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모습으로 돈번다" 부정적 시선에 원조 먹방러가 한 말

조회수 2020. 9. 25. 11: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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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패 신화' 푸드 파이터는 왜 유튜버가 됐나..먹방 크리에이터 '인아짱'

카메라 앞에 앉아 불특정 다수에게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먹방’은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시작된 특이한 문화 현상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식욕을 자극하면서도 동시에 대리만족을 느끼게 하는 특유의 매력으로 먹방은 전세계로 확산됐고, 현재는 많은 나라에서 ‘먹방 크리에이터’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도 먹방(Mukbang)이 등재되어 있을 정도다.


유튜브에서 먹방 채널 ‘인아짱 Inah Eats’를 운영하고 있는 인아짱(조인아·26)은 한때 아프리카 TV에서 생방송 평균 시청자가 3000~5000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있는 BJ였다. 2015년 방송을 시작한 인아짱은 웬만한 남자 3~4명이 배불리 먹을만한 양의 음식을 거뜬히 먹을뿐더러 특유의 귀여운 말투와 털털한 성격까지 더해져 단번에 스타 BJ로 떠올랐다. 다른 BJ들과 많은 양의 음식을 누가 더 빨리 먹는지를 겨루는 ‘푸드 파이터’에서도 인아짱은 매번 이겨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출처: jobsN
먹방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인아짱' 조인아씨

현재 인아짱은 유튜브 채널에 먹방 영상을 집중적으로 올리고 있다. 방송 스타일도 많이 달라졌다. 주로 배달 음식을 시켜먹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집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는 영상이 주를 이룬다. 산으로, 계곡으로 나가 야외 먹방을 찍기도 하며 집 주변 음식점을 찾아 ‘혼밥’을 하기도 한다. 음식 재료 준비부터 촬영, 편집을 모두 직접 담당했던 인아짱은 최근 영상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전문 편집자를 구했다고 한다. 8월 12일 인아짱이 거주하고 있는 경기 하남시에서 그를 만났다.


-간단히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유튜브에서 먹방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먹방 크리에이터 인아입니다. 아프리카 TV에서 방송을 시작한 것은 2015년 5월이고, 작년 초부터는 유튜브 채널 운영에 집중하고 있어요. 현재 구독자 수는 11만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고요.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먹방 영상을 만들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출처: 인아짱 제공
먹방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인아짱' 조인아씨

-지금은 여자 먹방 크리에이터가 많지만, 2015년에는 흔하지 않았는데요. 먹방은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요?
“처음부터 먹방 BJ 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방송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제 대학 전공이 패션 디자인인데, 학교 다니면서 만든 에코백을 판매하고 싶었거든요. ‘어떻게 에코백을 홍보하지’를 고민하던 중 한 친구가 ‘요즘 먹방이 유행이라는데, 먹방을 하면서 에코백을 홍보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해주더라고요. 제가 워낙 잘 먹는 것을 친구들도 다 알고 있었거든요. 전 그때 먹방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됐어요. 에코백 홍보 목적으로 첫 방송을 했죠. 그런데 먹방이 인기를 끌다보니 어느새 BJ가 본업이 되었습니다.”


-첫 방송에 먹었던 음식은 뭐였나요?
“처음 먹었던 음식은 네네치킨 스노윙 치킨 1마리였어요. 그땐 학생이라 돈이 별로 없었거든요. 2마리는 무리였어요.”


-방송을 보면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데 고향은 어디신가요?
“고향은 대구예요. 대학을 서울로 오기 전까진 대구에 오래 살았어요. 처음 아프리카 방송 시작할 때는 인천 송도에서 자취하고 있었고요. 아프리카 BJ를 하면서 대전으로 이사를 하기도 했어요. 지방에 사는 다른 BJ들과 합동 방송을 종종 했기 때문에 지리적으로 한반도 한 가운데인 대전이 낫겠다 싶었거든요. 지금은 유튜브 하면서 경기도 하남시에 살고 있죠.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서울만큼 집값도 비싸지 않아서요. 부모님은 인천에 살고 계세요.”

