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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손님 2명뿐인 가게는 저녁만 되면 문 닫고 이렇게 됩니다

조회수 2020. 9. 25. 11: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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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라는 바다에 자리한 섬 입니다" 21세기 음반가게
2017년 11월 오픈한 음반가게 ‘팝시페텔’
음반 판매뿐 아니라 음악을 공유하고 교감하는 곳
음악의 즐거움 알게끔 도와주는 역할 하고파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자리잡은 작은 음반가게 ‘팝시페텔’. 평일 손님이 두어명이라는 이 가게는 평일에는 오후 7시 30분에 문을 내린 뒤 음악 강의실로 변한다. 최대 수용인원은 25명으로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울 때도 있다. 그러나 한두명이라도 강의를 듣고 싶다는 사람이 있으면 사장님이 직접 일대일 강의를 한다.

출처: 김경진 사장 제공
팝시페텔 김경진 사장.

단순히 음반을 팔기 위해 가게를 열지 않았다는 김경진(48) 팝시페텔 사장은 서울음반, 로엔, CJ ENM, 아이리버 등에서 근무했다. 음악과 평생을 동고동락했다는 그는 팝 칼럼니스트로도 일하고 있다. ‘인기 있는 음악’이 아니라 ‘음악과 같이 하는 인생’을 판다는 김 사장을 만났다.


◇ 개인의 취향을 파는 가게


-가게 이름이 특이하다. 뜻이 무엇인가.


“휴 로프팅이라는 영국작가가 쓴 아동소설 ‘둘리틀 선생 항해기’라는 책에서 가져왔다. 어렸을 때부터 그 책을 무척 좋아했다. 거기에 나오는 등장인물 이름이다. 주인공 둘리틀 선생이 다양한 지식을 갖고 모험을 펼치는 이야긴데 여기서 바다에 떠다니면서 섬에 살고 있는 착한 부족 이름이 팝시페텔이다. 문득 그 이름이 생각이 났다. ‘팝’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기도 하고 아무도 안 쓰는 이름일 것 같아 팝시페텔로 정했다.”


-음반가게를 열게 된 계기는.


“오래 전부터 레코드숍을 하고 싶었다. 회사 다닐 때는 나중에 회사 그만두면 레코드숍을 해야겠다고 막연하게 생각만 했다. 그런데 이제 회사를 나오면서 무슨 일을 해야하나 고민했고 이왕 할 거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는 거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오픈했다. 오래 전부터 음악 관련 글도 쓰고 음악 쪽으로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알고 있는 걸 사람들한테 나누고 싶었다.”

출처: jobsN
팝시페텔 내부,

-음반들은 어떻게 모았나. 얼마나 있는지 궁금하다.


“다 좋아하는 것들이라 직접 모은 거다. 팝시페텔에는 LP, CD뿐 아니라 블루레이, DVD, 도서까지 판다. 이곳의 컨셉은 어떤 음반이 인기가 많으면 그걸 파는 게 아니다. 내가 아는 거, 좋아하는 거 중심으로 갖춰져 있고 그걸 판매하는 곳이다. 옛날 음악부터 요즘 음악까지 다양하게 있다. 그렇다 보니 숫자가 많지는 않다. LP는 500~600장 정도 있고 CD는 6000장 정도 있다. 책은 정확하진 않지만 몇 백 권 있다. 블루레이랑 DVD도 천 개 정도 된다.”


-손님은 하루에 몇 명 정도 오는가. 매출은 어떠한지.


“손님이 주말엔 좀 더 많이 오지만 평일엔 하루 평균 2~3명 정도 온다. 평균으로 치면 굉장히 적다. 매출을 생각한다면 이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 사실 아예 음반가게로 자리를 잡고 가려면 음반 몇 백, 몇 천 장으로 될 게 아니라 물량으로 승부해야 한다. 그런데 그걸 원하지 않았다. 음반을 ‘판매’하는 게 핵심이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설명할 수 있는 것 중심으로 갖춰놓고 손님들한테 음악을 설명하고 추천하는 큐레이터 역할을 하고 싶었다. 음반판매 매출은 가게를 유지해나가는 정도다. 월세 내고, 물건 빠진 거 있으면 채우는 수준이다. 그 외에 팝시페텔에서 여는 강좌 수입도 있다. 그런데 이것도 많지는 않다.”


◇ 음반가게에서 매달 열리는 음악 강좌 퍼레이드


- 음반가게임에도 불구하고 강좌를 여는 게 인상 깊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다들 음악을 좋아하지만 깊이 있게 음악을 찾아가면서 파고들 정도로 좋아하는 사람은 드물다. 요즘은 차트에 있는 노래를 듣고, 플레이리스트로 노래를 들으면 그걸로 끝이다. 아티스트가 누군지, 작곡가가 누군지 찾아보고 작곡가가 쓴 다른 곡을 찾아본다든지 이런 소비패턴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디지털 음악 감상 환경으로 오면서 더 심해졌다. LP나 CD를 사면 하다못해 크레딧이라도 보고 북클렛이라도 봤는데 이제는 그게 아니니까. 이렇게 음악을 흘려 듣다 보니 휘발성이 강해졌다는 걸 느꼈고 음악이 나한테 머무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걸 느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음악도 마찬가지다. 이 곡을 왜 만들었고 어떤 의도로 작곡했고 그 당시 아티스트에 어떤 일이 있었고 등등의 스토리를 알면 음악과 아티스트가 나한테 각별해진다. 아는 만큼 들린다. 그래서 음악 강좌를 통해 그런 경험을 제공해주고 싶었다. 한 음악 안에 있는 역사나 역학 관계들을 알려주면서 음악을 본인 걸로 만들어주고 싶었다.”


