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으로 운전하던데.." 딸 말에 분노한 분당아빠가 벌인 일

조회수 2020. 9. 25. 11: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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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님이 무릎으로 운전한다고?"..인텔 출신 학부모가 한 일

학원 수업을 마친 초등학생이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가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빠도 무릎으로 운전할 수 있어?” 당황한 아버지는 되물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아이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우리 기사님은 스마트폰 들고 전화하면서 무릎으로 운전도 해.”


아이와 대화하던 아빠는 놀랐다. 화도 났다. 그래서 직접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그 아빠가 바로 한효승(38) 리버스랩 대표다. 리버스랩은 ‘옐로우버스’를 운영한다. 옐로우버스는 학원 셔틀버스다. 그런데 평범한 버스가 아니다. 여러 학원 학생이 함께 타는 버스다. 또 실시간으로 위치 파악이 가능하고, 탑승 시각까지 알려주는 ‘무서운’ 버스다. 위성항법장치(GPS·Global Positioning System)·근접무선통신(NFC·Near Field Communication) 등 여러 IT 기술이 들어간 덕분이다. 리버스랩은 서비스 시작 1년 만에 연 매출 2억원을 냈다. 옐로우버스의 정체가 궁금했다.

출처: 리버스랩 제공
리버스랩의 옐로우버스.

-이력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경희대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다. 2010년 스타트업 올라웍스에 취직했다. 올라웍스는 사진에 나온 얼굴을 인식해 자동으로 분류해주는 기술을 개발한 회사다. 이 기술에 대한 특허를 인정받아 2012년 인텔이 350억원에 회사를 인수했다. 2015년까지 인텔에서 차량 센서 개발을 기획했다. 2016년 회사를 나와 리버스랩을 세웠다.”


-창업 계기는.


“경기도 분당에 산다. 집 근처가 학원가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해 학원을 보내려 했다. 보내고 싶은 학원에서 셔틀버스를 운영하지 않았다. 이유를 물어보니 셔틀버스를 운영하면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다고 하더라. 어쩔 수 없이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학원에 아이를 보내야 했다. 어느 날 아이가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 물었다. '아빠도 무릎으로 운전을 할 수 있냐'고 하더라. 기사님이 통화하면서 무릎으로 운전대를 조작했다고 했다. 깜짝 놀랐다. 아이들을 태우고 어떻게 그런 식으로 운전할 수 있나. 학부모로서 납득할 수 없었다.


시장 조사를 해보니 학원 버스 시장에 문제가 많았다. 안전사고가 잦고 차량 운영도 비효율적으로 하더라. 예를 들어 빈 좌석이 많은데 학원은 차량 대수만큼 돈을 주고 버스를 이용했다. 조사해보니 학원 버스 한대당 좌석 점유율이 38%였다. 좌석 10개 가운데 6개는 빈 자리다. 만일 여러 학원이 버스를 함께 이용하면 빈 좌석도 줄이고 돈도 아낄 수 있을 거라고 봤다. 또 학원 버스를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회사가 있으면 아이들의 안전사고 위험도 줄어들 거라고 판단했다. 이런 회사가 없어서 창업했다. 어떻게 보면 내가 필요해서 만든 서비스다.”

출처: 리버스랩 제공
한효승 대표.

-옐로우버스는 기존 학원 버스와 어떻게 다른가.


“쉽게 말하면 ‘합석’ 버스다. 대치동처럼 학원이 몰려 있는 동네에선 한 버스로 여러 학원 학생을 태울 수 있다. 빈 좌석을 최대한 줄여서 효율적으로 버스를 운영하는 거다. 또 승하차 알림·실시간 위치 확인·학부모 응대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 동승자도 태운다. 2015년 1월부터 만 13세 미만 어린이를 태울 때 성인 보호자가 반드시 함께 타야 한다. 중·고등학생만 탑승할 때는 동승자가 없어도 괜찮다. 옐로우버스에는 온종일 동승자가 있다. 경력단절 여성을 정규직으로 뽑았다. 여덟 분이 동승자로 근무 중이다.”


-IT 기술을 활용한다고 들었다.


“위성항법장치(GPS)를 이용해 학부모에게 버스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린다. 맞벌이하는 학부모는 아이가 버스를 잘 탔나 궁금해한다. 일하다가 아이한테 ‘버스가 안 온다’는 전화를 받으면 일에 집중할 수 없지 않나. GPS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학생과 학부모는 물론 학원도 실시간으로 버스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학생은 버스 도착 예정 시간을 앱에서 볼 수 있다. 비나 눈이 많이 오는 날에 바깥에서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리버스랩 제공

10cm 거리 안에서 무선 데이터를 주고받는 근접무선통신(NFC) 기술도 활용한다. 옐로우버스를 타는 학생에게 NFC 칩이 들어간 카드를 준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처럼 버스를 탈 때 단말기에 카드를 찍는다. 학부모는 아이가 버스를 언제 탔는지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학원에 안가고 다른 곳에 있어도 알 수 있다. 초등학교 1~2학년 학생은 종종 카드를 깜빡하고 안 가져올 때가 있다. 그래서 버스에 원격 통신이 가능한 디스플레이를 설치했다. 아이가 버스를 타고 내릴 때마다 화면에 뜬 자신의 이름을 누르면 실시간으로 학부모에게 탑승 정보가 간다.


버스 이동 경로도 효율적으로 만들었다. 지금까지 학원 버스는 지하철처럼 정해진 노선으로만 다녔다. 옐로우버스는 그날그날 노선이 바뀐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앱에서 당일 등원 여부를 선택한다. 정류장에 한 아이만 타는데 결석하면 굳이 들를 필요가 없지 않나. 그러면 그 정류장은 지나치고 바로 다음 정류장으로 간다. 더 빠르게 갈 수 있는 길을 이용한다. 기름값을 아낄 수 있고, 학생은 이동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옐로우버스 운영 지역이 궁금하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용인시 수지구·고양시 덕양구에서 차량 8대를 운영한다. 아직 규모가 크지 않다. 계약을 추진 중인 차량도 여럿이다. 연말까지 20대가량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학원 42곳이 옐로우버스를 이용했다.”


-매출은 어느 정도 나오나.


“2017년 9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8년 매출은 2억원이었다. 올해는 상반기에 작년 매출을 달성했다. 2019년 목표 매출은 8억원이다.”

리버스랩 제공

-고객 반응은 어떤가.


“처음에는 우리처럼 작은 회사가 학원 버스 운영을 책임질 수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분이 많았다. 대기업처럼 이름이 많이 알려진 곳도 아니지 않나. 또 옐로우버스를 이용하면 버스 운영 비용이 더 늘어나는 게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데 실제로 서비스를 이용해본 분들의 만족도는 높다. 학부모와 학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학부모 서비스 만족도는 97%였다. 학원은 우리 서비스를 이용한 뒤 평균 버스 운영비를 30% 아꼈다. 또 학원 입장에서는 차량 관련 학부모 문의에 응대할 시간에 상담·교육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일석이조다.”


-앞으로 계획은.


“우리의 목표는 하나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원을 오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학부모가 옐로우버스를 보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게 하고 싶다. 세스코를 예로 들면 식당 입구에 세스코 인증 로고가 붙어 있으면 안심하고 들어가지 않나. 우리도 고객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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