사직서를 내주는 퇴사 대행업체 등이 성행 중이다.

역할대행업체에서 판매중인 서비스.

출처국내 역할대행업체 사이트 캡처

◇얼굴 보고 직접 말하는 걸 꺼리는 세대


사람들이 감정 대행 서비스 찾는 이유는 정서적 두려움과 불편함을 회피하고 싶은 심리에서다. 직장인 10명 중 9명은 전화를 걸거나 받는 것을 두려워하는 ‘전화 공포증’이 있다. 취업포털 커리어는 직장인 336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공포증’ 설문조사 결과를 6월4일 발표했다. 응답자 91.1%는 전화 공포증에 공감했다. 전화 통화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말실수에 대한 두려움(53.9%) 때문이었다. 4명 중 1명은 말을 잘못해서(26.8%) 전화를 꺼린다고 했다. 세번째 이유로는 문자·카카오톡·메일 등 글로 의사소통하는 것이 익숙해서(15.4%)였다.


이렇듯 많은 이들이 전화 통화조차 꺼리고 있다. 실제로 업무로 전화 통화를 하는 경우는 예전에 비해 줄었다. 설문에 답한 직장인 77.7%는 카카오톡 같은 모바일 메신저 때문에 이전보다 전화 통화 횟수가 감소했다고 했다. 최근 한 연예인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혼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두 사람이 나눈 대화를 보면 젊은 세대가 윗사람을 직접 만나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에 대해 얼마나 어려움을 느끼는지 알 수 있다.


배우 구혜선은 남편인 배우 안재현과 나눈 문자메시지를 8월1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공개했다. “권태기로 변심한 남편은 이혼을 원하고 가정을 지키려 합니다”라는 글이다. 문자 내용을 보면 구혜선은 안재현이 자신의 어머니와 직접 만나 두 부부의 이혼을 전하길 바랐다. 그러나 안재현은 “(어머니와) 통화로 이야길 나누겠다. 직접 만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구혜선은 안재현의 모습에 분노해 결국 문자를 공개했다.

. /구혜선 인스타그램 캡처

◇이별 통보 대행 전화에 최대 10만원···퇴사 대행엔 얼마?


그렇다면 불편한 감정을 대신 처리해주는 서비스의 가격은 얼마일까. 국내 한 감정 대행 서비스에 문의를 해봤다. 항의·사과·클레임·알리바이증명·쇼핑몰고객 통화 대행 등 고를 수 있는 종류가 많았다.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하는데 드는 가격은 6만~10만원.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경우 사용자와 상대방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름과 나이, 사귄 햇수 등 기본적인 정보다.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지 묻자 감정 대행업체 관계자는 “5년 넘게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사용자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답했다.


이별 대행 서비스 후기 게시판에는 대체로 만족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한 작성자는 “오래 사귄 남자친구가 있는데 헤어지려고 했지만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고 했다. 업체에서 아빠 대행으로 전화를 해줘 남자친구가 단념시켰다는 것이다. 대행업체 관계자는 “상대방이 고객의 목소리를 아는 경우 가족이나 친구, 새 남자친구의 역할로 대신해 설득한다”고 했다.

국내 한 퇴사대행 서비스업체의 홈페이지.

출처홈페이지 캡처

불편한 감정을 없애는 업체들 중엔 ‘가짜’ 역할 대행 서비스만 있는 게 아니다. 한 대행업체는 퇴사를 대신해준다. 의뢰한 고객이 미리 작성한 사표를 대신 내줄 뿐만 아니라 사무실에 남아있는 짐을 찾아와 집까지 배송해준다. 상사가 두려워 퇴사 의사를 전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서비스다.


사표를 내도 회사가 이를 곧바로 받아들이지 않아 퇴직 과정에서 회사와 갈등을 겪을까봐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의뢰 비용은 과정별로 다르다. 퇴직 의사를 전화로 전달하거나 사표를 제출하면 10만~15만원. 회사 인사팀과 미팅이 필요한 경우 30만원 정도 든다. 또 섭외한 부모 역할 대행자가 인사부서에 사표를 전하는 옵션도 있었다. 역할 대행 서비스를 추가하면 가격은 10만원 정도 더 오른다.


◇팔로워 사연 받아 함께 분노하는 콘텐츠 인기


쉽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대신 욕해주는 감정 대리 콘텐츠를 찾기도 한다. 웹툰 계정 삼우실(@3woosil)은 인스타그램에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모아 만화를 연재한다. 팔로워는 20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이야기는 직장인들의 제보로 만들어진다. 팔로워들이 보낸 메일을 토대로 에피소드를 각색하는 것이다.


웹툰에는 “이번달도 월급 안 밀리고 딱딱 넣었다”고 생색내는 대표가 등장한다. 옆에 있던 상무가 “대표님의 탁월한 경영 덕분입니다”라고 아부를 떤다. 그러면서 주인공에게 “월급 받는 만큼 쏙 빼먹어야 하는데”라고 한다. 그러자 주인공은 “상무님은 월급 다 토해내셔야겠네요”라고 쏘아붙인다. 댓글에선 ‘사이다 날리는 주인공’, ‘요양병원에서 일했는데 주인공에 공감한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인스타그램과(33만명)·페이스북(22만명)에 약 55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웹툰 ‘며느라기’. 현실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며느리들이 시댁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표현해 인기다. 며느라기 수신지 작가는 2017년 5월부터 며느리의 결혼생활을 웹툰에 담아냈다. 명절에 상의 없이 바로 시댁으로 향하는 남편의 모습에 서운함을 느끼는 아내의 모습,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시댁 어르신의 생일상을 차리는 며느리 고충 등을 현실적으로 그렸다. ‘귀머거리 3년·벙어리 3년·장님 3년’,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같은 말에 의견을 낼 수 없었던 수많은 며느리들이 공감했다.


경희대학교 송경재 인류학과 교수는 “소셜미디어나 메신저 등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지면서 젊은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송 교수는 “다만 감정을 회피한다고 해서 사회적인 책임까지 벗어던질 순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한다”고 말했다.


글 jobsN 김지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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