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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여성 운전자에게 '거지' 소리 들어가며 뺨 맞았습니다

조회수 2020. 9. 25. 11: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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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 같은 차를 몰면서 감히 내 앞을 막아?" 부자들의 갑질 논란

7월30일 중국에서 고가의 슈퍼카인 포르쉐를 몰던 여성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다른 차 운전자의 뺨을 때렸다. 그녀는 앞차 때문에 유턴을 하지 못했다. 이 여성은 차에서 내려 “거지 같은 차를 몰면서 차량의 운행을 방해한다”며 폭력을 행사했다. 앞차 운전자는 중국의 저가 브랜드 차인 체리를 몰고 있었다.

MBC 뉴스 유튜브 영상 캡처

갑(甲)질. 유성희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가 한국교정학회에 발표한 논문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갑질 특성 연구’를 보면 ‘갑질’은 갑을(甲乙)관계에서 생겨난 신조어다. 사회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는 ‘갑’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권력 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한 행위라고 정의했다. ‘갑질’은 우리나라에서 생긴 단어다. 2018년 미국 매체인 뉴욕타임스는 ‘갑질’을 번역하지 않고 ‘GAPJIL’이라는 단어 그대로 소개했다.

MBC 뉴스 유튜브 영상 캡처

잊을만하면 부자들의 ‘갑질’ 사건이 터진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4년 대한항공 전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 회항’이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서비스로 나온 마카다미아를 문제 삼아 항공기를 유턴시킨 뒤 사무장과 승무원을 무릎 꿇게 한 사건이다. 국민들은 분노했고, 미국 CNN, 영국 BBC 등 외신들은 이 사건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국격을 훼손했다며 회사명에서 ‘대한’을 빼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글이 수백개 올라오기도 했다. 재벌 갑질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의 경비원 폭행 사건,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몽고식품 김만식 명예회장의 운전기사 폭행 사건이 대표적 재벌 갑질이다.


갑질은 재벌가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다. 2014년 주식투자로 100억원대를 번 것으로 알려진 30대 남성이 경찰관에게 갑질을 해 논란이 일었다. 그는 유흥주점에서 여종업원의 이마를 맥주병으로 내리쳤다. 파출소에 가서도 경찰관을 발로 차고 욕설을 퍼부었다. 경찰관 얼굴에 물을 뿌리며 “내가 100억 중 10억만 쓰면 너희 옷 모두 벗긴다”고 소리쳤다. 또 “당장 1억도 없는 것들”이라며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1억씩 주고 너희 죽이라면 당장에라도 죽일 수 있다”고 말했다.

MBN 뉴스 유튜브 영상 캡처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주상복합 건물에서는 ‘엘리베이터 갑질’ 논란이 일었다. 2015년 건물 엘리베이터에 “강남 사는 부자 너무하네”라는 제목의 글이 붙었다. “같은 건물 엘리베이터 4대 중 3대는 강남 사는 부자만 전용으로 사용해야 한다네 / 강남 사는 부자는 엘리베이터를 쇠때로 잠가 놓고 자신들만 사용하네 / 같은 건물 영세상인은 1대만 사용해도 충분하다고 하네” 고대가요 형식을 빌린 일종의 패러디였다.


설계와 준공허가 당시 엘리베이터 4대 중 2대는 입주민이, 1대는 상인들이 사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나머지 1대는 공동으로 쓰기로 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앞에 주민들의 카드 키를 써야만 출입 가능한 현관문이 생겼다. 상인들의 접근을 아예 차단한 것이다. 엘리베이터 4대 중 3대는 아파트 주민들만 사용했다. 비상계단과 지하 5~7층 주차장, 옥상 정원 등 다른 공유시설에도 상인들 접근을 막는 잠금장치가 생겨 논란이 일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들은 서열을 매긴다”며 인간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갑질’은 인간의 본능, 본성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보다 서열이 낮으면 복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곽 교수는 “보통 돈이 많으면 받는 대우가 달라진다”며 “부자들은 돈이 곧 힘이라고 생각해 특권 의식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TV CHOSUN 뉴스 유튜브 영상 캡처

외국도 갑질이 있다. 인도의 백만장자 사업가 무하마드 니샴은 대문을 늦게 열었다는 이유로 타고 있던 자동차로 경비원을 들이받았다. 경비원은 근처 병원으로 옮겨져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미국에서는 힐튼호텔 상속자 콘래드 힐튼의 ‘미국판 땅콩회항’ 사건이 대표적인 갑질 사례로 꼽힌다. 콘래드 힐튼은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패리스 힐튼의 동생이기도 하다. 그는 2015년 7월 런던에서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 멱살을 잡는 등 행패를 부렸다. 또 "5분 안에 너희를 해고할 수 있다"며 "내가 여기 사장을 잘 알고 아버지가 돈으로 다 수습할 수 있다”고 소리쳐 논란이 일었다.

KBS 뉴스 유튜브 영상 캡처

부자와 가난한 자의 공간을 벽으로 막아버리는 지역차별 갑질도 있다. 페루 수도 리마에는 '빈부의 장벽'이 있다. 부촌 주민들이 안전을 이유로 부촌과 빈민촌 경계에 높이 3m, 길이 10km의 벽을 세웠다. 장벽 한쪽에는 가난한 빈민촌이 있다. 높은 장벽 너머로 수십억 원이 넘는 수영장이 딸린 고급 주택가가 있다. 빈민촌 주민들은 이 벽을 '수치의 장벽'이라고 부른다. 페루 시민단체들은 “이 장벽이 사회경제적 차별을 상징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갑질을 병으로 보기도 했다. 미국에선 '어플루엔자(affluenza)'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부유하다는 '어플루언트(affluent)'와 바이러스 '인플루엔자(influenza)'를 합친 말이다. 일명 '부자병'이라고도 한다. 돈이 너무 많은 환경에 있어 정상적인 사고와 판단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말한다.

출처: HBICtv 방송 캡처
중국인 재벌 2세가 출연한 리얼리티쇼 '울트라 리치 아시안 걸스 오브 밴쿠버(중국명 공주아최대)'의 한 장면.

중국에서는 부자들의 갑질을 막기 위해 정부까지 나섰다. 푸얼다이(富二代)들을 대상으로 '예절 수업'을 한다. 푸얼다이는 1978년도 개혁개방으로 부를 축적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 경제적인 어려움 없이 물질적 풍요를 누리며 자란 재벌 2세를 부정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최근 푸얼다이들의 갑질은 중국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부모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안하무인 격으로 행동했다. 결국 시진핑 주석까지 나섰다. 2015년 시진핑 주석은 "재벌 2세들을 지도하라"고 직접 지시를 내렸다. 이어 "이들은 자신이 가진 재산이 어디서 나오는지, 부유해지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중국 당국은 재벌 2세 수십 명씩 모아 정기적으로 사회적 책임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일종의 '예절 교육반'을 운영하는 것이다. 중국 지도부가 푸얼다이 지도령을 발표하고 엄격한 관리에 나서면서 최근 재벌 2세들의 갑질 논란이 크게 줄었다.


곽 교수는 “돈으로 많은 것을 누릴 수 있는 환경에서 몇년만 지내도 남에게 대접받으려는 태도가 쉽게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도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갑질을 하는 ‘갑’이 될 수 있다”며 “항상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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