출처: 인아짱 제공
먹방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인아짱' 조인아씨

-먹방 유튜버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집에서 영상을 찍는 것을 기준으로 말씀드릴게요. 보통 오전 9시쯤에 일어나서 전날 준비해 둔 음식 재료를 손질해요. 휴대폰으로 요리 레시피를 찾아놓고 그것을 보면서 음식을 조리해요. 음식 조리 과정부터 영상을 찍기 때문에 미리 카메라 세팅은 다 해놔야하죠. 음식이 완성된 후 불면 안되기 때문에 만들자마자 곧바로 촬영을 하는 편이에요. 아침 겸 점심으로 먹방 촬영을 하고 영상 편집까지 마치면 벌써 오후 5~6시가 되어 있어요. 편집이 정말 시간이 많이 걸리거든요. 보통 오후 8시쯤에 그날 찍은 영상을 바로 업로드 합니다. 영상 올린 후에도 항상 댓글 등 시청자의 반응을 살펴요. 9시쯤 늦은 저녁을 먹고 내일 먹방 영상은 어떤 음식으로 찍을지 구상을 하죠. 재료 준비도 하고, 이것저것 하다보면 새벽 1~2시쯤 잠이 들어요.”


-최근 영상 편집자를 구했다고 하던데.
“이번 달부터 편집을 전문으로 해오신 분이 영상 제작을 도와주기로 했어요. 영상의 질도 높아지고, 저도 남는 시간에 다양한 콘텐츠를 구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영상 하나 촬영하고 편집하면 하루가 후딱 지나가기 때문에 다른 시도를 할 수 없더라고요. 이제는 야외 먹방도 더 자주하고, 지방에 숨겨진 맛집도 많이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찍을 생각이에요.”


-먹방 영상을 만들 때 가장 신경쓰는 점은 무엇인가요? 또는 힘든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화면에 나오는 음식의 비주얼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어떻게 하면 더 푸짐하고 먹음직스럽게 보일까를 고민했죠. 요즘에는 여기에 소리까지 더해졌어요. ASMR이 유행하면서 맛있게 먹는 소리까지도 영상에 담아야하죠. 마이크 장비도 새로 구입하고 테스트 영상도 많이 찍었어요. 힘든 점을 꼽는다면 지금처럼 더운 여름이라도 에어컨을 틀지 않아야하기 때문에 땀 줄줄 나며 영상을 찍어야한다는 것이 있겠네요. 에어컨을 틀면 소리가 영상에 들어가서 안되거든요.”

출처: 인아짱 제공
먹방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인아짱' 조인아씨

-평소에도 방송을 찍을 때처럼 많이 드시나요?
“보통 아침 겸 점심으로 먹방을 찍고, 밤에 저녁 식사를 하는데 촬영할 때처럼 많이 먹지는 않아요. 촬영할 때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로 먹습니다. 그래도 보통 사람들보다는 많이 먹는 편이죠. 예전에 아프리카 TV에서 방송 할 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먹었었어요. 하루 한 끼를 방송에서 몰아서 먹는 일이 많았죠. 지금은 예전보다는 먹는 양이 정말 많이 줄어들었어요.”


-가끔씩 ‘혼술’ 먹방도 하는데, 주량은 어떻게 되나요?
“소주 2병까지는 기분 좋게 먹을 수 있어요. 다른 종류의 술을 잘 못 마시는 편이에요. 전 오히려 맥주를 먹으면 금세 취하는 편이에요.”


