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공대 나온 제가 이렇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죠

조회수 2020. 9. 25. 11: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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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도 못했어요", 평생 직장이라 생각했던 곳 떠나 그녀가 선택한 일

경찰은 사회 전문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매년 특채를 통해 전문가나 경력자를 채용한다. 대학교에서 교통시스템공학을 전공한 김현미(34) 씨는 졸업 후 기업에서 일하다가, 4년 전 교통 특채를 통해 경찰에 몸을 담았다. 교통 시설 개선부터 안전 교육 홍보까지 담당하고 있는 그를 만나 경찰관이 된 사연을 들어봤다.


- 본인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안산 단원경찰서 경비교통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4년차 경찰관 김현미 경장입니다. 관할 구역의 교통안전시설을 심의하고 교통 관련 민원을 처리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유치원이나 학교,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교통 안전 교육도 하고 있고, 바뀌는 도로교통법에 대해 홍보도 합니다."

jobsN

- 교통 특채 경찰은 어떻게 선발되는 것인가.
"경찰청에서 매년 특정 분야 전문가를 별도로 뽑는 특별 채용을 하고 있어요. 교통, 과학 수사, 외국어 수사, 사이버 수사, 유도, 항공(헬리콥터)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을 경찰로 채용합니다. 교통 특채의 경우 교통기사 자격증이나 관련 분야를 전공하면 응시할 수 있어요."


- 공대에서 관련 분야를 전공했다고. 원래 경찰을 꿈꿨었는지.
"한양대에서 교통시스템공학을 전공했어요. 대학원까지 마치고 교통안전공단에서 일하다가 경찰청 특채 공고를 보고 응시했죠. 석사 학위를 받을 정도로 교통시스템공학을 오랫동안 공부했지만 경찰관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교통 엔지니어링 관련 회사에 취업하는 게 일반적이었으니까요."

출처: 김현미 경장 제공.
교통안전공단 근무할 때 도로안전점검차량으로 출장 다니던 모습.

- 교통안전공단은 선호하는 직장 중 하나인데, 그만두고 경찰이 된 이유는.
"학교를 졸업하고 첫 직장은 교통 엔지니어링 회사였어요. 지하철을 새로 만들거나 고속도로가 생길 때 그에 따른 수요나 타당성 조사를 하는 일을 했습니다. 교통안전공단으로 이직한 후에는 평생 직장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갑자기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변수가 생겼어요.


당시 본사가 제가 살고 있던 경기도 안산에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경상북도 김천으로 본사를 옮긴다고 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데 홀로 덜컹 김천으로 거처를 옮기는 게 쉽지 않더군요. 고민 많이 했습니다. 그때 경찰청 교통 특채 공고를 봤어요. 교통시스템에 대해 공부해 온 걸 현장에서 직접 시민들을 대상으로 일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어요. 경찰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구요."


- 특별채용은 어떤 전형 과정을 거치는지.
"자격증이나 관련 업계 경력 요건 등 지원 자격을 충족하면 1차로 면접 시험을 봐요. 주로 교통 전문 지식에 대한 면접이죠. 1차에서 통과하면 2차로 체력 측정과 적성검사를 합니다. 경찰 신분이다보니 체력 측정은 필수 과정이에요. 100미터 달리기,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오래달리기 등 기초 체력을 측정해요. 그리고 3차 최종 면접을 통과하면 거치면 경찰로 채용합니다."

출처: 김현미 경장 제공
교통안전교육중.

- 경찰에 경력으로 입사한 셈인데, 계급이나 월급은 어떻게 책정되는지.

"특별 채용의 경우 입사할 때 경찰청 심의위원회를 거쳐서 호봉을 책정해요. 그 동안의 경력을 호봉에 어떻게 적용할 지 심사하는거죠. 저의 경우는 교통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일한 것과 교통안전공단에서 일했던 6년을 모두 경력으로 인정받았습니다."


- 특채로 교통 경찰관이 되면 어떤 일을 맡게되는가.
"교통 특채의 취지가 본래 교통 시설 업무를 담당하는 것입니다, 경찰서 상황에 따라 교통과 관련된 광범위한 업무를 하기도 합니다. 교통 사고 조사나 외근 단속, 민원실, 교통 홍보 등의 업무를 맡기도 하죠. 특채 경찰은 교통계에서 5년 의무 근무해야 합니다. 부서 이동을 희망하는 경우에는 그 이후에 가능합니다."


- 교통 경찰로 일해보니 교통 관련 기업에서 일할 때와 무엇이 다른가.
"사기업에서 일할 때는 교통시스템 분석을 의뢰한 기업을 상대로 일했습니다. 아무래도 기업이 원하는 목표에 맞춰 분석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의뢰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비를 낮추는 경향이 있어요. 원활한 교통을 위해 특정 장비 추가를 권유하거나 CCTV 설치를 추천하면 사업비가 올라간다는 이유로 무시하는 경우가 있었죠. 지금은 현장 분석 후에 안전을 위해 필요한 장비를 설치할 때 그런 제약이 적습니다. 내 소신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일하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jobsN

- 교통 경찰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 무엇인가. 부서 분위기도 궁금하다.
"우리 관할 구역의 경우 안산시 단원구에서만 1년에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이 25명 정도에요. 살인 사건이 1년에 한 건 정도 발생하니까 교통이 우리 삶과 얼마나 밀접한 지 알 수 있죠. 교통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한 날에는 아침부터 부서 분위기가 침울해요. 불문율 같이 숨소리 하나 내기 힘들 정도로 가라앉아 있어요. 만약 사고의 70프로가 운전자의 책임이라면, 그 이외의 위험 요소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생각하거든요."


- 시민들을 상대하다보니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다.
"교통은 일상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요. 그렇다보니 교통계가 민원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부서이기도 합니다. 감정적인 민원으로 정신적 폭력을 당할 때가 가장 힘들어요. 개인의 영리를 위해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경우도 많죠. 본인 가게 앞에 횡단보도를 설치해달라, 자택 가는 길에 중앙선을 절선해달라, 집에 가는 길에 한 번에 갈 수 있도록 신호등 체계를 바꿔달라고 요구하기도 하세요. 무리한 민원의 경우에 심의 과정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면 폭언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걸 극복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어요"

출처: 김현미 경장 제공
자전거사고대비 음주측정 및 반사띠 부착해주기.

- 일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면.
"교통 시설을 개선한 지역을 다시 가보면 뿌듯할 때가 있어요. 안산 지역에도 섬 같이 상대적으로 교통 시설이 열악한 곳이 있어요. 대부도 출장을 가서 살펴보니 어린이 보호구역을 너무 위험하게 방치해 놓았더군요. 통학로를 만들고 안전 시설을 설치했어요. 그랬더니 어머니들이 너무 좋아했습니다. 이런 작은 변화에 뿌듯해요. 제가 해야할 일이 이런 것이라는 생각도 들구요. 혼자 도로를 다니다가 안전 시설을 보며 웃을 때가 제일 기분 좋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경찰이 되기 전에는 경찰 관련 뉴스가 나올 때 경찰을 탓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부딪혀보니 경찰의 입장을 조금씩 이해하게 됐어요. 민원인들의 감정에 행정절차가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주변을 살펴보면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묵묵히 헌신하고 노력하는 경찰관들이 무척 많아요. 저도 늘 사명감을 가지려고 노력해요. 저의 도움이 필요로하는 순간에 꼭 도울 수 있는 경찰이 되고자 매일 다짐하고 있습니다."


글·사진 jobsN 오종찬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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