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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타이틀만 3개, 연봉 1억5000만원 직업 주인공입니다

조회수 2020. 9. 25. 11:3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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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개국 가입한 UN기구 아시아 최초, 최연소 여성 과장입니다
유엔 세계기상기구 신임 수문예보·수자원과장
연봉 1억5000만원·가족도 비즈니스석 제공
김휘린(42) 한강홍수통제소 연구사

환경부가 8월5일 김휘린(42) 한강홍수통제소 연구사가 유엔 세계기상기구(WMO·World Meteorological Organization) 수문예보·수자원과장(P5·부국장·과장급)으로 뽑혔다고 밝혔다. WMO는 1950년 문을 연 기상·수자원 관련 국제기구다. 193개 회원국을 두고 있다. 수문예보란 하천이나 호수의 수위나 유량을 예측해 홍수·가뭄 등을 미리 알리는 것이다.

출처: jobsN
김휘린 신임 WMO 수문예보·수자원과장.

김휘린 연구사는 세계기상기구에서 하천의 가뭄·홍수 예보, 주요 수자원 개발계획 조정 업무를 맡는다. 아시아 국가 출신 최초 수문예보·수자원과장이다. 또 이 과에서 최초 ‘여성’, ‘최연소’라는 수식어를 붙여 부르기도 한다. 김 연구사는 오는 19일부터 스위스 제네바 WMO 사무국에서 일한다. 10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김 연구사의 사연이 궁금했다.


-지금 하는 일은.


“환경부 한강홍수통제소 예보통제과 팀장이다. 한강에서 생길 수 있는 재난 관리를 총괄한다. 홍수나 가뭄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막는다. 또 한국수자원공사·한국수력원자력 등 다른 기관, 기업과 연계해 댐·보(洑)를 운영한다. 세계기상기구와 국제협력사업도 한다.


2012년부터 WMO 아시아지역협의회 주제 리더로 활동했다. 이때부터 세계 각국의 수자원량을 평가할 수 있는 ‘동적수자원평가시스템’(DWAT·Dynamic Water resources Assessment Tool)을 만들었다. 193개 회원국 가운데 일부 개발도상국은 물관리 기술이 부족하다.


컴퓨터 프로그램인 DWAT를 다운받으면 특정 국가나 지역에 수자원이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있다. 또 앞으로 쓸 수 있는 물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이 가능하다. 말하자면 효율적으로 수자원을 관리하게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DWAT는 지난 5월 WMO 홈페이지에 환경부와 한강홍수통제소의 이름을 달고 올라갔다. 전 세계 어디서든 무료로 쓸 수 있게 했다.”

출처: WMO 홈페이지 캡처
DWAT는 WMO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 있다.

-이력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부경대학교에서 해양공학을 전공했다. 토목공학을 바탕으로 파랑(波浪)역학, 해안공학 등 해양에 관한 지식을 배웠다. 석사 과정은 고려대학교 토목환경공학과에서 밟았다. 수자원 분야를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었다. 교수나 연구원이 목표였기 때문이다. 2003년 석사 학위를 따고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들어갔다. 2년간 경력을 쌓아 2005년 5월 한강홍수통제소에 입사했다.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일하면서 고려대학교 사회환경시스템공학(수자원공학) 박사 학위를 땄다.”


-원래 꿈이 수자원 전문가였나.


“아버지가 유조선을 모는 선장이었다. 어릴 때 전 세계를 누비는 아버지가 집으로 자주 편지를 보내셨다. 자연히 물에 관해 관심이 생겼다. 그래서 해양공학을 배웠다. 석사 때 수자원 전공을 골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수자원 전공은 인기가 없었다. 토목 쪽에선 구조·도로공학이 인기였다. 그래도 내가 흥미를 느끼는 분야를 공부하고 싶었다. 일을 시작하면서 수자원에 대한 인식이 점점 달라졌다. 정부는 물론 대중도 물 자원을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 가뭄, 홍수 등 물 관련 재난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지지 않았나. 만일 대세에 따랐다면 지금쯤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jobsN

-세계기상기구는 어떤 곳인가.


“193개 회원국이 모여 기상·수문·수자원 관련 예측·분석 기술을 개발한다. 또 나라마다 다른 측정 방법을 표준화한다. 예를 들어 하천에 물이 얼마나 흐르는지 측정하는 것을 수문조사라 한다. 수문조사 방법에 관한 지침을 만들어 회원국이 함께 쓰게 한다. 길이나 무게 단위를 여러 나라가 함께 쓰는 것과 비슷하다. 또 선진국의 수자원 예측분석 방법을 물관리 기술이 부족한 개발도상국도 쓸 수 있게 돕는다.”


-임기가 2년이라 들었다.


“첫 임기는 2년이다. 임기가 끝나도 본인이 원하면 정년(65세)까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아직 언제까지 일할지 결정하지 않았다. 첫 2년은 스위스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기로 했다. 임기가 끝날 때쯤 연장 여부를 정하려 한다.”


-WMO에서 일하면 좋은 점이 있나.


“연봉이 1억5000만원 이상이다. 첫 4년 동안 월세 400만~500만원을 매달 지원받는다. 또 아이들 학비도 일부 지원받는다. 비행 거리가 일정 기준 이상이면 가족까지 무료로 비즈니스석을 탈 수 있다. 또 외교관처럼 면세특권도 주어진다. 연봉에서 세금을 떼지 않는다고 하더라.”


-‘최초’ 수식어만 3개다. 뽑힌 비결이 뭔가.


“100명 정도 지원했다. 서류·필기·면접 전형을 거쳤다. 면접 전형에 6명이 올랐다. 나는 영어 실력이 부족했다. 다른 지원자들은 원어민이라서 영어 실력이 뛰어났다. 3~4개 국어를 쓰는 사람도 있었다. 또 전임 수문예보과장 바로 밑에서 일하던 직원도 있었다. 내가 뽑힐 거라곤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얼떨떨했다.


2016년부터 세계기상기구 수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동안 동료들한테 좋은 인상을 남긴 것 같다. 꾸준히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준 덕분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작년 미국 출신 수문위원회 의장이 이 자리에 지원해보라고 했다. 전임 과장이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떨어질 거로 생각했지만 지원한다고 손해 볼 건 없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기쁘다.”

/jobsN

-이 분야 꿈꾸는 청년에게 한 마디.


“목표가 있다면 평소에 준비해야 한다. 공무원 신분으로 박사 학위를 땄다. 남들은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굳이 왜 힘들게 공부하냐’고 했다. 박사 학위를 준비하는 동안 꾸준히 영어 공부도 했다. 실력을 미리 쌓아둬야 나중에 기회가 올 때 잡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아무리 좋은 기회가 있어도 실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예전부터 영어를 공부한 덕분에 한강홍수통제소에 입사한 뒤 남들보다 국제회의에 참석해 발표할 기회가 많았다. 수자원 전문지식과 영어 실력을 동시에 갖춘 사람이 많지 않았다. 처음에는 귀찮을 때도 많았다. 할 일이 많은데 통·번역과 발표까지 맡겼다. 힘들었지만 불평하지 않고 묵묵히 했다. 이런 꾸준함이 여기까지 나를 이끈 것 같다.”


-앞으로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한국인 최초 세계기상기구 수문예보·수자원과장’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일하겠다. 개인적인 성취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의 위상을 더 높이고 싶다. 나중에는 우리나라에 수자원관리 교육 기관을 세우고 싶다. 전 세계 공무원이나 교육생이 우리나라에서 수자원관리 기술을 배워 갈 수 있게 하는 게 꿈이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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