-방송 촬영 말고 평소에 가장 즐겨먹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을 좋아해요. 예전에는 음식을 진짜 못 만들었는데 요즘엔 백종원님 레시피도 있고, 쉽게 음식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많아진 것 같아요. 카레도 많이 만들어 먹고, 혼자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소주 한잔 하기도 하고요. 김치찌개도 자주 끓여 먹어요. 어렸을 때는 밖에서 먹거나 주문 음식을 좋아했는데 요즘엔 집에서 먹는 게 훨씬 맛있고 좋은 것 같아요. 싸기도 하고요.”

출처: 인아짱 제공
먹방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인아짱' 조인아씨

-요즘에는 유튜브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데 아프리카 TV에서 방송은 안 하시나요?
“당분간은 유튜브 채널을 키우는 데 집중할 생각이에요. 요즘에는 크리에이터를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로 평가하는 것 같더라고요. 어느 순간 ‘내가 너무 유튜브를 손놓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아프리카 TV는 생방송 위주로 하는데, 생방송에선 많이 먹는 것 외에는 사실 시청자들로부터 관심받기가 쉽지 않아요. 제 몸을 불살라가며 많이 먹는 방송을 먼 미래까지 계속 할 수는 없을 것 같았어요. 한때 인기를 끌었던 푸드파이터도 한번 하고나면 정말 몸이 많이 힘들거든요. 요즘에는 이런 자극적인 콘텐츠는 이제는 시청자 분들도 싫어하셔서 거의 사라진 것 같아요.


아프리카를 하면서 채팅창에 올라오는 안 좋은 글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었어요. 초창기에는 채팅창에 올라오는 안 좋은 글들을 별로 신경을 안 썼는데, 계속 반복되다보니 마음이 너무 안 좋더라고요. 반면 유튜브는 악플이 덜한 편이에요. 한번 올린 영상이 오랫동안 반복 재생되기 때문에 수익 측면에서 좀더 안정적이고, 다양한 콘텐츠 영상을 제작하기에 좀더 나은 것 같아요. 아프리카 TV는 해 볼만큼 한 것 같고 앞으로는 유튜브 채널을 좀더 활성화 시키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에요.”


-아프리카 TV에서 방송할 때와 현재의 수입을 비교한다면. 
“처음 유튜브에 집중하기 시작했을 때는 처참했죠. 처음에는 수입이 거의 없었어요. 지금은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온 것 같아요. 아프리카 TV에서 활동할 때는 별풍선 외에 부대 수입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식품 홍보 영상 촬영 등 유튜브에 붙는 광고 수입 말고도 다른 수입원이 많이 생겼어요. 보통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식품 홍보 영상을 찍는 것 같아요. 한 달에 일이 많을 때는 7개까지 홍보 영상을 찍기도 했어요. 최근에는 여름 시즌에 맞춰 투썸플레이스의 빙수들을 리뷰하는 영상을 찍은 게 기억에 남네요.”


-최근 여자 먹방 크리에이터가 많이 늘었는데, 다른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보기도 하나요? 
“저도 ‘도로시’님이나, ‘문복희’님 등 다른 분들의 먹방 영상을 자주 봐요. 아무 생각없이 가볍게 볼 때도 있고, ‘벤치마킹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면서 볼 때도 있어요. 맛있을 것 같은 음식이 나오면 ‘나도 이거 방송에서 먹어봐야겠다’ 생각하기도 하고요.”

출처: 인아짱 제공
먹방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인아짱' 조인아씨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먹방에 대해선 아직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도 있는 게 사실이에요. ‘왜 남이 먹는 것을 보고 있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고, 남에게 먹는 것을 보여주면서 돈을 버는 것을 안 좋게 보시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누구에게나 즐거운 일이고, 먹방은 사람들로 하여금 행복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인기를 끌고 싶은 욕심에 푸드파이터 같은 다소 자극적인 영상을 찍기도 했지만, 이제는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요. 각박한 일상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제 영상을 보시면서 잠시나마 힐링되는 기분을 느끼실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소소하지만 행복함을 줄 수 있는 영상을 많이 찍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많은 관심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글 jobsN 이준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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