- 강좌를 소개해줄 수 있는가.


“8월엔 12개의 강좌를 준비했다. 8월9일에는 ‘위대한 음악 영화’라는 주제로 강좌를 진행했다. 최근 ‘보헤미안 랩소디’가 흥했지 않은가. 그런데 음악영화는 그것만 있는 게 아니니까 다른 영화들도 소개하려 한다. 또 17일에는 ‘워킹 타이틀 영화의 노래들’이라는 주제로 강좌를 연다. 워킹 타이틀이라는 영국 영화 제작사가 있는데 러브액츄얼리, 어바웃타임 등 유명한 영화를 제작한 곳이다. 여기서 제작한 영화 중 음악을 아주 탁월하게 사용한 작품이 많다. 그래서 워킹타이틀 제작 영화에 담긴 노래들에 대해서도 소개를 하려고 한다.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려 노력한다. 뮤지컬 영화 이야기도 있고 넷플릭스 드라마에 흐르는 음악 이야기도 있다.”

출처: 팝시페텔 블로그 캡처
팝시페텔 8월 강좌 일정.

- 강좌를 준비하는데 힘들진 않은가. 가장 인기 많았던 강좌는.


“강좌를 위해 다시 공부도 해야 하고 세부적인 내용들은 다시 정리를 해야 한다. 그런데 힘들진 않다.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 인기가 제일 많았던 강좌는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강좌다. 핑크 플로이드는 역사상 위대한 아티스트로 꼽히는 팀이다. 가장 유명한 앨범이 빌보드 앨범 차트 에 741주 연속 있었고 역사상 네 번째로 많이 팔린 앨범이다. 2018년 9월 한 달 내내 핑크플로이드만 한 적이 있다. 정규앨범이 15장인데 그거 하나하나 스페셜로 강좌를 진행했다. 그때 손님들이 가장 많이 오셨다. 수용인원이 최대 25명인데 그때 거의 꽉 찼었다. 어떨 때는 손님이 강좌 요청을 하기도 한다. 요청 받으면 내가 할 수 있는 강좌면 해주기도 한다.”


- 기억나는 손님이 있다면.


“8월7일 강좌 주제가 ‘한국의 시티팝’이었다. 20대 두 분이 오셨는데 음악을 좋아하지만 깊이는 알지 못한다 했다. 강좌가 흥미 있을 거 같아서 왔다고 하더라. 그래서 당시 영상과 함께 음악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끝나고 나서 그 분들이 너무 좋아하셨다. 태어나기도 전에 이런 음악이 있었다는 게 놀랍다면서 찾아볼 것들이 생겨 즐겁다고 했다. 뿌듯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관객이다.”


◇ 음악만 20년 이상… 음악 외길 인생


- 음악 관련 일을 하게 된 이유가 따로 있나.


“이유는 특별히 없다. 단지 음악을 좋아했기 때문에 음반사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때가 1996년이었는데 음반사도 당시엔 공개채용을 했다. 그래서 응시해서 시험을 보고 들어갔다. 당시 시험에는 팝 상식과 무역영어를 봤다.”


- 디지털 음원이 나오면서 LP나 CD는 점차 추억이 되고 있다. 아쉽진 않나.


“물론 아쉽다. 그런데 시대가 변하고 삶의 스타일이 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쉽지만 비난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다만 진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음악이 갖고 있는 즐거움을 더 크게 느끼지 못한다는 거다. 지금처럼 차트에서 음악을 듣고 플레이리스트에서 음악을 듣는 건 굉장히 편하고 좋다. 그런데 알고 듣는 것과 모르고 듣는 것은 즐거움의 폭이 하늘과 땅 차이다. 어떤 가수가 요즘 핫하고 음악이 유명하다고 해보자. 그런데 그 음악은 어디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게 아니다. 그 바탕엔 다른 음악이 있었고 특정 사운드가 있었고 하나의 흐름 속에서 나온 것이다. 이걸 알면 음악을 듣는 즐거움이 배로 늘어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디지털 음원은 이런 걸 하기가 힘들다. 작사는 누가했고 작곡은 누가했고 이런 거에 대해 뻗어나갈 여지가 애초부터 없다. 그런 부분이 아쉬운 거다.”

출처: jobsN
김경진 사장이 가장 좋아한다는 핑크 플로이드 앨범.

- 삶에 있어 음반이란 어떤 존재인가.


“ ‘동반자’ 같다. 평생을 함께 했으니까. 이제는 일부가 된 것 같다.”


- 팝시페텔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나 최종 목표가 있다면.


“살면서 즐거울 일이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 물론 맛있는 거 먹을 때 즐겁고 친구들과 여행갈 때 즐겁고 친한 사람과 술 마실 때 즐겁다. 그러나 음악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어도 내 옆에 두고 항상 즐거울 수 있는 것 중 하나다. 그런 음악을 사람들에게 더 알게 해주고 싶다. 흘러나오는 음악이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고 어떤 스토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지를 알게 되면 즐거움이 달라진다. 이전까지 음악이라는 결과물만 있었다면 이제는 무한한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팝시페텔이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


글 jobsN 장유하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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